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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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3r
작품등록일 :
2024.08.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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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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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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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퍼스트 타운

DUMMY

****




“아오, 정신 나가겠네.”



아무래도 아이템을 처분하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게임사의 급발진으로 쌀먹 유저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엄청난 물량의 아이템들이 시장에 풀려 버렸고, 그것 때문에 레니지의 경제가 IMF를 쳐맞은 것 마냥 휘청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흐음...”



그나마 재료 아이템들은 소모품이라 금방 금방 물량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사재기 해뒀던 장비와 외형 아이템들이었다. 이것들은 잘 팔리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모아뒀던 재료들이 많아서 당분간 쓸 수 있는 자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물론 이 자금을 당장 내 유흥비로 썼다간 ‘사업 준비 자금’에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써야 하는 돈이었다.


최근에 오픈한 신작 ‘배틀월드 온라인’을 플레이 하며 얼마 만큼의 투자금이 필요할지 견적을 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배틀월드 온라인 실행.”



배틀월드 온라인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게 뭘 하는 게임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놈은 떡잎부터 달랐다.


배틀월드는 레니지와 다르게 테스트 당시부터 상당한 호평을 들은 게임이었다. 커다란 땅덩어리 안에 다양한 도시들과 마을들이 존재하고 각 구역을 대표하는 무법자 세력과 중앙 정부의 병력들이 대립하는 세계.


그 세계 안에서 높은 수준의 지능을 가진 NPC들과 협력을 하기도, 대립을 하기도 하며 각자의 세력을 키워가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배틀 월드에는 구역 시스템이 존재한다. 구역 시스템은 클랜(길드) 단위 컨텐츠로, 주인 없는 구역을 점령하거나 타 클랜이 점유 중인 땅을 공격해 빼앗을 수도 있다고 한다.


마치 레니지의 공성전이나 영지전과 비슷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레니지가 공성전으로 꿀을 빠니까 어느 정도 의식한 것일 수도 있겠지.


아무튼 몇 가지 독창적인 요소들과 요새 잘된다는 것들은 죄다 꼬라박은 ‘김피탕’ 같은 놈이라고 보면 될 거다.



“오.”



게임이 실행되자 제작사인 WMC(Well Made Company)의 로고가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배틀월드의 본격적인 영상 트레일러가 재생되었다.


눈이 내린 설원 지역 위로 복잡하게 구축된 참호와 초소에서 총을 갈겨대는 사람들과 그곳을 점령하기 위해 달려 나가는 통일된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거 뭔가 느낌이 레니지 트레일러 같은데? 스킵.”



설마 트레일러에서 레니지의 익숙한 냄새를 맡게 될 줄은 몰랐다. 더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나는 곧바로 영상을 넘겨버렸다.



“시간만 날렸네. 요새 게임들은 죄다 레니지를 못 따라 해서 안달이군.”



미친 게임.


트레일러가 끝나고 서버를 선택하는 창이 등장했다. 그곳에는 동북아 3국의 서버가 따로 있었고 그 다음은 아시아, 유럽(EU), 북미(NA) 등 여러 개의 서버 목록이 떠 있었다.



“당연히 한국 서버지.”



놀랍게도 이 게임은 전 세계에서 동시 서비스 되고 있는 게임이었다. 원한다면 해외 서버에서 플레이를 할 수도 있지만 당연하게도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


뭐 나중에 자동 통역이 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단일서버로 통합한다는 썰도 있긴 한데 내가 살아있는 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근거는 오래전 바벨탑이 지어지다가 개쳐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무튼 서버를 선택하자 저 앞에서 어떤 남성이 무표정으로 파워 워킹을 하며 내게 다가왔다.



─뚝.



나와 세 걸음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 선다.



“새끼, 누굴 닮아서 이렇게 잘생겼나 모르겠군.”



이 남성은 내가 게임 속에서 플레이하게 될 아바타였다.


기본 베이스는 내 외형을 본따서 만들어졌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몇 가지를 더 꾸몄을 뿐이다.


헤어 스타일이나 키, 체형 같은 것들 말이다.


튜토리얼은 이미 끝내 놓은 캐릭터이니만큼 바로 게임을 즐기면 될 것이다.



“오우~! [z윤호] 우리의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나는 어디 진부한 소년만화에서 나올 법한 말을 지껄이며 아바타에 손을 올렸다.



[z윤호 캐릭터가 선택되었습니다. 배틀월드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게임이 시작되자 아바타에게 빨려들어 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시야가 새하얘졌다.




***




번쩍!


