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 플레이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게임

Arch3r
작품등록일 :
2024.08.24 13:54
최근연재일 :
2024.09.14 19:11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70
추천수 :
46
글자수 :
125,460

작성
24.09.11 22:21
조회
9
추천
0
글자
12쪽

무법자 소탕 작전

DUMMY

****





에코 시티의 첫인상은 말 그대로 자연과 하나 된 도시였다.


도시에 세워진 빌딩이나 건물들은 식물 넝쿨이 뻗어 올라가 마치 커다란 나무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도로의 양옆에는 많은 숫자의 가로수를 심어 놓았다.



‘모기 겁나 많겠네.’



만약 여기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면 수많은 벌레들로 인해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흠흠. 공기가 엄청 맑은걸?”



네리가 에코 시티의 공기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우리가 탑승한 시티가드 차량은 천장이 뚫려있었기 때문에 도시의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공기만큼은 청량하기 그지없었다.



“세나, 그러다 입에 벌레 들어간다.”


“하압...”



세나는 내 장난 섞인 말에 벌리고 있던 입을 얼른 틀어막았다.


시티가드 차량은 에코 시티의 외곽 도로를 따라 쭉 나아갔다. 아마도 시티가드 본부가 도시의 외곽에 있는 듯했는데, 기회가 되면 도심지 쪽도 한번 둘러봐야겠다.



─끼익...



“도착했습니다.”



마침내 에코 시티의 시티가드 본부에 도착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차량을 운전하던 시티가드 대원은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다시 차량을 타고 자리를 떠났다.



“들어가자.”



우리는 시티가드 본부의 정문을 통과해 안쪽으로 들어갔다. 마찬가지로 입구에 검문소가 있었지만 우리는 엄연히 업무(?) 목적으로 온 것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 없이 출입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규모가 작긴 하네.”


“그러게.”



네리와 세나가 주변을 둘러보며 이야기했다.


뭐, 당연하지만 센트럴 시티의 시티가드 본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단순히 봐도 규모 면에서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으니까.



‘뭐,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긴 하지. 제 역할만 하면 되는데.’



특히 모든 도시를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큰 센트럴 시티의 시티가드이니 그 비교는 더욱 의미가 없었다.


우리는 그대로 시티가드 본부 건물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시티가드 대원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지원 건으로 오신 분들이군요. 지휘 통제실로 가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우리는 시티가드 대원을 지나친 뒤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며 지휘 통제실을 찾아 헤맸다.



“아! 저쪽에 있다!”



네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지휘 통제실’이라는 글자가 적힌 팻말이 붙어 있었고 그 옆에는 큼지막한 문 하나가 있었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웅성웅성...



“...내가 생각했던 거랑 분위기가 조금 다른데.”



지휘 통제실의 안쪽은 예상외로 소란스러웠다.


서류를 들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시티가드 대원들이나 둥근 탁상 위에 둘러앉아 토론하는 시티가드의 지휘관들, 그리고 복잡한 무전기기들 앞에서 무전을 받는 무전병까지.


과장 조금 보태서 시장 바닥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 일례로 지휘관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느라 우리가 지휘 통제실에 들어왔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흐음...”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보라색 느낌표가 떠 있는 NPC를 찾아 나섰다. 밖에서 만났던 시티가드 대원이 지휘 통제실로 가라고 했으니 아마 이곳에 있을 것이다.



“저 사람 아닐까요?”


“어디?”


“저기 앉아있는 사람이요.”



세나가 가리키는 곳에는 안경을 쓴 남자 NPC가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복장을 보니 ‘현장직’은 아닌 것 같고 사무 업무를 보는 직원인 듯했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에는 보라색 아이콘이 떠올라 있었다.



“일단 말을 걸어보자.”


“네.”



우리는 안경을 쓴 NPC에게 다가갔다.



“음?”



그는 우리가 다가오자 고개를 돌려 우리를 올려다봤다.



“혹시...시티가드 지원 건으로 오신 분들입니까?”


“아, 맞습니다.”



다행히 직원의 눈치가 빨라서 구구절절 설명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제대로 안내를 해드리지 못한 점은 사과드리겠습니다. 보시다시피...본부 전체가 정신없는 상황이라서 말입니다.”



직원은 지휘 통제실을 훑어보며 이야기했다.



“이해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우리에게 최근 무법자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는데, 그것들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것들이라 대충 흘려들었다.



“...그래서 저희 판단으로는 무법자 놈들을 뒤에서 지원하는 뒷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티가드 측도 무법자들에게 뒷배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듯했다.


