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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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3r
작품등록일 :
2024.08.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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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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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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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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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퍼스트 타운

DUMMY

****




─ 딸랑~ 딸랑~



전당포에 들어서자 입구에 부착된 방울이 시끄럽게 울려댔다. 그리고 매장의 한켠에서 폼을 잡고 있던 덩치가 내게 다가왔다.



“어서 오십쇼! ‘릭의 전당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덩치의 인상은 짧은 머리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코쟁이였다. 유니폼으로 추정되는 네이비색 칼라티의 가슴에는 작은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콜스?”


“예 맞습니다. 편하게 구경하시다가 맘에 드는 물건이 생기면 절 부르면 됩니다.”



간단한 소개를 마친 콜스는 다시 자신이 원래 서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내가 편하게 가게를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것이겠지.



“흐음...”



가게 자체는 그리 커다랗지 않았는데 워낙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서 파는 상품들은 대부분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장식용 물건들도 있긴 했지만, 나머지는 ‘옵션’이 붙은 엄연한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특히나 내 시선을 끄는 코너가 있었으니.



“콜스 씨, 이 '미감정 상품 도박'이라는 게 뭡니까?”



그곳에는 가격표 태그조차 붙지 않은 아이템들이 여럿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진열대의 위에는 종이에 대충 마커펜으로 적어놓은 듯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인생 역전! 미감정 상품 도박!


─날이면 날마다 오는 대박의 기회!(매일 진열 상품이 바뀝니다.)



“아 미감정 상품 말씀이시군요? 거기 적혀 있는 데로 미감정 상태의 상품을 구매해서 대박을 노리는 겁니다.”


“감정은 어떻게 하는 건데요?”


“그건 걱정하지 마십쇼. 저희와 함께 일하는 감정사를 불러드립니다. 단 출장비는 별도 부담입니다.”



어떤 시스템인지는 단박에 이해가 갔다. 다만 여기가 현실이었다면 전당포랑 감정사가 짜고 치는 판이라고 의심했겠지만 여긴 게임이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았다.



“재밌어 보이는데.”


“아무렴요. 얼마 전에 오셨던 손님은 무려 1만 크레딧을 넘게 이득을 보고 갔었죠.”



솔직히 좀 마려웠다. 근데 문제는 내가 돈이 한 푼도 없었다는 것이다. 혹시나 싶어 인벤토리를 열어 소지금을 확인했지만...



‘0크레딧...’



아까 퍼스트 타운을 돌아다니며 봤던 유저들이 왜들 그리 열심히 퀘스트를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경험치도 중요하긴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물론 초보자들이 돈을 벌려면 앵벌이라도 하는 게 RPG게임의 정석이긴 하다.



“잘 보고 갑니다. 다음에 다시 들르죠.”


“살펴 가십쇼.”



콜스는 그리 정감 가는 인상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응대 태도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나는 딸랑거리는 출입구의 방울 소리를 뒤로 하고 전당포를 나왔다.



“근데 무슨 퀘스트부터 해야 하지?”



대부분의 게임은 퀘스트의 보상 효율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지곤 한다. 퀘스트의 난이도에 비해 보상이 짜면 누구라도 하기 싫을 테니까.



"일단 정보 수집을 좀 해볼까?"



나는 게임을 종료한 뒤 배틀월드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초보자 가이드 위주로 검색을 시작했다.


어떤 게임이건 간에 가성비 안 나오는 초보자 가이드를 만드는 ‘의인’들은 항상 있었으니 말이다.



“흐. 찾았다.”



[뉴비들을 위한 배틀월드 초반 공략 -1]



작성자는 ‘2eldiN’ 이라는 닉네임을 사용 중인 유저였다. 댓글도 많이 달려 있었고 무엇보다 추천수가 폭발적이라 커뮤니티의 베스트 글에도 올라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젤딘입니다.


저는 배틀월드 온라인의 베타 테스트 때부터 참여한 이력이 있고 테스트 마지막 날 열린 토너먼트 경기(이벤트 매치긴 했지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경험자라고 말할 수 있는 제가 이 글을 적는 까닭은 초반 구간에 아무런 설명 없이 내던져진 초보 유저분들을 위해 약간의 도움을 드리기 위함입니다.

...

...



젤딘이라는 유저의 글은 제법 장문이었지만 중요한 부분은 글자의 색상을 붉은색으로 마커 해놓는 등 읽기 쉽게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중요한 부분만 정리해보자.”



나는 가장 중요한 부분만 정리해서 메모장에 옮겨 적었다.



1. 처음 시작했을 경우 역 건물의 출구 근처에 위치한 무인 발권기에서 신분증 발급받기.


2. 레벨업 이후 얻는 능력치 포인트는 전직 전까지 최대한 모아두기.


3. 철물점 주인에게 퀘스트 보상으로 '근접 무기 뽑기권(-)'을 얻어 시작 무기 획득하기.