눈을 뜨자 나는 한산한 역의 플랫폼에 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다양한 복장의 NPC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태창.”



--------------------------------------

['z윤호' 의 정보]


- 레벨: 5


- 직업: 없음


- HP: 105/105 AP: 0 SP:105/105


- 능력치


>힘: 5 >체력: 5


>민첩: 5 >지능: 5


-잔여 포인트: 5

----------------------------------------



“처참 하구만.”



현재의 나는 튜토리얼만 끝마친 뉴비중의 상뉴비였다.



“장비.”



------------------------------------------

[착용 장비]


- 무기: 없음


- 방어구


>머리: 없음


>상의: 보급형 군복 상의


>하의: 보급형 군복 하의


>신발: 보급형 전투화


-악세서리


>없음

------------------------------------------



장비는 전부 초심자 세트에 심지어 무기도 없었다.



“보통 이럴 땐 당황하지 말고 퀘스트 창을 보면 되지.”



막 튜토리얼을 끝낸 뉴비들이 뭘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이드 시스템이나 퀘스트 같은 게 존재한다.


뭐, 퀘스트는 단순히 가이드라는 역할에 국한된 시스템은 아니지만 말이다.



“퀘스트창.”



퀘스트창을 열어 보았지만 의외로 텅 비어있었다.



“흠... 일단 역 밖으로 나가볼까?”



나는 NPC들이 바글거리는 기차 플랫폼을 벗어나 역사 건물 내부로 향했다.



“호오...”


그러자 나와 같은 유저로 보이는 인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멍청하게 두리번거리는 꼴을 보니 초보 유저들이 분명했다.



“킥...”



나 역시 저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였으나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온 아이들처럼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냥 뉴비 수준이 아니라 가상현실 게임 자체를 처음 접하는 모양인데.’



가상현실 게임이 인기가 많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보급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통계로는 한 70퍼센트 정도일까?


옛날 PC의 보급률이 거의 90~100퍼센트에 달했던 걸 생각하면 인기와 화제성에 비해 낮은 수치였다. 물론 지금은 기기의 가격이 많이 낮아져서 보급률이 급격히 오르는 추세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마 저들은 가상현실 기기를 마련하고 첫 번째 게임을 배틀월드로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됐고, 일단 역부터 좀 벗어나야겠군.”



현재 내가 있는 곳은 퍼스트 타운이라는 곳으로 ‘푸켓몬’의 태초 마을과 같은 곳이다. 지금의 나는 무기도 뭣도 없었기 때문에 일단 오박사(?)를 찾아보도록 하자.


본격적으로 역 건물의 안쪽에 들어서자 곳곳에 방탄복을 착용하고 총을 든 NPC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복장이 통일성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정규군은 아닌 듯했고, 퍼스트 타운의 자경단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여기가 뭐라고 이렇게 삼엄하게 지키고 있지?”



역 건물을 이렇게 삼엄하게 지킬 이유가 뭔지 생각해보았지만 당장은 떠오르는 건 없었다. 곧 그들에게 관심을 끄고 역의 출구를 향해 이동했다.



─띠링!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 창을 열어보십시오.]



“음. 뭔가 뜨긴 뜨네.”




[진행중 퀘스트]


- 퍼스트 타운에 온 것을 환영하네, 낯선 이여.




딱 하나뿐인 퀘스트. 나는 손을 움직여 퀘스트 창을 터치했다.




[퍼스트 타운에 온 것을 환영하네, 낯선 이여.(진행중)]


- 퍼스트 타운에 막 도착한 당신은 신원을 증명할 어떠한 증명서도 없다. 하지만 도시나 마을에 출입하려면 당신의 신원을 증명할 수단이 필요하다. 역 내부의 가이드 데스크를 찾아가 신분증을 발급받도록 하자.


- 보상 : 신분증, 경험치




“신분증이라...클래식 하군.”



나는 그 신분증이라는 것을 발급받기 위해 가이드 데스크를 찾기로 했다. 이 역 건물의 구조는 잘 모르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면 절대 길을 잃을 일은 없다.



“다른 유저들을 따라가면 되는 거지.”



나는 가만히 서서 다른 유저들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 빤히 지켜봤다. 중간에 자경단 NPC와 눈이 마주쳐 무언의 신경전이 벌어지는 헤프닝이 있긴 했지만 내가 시선을 피함으로써 무난하게 해결되었다.


일단 다들 출구 쪽으로 빠지는 거 보니 방향은 맞는 것 같다.



“일단 가보자고.”



