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하는 깡촌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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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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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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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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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2)

DUMMY

“네? 살무사요?”


환자가 놀란 듯 말했다.


“살무사면 독뱀 아닙니까? 죽을 수도 있나요?”

“우리나라 독뱀은 물려도 죽는 경우까지는 잘 없어요.”


나는 인터넷 창을 닫으며 말했다.


“팔다리를 자르게 될 수는 있지만...”

“네에?”


환자가 다시 놀라며 말했다.


‘아, 나도 모르게 놀래켜버렸다.’


나는 급하게 말을 고쳤다.


“무...물론 치료를 하면 아무 문제 없이 나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급하게 약장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뒤적뒤적


서랍 안쪽을 뒤져서 항살무사독소 주사제를 꺼냈다.


‘미리 찾아놓길 잘했지.’


나는 환자에게 항독소 주사제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게 살무사 독의 해독제인데, 이걸 주사하면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환자는 내가 보여준 해독제를 보고선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해독제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안 그래도 독뱀이면 어쩌나 했거든요.”

“하하... 다행히 물리자마자 잘 오셨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늦게 오셨으면 팔다리를 잘랐을 수도 있으니까요...”


내 말에 환자가 다시 사색이 되었다.


‘아 또 놀래켜버렸다...’


나는 속으로 환자 놀래키는 버릇 좀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며 진료실 밖을 향해 소리쳤다.


“주무관님 수액이요!”

“예~”


그 소리를 듣고 유한아 주무관님이 진료실에 들어왔다.

나는 들고 있던 살무사 항독소 주사제를 주무관님께 건넸다.

주무관님은 능숙하게 약을 희석시켜 수액에 섞기 시작했다.


‘역시 보건소 근무 경력이 많으시니 이런 것도 잘 하시네...’


대형병원에만 있어 한 번도 주사해본 적 없는 나와 다르게 주무관님은 항독소 주사제에 대해서 잘 아시는 듯 했다.


그렇게 빠르게 준비된 항독소 주사제가 환자의 정맥으로 투입되기 시작했다.

사용법 대로라면 투여시간은 약 두 시간 정도.

그 사이 약물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이나 다른 부작용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라인 뺄 때 다시 불러주세요.”


유한아 주무관님이 그렇게 말하고선 쌩하니 진료실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니 못다한 드라마 감상을 마저 하러 갔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

“...”


나와 곽한규 환자만이 어색하게 진료실에 남아 있었다.


째깍째깍


시계의 초침 소리만 들렸다.


그렇게 몇초가 흐른 후.


‘음... 말이라도 붙여볼까?’


나는 어색한 공기를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다음번에 다시 뱀이 나오면 막대기로 치지도 말고 그냥 돌아가시는 게 좋겠어요.”

“그렇죠. 그게 제일 좋긴 하죠...”


환자가 말끝을 흐렸다..


“근데 이번에는 잡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잡아야 한다니, 그게 무슨 뜻일까.

혹시...


“뱀술 담그려고 했어요?”


나는 먼 옛날 TV에서 봤던 내용들이 생각이 났다.

자양강장에 좋다는 이유로 살아있는 뱀을 통째로 고농도 알코올에 담그어 술로 만드는 것.

내가 무척 어릴 때까지만 해도 할아버지들이 뱀술을 담그어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독뱀이 더 효과가 좋다고 굳이 독뱀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요즘도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당연하게도 의학적 효과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비위생적이라 건강에 해롭기만 할 뿐이다.


내 질문에 환자는 기겁을 하며 대답했다.


“요즘 그러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그죠?”


나는 안도했다.


“그거, 저보다도 윗세대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드셨지 요즘 그거 먹는 사람 없어요. 불법이기도 하고요.”


불법이구나.

처음 알았다.


“뱀술 때문이 아니라 그냥 문 앞까지 들어와 있으니까 내쫓은 거죠.”

“아하...”

“뱀 때문에 문 앞을 못 다닐 수는 없잖아요.”


