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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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3r
작품등록일 :
2024.08.24 13:54
최근연재일 :
2024.09.14 19:11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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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460

작성
24.08.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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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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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네리

DUMMY

****




무기도 뽑았으니 이제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러 가야 한다. 나는 지금 전당포에서 나와 퍼스트 타운 자경단 본부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원래 모든 게임은 메인 퀘스트부터 진짜 시작인 법이지.



“메인 퀘스트 같이 하실 분 구해요! 일반 등급 무기 이상인 분만 신청해주세요!”


“메인 퀘스트 마지막 한자리 비어요!”



자경단 본부에 도착하자 동료를 구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자경단 NPC들은 그런 유저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나 정도면 서로 데려가려고 하겠군.”



무려 파랑템이다. 지금 이 구간에서 과연 파랑템을 들고 있는 유저가 얼마나 있을까? 정말 운이 좋거나 현찰 박치기를 하지 않는 이상에야 불가능하겠지.


일단 나도 과금을 아예 안 하면서 배틀월드를 플레이할 생각은 없다. 다만 돈을 쓰려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초반 구간에 돈을 쓰는 것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



“자금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나는 연신 동료를 구하고 있는 유저들을 뒤로 하고 자경단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 내부에는 여러 자경단 NPC들과 유저들이 뒤섞여 있었는데 실내라 그런지 유저들도 나름 정숙하는 분위기였다.



“흠. 저 NPC인가?”



자경단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뭔가 곤란한 일이 있는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그의 머리 위에 퀘스트를 의미하는 느낌표 마크가 떠 있었다. 다만 일반 퀘스트들이 노란색 느낌표였다면 메인 퀘스트의 마크는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시작해 보자고.”



─띠링!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 창을 열어 확인해보세요.]



[자경단의 고민 (1)]


- 퍼스트 타운의 자경단원 노튼은 최근 출몰하기 시작한 불법 밀수단체 ‘뉴트리아단’ 때문에 골치가 아픈 상태다.


이들은 주로 마약이나 허가되지 않은 불법 개조 무기들을 밀수하며 이것들을 범죄 조직이나 중·소규모 무장단체에 판매한다.


그런 뉴트리아단이 최근 퍼스트 타운에 출몰한다는 것은 곧 밀수품의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떄문에 노튼은 뉴트리아단과 거래하려는 단체가 어디인지 알아내고 싶어 한다.


노튼을 도와 뉴트리아단의 거래 상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자.


- 보상: 자경단 인식표, 경험치, 400크레딧



“음..”



나는 퀘스트 내용을 되새기며 자경단 본부의 밖으로 나왔다. 퀘스트에는 정보를 수집하라고 나와 있었지만 어떤 방식으로 수집해야 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나 참. 뭘 어쩌라는 거야.”



나는 커뮤니티에 다시 들어가서 공략을 찾아볼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저기요!”



내 뒤쪽에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부른 줄 알고 무시했지만, 곧 그녀가 내 옷자락을 붙잡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요?”


“네! 그쪽이요.”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흠칫했다. 예상과 다르게 상당히 튀는 복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이 착용한 보급형 군복이 아니라 다르게 컬러풀한 항공 점퍼에 핫팬츠를 입고 있었고, 심지어 머리카락은 연초록색의 단발머리에 핑크색 고글을 머리 위에 걸치고 있어 마치 다른 장르의 게임 캐릭터 같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네리라고 해요!”



나는 해맑게 인사하는 그녀를 의심 섞인 눈초리로 바라봤다.



“아.”



그러자 그녀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뼉을 짝 치더니 인벤토리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이건?”



그녀가 내민 것은 본인의 신분증이었다. 핑크색의 케이스 속에 들어있는 그녀의 신분증에는 반짝이는 스티커들이 붙어 있었다.



[플레이어 신분증]


-이름: 네리네리


-레벨: 16


-직업: 헤비슈터


-소속: 없음


-식별번호: 327T



“아니...레벨도 높으시고 전직도 하신 분이 저한텐 무슨 볼일이세요?”


“그게 말이에요!...”



─꼬르륵..



“...!”



그녀가 뭔가 이야기를 꺼내려 할 때 갑자기 내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배틀월드 온라인에는 허기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허기 수치가 낮으면 ‘공복’이라는 디버프가 생기고 전체적인 능력치가 다운되며 0이하로 떨어지면 HP가 조금씩 감소한다.


아무튼 나는 그 허기 시스템을 간과하고 있었고 결국 공복 디버프가 떠버린 상태였다.



“허기가 많이 낮으신 것 같은데 일단 식사부터 할까요?”