4. 1500크레딧을 모아 철물점에서 일반 등급 무기 사기.(리치가 긴 무기 추천)


5. 하급 무기를 장만했다면 자경단 본부로 가서 메인 퀘스트 '자경단의 고민(1) 시작.


6. 총은 절대X 초반에 얻는 총은 가격 대비 성능이 너무 구림.(+탄약 가격 감당 안 됨.)



이 외에도 보상이 별로인 퀘스트 목록과 '미감정 상품 도박'은 절대 하지 말라는 조언이 적혀 있었다.



“유용한 정보로군.”



확실히 유용한 정보였다. 나 역시 가이드 글에 추천 버튼을 한번 눌러준 뒤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일단 철물점부터 가야지.”



철물점은 운 좋게도 내가 접속을 종료했던 전당포의 도로 맞은편에 있었다.



[마크의 철물점]



뭐랄까 이 게임의 가게 이름은 참 직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가게인지 한눈에 알아보기 쉬워서 헤매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웅성 웅성...



철물점 내부는 유저들로 가득했다. 확실히 젤딘의 가이드가 제법 영향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퀘스트를 해결하고 뽑기를 하는 유저부터 1500크레딧으로 무기를 사려고 하는 유저들까지 다양했다.



“일단 마크에게 말을 걸어볼까.”



나는 철물점의 사장인 마크와 대화를 나눈 뒤 퀘스트를 받았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마크의 작은 부탁(진행중)]


- 철물점의 마크는 지금 곤란한 상황이다. 오늘까지 주문받은 상품을 배달해야 하는데 배달원이자 마크의 아들인 루크가 술을 먹고 뻗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크는 가게를 비울 수 없어 누군가 이 일을 도와줘야 한다.


- 상품 배달하기 : 릭의 전당포(0/1), 해리슨 건 스토어(0/1)


- 보상 : 근접무기 뽑기권(-), 경험치



“운반할 물건은 어디에 있습니까?”


“뒤쪽 창고로 가보게. 물건들은 이미 잘 포장해 두었네.”


“알겠습니다.”



나는 철물점 뒤편의 창고로 향했다. 창고에 들어가자 마크가 말한 대로 잘 포장된 두 개의 물건이 있었다.


또한 창고에 쌓여있는 수많은 물품들을 보다 보니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훔칠 수도 있나?”



나는 창고에 있는 물건 중에 작은 손도끼 하나를 집어 들었다.



[철제 손도끼(98%)]


- 종류: 한손 도끼


- 등급: 고급


- 옵션


>공격력+8


>능숙한 손놀림 : 공격 속도+2


- 설명: 잘 만들어진 공장제 양산품입니다.



이걸 인벤토리에 넣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인벤토리.”



내가 인벤토리를 열고 도끼를 집어넣으려 하자 붉은색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경고! 당신 소유의 물건이 아닙니다.]


[범죄 행위 적발 시 악명도가 상승하고 치안 유지 병력에게 수배를 당하게 되며, 체포 시 벌금을 비롯한 각종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절도 행위 자체를 막아놓진 않았군.”



시스템상으로 아예 원천 봉쇄를 하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구태여 막지 않은 걸 보면 할 놈은 하라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들고있던 도끼를 원래 자리에 가져다 두었다. 이딴 잡템을 위해 무시무시한 패널티를 감수할 이유는 없었다.



“퀘스트나 깨자.”



나는 포장된 두 개의 상품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지도를 열어 ‘해리슨 건 스토어’의 위치를 확인했다.



“여기서 좀 걸어야 되겠네.”



릭의 전당포가 철물점의 바로 맞은편에 있는 반면, 해리슨 건 스토어는 정반대 편에 위치해 있었다. 만약 인벤토리가 없었다면 상당히 귀찮았을 것이다.


나는 거리상으로 가장 가까운 전당포에 먼저 들렀다. 이번엔 콜스 말고 대머리의 백인 남성도 만날 수 있었는데 한창 NPC 한 명과 어떤 물건을 두고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그 가격은 안 됩니다.”


“아니 방금 감정사가 4000크레딧이라고 했잖아요!”



역시 돈 문제인지 손님 NPC의 말투는 격앙되어 있었다. 하지만 대머리 남성은 이런 일을 한 두 번 겪는 것이 아닌지 매우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그 상품의 가치가 4,000크레딧이라고 해도 저희는 재판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원가에는 살 수 없습니다. 2000크레딧 이상은 안 됩니다.”



“아니 겨우 반값밖에 못 준다고요?!”


“마음에 안 드시면 경매를 부치는 걸 추천 드립니다. 다만 주변의 대도시까지 가서 복잡한 절차를 밟는 수고를 하셔야겠지만요. 아, 그리고 경매는 시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엄청난 세금도 내셔야 할 겁니다.”