우리를 에코 시티 인근까지 태워다 줬던 산체스는 거의 기정사실처럼 이야기하던 것을 생각하면 아마 정말 뒷배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



“저희가 뭘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음...그건 제가 아니라 현장 지휘관과 이야기를 나누셔야 합니다.”


“현장 지휘관이요?”



현장 지휘관이라니. 그건 또 누구지?



“그...현장 지휘관이라는 분은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습니까?”


“에코 시티의 북쪽 초소에서 렐이라는 분을 찾으시면 됩니다.”



북쪽 초소. 오케이.



[띠링!]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에코 시티 - 북쪽 초소로(진행중)]


- 에코 시티의 북쪽 초소로 가서 현장 지휘관 렐을 만나자.(0/1)


- 보상: 경험치



심플한 내용의 퀘스트였지만 그만큼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표기되어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퀘스트를 받은 뒤 다시 건물을 나섰다.



“북쪽 초소까지는 어떻게 가지?”



솔직하게 이제 걷는 건 그만하고 싶었다. 여기가 레니지도 아니고...아니 레니지도 말은 탈 수 있었다.



“...그냥 택시나 타자.”


“오, 그럴까?”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걷기 싫어서 한 말이었는데 네리와 세나 모두 동의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일단 시티가드 본부를 벗어나기로 했다.



─와글와글...



“오.”



시티가드 본부를 나오자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드디어 ‘비공식적인’ 시나리오 스테이지가 종료된 모양이었다.


우리는 그런 플레이어들을 지나쳐 에코 시티의 도심 쪽으로 걸었다.



“흥. 택시 호출 기능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네리가 살짝 불만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음...있긴 있는데 우리는 아직 이용 못한데.”



세나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뭐어? 그런 게 어딨어!”


“아마 레벨이 낮아서 그럴 거야.”


“...”



솔직히 이런 시스템은 좀 마음에 안 들었다. 대중교통은 일종의 편의성을 위한 시스템인데 그걸 성장 체감의 요소로 사용하다니 말이다.


납득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빨리 레벨을 올려야겠어.’



성장 구간은 빠르게 털고 엔드 컨텐츠에 진입하는 게 맞았다. 그래야 잠겨있는 기능들을 해금하고 엔드급 아이템을 파밍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원래 쌀먹의 꽃은 엔드 아이템 파밍이지.’



나는 네리와 세나를 흘깃 돌아봤다.



‘흐음...’



하지만 과연 네리와 세나가 그 템포에 맞출 수 있을까?


이건 게임을 플레이하는 목적과도 귀결된다. 네리와 세나는 배틀월드를 유흥 목적으로 즐기지만 나는 수익 활동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방향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 둘과 헤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같이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간만에 마음에 드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페이스 메이커를 한 명 섭외해야겠는걸.’



당장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최근에 일어난 레니지 엑소더스(대탈출) 사건으로 튕겨 나온 녀석이었다.



‘듣기로는 배틀월드가 아니라 다른 게임으로 건너갔다는데.’



비록 말 수는 조금 적었지만, 할 말은 하는 편이었고 무엇보다 게임 센스가 굉장히 뛰어났다. 거기다가 커뮤니티에 상주라도 하는지 온갖 팁이나 정보들을 꿰고 있어서 같이하면 정말 편했다.


솔직히 그런 녀석이 왜 내가 소속되어 있던 쌀먹 길드에 들어온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순수 실력 만으로 대형 길드에 들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한번 꼬셔봐야겠군.’



레니지가 몰락하고 이제 명실상부한 쌀먹의 1황은 배틀월드였다. 그 녀석 역시 쌀먹 목적으로 게임을 하기 때문에 설득이 통할 여지는 충분했다.



“윤호야! 택시왔어!”


“아? 갈게!”



나는 다급하게 뛰어서 택시에 탑승했다.




***




북쪽 초소에 도착하고 현장 지휘관 렐과 만났다.



“반갑다. 나는 이번 작전의 지휘권을 위임받은 레인저 1팀장 렐이라고 한다.”


“아, 예.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리는 차례로 렐과 악수를 나눴다.


그는 마른 체구의 중년 남성으로, 척 봐도 노련한 전사의 느낌이 풍겨왔다.



“저,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끄덕.



네리가 손을 들자 렐은 그러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레인저는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가요?”



레인저는 여러 번 언급되었지만 정확히 뭘 하는 조직인지 들은 바가 없었다.


