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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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3r
작품등록일 :
2024.08.24 13:54
최근연재일 :
2024.09.1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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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460

작성
24.09.0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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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산

DUMMY

****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놈들을 조금 얕봤다.


아무리 제깟 녀석들이 난다 긴다 해도 불량 ‘학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창고 내부에 들어와 보니 내 생각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깨달았다.



“아니 이게...”


“미쳤는데?”



너저분하고 온갖 잡동사니들이 쌓여있을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제대로 조명도 달려 있었고 마치 클럽이나 유흥주점과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이건 절대 애들 작품이 아니다. 아마 제대로 된 인테리어 기술자를 부른 거겠지.



‘근데 저놈들이 무슨 수로?’



이만한 크기의 창고에 배선 작업과 인테리어 작업을 하려면 절대 한두 푼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삥을 뜯어서 마련하지는 않았을 테고...마약을 판 돈인가?’



퀘스트에는 놈들이 약에도 손을 댔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일단 우두머리 녀석의 방부터 찾아보자.”



장부같이 중요한 물건을 아무 곳에나 처박아 두진 않았을 거다. 그리고 그런 걸 관리하는 건 보통 윗대가리가 하는 일이니, 놈의 방을 뒤져본다면 뭐라도 건질 수 있겠지.


우리는 각자 흩어져서 우두머리의 방으로 추정되는 공간을 찾아 나섰다.



“다들 이쪽으로 와봐!”



네리가 무언가를 찾았는지 나와 세나를 불렀다.



“찾았어?”


“응!”



그녀의 앞에는 ‘캡틴’이라는 팻말이 붙은 문 하나가 떡 하니 있었다.



“대놓고 있었네.”


“그러게요...”



지나다니면서 저걸 못 보다니 부끄럽군.



“들어가자.”



우리는 문을 열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호오...여기도 제법 잘 꾸며놨네?”


“나 참. 어디서 본 건 많아가지고...”



방 안쪽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범죄 조직의 보스가 쓰는 사무실을 그럴듯하게 흉내 낸 모양새였다.


방의 가운데에는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푹신한 의자들이 빙 둘러 있었고, 뒤쪽의 우두머리 전용 책상에는 위스키 한 병과 글라스 잔이 놓여 있었다.



‘어린놈이 감히 술을? 이건 압수야.’



[알렌워커 블루라벨]


-종류: 위스키


-용량: 750ml


-설명: 알렌워커 사의 최상급 위스키입니다.(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오호.”



술병을 집어 들자 정보가 떠올랐는데 다행히 챙길 수 있는 종류의 아이템인 모양이었다.



‘설마 이것도 절도로 처리되려나?’



일전에 퍼스트 타운의 철물점에서 손도끼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려 했을 때 경고문구가 떠오른 적이 있었다.


나는 혹시나 싶어 인벤토리에 위스키를 집어 넣어봤다.



‘어라? 안 뜨는데?’



놀랍게도 위스키는 아무런 경고 메시지 없이 내 인벤토리로 이동되었다.



‘일종의 전리품처럼 판정인 건가?’



만약 그렇다면 퀘스트의 보상뿐만 아니라, 전리품으로 부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개꿀인데?’



─콰직!!



내가 전리품에 정신 팔고 있을 때 뒤쪽에서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났다.



“뭐야? 무슨 일이야?”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골프채를 든 세나가 보였다.



“금고가 있어서요.”


“금고?”



그녀의 발밑에는 찌그러진 금고가 널브러져 있었다.



“서...설마 부수려고 한 거야!?”


“...응.”



경악한 네리의 질문에 세나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경우에 따라선 그런 식으로 열기도 하는데. 이번만큼은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


“네에...”



내가 천천히 세나를 진정시켰고 그녀는 골프채를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후...방심하면 안 되겠군.’



세나의 급발진을 막으려면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장부는 금고 안에 있는 거겠지?”


“거기 말고는 짐작 가는 곳이 없긴 해.”



문제는 금고의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아내느냐였다.



“...가서 물어보고 올까?”


“흐음. 순순히 말해줄 것 같진 않은데.”



웬만하면 방안에 단서가 있을 것이다. 개발자는 퀘스트의 동선을 설계할 때 플레이어가 번거로운 방법을 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악의적으로 꼬아놓는 경우도 있지만...’



배틀월드가 그럴 거라 생각되진 않는다.



“다시 한번 뒤져보자. 분명 단서가 있을 거야.”