“아 근데 제가 지금 크레딧이 없어서...”



수중에 크레딧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 물론 이 수상한(?) 여자를 떨쳐내려는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제가 사드릴게요!”



처음 보는 사람이 갑자기 밥을 사주면서 얘기를 하자고 한다? 이게 현실이었다면 나는 무조건 걸렀을 거다. 하지만 여기는 게임 속이니 뭐 장기를 털릴 일도 없고 사이비 종교의 포교일리도 없겠지.


뭐, 설령 사이비라고 해도 씨알도 안 먹힐 테지만. 나는 일단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운 좋게도 히든 퀘스트를 받았다. 하지만 그 퀘스트를 진행하려면 최소 2인 파티 이상이어야 했고 나머지 한 명 역시 히든 퀘스트를 정상적인 경로로 입수한 상태여야 한다.


지금 내 레벨은 16이고 전직도 했다. 사실 원래라면 진작에 퍼스트 타운을 떠나 센트럴 시티로 갔어야 하지만 나는 꼭 히든 퀘스트를 끝내고 싶었다.


히든 퀘스트의 보상은 일반 퀘스트보다 좋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남들보다 앞선 출발선에 자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음...”



참고로 히든 퀘스트 ‘콜스의 정체(1)’을 획득하기 위한 선행 조건 중 하나는 바로 전당포에서 ‘미감정 상품 도박’으로 수작(파랑템) 등급 이상의 물건을 획득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당포 앞에 서성이는 중이었다. 혹시나 히든 퀘스트의 조건을 달성하는 이가 나오면 파티 제의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는데, 하필 젤딘이라는 공략 유저가 전당포에서 도박을 하지 말라고 공표하는 바람에 전당포는 정말 한산해져 버렸고 도박을 하는 유저들은 거의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포기하려던 찰나 전당포로 들어가는 익숙한 남자를 발견했다.



‘저 사람은 루카스?!’



수작 등급 이상의 물건을 감정할때에는 대부분 루카스라는 감정사가 나타나고, 반대로 꽝일 경우에는 말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후줄근한 NPC가 출몰한다고 한다.


참고로 이건 전당포에서 좋은 물건을 뽑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것이었다. 나 역시 수작 등급의 아이템을 얻었을 때 감정사로 등장한 인물은 루카스였다.


물론 이게 시스템적으로 설정된 것인지 우연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수집한 표본 내에서는 전부 맞아떨어지긴 했다.



“제발 솔플 유저이길...”



나는 수작 등급의 아이템을 뽑은 이가 혼자이길 기도했다. 만약 일행이 더 있다면 그 사람들도 모두 조건을 만족해야 히든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딸랑딸랑...



잠시 뒤 전당포 밖으로 나온 유저는 일단 혼자인 것으로 보였다. 지금 바로 말을 걸까 하다가 혹시 다른 일행이 있을지도 모르니 확인차 ‘몰래’ 따라다녀 보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걸 미행이라고 부른다는데 딱히 상관없었다.




***




현재 우리는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 ‘맥트럼프 버거’라는 패스트푸드 매장에 왔는데, 가성비가 괜찮았는지 플레이어와 NPC를 가리지 않고 꽤 많은 손님들이 있었다.


나는 주력 메뉴인 ‘맥트럼프 더블 버거 세트’를 주문했고 직접 먹어 보니 맛이 굉장히 훌륭했다.


가상현실 기술이 많이 발달했다고 듣긴 했으나 미각을 이렇게 현실적으로 구현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요~ 제 말 듣고 있나요?”



네리가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나를 불렀다.



“아 미안해요.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헤에. 입맛에는 좀 맞으세요?”


“네. 맛있네요.”



어쩌면 남이 사주는 음식이라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새삼 여자가 밥을 사주는 게 내 인생 최초라는 걸 깨달았고 나는 괜히 숙연해졌다.



“그 아무튼요, 제 제안은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는 거죠?”


“그 제안 말인데요.”



네리의 제안은 이렇다.


나와 네리 2인이 파티를 맺고 함께 히든 퀘스트를 진행할 것, 그리고 빠른 진행을 위해 네리가 내 메인 퀘스트 클리어를 도와주고 히든 퀘스트의 입수 조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등 나에겐 무조건 이득이 되는 것들이다.


이런 좋은 조건을 거부할 이유는 없지.



“수락할게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해야 할 것 같은데요?”


“와! 정말요?”



네리는 박수까지 치며 기뻐했다. 나는 슬쩍 주변을 훑어봤는데 역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 쪽에 몰려 있었다.


