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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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3r
작품등록일 :
2024.08.24 13:54
최근연재일 :
2024.09.14 19:11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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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460

작성
24.08.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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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프롤로그

DUMMY

****





“아오...드럽게 춥네.”



벌써 겨울이 다가오나 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덥고 눅눅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돌연 엊그제부터 좀 선선해지나 싶더니 오늘은 오히려 추울 지경이다. 물론 내가 그만큼 옷을 얇게 입은 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손에 들려있던 편의점 봉투를 손목에 끼우고 저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오늘의 점심은 구운 달걀 두 개랑 우유 한 팩이다.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이 땡기긴 하는데 요새 살이 너무 찐 것 같아서 나름대로 건강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삑삑삑삑..



자취방의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문을 열었다. 그러자 현관쪽에 놓아둔 디퓨저로부터 은은한 라일락 향이 콧가를 스쳤다.


어제 데이소에서 산 3천원짜리 디퓨저 치고 효과가 굉장했다.



─까드득.. 까드득



구운 달걀을 밥상에서 야무지게 한번 굴려준 뒤 껍데기를 까고 입에 쏙 집어넣었다. 하남자 처럼 소금 따위는 찍지 않는다.


메인 목을 우유로 넘기고 나머지 하나 남은 달걀마저 해치웠다.


식사 끝, 이제 돈 벌러 가야지.



“흐흐...”



나는 자취방의 구석에 놓여있는 헤드기어 형태의 가상현실 접속기를 애틋하게 쓰다듬었다.



“아주 효녀가 따로 없다니깐.”



참고로 내가 하는 일은 가상현실 게임에서 아이템을 파밍하고 그것을 타 유저들에게 팔아 인게임 재화를 번 뒤, 그것을 현실의 돈으로 바꾸는 소위 ‘쌀먹’이었다.


근 몇 년간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레니지 온라인이었다. 솔직히 게임성은 별로지만 대규모 컨텐츠가 워낙 잘 뽑혀 있어 친구들끼리 하기도 좋고 무엇보다 돈을 많이 쓰는 유저층들이 이 게임에 과금하는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당연히 현금 거래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나 같은 쌀먹 유저들은 그 콩고물을 아주 맛있게 받아먹는 중이었다.



─쭈왑쭈왑



나는 레니지에 접속하기 위해 헤드기어 형태의 가상현실 접속기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네온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예.”



가상현실 플랫폼인 네온에 접속할 것인지 묻는 알림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네온에 접속합니다. 접속 중에는 현실 신체가 반수면 상태에 돌입하니, 반드시 안전한 장소에서 실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접속이 시작되자 정신이 흐릿해지면서 공중에 떠오르는 듯한 감각이 느껴진다.



[네온에 접속하셨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네온에 접속했다는 알림창과 함께 정신이 다시 또렷해지면서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타닥..타닥..



서양풍의 벽난로가 있는 방 안에서 눈을 떴다. 네온에는 이렇게 첫 접속 시 스폰되는 대기실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게 되어있었다.



지금 내가 꾸민 컨셉은 창밖의 비오는 소리와 안락하게 타오르는 벽난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백색소음 ASMR이었다.


물론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고급스런 저택 컨셉의 대기실에 메이드 복을 입은 미녀 AI매니저까지 고용을 하는 것이었지만, 진짜 더럽게 비쌌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 하는 것보다는 비교 할 수 없이 저렴하지만 나 같이 수입이 적은 사람에게 있어 그 돈은 매우 큰 돈이었다.



"명령어, 네온 게임 라이브러리."



[네온 게임 라이브러리를 불러옵니다.]



네온 게임 라이브러리는 내가 구매한 게임들이 저장되는 저장소 같은 느낌이다. 게임을 시작하려면 이것을 먼저 실행해야 한다.


잠시 뒤 반투명한 창 형태로 게임 라이브러리가 나타났다.



"레니지 실행."



레니지를 실행하자 주변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커다란 벽돌이 겹겹이 쌓인 성채와 그 성채를 함락시키기 위해 진군하는 군대들, 그리고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는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는 장면이 차례로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게임을 실행하면 이런 식으로 게임의 시네마틱 연출 장면들이 자동 재생되고는 한다. 내 의지에 따라 연출을 넘기거나 옵션에서 끌 수도 있지만 매번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로웠기에 나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흠.. 오늘은 폐지나 좀 주워야겠는데?”



레니지에서 말하는 폐지는 일종의 잡다한 재료 아이템을 의미한다.