“응.”


“알겠어요.”



우리는 방을 다시 한번 뒤졌고, 머지않아 숫자가 적힌 메모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메모지는 내가 위스키를 챙겼던 책상 위에서 발견되었다.



‘젠장. 전리품에 정신 팔려서...’



내가 마음속으로 자책하고 있을 때 네리와 세나는 금고를 열기 시작했다.



“71-63-04-82.”


“오케이. 잠깐만.”



─드르륵...드르륵...



네리는 세나가 번호를 불러주는 대로 금고의 다이얼을 돌렸다.



─찰칵!



이윽고 금고의 문이 활짝 열렸다.



“찾았다! 장부!”



네리가 장부를 하늘로 치켜올리며 소리쳤다.



“좋았어!”



─띠링!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시티가드 공헌도 400(+140)을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경험치가 80퍼센트를 웃돌았기 때문인지 바로 레벨업을 할 수 있었다.



“공헌도는...”



이번 퀘스트로 총 540의 공헌도를 획득했다. 목표치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생각보다 금방 모으겠는데?”


“그러게.”



물론 퀘스트마다 주어지는 공헌도의 양이 다르겠지만 그것까지 고려해서 3~4개 사이에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다음 퀘스트 클리어하러 가자! 오늘 안으로 20레벨 찍어야지!”


“가자!”




***




우리는 가까운 위치에 있는 퀘스트부터 순차적으로 클리어해 나갔다. 그 결과 네리와 세나는 20레벨을 달성했고 나는 아쉽게 19레벨에서 멈춰 섰다.



“저...”



세나가 할 말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슬슬 밖에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시스템창을 통해 현실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네.’



내가 오전 8시에 접속했으니까 벌써 현실 시간으로 7시간이 지났다는 말이 된다.



“혹시 이따 다시 들어올 거야?”



네리가 세나에게 재접속 여부를 물었다.



“아니...일이 있어서 오늘은 더 못할 것 같아. 그래도 내일 오전에는 다시 접속할 수 있어.”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세나는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맘대로 나가서 죄송해요.”


“아냐, 게임보단 현생이 더 중요하지. 나는 그동안 20레벨이나 찍어 두지 뭐.”



세나가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 내일 오전에 보는 걸로 하자.”


“네...”



세나는 꾸벅 인사를 한 뒤 접속을 해제했다.



“너는 어쩌게?”


“음...나도 좀 쉬다 올까? 슬슬 점심도 먹어야 하고.”


“그렇긴 해.”



오후 3시면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도 한참 지났을 타이밍이다. 아마 나도 접속을 해제하는 순간 격렬한 허기가 밀려오지 않을까.



“난 이따 밤 8시쯤에 다시 들어올게.”


“알았어.”



네리 역시 접속을 종료하고 나 혼자 남겨졌다.



“후...”



나는 주위를 한번 둘러봤다.



“여기가 상업 지구.”



센트럴 시티의 상업 지구는 대도시의 번화가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다. 복합 상가 건물이나 각종 유흥 시설이 들어서 있었고 그만큼 많은 플레이어와 NPC들이 오갔다.


하지만 내 관심사는 상점가나 유흥 시설이 아니었다.



“경매장!!...”



경매장 건물은 상업 지구의 랜드마크와 같은 건물이었기 때문에 위치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크흐흐...’



검색해본 바에 따르면 ‘행크의 합금 대방패’는 무려 1만5천 크레딧, 즉 현금으로 15만원에 달하는 아이템이었다.


나는 벌써 입에 침이 가득 고이는 게 느껴졌다.



‘돈 벌러 가즈아~’



나는 점심밥도, 레벨업도 미뤄 놓은 채 경매장으로 향했다.




***




“후아...”



노란 머리칼의 여성이 머리에 씌어 있던 헤드기어를 벗었다. 그러자 목덜미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가 찰랑거렸다.



─꼬르륵...



“배고파...”



강력하게 밀려오는 허기에 여성은 침대에 누운 상태 그대로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배달 어플을 실행했다.



“아...식단.”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흥. 이놈의 식단은 해도 해도 끝이 없어.”



원래는 활동이 없을 때라 굳이 식단을 관리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갑작스레 잡힌 스케쥴 때문에 무리한 식단 관리에 들어가야 했다.



─우웅...



“음?”



내려놓은 스마트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한다. 화면에는 ‘매니저 언니’라는 문구가 떠올라 있었다.



─혜리야. 집이니?”