나는 네리를 진정시키고 일단 파티부터 만들자고 했다. 그러자 네리는 게임 시스템을 만지는지 허공을 손가락으로 휘적거리다가 갑자기 멈칫했다.



“저기 닉네임을 아직 안 알려 주셔서...”



그러고 보니 아직 네리에게 내 소개를 하지 않았었다. 그냥 밥 사준다니까 쫄래쫄래 따라왔지.



“제 신분증 꺼내드릴게요.”



나는 인벤토리에서 신분증을 꺼내 네리에게 보여줬다. 지갑 같은 케이스에 넣어둔 네리와 달리 나는 신분증 알맹이만 달랑 들고 다녔기에 조금 허전하긴 했다.



“z윤호님이군요!”



내 신분증에 눈을 바짝 붙이고 내 닉네임을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앞에 z는 그냥 중복 닉네임 때문에 넣은 거니까 편하게 윤호라고 불러주세요.”


“그럼 윤호라고 부를게!”



편하게 부르라고 했지 말을 놓으라고는 안 했는데. 네리라는 사람은 참으로 특이한 사람인 듯했다.



“윤호 너도 말 편하게 해.”


“그러지 뭐.”



현실에도 없는 여사친이 넷상에 생긴 순간이었다.



[플레이어 ‘네리네리’님으로부터 파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



[파티가 생성되었습니다.]



파티를 맺은 나와 네리는 약간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거다.


일단 난 제일 궁금했던 네리의 복장에 대해 질문했다.



“아 이것들은 배틀월드 샵에서 산 거야.”



배틀월드 샵은 일종의 캐시 상점 같은 건데 과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재화인 ‘로얄 크레딧’으로 각종 외형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나중에 가면 각종 외형 아이템들을 유저 간 거래를 통해 인게임 재화로도 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 네리처럼 외형에 진심이 아닌 이상 초반 구간부터 지갑을 여는 경우는 흔치 않은 듯했다.



“그건 그렇고 윤호 너는 정말 혼자서 게임 하는 거야?”


“뭐 그렇지.”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하면 더 재밌지 않아?”



그래, 게임은 여러 명이 같이하면 더 재밌긴 하지. 하지만 일단 나는 재미보다 ‘쌀먹’을 목적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혼자가 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 친구 중에 같이 게임을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다들 직장이다 뭐다 해서 바쁘기도 하고 쌀먹을 친구랑 같이하는 것도 좀 웃기니까.


아 게임에서 만난 지인들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그 사람들은 쌀먹을 전문적으로 하는 길드에서 만난 사람들이라 나와 동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일단은 나 스스로가 게임에 대해 어느 정도 학습을 한 다음, 그들과 함께할지 말지 결정하고 싶었다.



“딱히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아...”



왠지 불쌍하게 보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나 역시 되물었다.



“그러는 너는 왜 혼자 하고 있어?”


“어...”



네리는 굉장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바보같이 웃으며 대답했다.



“헤헤. 사실 나도 같이 할 사람이 없어.”


‘그럼 그렇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는 네리였다.



“아무튼 우리 이제 퀘스트나 깨러 갈까?”


“그래!”



식사도 끝났으니 이제 메인 퀘스트를 밀러 가기로 했다. 네리가 도와준다면 금방금방 진도를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계산대에서 떨리는(?) 손으로 결제하는 네리를 뒤로하고 매장의 밖으로 나왔다. 잠시 기다리자 계산을 마친 네리가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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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무법자 소탕 작전 24.09.12 12 0 11쪽
20 무법자 소탕 작전 24.09.11 9 0 12쪽
19 에코 시티로 24.09.10 12 0 12쪽
18 에코 시티로 24.09.09 13 1 12쪽
17 준비 24.09.08 14 1 12쪽
16 정산 24.09.06 17 2 12쪽
15 불량 서클 24.09.05 18 2 12쪽
14 센트럴 시티 24.09.04 18 2 12쪽
13 센트럴 시티 24.09.03 19 2 12쪽
12 센트럴 시티 24.09.02 20 2 13쪽
11 습격 24.09.01 23 2 15쪽
10 히든 퀘스트 24.08.31 31 2 13쪽
9 히든 퀘스트 24.08.30 22 2 13쪽
8 전직 24.08.29 21 2 14쪽
7 부두목 행크 24.08.29 21 2 13쪽
6 메인 퀘스트 24.08.28 32 3 13쪽
» 네리 24.08.27 33 3 13쪽
4 퍼스트 타운 24.08.26 37 3 12쪽
3 퍼스트 타운 24.08.26 45 4 13쪽
2 퍼스트 타운 24.08.24 53 5 13쪽
1 프롤로그 +2 24.08.24 83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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