그의 논리 정연한 협박에 화를 내던 손님은 입을 꾹 다물었다.



“2500크레딧...”


“현금 2250크레딧. 마지막 제안입니다.”



머리를 부여잡고 고뇌하던 손님은 결국 거래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할게요...”


“거래 감사드립니다. 돈은 저희 직원이 바로 꺼내 드릴 겁니다.”



거래를 마친 손님은 힘없이 직원인 콜스에게 다가갔고 그는 그 손님을 데리고 갔다.



“저, 물건 배달하러 왔는데요.”


“아 마크씨의 철물점에서 온 건가?”


“예.”



대머리의 백인 남성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툭툭 찍어내듯 닦았다.



“만나서 반가워. 난 이 전당포의 사장인 릭이야.”


“아, 네 반갑습니다.”


“물건은 입구 쪽에 놓고 가면 돼. 정리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나는 인벤토리에서 포장된 상품을 꺼내 내려놓았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그래. 고생했어.”



전당포의 사장인 릭은 제법 호탕한 성격인 것 같았다. 그리고 물건을 반값으로 깎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TV에서 한 번쯤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은 총포상이군”



나는 맵을 열고 해리슨 건 스토어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그냥 길 따라서 쭈욱 가면 되겠네. 그나저나 이 게임은 길 안내 시스템이 없나?”



나는 맵상에서 해리슨 건 스토어를 터치 해봤다.



─띠링!



[마킹 지점까지 가는 길이 표시됩니다.]



“오..,있네.”



내 앞쪽에 방향을 알려주는 노란색 화살표가 나타났다. 그리고 화살표의 위쪽에 목표지점까지 남은 거리가 표시되어 있어서 상당히 편리할 듯했다.



‘이런 시스템이 있으면 튜토리얼이나 가이드에서 알려주지...더럽게 불친절 하구만.’



그렇게 시스템의 안내를 따라서 이동하니 금방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이동하면서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는데, 나와 동선이 겹치는 유저들이 거의 없었다는 거였다.


나와 같은 퀘스트를 진행하는 사람이 분명 하나쯤은 있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마크의 퀘스트 자체가 랜덤일지도 모르지.”



뭐, 딱히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나는 큼지막하게 해리슨 건 스토어 라고 간판이 붙어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딸랑...딸랑...



문을 열자 아련한 방울 소리가 울려왔다.


방울 소리를 들은 안쪽의 유저 몇명이 나를 쳐다봤지만 이내 관심을 끄고 다시 총포상 내부의 진열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가게의 내부를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권총과 돌격소총, 그리고 산탄총 같은 총기 외에도 방탄복이나 전투복, 전투 배낭 등을 착용한 마네킹이 매장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배달인가?”



그리고 카운터에서 팔짱을 낀 채 등을 벽에 기댄 노인이 말을 건넸다. 그는 검게 선팅된 고글을 쓰고 있었고 자글자글한 얼굴 주름에 비해 커다란 근육질 신체의 소유자였다.


척 봐도 젊은 시절에는 이름 좀 날렸을 것 같았는데, 나는 머지않아 그가 총포상의 주인인 해리슨이라는 걸 깨달았다.



“예. 마크 씨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나한테 주게.”



나는 인벤토리에서 퀘스트 물품을 꺼내 해리슨에게 건네줬다.



“다행히 늦지 않게 왔군.”



물건을 건네 받은 해리슨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배달은 속도가 생명 아니겠습니까.”


“그도 그렇지.”



─띠링!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근접무기 뽑기권(-)을 획득 했습니다!]



물건을 전달하자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나는 그 알림을 보며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뽑기 드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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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무법자 소탕 작전 24.09.11 10 0 12쪽
19 에코 시티로 24.09.10 12 0 12쪽
18 에코 시티로 24.09.09 14 1 12쪽
17 준비 24.09.08 15 1 12쪽
16 정산 24.09.06 17 2 12쪽
15 불량 서클 24.09.05 19 2 12쪽
14 센트럴 시티 24.09.04 19 2 12쪽
13 센트럴 시티 24.09.03 19 2 12쪽
12 센트럴 시티 24.09.02 20 2 13쪽
11 습격 24.09.01 24 2 15쪽
10 히든 퀘스트 24.08.31 32 2 13쪽
9 히든 퀘스트 24.08.30 23 2 13쪽
8 전직 24.08.29 22 2 14쪽
7 부두목 행크 24.08.29 22 2 13쪽
6 메인 퀘스트 24.08.28 32 3 13쪽
5 네리 24.08.27 33 3 13쪽
4 퍼스트 타운 24.08.26 38 3 12쪽
» 퍼스트 타운 24.08.26 46 4 13쪽
2 퍼스트 타운 24.08.24 54 5 13쪽
1 프롤로그 +2 24.08.24 83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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