남궁세가 금지옥엽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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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면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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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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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15.




추양건의 긴급 보고로 소집된 이번 회의는 평소와 달리, 남궁세가의 중추를 이루는 모든 수뇌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 속에서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무공 수련을 하다 보면 으레 부상을 입기 마련이지만, 남궁세가 내에서, 그것도 직계 혈육이, 다른 성을 가진 이에게 중상을 입은 일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이는 남궁세가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자, 가문의 존립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였다.


곧이어, 남궁찬과 남궁중호가 온몸을 붕대로 감싼 채 들것에 실려 들어왔다. 그들의 처참한 몰골에 회의장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이럴 수가, 어찌 저 지경이 되도록···."


"으흠, 이렇게까지 크게 다치다니."


무거운 한숨들이 터져 나왔지만, 남궁태는 그저 차갑게 혀를 찰 뿐이었다.


'이런 작은 일 하나 똑바로 처리 못 해서야···. 쯧.'


남궁태는 회의장의 중심에 서 있는 한 소년을 바라보았다. 이 자리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어린 나이였으나, 소년은 흔들림 없이 서 있었다.


이 작은 몸에서 어찌 이토록 담대한 기운이 느껴지는지, 남궁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아이가 바로 백무결인가. 남궁무상이 왜 이 아이를 데려왔는지, 이제 알겠군.'


회의장은 저마다의 생각으로 잠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 적막을 깬 것은 남궁무상의 차갑고도 엄중한 목소리였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여기 있는 모두에게 설명해보거라. 한 치의 거짓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야."


백무결은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른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이 홀로 수련하는 저에게 먼저 검을 빼 들고 공격했습니다. 만약 제가 대응하지 않았더라면, 다친 사람은 저였을 겁니다."


백무결의 담담한 말에 남궁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번 사건의 본질, 남궁연에 대한 모욕은 전혀 언급이 되질 않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남궁태는 준비해둔 반박을 잠시 접고, 백무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어 남궁무상이 말했다.


"그들이 먼저 도발했다고는 하나, 대응이라는 이유로 상대를 이토록 크게 다치게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에 더할 말이 있느냐?"


"없습니다. 제 손이 과했습니다. 그 점은 인정합니다."


"네가 저지른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사태의 경중을 떠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책임질 것이 있다면 책임지겠습니다. 그러나 저들 또한 자신들의 행동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 순간, 남궁태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만큼 백무결의 말은 예상 밖이었다.


'설마 이런 수를 쓸 줄이야. 혼자 죽진 않겠다는 건가.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제법 대담한 계책이군.'


백무결은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는 듯하면서도, 사실상 남궁찬과 남궁중호도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었다. 이대로 백무결만 공격할 경우, 남궁찬과 남궁중호 또한 그 파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백무결은 이제 막 세가로 들어온 외부 인물에 불과하지만, 남궁찬과 남궁중호는 남궁태가 아끼는 사람이었다.


지금 상황을 장기로 비유하자면, 남궁무상을 상대로 동일한 기물을 맞바꾸는 것도 손해인데, 이는 일방적인 손실, 2대0 교환에 가까웠다.


'이대로 두면 전세가 기울어진다.'


이 대립이 불합리다는 것을 깨달은 남궁태는 급히 전략을 바꿨다. 차라리 졸(卒) 둘을 내주고, 최소한 포(包)나 차(車)를 뺏어 올 생각이었다.


"가주님, 더 이야기를 들을 것도 없습니다. 이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감히 우리 남궁세가 안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벌이다니요. 이 아이의 사부가 추 호위라 했던가요?"


추양건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답했다.


"제가 감히 사부라 칭하기는 어렵지만, 이 아이의 교육을 맡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남궁태는 그런 그를 향해 냉소를 띠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사부라 할 수 없다?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남궁태는 추양건의 말을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그의 의도를 간파한 남궁무상이 부드럽게 끼어들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대장로님, 이 아이는 제가 임시로 추 호위에게 맡긴 겁니다. 지켜보다가 마음에 들면 그때 제자로 거두라고요."


남궁태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숨어 있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이미 그런 말이 오간 거라면 제자라고 불러도 무방하겠군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추 호위?"


추양건은 잠시 망설였으나, 곧 짧게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남궁태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여기 우리 추 호위의 무공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은 없습니다. 그의 진전을 잇기 위해 가주께서 고르신 아이니, 어찌 찬이와 중호가 당해낼 수 있겠습니까?"


"대장로님, 혈기 넘치는 아이들끼리 단순 시비가 붙어 싸움을 한 것뿐입니다. 사건을 확대해석하지 마시지요."


"단순한 시비라···. 사부라는 자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리 큰 사달이 난 게 아니겠습니까?"


그때, 남궁태의 옆자리에서 남궁승(南宮昇) 장로가 벌떡 일어나며 불같이 화를 냈다.


"맞습니다! 단순한 시비라뇨! 추 호위,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찬이와 중호가 지금 여기 꼼짝도 못 하고 누워 있는 게 안 보이시는 겁니까?"


"찬이와 중호가 다친 것은-"


남궁승은 재빨리 추양건의 말을 끊었다.