네리의 질문을 받은 렐은 잠시 대답을 생각하는 듯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레인저는 시티가드 산하의 특수 조직이다. 우리는 숲 전투에 특화되어 있고, 치고빠지는 유격전이나 암살 같은 임무를 수행하지.”



현실의 ‘네이비씰’이나 ‘SAS’같은 특수부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는 다른 도시에도 레인저와 같은 집단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혹시 다른 도시에도 레인저 같은 특수 조직이 있습니까?”


“물론. 동부의 코만도나 북부의 화이트 펭, 남부의 샌드스톰 유격대 등등 많지.”



이름만 들어도 엄청 셀 것 같은 조직들이다.



“그럼 센트럴 시티는요?”


“기동 특임대.”



다른 말은 필요 없다는 듯 딱 한 마디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렐이었다.



“뭐, 센트럴 시티는 그 외에도 기업들의 사병이 있지. 흔히 말하는 5대 기업의 병력 말이야.”


“아하.”



기업의 병력이라면 나도 익히 알고 있었다. 베어클로 사 소속의 ‘블랙클로’ 같은 집단들을 말하는 거겠지.



“궁금한 건 더 없나?”



─끄덕.



우리는 서로의 눈치를 살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그럼 바로 임무를 주지.”



렐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띠링!]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렐의 브리핑이 끝나자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에코 시티 – 무법자 청소(진행중)]


- 에코 시티를 둘러싸고 있는 대수림에는 현재 많은 무법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대수림의 치안을 어지럽히는 무법자들을 청소하고 현장 지휘관 렐의 신임을 얻자.


- 무법자 처치(0/10), 무법자 캠프 파괴(0/2)


- 보상: 경험치, 시티가드 공헌도, 레인저 보급품 상자(일반)



“건투를 빌지.”



렐은 이야기를 마치고 현장을 지휘하기 위해 떠났다.



“우리도 가자.”


“응!”


“네.”



우리는 북쪽 초소를 벗어나 대수림에 진입했다.



─타앙!!



멀리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퍼엉!!...



폭음도 들려왔다.


총성과 폭음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산발적으로 계속해서 들려왔다.



“다른 플레이어들인가 봐.”



그동안은 다른 플레이어와 겹칠 일이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아니다.



“일단 주의하자.”


“네.”



우리는 최대한 총성이나 폭음이 들리지 않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웅성웅성...



앞쪽에서 누군가가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플레이어들인가 싶었지만 놈들의 행색을 보자마자 무법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쉿.”



나는 뒤쪽의 네리와 세나를 멈춰 세웠다.



─앞에 무법자가 있어.


─몇 명이야?


─총 다섯.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이면 전투를 피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선공권은 우리에게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했다.



─각자 한 놈씩 맡자.



적 한 명을 잡는데 세 명의 화력을 쏟아부으면 손해이니 각자 한 명씩 타겟을 정하는 게 맞았다.



─내가 첫 번째 놈을 맡을게.


─그럼 난 두 번째.


─제가 세 번째네요.



우리는 각자가 처리할 타켓을 정한 뒤 흩어져서 나무나 바위 같은 엄폐물 뒤에 자리 잡았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나는 손가락으로 카운트를 셌다.



‘3...2...1...’



내가 모든 손가락을 접었을 때 네리의 산탄총이 불을 뿜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쌀먹 플레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행동대장 킨 24.09.14 6 0 15쪽
21 무법자 소탕 작전 24.09.12 13 0 11쪽
» 무법자 소탕 작전 24.09.11 10 0 12쪽
19 에코 시티로 24.09.10 12 0 12쪽
18 에코 시티로 24.09.09 14 1 12쪽
17 준비 24.09.08 15 1 12쪽
16 정산 24.09.06 17 2 12쪽
15 불량 서클 24.09.05 19 2 12쪽
14 센트럴 시티 24.09.04 19 2 12쪽
13 센트럴 시티 24.09.03 19 2 12쪽
12 센트럴 시티 24.09.02 20 2 13쪽
11 습격 24.09.01 24 2 15쪽
10 히든 퀘스트 24.08.31 32 2 13쪽
9 히든 퀘스트 24.08.30 22 2 13쪽
8 전직 24.08.29 22 2 14쪽
7 부두목 행크 24.08.29 22 2 13쪽
6 메인 퀘스트 24.08.28 32 3 13쪽
5 네리 24.08.27 33 3 13쪽
4 퍼스트 타운 24.08.26 38 3 12쪽
3 퍼스트 타운 24.08.26 45 4 13쪽
2 퍼스트 타운 24.08.24 54 5 13쪽
1 프롤로그 +2 24.08.24 83 6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