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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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3r
작품등록일 :
2024.08.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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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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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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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에코 시티로

DUMMY

****





─부우웅...



우리는 산체스의 픽업트럭을 타고 에코 시티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멀쩡히 도로를 타고 가더니 이제는 도로를 벗어나 비포장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윤호야, 이거 괜찮은 걸까?”


“...맞아요. 저 사람 뭔가 수상해요.”



네리와 세나는 운전석의 산체스를 상당히 못미더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참고로 우리는 픽업트럭의 짐칸에 타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목소리가 산체스에게 흘러 들어갈 일은 없었다.



“뭐...내가 봐도 이상한 놈이긴 해.”



그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근데 아까 그 일 기억나?”


“응?”


“어떤 일이요?”



내가 이야기하는 건 우리가 도시의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른 플레이어들이 사라진 현상이었다.



“갑자기 플레이어들이 왜 사라졌을까?”



내 질문에 네리와 세나는 생각에 잠겼다.



“으음...”


“잘 모르겠어요...”



내 생각이 무조건 맞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제법 설득력 있는 가설이 있었다.



“아마도 우리가 검문소를 지나친 순간 시나리오 스테이지 같은 독립적인 공간에 진입한 것 같아.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이지 않은 것도 그것 때문일 거고.”


“그러면...왜 하필 우리야?”



세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닐 수도 있어.”



만약 내 가설이 맞다면 저 산체스라는 녀석은 플레이어들을 에코 시티 인근까지 이동시키기 위한 개발자들의 안배일 것이다.



“진지하게 옆 도시까지 도보로 이동하게 했으면 커뮤니티가 온통 욕으로 도배되었을걸?”


“흠...그것도 그렇네.”


“아하.”



이건 돌발 퀘스트라는 감투를 뒤집어쓴 일종의 필수 이벤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덜컹!


─빠악!



“악!”


“꺅!”



순간 차가 크게 흔들려서 나와 네리가 머리를 부딪쳤다. 세나 역시 깜짝 놀란 눈치였다.



“운전 좀 제대로 해욧!!...”



네리가 버럭 소리치자 픽업트럭의 안쪽으로 보이는 산체스가 미안하다는 듯 한쪽 손을 흔들었다. 휘어진 눈가를 보니 딱히 개의치 않는 눈치였지만 말이다.



“괜찮아?”


“응...”



내 물음에 네리가 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점점 심해지네요...”



세나는 점차 픽업트럭의 흔들림이 심해지는 것을 우려했다. 물론 산체스는 땅이 울퉁불퉁하든 말든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너희는 저런 식으로 운전하는 사람이랑 가까이 지내지 마.”



네리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으응...”



세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네리의 말대로라면 내 주변에 ‘가까이하면 안 될 사람’이 꽤나 있었기 때문이다.



“크흠.”



나는 불편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픽업트럭 바깥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울창한 숲이었다. 지평선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규모가 어마어마했는데 에코 시티를 둘러싼 ‘대수림’이 바로 저곳인 모양이었다.



“음?”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먼지를 풀풀 날리며 빠르게 기동하는 여러 대의 모터사이클이었다. 그것들은 흡사 개미 떼처럼 대수림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뭐야 저것들.”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요?”



네리와 세나도 모터사이클을 발견했는지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냥 지나가려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산체스의 운전이 한층 더 정신없어진 걸 보면 우리는 지금 위기에 빠진 게 맞다.


우리는 곧 벌어질지도 모르는 전투 상황에 대비해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철컥!



나는 보급형 AR-15의 장전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아아,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감각...특급 전사 김윤호로 돌아갈 때다.”


“갑자기 뭐라는 거야?”



내 혼잣말에 네리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와. 이걸 모르네.”



─끼이이익!!



“억!...”


“꺄앗!”



우리가 탑승한 픽업트럭의 머리가 갑작스레 휙 돌아갔다. 뒷좌석 유리를 통해 본 산체스는 이전과 달리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희들 총 있지?! 망설이지 말고 쏴 버려!!



산체스는 창문을 열고 우리에게 소리쳤다.



[경고!]


[무법자들의 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추격하는 무법자들을 처리하십시오.]



그의 외침과 동시에 새로운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바아아앙!...



놈들과의 거리가 상당히 좁혀졌는지 날카로운 모터사이클의 엔진음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제가 먼저 쏠게요.”



