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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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3r
작품등록일 :
2024.08.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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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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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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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퍼스트 타운

DUMMY

****




나는 인벤토리를 열고 퀘스트 보상으로 지급된 [근접무기 뽑기권(-)]을 선택했다.



─띠링!



[근접무기 뽑기권(-)을 사용 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예를 눌렀다. 그러자 뽑기창이 떠올랐고 마치 슬롯머신처럼 수많은 아이템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금간 야구배트, 녹슨 중식도, 무딘 단검 등등 회색의 이름표를 가진 아이템들이 줄지어 지나가다가 이내 멈춰 섰다.



[축하드립니다! ‘무딘 손도끼’를 획득하셨습니다!]



[무딘 손도끼(100%)]


- 종류: 한손 도끼


- 등급: -


- 옵션


>공격력 +4


- 설명: 날이 무뎌서 둔기로 써도 될 것 같습니다.



무딘 손도끼 역시 회색의 이름표를 가진 아이템이었다. 으레 그렇듯이 게임에서 아이템의 이름 색깔은 곧 등급을 뜻한다.


일단 무(無) 등급(회색)은 지금 내가 뽑은 무딘 손도끼에 해당한다. 커뮤니티에서는 흔히 폐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위로는 일반(흰색) - 고급(초록) - 수작(파랑) - 명품(보라) - 역작(황금) - 세기(빨강) - 유일(은색)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등급이 높을수록 깡 스텟의 수치가 높고, 붙는 부가 옵션의 개수가 늘어나며 옵션의 효과 역시 좋아진다.



“리치가 긴 무기가 좋다고 하긴 했는데...”



어쩌겠나? 다시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뜨는 대로 써야지 뭐.


아무튼 이제 무기도 얻었으니 퍼스트 타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잡다한 퀘스트를 깨야 한다.



“일반 퀘스트를 클리어 하면서 1500크레딧을 모으라고 했었지?”



이제 본격적인 노가다 시간이다.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400크레딧을 획득했습니다!]



“휴...드디어 끝났다.”



온 퍼스트 타운을 떠돌아다니며 퀘스트를 깨고 다녔다. 물론 그 과정에서 1500크레딧을 초과하는 돈을 벌었지만 거의 레벨업 하기 직전이었던지라 퀘스트 하나를 더 완료한 참이었다.



“어디보자...모인 돈은 총 2150크레딧이고 레벨은 9까지 올랐군.”



1500크레딧 짜리 무기를 사고도 650크레딧이 남는 돈이다.



“어차피 남는 돈인데...전당포에서 도박이나 한번 조질까?”



맛이나 한번 보러 가야지.



─딸랑~ 딸랑~



“여~ 다시 왔구나!”



전당포에 들어서자 나를 반겨준 것은 사장인 릭이었다. 나 역시 가볍게 인사를 받은 뒤 그에게 다가갔다.



“그 미감정 상품 도박 좀 하려고 하는데요.”


“그래? 따라와.”



나는 빛나는 릭의 뒤통수를 흘끔거리며 미감정 상품들이 진열된 곳으로 따라갔다.



“근데 이런 시스템을 만드신 이유가 뭔가요? 딱히 큰 돈이 될 것 같진 않은데...”


“매입한 가격 그대로 판매하니까 딱히 손해는 아니야. 그냥 전당포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소소한 이벤트 비스무리한 거지. 무엇보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고.”


“아하.”



하긴 직접 도박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구경은 하러 올 만한 것 같다. 남이 돈을 탕진하는 모습은 재미있으니까.



“자, 마음껏 골라봐. 서비스로 감정사 출장 비용은 1회 공짜로 해주지.”



미감정 상품 진열대에는 무기와 방어구, 악세서리, 그리고 장식품 종류까지 굉장히 다양했다.



“가격은 얼마죠?”


“그건 당연히 물건에 따라 다르지. 일단 골라 봐.”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아이템 정보를 활용하여 미감정 상품의 종류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감정 아이템]


- 종류: 목걸이


- 등급: ?


- 옵션 : ?


- 설명: ??



적어도 장신구 아이템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는 것이다. 상품의 외형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미감정 아이템]


- 종류: 장식품(설치형)


- 등급: ?


- 옵션: ?


- 설명: ??



지금 내가 선택한 아이템은 일본도의 외형을 띤 장검이었는데 무기 종류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장식품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외형이 보인다는 게 어떤 느낌이었냐 하면 상품의 전체적인 실루엣을 제외한 세세한 부분은 마치 검열이 되듯 흐릿하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시스템적으로 막아 놓은 거겠지.’