순간 창문 밖으로 나가겠다고 했던 내가 생각났다.


“그렇군요...”


나는 그렇게 말을 흐리며 의무기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외상의 경우 복잡하게 질환이 얽혀 있지 않기 때문에 금방 작성이 끝난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


“이거 다 맞고 오늘 중이나 아니면 며칠 후라도 물린 부위가 더 이상해진다 싶으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독소 해독제라고는 하지만 맞자마자 마법처럼 회복되는 약은 아니다.

생각보다 효과가 없어 독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는 법.

나는 환자에게 그런 주의사항을 말해주며 의무기록을 완성했다.


“예, 감사합니다.”


환자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다음날.


부우웅


고물 차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시골길을 지나갔다.


‘오늘도 칼퇴, 칼퇴, 칼칼칼퇴~’


나는 이상한 콧노래를 부르며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그렇게 작은 골목길을 지나가던 중.


‘어, 그러고 보니 곽한규 환자가 62번지에 산다고 했었지.’


60번대 집이 있는 구역을 지나가다가 문득 곽한규 환자가 떠올랐다.


‘어제 맞고 가셨는데 오늘 상태라도 잠깐 보고 갈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62번지를 향해 차를 몰았다.





차에서 내려 문을 닫은 나.


62번지 대문을 똑똑 두드렸다.


잠시 후.


“예~”


안쪽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리고는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십니까, 의사 선생님.”


곽한규 환자가 놀란 듯이 인사를 했다.


“오늘 무슨 일 때문에 오셨는지요...?”

“아, 어제 주사 맞고 나서 지금 어떠신지 해서 찾아왔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그러시구나. 저는 별 일 없는데, 일단 들어오세요.”


환자가 그렇게 말하며 대문을 활짝 열었다.

나는 꾸벅 인사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할머니 한 분이 마루에 앉아 계셨다.


“안녕하세요?”


내가 인사를 했지만 할머니는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다.


“저희 어머니신데, 귀가 안 들리십니다. 치매도 있으시고요.”


곽한규 환자가 말했다.


“아하...”


나는 할머니의 눈 앞에 가서 꾸벅 인사를 했다.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꾸벅 인사를 받아주셨다.


‘성격이 착하신 것 같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곽한규 환자가 말했다.


“일단 여기 앉아 계세요. 간단한 차 한잔 내어오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잠시 후.

갈색의 액체가 담긴 컵을 가져온 곽한규 환자.


나는 컵을 받아들고는 냄새를 맡아봤다.

계피 향이 진하게 났다.


‘음... 수정과구나...’


한 모금 홀짝 마셨다.

달달했다.


“시원하고 달달한 게 엄청 맛있네요.”

“그렇죠? 확실히 파는 거랑은 다를 겁니다.”


곽한규 환자가 웃으며 말했다.


‘직접 만드셨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환자가 왼쪽 바지를 걷어 올려보였다.


“하하, 보십쇼. 아무 문제 없지 않습니까?”


환자가 뱀에 물렸던 자리를 자세히 살펴봤다.

물렸던 부위는 딱지가 생겼고, 그 외에 특별한 문제는 없어보였다.

어제 진료 볼 때만 해도 퉁퉁 부어있던 다리는 어느새 멀쩡히 회복되어 있었다.


‘와 항독소 치료 효과 확실하네...’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처음 해보는 항독소 치료였는데 치료 효과가 정말 좋았다.

회복이 되어가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고 있으니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환자의 다리를 꾹꾹 눌러보았다.


“아프거나 하지는 않으시죠?”

“예.”


환자가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네요...”


환자가 다시 걷은 바지를 내리다가


“아이고 어머니, 그쪽으론 가지마소.”


그렇게 말하며 마루 쪽을 향해 달려 갔다.

그리고는 할머니 팔을 붙잡고 다시 마루 쪽을 향해 돌아왔다.


“어제 뱀 나왔다 아닙니까, 뱀!”