세나가 활시위에 화살을 걸고 주욱 잡아당겼다.



─피잉!!



당겨졌던 활시위가 놓자, 얇고 밋밋한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다만 아쉽게도 화살은 놈들의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죄송해요...차가 많이 흔들려서...”



세나는 활을 맞추지 못한 게 상당히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혔다.



“그럴 수 있지. 활인데.”



당연하지만 활은 총 보다 훨씬 맞추기가 어렵다. 특히 지금처럼 흔들리는 차 위에서는 말이다.



“우리도 슬슬 시작하자.”


“응.”



나와 네리 역시 본격적으로 놈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타앙!!


─쿠당탕!...



총탄에 피격당한 무법자와 모터사이클이 3단 공중제비를 돌고 흙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엽기적인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이런 걸로 웃으면 안 되는데.’



누가 보면 사이코인 줄 알 거다.



─타앙!!


─콰지직!!



차가 심하게 덜컹거렸지만 우리는 부지런히 무법자들을 떨쳐냈다. 특히 네리의 활약이 눈부셨는데, 그녀가 사용하는 총이 산탄총인지라 대충 맞추고 쏘면 높은 확률로 적에게 명중했다.



“몇 발 남았어?”


“이제 50발 정도...”



내가 쓰는 소총탄에 비해 산탄총 탄약은 가격이 비쌌기에 네리가 가진 소지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제 산탄총 탄약은 좀 아끼자.”


“응.”



어차피 무법자들의 숫자도 상당히 줄어든 상태였다.



“세나 너는?”


“저는 20발 정도요...”



활의 장점 중 하나는 화살을 회수하여 재사용할 수 있는 건데 지금은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세나도 화살을 아껴야 할 것 같다.



“나는 아직 탄약이 넉넉하니까 무법자들은 내가 맡을게.”


“그래. 부탁할게!”


“윤호 님만 믿을게요!”



나는 기다란 소총을 무법자들을 향해 겨눴다. 이제 놈들의 숫자는 기껏해야 열 남짓이었다.


내가 막 조준을 마치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렸을 때였다.



─부우우웅!!...



우리를 맹렬하게 추격하던 무법자들이 일제히 대수림 쪽으로 모터사이클을 돌렸다.



“뭐야.”



[띠링!]


[무법자들의 습격을 성공적으로 격퇴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짤막하게 알림창이 떠올랐다.



“끝난 건가?”



일단 무법자 놈들을 쫓아내긴 했는데 이대로 끝인 건지는 잘 모르겠다.



─크하핫! 아주 잘했어! 겁을 단단히 줬으니 한동안은 얼씬도 하지 않겠지!



산체스가 차창 밖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진짜 끝나긴 했나 보네.”


“그러게.”



우리는 머지않아 대수림에 진입했다.




***




─끼이익!...덜컥!



픽업트럭이 대수림 한복판에서 멈춰 섰다.



“어이, 다 왔어! 내려!”



산체스가 고개를 빼며 소리쳤다.



“에코 시티까지는 더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여기부터는 에코 시티의 방위권이야. 길을 따라 쭉 가면 돼!”



산체스는 꽤나 야박한 인간이었다.



“크흠. 나는 시티가드 눈에 띄면 안 되는 몸이라...”


“뭐, 그럼 어쩔 수 없죠.”


“아무튼 난 약속을 지켰으니 너희들도 꼭 지키라고?”


“예예.”



산체스는 차를 돌려 우리가 들어왔던 방향으로 다시 빠져나갔다.



“가자. 길을 따라가랬지?”


“응.”


“네.”



우리는 산체스가 이야기했던 대로 비포장 숲길을 따라 쭉 전진했다.



“앞에 표지판이 있어요.”


“오. 그러네?”



세나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식물 넝쿨에 감싸여진 표지판이 보였다.



[에코 시티까지 2km]



“엑...아직 2킬로미터나 남았다고?”



네리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다르게 말하면 2킬로미터밖에 안 남은 거지. 센트럴 시티에서 출발할 때를 생각해 봐.”


“그렇긴 하네.”


“맞는 말이에요.”



내 말에 네리와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산체스가 에코 시티의 방위권이라고 했지?’



에코 시티의 방위권이라는 건 시티가드의 활동 범위라는 말이니 무법자들의 습격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부스럭!...