젤딘이라는 유저가 왜 도박을 하지 말라고 한 건지 이해가 갔다. 하지만 도박이라는 건 원래 이성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낭만이지.



“이건 얼마죠?”



나는 칼을 하나 집어 들었다. 실루엣과 형태로 보면 흔히 마체테라고 불리는 종류의 그것이다.



“그거? 2000크레딧.”


“허...”



예상외로 겁나 비쌌다. 2000크레딧 이라면 지금 내가 가진 돈을 거의 다 써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그 정도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야. 장신구나 장식품 쪽은 아주 환장할걸?



릭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요...”



그 외에도 이것저것 집어서 확인해본 결과 대부분의 무기류는 거의 1500크레딧 부터 시작이었다. 특히 총기류는 최소 4000크레딧 부터 1만 크레딧을 넘는 상품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런 비싼 가격에 탄약 값까지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니...괜히 총을 사지 말라고 한 게 아닌 것 같다.



“흐음...”



나는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릭은 그런 내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손님 응대는 안 해도 되나요?”


“크큭. 콜스가 알아서 하겠지. 어차피 내가 필요하면 찾으러 올 거야.”


“그렇군요.”



남이 도박하는 걸 구경하는 것은 재밌다. 어차피 잃어도 내가 잃는 것이 아니니까.


지금 릭은 내 도박으로 말미암아 ‘책임 없는 쾌락’이나 ‘무료 도파민’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나 역시 레니지에서 지인들이 랜덤 뽑기를 돌리는 모습을 자주 구경했었지만 그게 반대가 되니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크흠! 너무 오래 고민하는 것 같으니 한 가지 좋은 정보를 주지.”


“정보요?”



릭은 마치 굉장한 비밀이라도 말하듯이 주변을 한번 두리번거린 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미감정 상품들은 최소 일반 등급부터 시작이야.”


“오.”



그렇다는 말은 도박이 망하더라도 상점에서 일반 등급 아이템을 구매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거였다. 물론 1500크레딧 짜리 물건을 웃돈 주고 사는 격이긴 했지만, 운 좋게 상위 등급의 장비가 나온다면 엄청난 이득이었다.


거기다가 감정사의 출장 수수료를 1회 무료로 해준다고 하니 딱 한 번 뿐이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결정했습니다.”


“오! 그래? 가져와 봐.”



나는 진열대의 중간쯤에 위치한 물건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건 2150크레딧 짜리로군. 정말 이걸로 할 거야?”


“네. 감정사를 불러 주시죠.”


“그러지.”



정확히 내 전재산에 해당하는 금액이지만 그냥 비싼 일반 아이템 하나를 구매한다는 생각으로 질러본 것이었다.


이래 봬도 운은 제법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레니지를 할 때 운 좋게 먹은 아이템들로 사 먹은 치킨 뼈를 전부 합쳐 보면 거의 공룡 한 마리 정도는 나올 거다. 내가 쌀먹의 길로 전향하게 된 결정적 계기이기도 했고 말이다.


릭은 감정사에게 연락하는지 전당포 내에 비치된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다.



“감정사는 금방 올 테니 카운터에 가서 차라도 한잔 하지.”


“넵.”



나는 릭을 따라서 카운터 쪽으로 이동했다. 이 전당포의 유일한 직원인 콜스는 한산한 매장의 구석에서 꾸벅 거리며 졸고 있었다.



“어이!! 콜스! 정신 차리고 커피나 타와!”


“헉!..”



릭의 불호령에 졸음이 싹 달아난 콜스는 선반에 올려져 있던 커피 포트를 집어 들고 직원 휴게실로 들어갔다.



“에휴...저 자식은 도대체 언제까지 여기서 죽치고 있으려는 건지 원...”


“콜스를 말하는 건가요?”



내 말에 릭은 반짝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 한 가지 말해주자면 저놈은 사실 거대 군수 기업의 임원 출신이야.”


“...?”



그 말은 대기업의 간부급이었다는 건데. 일단 생긴 건 둘째 치고, 거대 군수 기업 임원 출신이라는 사람이 왜 이런 촌동네 전당포에서 죽치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콜스에게 뭔가 사연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런 것에는 보통...



[히든 퀘스트의 실마리를 발견하셨습니다!]



히든 피스가 숨겨져 있는 법이다.



“원래 녀석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기도 하고...일단 내 직원으로 들어왔으니 부려 먹고 있긴 하지만 언젠가 떠날 놈이라는 건 확실하지.”


