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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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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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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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튜토리얼 퀘스트

DUMMY

<튜토리얼 퀘스트 1/3 적의 말살>


그 문구가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왜 내가 아는 것과 튜토리얼이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튜토리얼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건 적어도 게임이 제대로 시작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다행이기는 한데···.”


적이 무엇인지, 퀘스트 보상은 무엇인지도 설명이 없을뿐더러 가진 것도 하나 없다.


복장도 그냥 평범한 천 옷. 설명을 볼 수 있다면 아마도 ‘평범한 여행자의 회색 셔츠’, ‘낡은 작업용 바지’ 정도 될 것 같다.


‘몹을 잡으라고 할 거면 녹슨 철검이라도 하나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주변에서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다가 한 손에 굵은 나뭇가지, 다른 한 손에는 큼지막한 돌을 하나 찾아 쥐었다.


제발 너무 강한 적은 아니기를.


“크아아악!”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목덜미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것과 동시에, 녀석이 풀숲을 헤치고 나타났다.


‘토끼?’


그것은 한 마리 야생토끼였다.


‘토끼가 저런 소리를 내던가?’


토끼라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보는 귀여운 산토끼가 아니라 귀가 길고 미친개처럼 눈깔을 이상하게 굴리는 서양 토끼. 방심은 금물이다.


“크아아!”


녀석은 어울리지 않는 괴성을 지르면서 곧장 내게로 뛰어왔다. 사람을 피하지 않는 것을 볼 때, 생긴 것만큼 미친 토끼임이 분명했다.


몸통 박치기를 시도하는 토끼를 피하면서 손에 든 몽둥이를 휘둘렀다.


-빡!


토끼는 점프한 기세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좋았어!”


8년 동안 쉬었다고는 하지만 그 이전까지 내가 잡은 늑대가 몇 마리고, 고블린이 몇이던가. 스킬 없이 평타만으로도 튜토리얼 몹을 잡는 데 어려움은 없다.


‘머리를 제대로 쳤으니 크리티컬이 분명하다. 이것으로 사냥 성공···.’


이 아니었다. 토끼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벌떡 일어나서, 미친놈처럼 눈깔을 이리저리 굴렸다. 도망갈 생각은 없다는 듯 콧김을 내뿜으며 재차 달려든 토끼.


-뻑!

-빡!

-빠악!


아무리 때려도 토끼는 죽지 않았다. 머리가 나쁜지 계속 같은 패턴이라 내가 당할 일은 없었지만.


“허억···. 헉···.”


튜토리얼 몹이라면 자고로 한두 방에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이런 미친 난이도의 게임이 전 세계적 광풍을 일으키다니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HP 게이지가 안 보이니까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심지어 이름도 안 보였다.


“꽤애액!”


몇 번을 때렸을까? 내가 제풀에 지쳐 쓰러지기 직전일 때 드디어 미친 토끼가 쓰러졌다.


쓰러진 토끼는 게임답게 사라지고 반짝이는 동전 하나를 남겼다.


“일··· 일 코퍼라고?”


거의 10분 가까이 저 한 마리에 매달렸는데 겨우 구리 동전 하나라니. 흔한 가죽이나 값나가는 아이템도 하나 떨구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래, 뭐 튜토리얼이니까. 튜토리얼에는 원래 돈 안 나오잖아. 루팅 하는 거 알려주려고 넣었나 보지.”


나는 무너지려는 멘탈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튜토리얼 퀘스트 1/3 적의 말살 완료>


튜토리얼을 끝내는 것에만 집중하자.


구리 동전을 소중히 주머니에 넣고 일어서는데 또 하나의 텍스트가 눈앞에 나타났다.


<튜토리얼 퀘스트 2/3 현장 조사>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는 맹세라도 했나? 이렇게 불친절한 게임은 처음 봤다.


‘죽은 자리를 조사하라는 건가?’


그때, 바닥에 붉은색으로 빛나는 자국이 보였다.


‘토끼 발자국?’


그 빛은 점점이 나무 사이로 이어져 있었고, 본능적으로 그것을 따라가라는 소리임을 알 수가 있었다. 풀숲을 헤치며 붉은 발자국을 따라 이동했다.


“미친 토끼가 멀리서도 왔네.”