환자가 할머니 귓가에 대고 크게 말했다.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내가 그 모습을 보고선 말을 걸었다.


“혹시 어제 뱀 잡아야 한다는 게 그것 때문이었나요?”

“허허, 예 맞습니다. 어머니가 이제 사리분간이 잘 안 되셔서요. 뱀을 봐도 피하거나 하지를 않으시니...”


환자가 에휴, 하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제도 어머니가 뱀 옆에 가셨나봐요?”

“예, 잠깐 못 본 순간 뱀 옆을 태연히 걸어가시더라고요. 허허, 계속 옆에 끼고 있을 수도 없고 참...”

“그래서 뱀을 치우려다 물리신 거고요?”

“예, 깜짝 놀랬습니다.”


아저씨가 킥킥거렸다.


그런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미소가 지어졌다.


대학병원 다닐 때 치매 환자들을 자주 보곤 했다.

주로 요양병원에 있다가 질병이 생겨 대학병원으로 실려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우 대부분 자식들은 병원에 실제로 오지도 않는 경우가 대부분.

심지어 보호자 면담을 하려고 해도 ‘알아서 하세요.’ 같은 말을 내뱉으며 퇴원할 때 병원비 내러만 잠깐 얼굴을 비추는 환자들도 있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나는 세상이 참 각박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곽한규 환자를 보니 아직 세상은 살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효자시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수정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모습을 본 환자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수정과가 입에 맞으시나봅니다. 많이 만들었는데 좀 드릴까요?”

“아하하, 수정과까지 받아가면 좀 죄송한데...”


나는 거절하려 했으나


“굳이 집까지 찾아오셔서 봐주셨는데 이 정도는 드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한 곽한규 환자가 주방에 들어가더니 커다란 페트병 두 개를 들고 나왔다.

페트병에는 갈색 액체가 가득 담겨 있었다.


“헤헤, 감사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냉큼 수정과를 받아들었다.




부르릉


고물 차에 시동이 걸렸다.


나는 자동차를 출발시키며 창문 밖을 바라봤다.


곽한규 환자가 어머니를 데리고 내 쪽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순간 어제 인터넷 검색을 하며 찾았던 백과사전 내용이 기억났다.


살무사.

살모사(殺母蛇)라고도 하는데 ‘어미를 죽이는 뱀’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어미를 죽이는 것은 아니고 그저 새끼를 낳은 어미 뱀이 기력이 다해 잠깐 죽은 듯 가만히 있어서 생긴 오해이며, 사실 태어난 새끼들은 기력이 다한 어미 곁에서 머무르며 어미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





고물차의 문이 닫혔다.


“우으으으으으윽!”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선 멀리 산등성이를 바라봤다.

역시나 먼지 하나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후... 오늘도 날씨 좋다.’


햇빛이 내리쬐었다.


‘이제 슬슬 더워지네...’


조금만 있으면 마당에 놀러 나오는 것도 못할 것 같았다.


시계를 봤다.


8시 55분.


‘오늘도 열심히 근무해볼까!’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했다.

그리고 보건지소를 향하는데,


‘헉!’


순간 멈칫했다.

문 앞에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앉아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막대로 쳐야 하나?’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막대기로 쓸만한 것들을 찾아봤다.

그러나 순간 이영화 주무관님의 말이 생각났다.


‘너무 세게 치면 자극해서 물릴 수도 있지만요.’


그 말이 떠오르자 곧바로 막대기를 찾는 것을 포기했다.


나는 건물 옆면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아 있다.’


드르륵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창틀을 폴짝 뛰어넘어 보건지소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먼지가 묻은 바지를 탁탁 털며 중얼거렸다.


“후... 출근 참 힘들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진료실 컴퓨터를 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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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랜만이야 (1) +3 24.08.28 1,338 37 12쪽
3 보건지소 +2 24.08.27 1,381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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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귀향 +4 24.08.26 1,650 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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