“네, 언니.”



전화를 받자마자 위치부터 확인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혜리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전에 말했던 콘서트 스케쥴 기억나지?


“네.”



이후 비즈니스와 관련된 이야기가 오갔고 혜리의 목소리에서는 점점 감정이 사라졌다.



─그때까지 준비 잘하고. 식단은 잘 하고 있지?


“네...”


─알아서 잘 할 거라 믿지만 그래도 조만간 확인 차 한번 들를게.



이윽고 통화는 끊어졌다.



“...”



입을 삐죽 내민 혜리는 주방으로 가 냉장고에 있는 식사 대용 드링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빨대를 꽂아 쭈욱 들이켰다.



“아아아무 맛도 안나아아...”



빈 드링크 병을 대충 처리한 그녀는 거실의 소파에 눕듯이 앉았다.



─우웅...



“아 또 뭐야...”



혜리는 신경질 섞인 말을 내뱉으며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세나: 오늘 재밌었어...^^]



“아! 세나였구나!”



그제서야 혜리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녀는 스마트폰의 자판을 두드리며 세나에게 답장을 날렸다.



[나: 재밌었다니 다행이네! 내일 또 같이하자!]



─우웅...



[세나: 응!...]



세나의 답장을 확인한 혜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완전히 몸을 뉘었다.



“...한동안 마음고생 많이 했을 텐데. 진짜 다행이야.”



동시에 혜리는 어제 새로 만난 게임 친구, 윤호를 떠올렸다. 그러자 본인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보다 오빠일려나?”



말하는 걸 들어보면 군대에 다녀온 것 같던데, 보통 전역하는 나이가 22살에서 23살 정도인 걸 감안하면 그녀와 동갑이거나 연상일 가능성이 컸다.


새삼 그녀가 말을 너무 섣불리 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흥...뭐 어때. 게임인데!...”



그리고 윤호도 그리 기분 나빠하지 않는 것 같았으니까 괜찮은 거겠지.



‘세나도 윤호가 싫은 것 같진 않던데.’



사실 세나는 상당히 낯을 가리는 편이다.


솔직히 오늘 세나와 윤호가 처음 만날 때만 해도 조마조마했었는데 둘이 생각보다 빨리 가까워진 것 같아서 적잖이 놀랐다.



‘좋은 사람 같아.’



혜리는 그리 생각하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역시 비싼 소파라 그런지 잠이 솔솔 온다.




***




“놀랍군.”



나는 조금 전 발생한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



“현금 15만원짜리 아이템이...단 5초 만에 팔려나간다고?”



거래가 엄청 활발한 레니지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15만원 짜리 아이템이면 몇 시간은 기다려야 팔리는데 말이다.



“4만5천 크레딧...”



현재 내가 보유한 크레딧이었다.


비록 저기서 2만 크레딧은 네리에게 다시 돌려줘야 하는 돈이었지만, 그걸 제외라더라도 2만5천 크레딧이라는 거금이 남는다.



‘25만원.’



이틀 만에 들어온 돈이다.



“진짜 미친 게임.”



나는 감탄사를 내질렀다.



[경고!]


[게임에 접속한 지 8시간이 경과 되었습니다!]


[지나친 게임 이용은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아.”



이제 나도 슬슬 꺼야겠다.



“저녁때 다시 보자고. 이쁜이.”



나는 센트럴 시티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린 뒤 접속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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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에코 시티로 24.09.09 14 1 12쪽
17 준비 24.09.08 15 1 12쪽
» 정산 24.09.06 18 2 12쪽
15 불량 서클 24.09.05 19 2 12쪽
14 센트럴 시티 24.09.04 19 2 12쪽
13 센트럴 시티 24.09.03 19 2 12쪽
12 센트럴 시티 24.09.02 21 2 13쪽
11 습격 24.09.01 24 2 15쪽
10 히든 퀘스트 24.08.31 32 2 13쪽
9 히든 퀘스트 24.08.30 23 2 13쪽
8 전직 24.08.29 22 2 14쪽
7 부두목 행크 24.08.29 22 2 13쪽
6 메인 퀘스트 24.08.28 32 3 13쪽
5 네리 24.08.27 33 3 13쪽
4 퍼스트 타운 24.08.26 38 3 12쪽
3 퍼스트 타운 24.08.26 46 4 13쪽
2 퍼스트 타운 24.08.24 54 5 13쪽
1 프롤로그 +2 24.08.24 83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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