바닥을 살피면서 산길을 걸어 올라가자 드디어 발자국이 끝날 기미가 보였다. 스태미나가 바닥인지 걷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질 즈음이었다.


해는 점차 저물어 석양이 물들고 있었다. 그 광경이 왠지 낯익어 나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여긴···.”


왜 여태 깨닫지 못했을까?


저 멀리 아래, 마을이 잘 보이는 이 언덕. 석양이 아름다운 이곳은 바로 낙원 온라인 마지막 날 내가 김미영이라고 불렀던 AI에게 차인 그 장소였다.


“하아··· 별 거지 같은 경우를 다 보겠네.”


전부 잊은 줄 알았는데. 이 자리에 서니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어질어질하다.


“현장 조사나 빨리 해치우자.”


그래야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발자국이 어지러이 흐트러진 곳에 다가가자 두 가지 종류의 물건이 보였다.


“이건 골드잖아.”


낙원 온라인 베타 시절에 쓰던 화폐가 왜 여기 떨어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합쳐 73골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반지였다.


”이건 또 왜 여기···.”


분명하다.


내가 만들었던 ‘영원한 맹약의 반지’ 중 남자용.


아이템 확인이 불가능해서 백 퍼센트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모양은 분명히 그것이었다. 손가락에 끼워봤더니 딱 내 손가락에 맞았다.


“······.”


<튜토리얼 퀘스트 2/3 현장 조사 완료>


이쯤 되면 알 수 있었다.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내 정보가 남아있다가 폐기된 베타 시절 맵에 연동되는 버그인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것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튜토리얼 퀘스트 3/3 경로 해금>


새로운 퀘스트가 나타나고, 곧이어 바닥에 화살표가 나타났다.


누가 봐도 그리로 가라는 뜻이라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려다 무언가에 머리를 부딪혔다.


“아야!”


언덕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유일한 경로인 오솔길은 투명한 막으로 막혀 있었다. 손으로 더듬어보니 화살표 끝이 그 경계에 닿아 있었다.


‘경로 해금이라는 게 이걸 없애라는 뜻인가?’


내게는 오로지 이 끔찍한 공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두드려도 보고 밀어도 보던 와중, 반지의 보석 부분이 투명 벽에 닿았다. 그러자 살얼음이 바스러지듯 벽이 깨져 나갔다.


<튜토리얼 퀘스트 3/3 경로 해금 완료>


<로그아웃합니다>


<73골드 1코퍼 전자지갑으로 전송>


글자가 연속해서 주르륵 뜨더니 다시 시야가 암전되었다.


* * *


“뭐야, 이게.”


현실로 돌아온 내 머리는 땀에 젖어 있었다.


고작 튜토리얼일 뿐이었는데 호러 영화라도 보고 온 듯 심신이 모두 지쳐버렸다.


“이딴 게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게임?”


다시는 안 한다.


조금 남았던 미련마저 버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영한과 대충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게임 도중 긴장하는 바람에 땀이 흘러 찝찝했다.


샤워부터 하고 나온 나는 게임 내에서 있었던 일을 복기해 보았다.


어째서 이런 튜토리얼을 내가 겪게 된 것인가.


공식 홈페이지나 수없이 많은 소개 영상을 뒤져봐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캐릭터는 예쁘고, 튜토리얼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그 미친 토끼는 어딜 봐도 안 보이네.”


미친 토끼한테 걸려서 10분 동안 뺑이쳤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분명 낙원 온라인 시절, 그 언덕에 토끼가 가끔 있긴 있었다. 비 선공에 레벨 1 또는 높아 봐야 2, 쫑긋 솟은 귀에 눈이 까맣고 똘망똘망하니 귀여운 녀석들이었다. 좀 전에 본 미친 토끼가 아니라.


또 하나, 내가 획득한 73골드 1코퍼.


전자 지갑으로 전송되었다는 문구를 로그아웃 직전에 목격했는데, 이건 의외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로스트 파라다이스 제작사인 메테오. 그 통합계정에 연결된 전자지갑에 그 골드는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문제는 그 골드가 게임 내 화폐가 아니라는 점.


“73.0001 스타라니···.”


로스트 파라다이스에서는 2년 전 아주 독특한 코인을 하나 발행했다.