나는 유저들의 대열에 적당히 따라붙어 함께 이동했다.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가이드 데스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많은 유저들이 몰릴 것을 예상했는지 가이드 데스크에는 사람이 아닌 무인 발권기가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다.



“괜히 줄 세워서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낫지.”



물론 무인 발권기도 사람이 몰리면 대기열이 생겨버리긴 하겠지만 발권 과정 자체는 상당히 짧아서 크게 문제는 없을 듯했다.


어느덧 내 차례가 되었다. 발권기 앞에 서자 발권기에 부착된 센서가 내 신체 정보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곧 발권기에 나의 레벨과 계정 식별번호가 떠올랐고 터치스크린 하단에 발권 버튼이 활성화되었다.



─꾸욱.



─위이이잉... 툭.



발권 버튼을 누르자 마치 현금 인출기에서 돈을 뽑을 때처럼 기계음이 흘러나왔고 곧 하단의 배출구로 신분증이 떨어져 내렸다.



“욧시.”



나는 발급된 신분증을 집었다.



─띠링!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좋군.”



원래라면 레벨업 이후 능력치 포인트를 찍어야 했지만 당장은 그것을 미루기로 했다. RPG게임 특성상 능력치는 잘못 찍으면 진짜 좆되는 수가 있기 때문에 모을 만큼 모으다가 전직을 할때 쯤 분배하는 것이 국룰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신분증을 발급받은 나는 역 건물의 출구로 향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퍼스트 타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었다.



“동네가 좀 허접하네.”



게임의 시대적 배경 자체는 현대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건물 양식이나 NPC들의 복장은 현대식이었다.


다만 이 퍼스트 타운이라는 곳이 촌동네라는 설정 때문인지 마치 미국의 한산한 마을 같은 풍경이었다.



"맵 오픈."



일단 퍼스트 타운의 지도를 보기 위해 맵을 켰다. 넓은 세계 지도 가운데에 깜빡이는 원 하나가 보였는데 그건 내 현재 위치를 표시해주는 지표 같은 것이다.


나는 집게손가락을 이용해 마치 스마트폰에서 줌을 당기듯 맵을 확대했다.



"다행히 퍼스트 타운은 맵이 열려있네."



참고로 퍼스트 타운을 제외한 다른 곳은 모두 하얀 백지로 나와 있었다. 아마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라 당장은 알 수 없게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직접 가서 밝혀야 하는 건가? 그건 너무 불편한데.”



어떤 게임은 맵을 구매해서 읽으면 해당 지역을 월드맵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있었는데 과연 여기에도 그런 기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중심가로 가봐야지.”



내가 처음 눈을 떴던 퍼스트 타운 역은 동네의 외곽 쪽에 위치해 있었다. 물론 마을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중심가까지는 조금만 걸어가면 될 듯했다.


중심가로 이동하는 동안 유저로 보이는 이들이 자주 보였는데 대부분 쇠 파이프나 야구 배트 등을 들고 다니며 NPC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총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네.”



그렇다. 현재 거리를 돌아다니는 유저들 중 총기류를 소지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직 마을을 순찰 중인 자경단 NPC들만이 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아직 유저들에게 총이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퍼스트 타운에서는 말이지.”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퍼스트 타운의 중심가에 도착했다. 중심가라고는 하지만 마을 규모가 작다 보니 그저 그랬다.


총포상, 철물점같이 무기를 판매하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음식점과 카페, 그리고 식료품점이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거라면 ‘전당포’가 있다는 것이다.



“다큐에서 보던 빡빡이 아저씨가 운영할 것 같은 같이 생겼군.”



나는 잠시 전당포에 들러 구경을 좀 하기로 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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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준비 24.09.08 15 1 12쪽
16 정산 24.09.06 17 2 12쪽
15 불량 서클 24.09.05 19 2 12쪽
14 센트럴 시티 24.09.04 19 2 12쪽
13 센트럴 시티 24.09.03 19 2 12쪽
12 센트럴 시티 24.09.02 20 2 13쪽
11 습격 24.09.01 24 2 15쪽
10 히든 퀘스트 24.08.31 31 2 13쪽
9 히든 퀘스트 24.08.30 22 2 13쪽
8 전직 24.08.29 22 2 14쪽
7 부두목 행크 24.08.29 22 2 13쪽
6 메인 퀘스트 24.08.28 32 3 13쪽
5 네리 24.08.27 33 3 13쪽
4 퍼스트 타운 24.08.26 38 3 12쪽
3 퍼스트 타운 24.08.26 45 4 13쪽
» 퍼스트 타운 24.08.24 54 5 13쪽
1 프롤로그 +2 24.08.24 83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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