참고로 이 게임은 과금 유저와 무과금 유저 사이의 스펙 간극이 상당히 큰 편이다. 큰돈을 벌거나 비싼 아이템을 먹으려면 당연하게도 좋은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거나 강력한 보스를 레이드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게임 특성상 소수의 길드들이 사냥터와 보스를 독점하고 있는 행태다. 그래서 나 같은 양민들은 각종 재료 아이템들을 파밍해서 ‘고래’ 유저들한테 판매하는 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대규모 공성전이나 레이드에 참여하느라 바빠서 그런 재료들을 일일이 구하러 다닐 시간이 없다. 그래서 재료 아이템은 언제나 잘 팔렸다.



“아이디 광부123, 패스워드는 *******.”



내가 접속할 캐릭터의 닉네임과 패스워드를 음성으로 입력했다.



[로그인 성공. 레니지에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게임에 접속되자 길드 하우스 입구에서 스폰이 되었다.


내가 속한 길드는 나처럼 쌀먹 유저들이 모여 만들어진 곳이다. 이름은 '새마을'로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은 이름이다.




“길드창.”



반투명한 길드 정보창이 떠오른다. 지금 접속 중인 길드원은 단 한 명뿐이었다.



─ 나: ㅎㅇㅎㅇ요


─ LSH23: gdd


─ 나: 오늘따라 길드에 사람이 없네요? 내일 주간 컨텐츠 초기화 되는 날인데.


─ LSH23: 어라, 그 소식 못 들으셨어요?


─ 나: 무슨 소식이요?



나는 갑자기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 LSH23: 레니지 내년부터 현금 거래 못하게 막는데요. 걸리면 영구 정지 먹인다던데?


─ 나: 예??? 갑자기요??


─ LSH23: 저희 길마 지인이 레니지 본사에서 일하잖아요. 근데 아예 인게임 아이템 거래를 게임사 쪽에서 운영하겠다고 하는 것 같더라구요.


─ 나: 와... 진짜 미쳤네..



게임사에서 대놓고 돈놀이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았다. 애시당초부터 돈에 환장한 회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해 먹겠다고 나올 줄은 몰랐다.



─ LSH23: 그래서 지금 쌀먹하던 사람들도 슬슬 아이템 처분하고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추세에요. 오늘 저도 아이템 팔러 접속한 거고요.


─ 나: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LSH23: 며칠 전부터 떠들썩했는데 모르셨나봐요?


─ 나: 다른 게임 하다 오느라 못 들었어요ㅠㅠ


─ LSH23: 아무튼 저도 빨리 처분하고 배틀월드 온라인으로 넘어가야죠.


─ 나: 아~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캐릭터는 만들어 놓긴 했는데..


─ LSH23: 그래요? 지금 쌀먹하는 사람들 죄다 거기로 몰렸을 거예요. 기회의 땅이라나 뭐라나ㅋㅋ



배틀월드 온라인은 최근에 출시된 게임으로 FPS와 MMORPG가 혼합된 장르의 게임이다. 총이나 장구류를 파밍하고 레벨을 올려 스킬 랭크를 올리는 시스템인데 생각보다 많은 유저가 유입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다.


물론 그래봤자 레니지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본사가 거하게 똥볼을 차버렸으니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확실히 지금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그런지 배틀월드 온라인의 아이템 시세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 LSH23: 암튼 저는 템 처분하러 가볼께요ㅅㄱ


─ 나: 네네. 감사해요~



어쩔 수 없이 나도 쌀먹의 흐름에 편승해야겠다.


가라앉는 배에 남아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



*쌀먹: 인게임 화폐/아이템을 거래를 통해 현금으로 환전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게이머 혹은 그에 준하는 게이머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아이템 팔아서 ‘쌀 사 먹는다.’를 줄여서 ‘쌀먹’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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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정산 24.09.06 17 2 12쪽
15 불량 서클 24.09.05 18 2 12쪽
14 센트럴 시티 24.09.04 18 2 12쪽
13 센트럴 시티 24.09.03 19 2 12쪽
12 센트럴 시티 24.09.02 20 2 13쪽
11 습격 24.09.01 23 2 15쪽
10 히든 퀘스트 24.08.31 31 2 13쪽
9 히든 퀘스트 24.08.30 22 2 13쪽
8 전직 24.08.29 21 2 14쪽
7 부두목 행크 24.08.29 21 2 13쪽
6 메인 퀘스트 24.08.28 31 3 13쪽
5 네리 24.08.27 32 3 13쪽
4 퍼스트 타운 24.08.26 37 3 12쪽
3 퍼스트 타운 24.08.26 45 4 13쪽
2 퍼스트 타운 24.08.24 53 5 13쪽
» 프롤로그 +2 24.08.24 83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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