그러던 중 우리의 뒤쪽에서 수풀을 밟는 소리가 났다.



“들었어?”


“...응”



세나 역시 들었는지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



수풀 소리가 들리자마자 평화롭던 분위기가 일순간 급변했다.



“다들 전투 준...”



─철컥!...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통수에 단단한 쇠 재질의 무언가가 닿았다.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나는 그게 총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윤호야!...”



당황한 네리와 세나가 무기를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부스럭!


─철컥!



이제까지 수풀 더미인 줄 알았던 게 빠르게 움직이더니 그곳에서 기다란 총구가 삐져나와 네리와 세나를 겨눴다.



‘길리슈트?!’



길리슈트는 실제 특수 부대원들이 착용하는 위장복이다.


헝겊 조각이나 잎사귀, 나뭇가지와 같은 주변 자연물들을 덮어 주변 환경에 동화되도록 만들어 엄청난 위장 능력을 자랑한다.



“너흰 뭐 하는 놈들이지?”



우리의 뒤쪽에서 얼굴에 위장크림을 덕지덕지 바른 남성이 걸어왔는데 그 역시 수풀에 뒤덮인 길리슈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나는 장비를 보자마자 그들이 시티가드라는 것을 반쯤 확신했다. 저만한 장비를 착용할 수 있는 건 시티가드 뿐일 거다.



“저희는...”



내가 막 시티가드의 지원 건으로 왔다는 것을 밝히려는 찰나,



─부슉!



위장크림을 바른 남자의 미간에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바닥에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푸슉!!



그리고 우리에 총을 겨누고 있던 길리슈트들도 이어진 총격에 전부 사망했다.



“...”


“...”



갑작스러운 상황에 우리는 모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부스슥...


─사박사박...



곧 초목이 스치는 소리와 수풀을 밟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더니 또 다른 이들이 우리를 둘러쌌다.


그들은 죽어 나간 이들과 다르게 길리슈트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대신 눈만 보이는 위장 무늬 안면 마스크와 정글모를 뒤집어쓰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위장 무늬가 적용된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레인저 2팀장 로건이다. 순찰 임무 중 쥐새끼들을 식별 및 사살했다. 이상.”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무전기에 대고 나지막이 말했다.



“당신들은 누구요?”



무전을 마친 로건이라는 남자는 우리를 보며 물었다. 다행히 적대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센트럴 시티의 시티가드 지원 요청 건으로 왔는데요...”


“아~ 당신들이? 이야, 만나서 반갑소. 나는 레인저 2팀의 로건이오.”



내 이야기를 들은 로건이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비록 눈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호선을 그린 눈매를 보니 웃는 게 확실했다.


우리는 로건과 돌아가며 악수를 나눴다.



“지원 건으로 온 거라면 한시라도 빨리 시티가드 본부로 보내줘야겠군.”



로건이 손짓하자 레인저 대원이 그에게 다가왔다.



“이 사람들을 시티가드 초소까지 안내해드려.”


“옙.”



로건은 우리에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시티가드 초소에 차량이 있소. 아마 지원 건으로 왔다는 것을 이야기하면 자경단 본부까지 태워다 줄 거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로건과 이야기를 마치고 레인저 대원을 따라 시티가드 초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의 책임자에게 시티가드 지원 건으로 왔다고 이야기하자, 로건의 말대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었다.


차량을 타고 이동하니 금방 에코 시티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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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 시티로 24.09.10 13 0 12쪽
18 에코 시티로 24.09.09 14 1 12쪽
17 준비 24.09.08 15 1 12쪽
16 정산 24.09.06 17 2 12쪽
15 불량 서클 24.09.05 19 2 12쪽
14 센트럴 시티 24.09.04 19 2 12쪽
13 센트럴 시티 24.09.03 19 2 12쪽
12 센트럴 시티 24.09.02 20 2 13쪽
11 습격 24.09.01 24 2 15쪽
10 히든 퀘스트 24.08.31 32 2 13쪽
9 히든 퀘스트 24.08.30 23 2 13쪽
8 전직 24.08.29 22 2 14쪽
7 부두목 행크 24.08.29 22 2 13쪽
6 메인 퀘스트 24.08.28 32 3 13쪽
5 네리 24.08.27 33 3 13쪽
4 퍼스트 타운 24.08.26 38 3 12쪽
3 퍼스트 타운 24.08.26 4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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