“...혹시 그 이야기를 좀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띠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더 이상 진행하실 수 없습니다!]



“미안하지만 나도 자세한 사정은 잘 몰라. 아마 콜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나을 거야. 물론 녀석이 그리 쉽게 입을 열진 않겠지만 말이야.”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흐음...최소한 [직업]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쪽 동네에서 명성을 좀 쌓다 보면 콜스가 네게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겠지.”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전직을 해야 한다는 것일 테고, 명성을 쌓으라는 건 퀘스트를 더 밀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얼추 맞는 것도 같다.



─딸랑~ 딸랑~



그렇게 나와 릭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전당포 입구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 왔군.”


“릭, 오랜만입니다.”


“하하! 루카스, 그동안 잘 지냈어?”



루카스라고 불린 인물은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라틴계 남성이었는데 왼 손목에는 은빛의 고급 시계를 차고 있었고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검은 와이셔츠 아래로 온갖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 또한 거칠어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동그란 금테 안경을 껴 제법 지적인 이미지도 풍겼다.


그는 한 손에 작은 손가방을 든 채 릭과 악수를 나눴다.


솔직하게 감정사라는 직업에 부합할 만한 외모는 아니었다. 불법적인 장물을 팔아 재끼는 브로커라면 몰라도.



“어떤 물건을 봐 드리면 되겠습니까?”


“이겁니다.”



나는 내가 선택했던 물건을 감정사 루카스에게 내밀었다.



“흐음...”



루카스는 지긋이 물건을 바라보다가 손가방에서 돋보기 형태의 도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감정이 끝났습니다.”


“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감정이 끝난 물건을 집어 들었다.



[병장의 피묻은 야전삽(56%)]


- 종류: 한손 둔기


- 등급: 수작


- 옵션


>공격력 +15


>쪼인트 가격 : 하체 공격시 추가 데미지+4


- 설명: 후임병을 심하게 갈구기로 유명한 어느 병장의 유품. 야전삽의 날 부분에 총알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대박이었다. 파랑템의 시세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2150크레딧 이상일 거라는 것은 확실했다.



“여~ 축하해! 대박이 떴는 걸?”


“수작 등급의 상품이라면 시가로 최소 8000크레딧 이상입니다. 붙은 옵션이 괜찮다면 1만 골드도 넘게 받을 수 있을 거고요.”



감정사 루카스의 말대로라면 난 지금 거의 4~5배의 이득을 본 것이다. 물론 이 물건을 당장 팔 생각은 없다. 일단은 내가 써야 했으니 말이다.


만약 차후에 더 좋은 장비를 얻게 된다면 그때 처분하면 되겠지.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


“내구도가 많이 깎여 있으니 수리라도 맡겨놔.”



─끼익...



그때 콜스가 종이컵에 커피를 타왔다. 근데 세 잔 밖에 없었다.


사람이 네 명이라 자연스럽게 한 명은 못 마신다. 내가 빠지는 편이 가장 그림이 좋겠지?



“아무튼 오늘 감사했습니다. 여기 2150크레딧이요.”



나는 보유 중인 모든 크레딧을 꺼내 릭에게 건넸다. 크레딧을 인벤토리에서 직접 꺼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돈다발 형식으로 구현되어 있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다음에 또 놀러 와.”



뒤쪽에서 릭이 콜스 타박하는 소리가 얼핏 들려왔다.


전당포에서 콜스의 입지는 그리 좋지 않은 듯했다. 뭐 릭의 말대로라면 갑작스레 굴러 들어온 돌이니 그럴 만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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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에코 시티로 24.09.09 1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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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정산 24.09.06 17 2 12쪽
15 불량 서클 24.09.05 18 2 12쪽
14 센트럴 시티 24.09.04 18 2 12쪽
13 센트럴 시티 24.09.03 19 2 12쪽
12 센트럴 시티 24.09.02 20 2 13쪽
11 습격 24.09.01 23 2 15쪽
10 히든 퀘스트 24.08.31 31 2 13쪽
9 히든 퀘스트 24.08.30 22 2 13쪽
8 전직 24.08.29 22 2 14쪽
7 부두목 행크 24.08.29 22 2 13쪽
6 메인 퀘스트 24.08.28 32 3 13쪽
5 네리 24.08.27 33 3 13쪽
» 퍼스트 타운 24.08.26 38 3 12쪽
3 퍼스트 타운 24.08.26 45 4 13쪽
2 퍼스트 타운 24.08.24 53 5 13쪽
1 프롤로그 +2 24.08.24 83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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