Share the AI Rights.


인공지능으로부터 얻어지는 권리를 공유하자는 뜻으로 만들어져서, 약자로 STAR라고 불리는 이 코인은 발행의 목적부터 기존의 코인과 아주 달랐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한 AI와 로봇 산업이 각계로 침투하면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것이 사회문제로 비화하자, 인공지능 ‘이브’는 새로운 해법을 내놓았다.


자사의 AI와 로봇으로 창출하는 수익의 일정 부분에 대한 권리를 출연하여 그것을 코인으로 발행한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투입된 기계와 AI에 대한 소유 지분을 조금 나눠준 것.


물론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인 이브가 손해 볼 일을 할 리는 없으니, 전적으로 공공의 선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파격적인 것만은 분명했다.


그 코인을 AI의 진출로 해고되는 사람들에게 일정 수량 나눠주었고, 가진 코인 액수에 따라 매달 월급이나 배당, 또는 연금처럼 돈을 받게 되었다.


따박따박.


그런 사례가 늘어가자, 사람들은 흥분했다. 이대로 가면 진정 로봇이 일하고 사람은 노는, 꿈에 그리던 천국이 도래하는 것이라면서.


3년이 지난 지금, 메테오뿐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도 같은 모델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AI와 로봇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도 비교가 불가할 만큼 커졌기에 코인도 더 많은 수가 발행되었고, 유사 코인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거래소가 생긴 이후로는 많이 정리되었지만.


“사람들이 스타먹, 스타먹 하던 게 이거였구나.”


현재 시점에서 1 스타는 대략 매달 1만 원 정도를 수령한다.


그래서 직장인들 사이에선 ‘스타 코인으로 일 안 하고 먹고 살기’, ‘스타 코인 500개 모아 은퇴하기’, ‘스타 코인 많이 받고 해고당하는 테크 트리’와 같은 괴문서들이 마구 나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아직 500개는커녕 200개 이상을 모은 사람도 주변에서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튜토리얼 한 번에 73코인.”


내가 획득했던 73골드 1코퍼는 73.0001의 스타코인으로 온전히 변환되었다.


물론 코인을 계속 소유하지 않고 팔아서 목돈을 만지려는 사람도 있다.


그 경우에는 대략 10년의 가치로 거래되는데 1코인의 10년 기대수익은 120만 원 정도.


그러니까 나는 오늘 갑자기 8,700만 원 정도를 일시불로 벌어들인 셈이다.


“허, 내 인생에 이런 날이 다 있네.”


길에 떨어진 골드 주워서 일확천금. 그제서야 나는 그 골드가 어디서 나온 건지 생각났다.


“분명 고백한다고 반지 꺼내다가 잡동사니와 함께 골드를 좀 떨어뜨렸는데···.”


당시 내 주머니에 들어있던 골드는 1,000골드가 넘었다.


그것도 서버 종료한다고 휴지 되기 전에 탕진해서 그 정도지 원래는 몇만 골드씩 들고 다녔다.


“으이 씨, 떨어뜨리려면 다 떨어뜨리지 겨우 그런 푼돈만 떨어뜨려서.”


그날, 1,000골드를 다 떨어뜨렸다면 바로 월 천이다. 퇴사 각이 나오는 건데.


‘가만!’


구 베타 서비스인 낙원 온라인의 화폐가 그대로 승계되다니, 이건 분명 게임 내 오류다. 다만 나에게는 엄청난 기회. 왜냐하면···.


‘언덕 아랫마을에는 클랜 하우스가 있다.’


그리고 클랜 하우스 내부에는 클랜 금고가 있고.


클랜 장이었던 나는 클랜 금고에 대해 무제한의 접근 권리를 가진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 금고에 들어있던 돈은 아마도 100만 골드 이상.


장비도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것까지 옮겨지는지는 모르겠다.


‘100만 스타면 월 100억!’


이쯤 되면 이건 더 이상 한낱 게임의 문제가 아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빨리 클랜 하우스로 가는 길을 뚫어야 한다.

그것도 아무도 몰래.


‘버그 패치라도 되면 모든 게 끝이다.’


심장이 두근두근.


갑자기 로스트 파라다이스가 좋아졌다.

미칠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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