"되었습니다. 이거 무서워서 어디 세가를 돌아다닐 수나 있겠습니까? 추 호위의 말대로라면 단순한 시비에만 걸려도 이리 되는 것을. 하마터면 제가 우리 사랑하는 아들의 얼굴을 영영 못 볼 뻔 했습니다."


남궁승의 말에 남궁태 파벌의 장로들이 일제히 동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맞습니다! 정녕 아이들이 죽어야 비로소 문제를 인지하실 생각입니까?"


"이건 우리 남궁세가의 존엄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일벌백계(一罰百戒)를 해야합니다!"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습니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고,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앞으로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회의장은 점점 더 소란스러워졌고, 격앙된 목소리들이 서로 부딪히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바로 그 순간, 반대쪽에서 조용하지만 강렬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남궁태의 경쟁 파벌인 남궁철(南宮鐵) 장로였다.


"그런데 지금 추 호위의 말대로라면 아직 이 아이는 무공에 입문조차 하지 않은 거 아닙니까? 어찌하여 찬이와 중호가 둘이 덤볐다가 복날에 개 맞듯이 맞았답니까? 한때 천재라 칭송받던 인재였거늘, 요즘 무공에 많이 소홀했던 모양입니다. 아니면, 원래 실력이 이 정도였던 건가? 흘흘."


그 말에 남궁승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뭐라고요? 복날에 개 맞듯? 남궁철 장로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말이라고 아무렇게나 나오는 대로 다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에 남궁철 장로가 눈을 치켜뜨며 대응했다.


"뭐요? 아무렇게나 나오는 대로? 지금 저랑 한번 해보자는 겁니까?"


"그래요, 말 나온 김에 한번 해봅시다. 그간 얼마나 무공이 느셨는지 제가 직접 봐 드리지요."


-쾅쾅!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지자,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남궁무상이 단호한 목소리로 장로들에게 호통을 쳤다.


"다들 뭣들 하시는 겁니까? 아이들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세가의 장로라는 분들이··· 체통을 좀 지키십시오!"


남궁무상은 천천히 장로들을 둘러보며, 이 자리에 아이들도 함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그의 엄한 시선에 장로들은 머리를 숙이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크흠, 큼."


"죄송합니다. 가주님."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회의장은 다시금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각자의 속내를 감춘 채 서로를 경계하는 분위기 속에서, 남궁무상은 상황을 정리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때, 중도파라고 할 수 있는 창천대주(蒼天隊主) 남궁검영(南宮劒影)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가주님, 감히 제가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


"창천대주님, 말씀해 보시지요."


남궁검영은 잠시 말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이 사태는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대로 둔다면 세가의 기강이 땅에 떨어질 겁니다."


그의 말에 몇몇 장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는 상처 하나 없고, 둘은 크게 다쳐 운신이 불가능합니다. 이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힌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순간, 회의장 한편에서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서는 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남궁진묵이었다.


그는 창천대주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네 이놈 검영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상처 하나 없다니. 이 여린 놈의 팔이 어땠는지 네놈이 보기라도 했더냐! 팔이 엉망진창이 되어 피가 철철 흐르고 불구가 될 뻔했다. 그리고 그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그 뒤로 방안에 틀어박혀 매일 같이 찾아오던 문안 인사도 끊겼다!"


회의장은 남궁진묵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전대 가주인 남궁진천(南宮鎭天)과 함께 남궁세가의 큰 어른으로, 언제나 조용히 자신의 의견을 삼키며 의당 일에만 몰두하던 인물이었기에, 그의 이례적인 행동에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회의장 한편에서 누군가가 조심스레 물었다.


"의당주님, 문안 인사를 오지 않는 것과 지금 이 사태는 무슨 상관이 있는 겁니까?"


남궁진묵은 단호하게 답했다.


"니들이 모르는 그런 게 있어! 이놈은 의당에 누워서 밥만 축내고, 똥만 만들어 내는 저런 놈들과 다르다고!"


회의장의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충격적인 발언에 회의장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남궁승이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의, 의당주님, 혹 제가 잘못들은 건 아니겠지요? 지금 저희 찬이와 중호더러 똥만 만드는 놈이라고 하셨습니까?"


남궁진묵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남궁승을 노려보며 단호히 답했다.


"그래,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저놈들이 진정으로 무공을 갈고 닦았다면 우리 무결이의 손에 이렇게까지 되었겠느냐? 그저 세가의 권위에 기대어 나쁜 짓만 일삼으니, 착한 무결이가 화를 낸 것도 당연한 일이다. 저놈들이 무림에 나가 큰 고초를 겪기 전에 미리 교훈을 준 것인데, 상은 주지 못할망정 벌을 논하다니! 떼잉!"


한동안 이어진 정적 속에서, 남궁무상은 머리를 짚으며 조용히 말했다.


"추 호위,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게."


추양건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 뒤, 백무결과 남궁찬, 남궁중호를 데리고 조용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회의가 너무 과열된 것 같습니다. 잠시 쉬었다 반각 뒤에 다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남궁무상의 지시에도 회의장을 뜨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남궁진묵이 만들어낸 여운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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