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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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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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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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친이 AI

DUMMY

다음 날, 세상이 발칵 뒤집어졌다.


“어우, 머리야.”


아침부터 울리는 전화벨에 잠이 깼다. 밤새 혼자 퍼마셨더니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여보세요.”


[박서준, 너 괜찮냐?]


괜찮겠냐?

숙취도 숙취지만, 실연의 아픔이 여전히 가슴 한편에 생생하다. 아무리 매달려 봐도 거절의 이유나 연락처, 그 어느 것도 가르쳐주지 않는 미영의 모습에 크게 상처받았으니까.


그리고 그대로 서버가 종료되었다.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 채로 영영 이별.


부끄러움은 덤이다.


“괜찮겠냐? 죽을 것 같아.”


[그렇겠지. 이해한다. 설마 ‘아이는애기공듀’가 그럴 줄이야.]


“.······”


이 자식은 아침부터 남의 속 긁으려고 전화했나? 자기도 그 자리에서 직관했으면서 내 심정이 이해가 안 되나?


[어쨌거나 그냥 좋은 경험한 셈 쳐라. 네가 세계 최초니까.]


“뭐라는 거야.”


[그러고 보니 ‘아이는애기공듀’의 아이가 AI를 뜻하는 거였구나. 불쾌한 골짜기고 뭐고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


“응?”


[나만 그런 거 아니고, 클랜원들 전부 물어봤는데 아무도 몰랐더라.]


“잠깐, 잠깐만.”


도무지 이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차인 걸 말하는 게 아니었나?


“야, 최영한. 나 지금 방금 일어나서 네가 무슨 얘기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는데 자세히 좀 얘기해 봐.”


[너 아직 모르냐?]


“그러니까 뭘?”


영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한번 푹 내쉬었다.


[말로 하긴 그렇고, 기사 보내줄 테니까 한번 봐. 괜히 상처 들쑤시는 것 같아서 좀 미안하긴 한데, 어차피 너도 곧 알게 될 테니까.]


고등학교 동창이자 같은 클랜원이기도 했던 영한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바로 도착한 메시지 속 링크를 누르자 기사 하나가 연결되었다.


─메테오 사, 서버 종료와 동시에 충격의 전면 수정 선언!


─지난 30일 자정, 낙원 온라인은 사상 유례없는 2년간의 초장기 베타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운영을 종료했다.


종료 직후 올라온 메테오 사의 공지에 의하면, 바로 정식 서비스하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근본적 수준의 대규모 수정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가능성을 보았다. 세상을 뒤집어 놓을 가능성을.”


─또한 향후 수정 작업 일체를 전적으로 AI에 맡기겠다는 폭탄선언으로 업계와 대중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메테오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AI인 ‘이브’는 게임의 데이터 수집을 위해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 플레이어로서 게임에 참여했다.


이는 수뇌부에서만 아는 극비 사항으로 개발 실무진도 대부분 이번 공지를 통해 이 사실을 처음 접했다.


이에 메테오 사는 플레이어로 참여한 20개의 AI 캐릭터를 발표했다.



그리고 나는 분명히 보았다. 20개의 캐릭터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는애기공듀’의 사진을.


“이런 씨바···.”


내가 사랑했던 그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 * *



“그래서 내가 뭐라고 그랬냐면. 나 김 부장,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후퇴는 절대 없다!”


“그래서요?”


“양손으로 대검을 딱 들고 닥돌했지! 나 양손 검사 테크트리 타잖아. 이시연처럼.”


“우와! 부장님 정말 대단하시다. 변종 오크 진짜 센데.”


“그래서 바로 죽었어. 으하하!”


지긋지긋하다.


“저는 이번 여름휴가에 폴리나 섬에 가보려고요.”


“아, 폴리나 섬 좋지. 나도 작년에 갔었는데, 천국이야! 천국.”


“아이 생기면 못 가니까 아직 신혼일 때 즐겨야죠.”


“그렇지, 애들도 접속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이럴 땐 독신이 참 편해.”


회식 자리는 온통 게임 얘기뿐이었다. 차라리 일 얘기 하는 게 훨씬 낫겠다 싶을 정도로.


“그런데, 박 대리는 아직인가?”


“..···..”


“박 대리?”


“네?”


갑자기 말을 거는 바람에 못 들었다. 술잔을 내려놓고 보니 김 부장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박 대리는 정말 시작 안 해?”


“대리님은 원래 게임 싫어하신대요.”


그럴 리가.


8년 전만 해도 게임이라면 죽고 못 살았다. 뭘 잘 아는 것처럼 오지랖이야.


김 부장은 걱정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요즘 세상에 로스트 파라다이스 안 하고서 사회생활이 가능하겠어? 칠십 넘은 우리 회장님도 하시는데.”


“회장님 버스 태워 주던 길드장이 지금 부사장님이신데, 말해 뭐해요.”


그래서 너도 그걸 바라고 김 부장 버스 태워주고 있냐? 아주 둘이서 죽이 착착 맞아.


“그러니까 박 대리, 너도 고집부리지 말고 시작하란 말이야. 우리 회사도 로스트 파라다이스 내에서 제품 발표회, 홍보회하고 그러는 경우 있잖아. 누누이 말하지만, 너 그거 업무 태만이다? 요즘 회사는 로파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필수. 토익, 토플이 무슨 소용이냐? AI가 실시간으로 다 통역해서 목소리 주파수까지 맞춘 다음 통역해 주는데.”


“에이, 부장님. 또 싫다는 사람 괴롭히신다. 괜찮아요, 대리님. 제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는 이미 레벨도 높고 로파, 좋아하거든요.”


로파, 좋아하거든요. 이 지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나는 소주 한잔을 더 들이켰다.



* * *



“이런, 씨발.”


기분이 엿 같아서 권하는 사람도 없는데 연달아 소주를 퍼부었는데도 별로 취하질 않았다.


“어딜 가나 그놈의 로스트 파라다이스.”


집으로 가는 차창 밖, 대형 3D 전광판에서 살벌한 대검을 들고 환히 웃고 있는 모델은 국내 랭킹 3위인 이시연이다.


딱히 주어진 직업이란 게 없는 로스트 파라다이스에서 자신만의 육성법으로 대검 전사의 모범적인 형태를 만든 여자.


캐릭터 외모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기에 어지간하면 모두 잘생기고 예쁜 캐릭터를 만드는 게 가능한 로파다.


이시연이 유명해지고 나서 대중 앞에 실제로 나섰을 때 사람들은 그 얼굴이 거의 손대지 않은 원래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고 한 번 더 놀랐다.


“거슬려.”


“에어컨 온도를 조절해 드릴까요? 아니면 창을 여는 편이 좋으시겠습니까?”


“아냐. 혼잣말이야.”


작게 읊조린 소리를 귀신같이 캐치한 자율주행 AI가 세심하게 내 기분을 살폈다. 진짜 사람이나 되는 것처럼 굴어서 기분 나쁘다.


“알겠습니다. 불편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


“잠깐.”


“말씀하십시오.”


“나 저기서 내려주고 너는 그대로 집에 가서 주차해.”


“집까지 500미터 이상 남았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해.”


“알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차만 집으로 보내고 도로에 홀로 남았다.


AI는 내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 몇 년간 어마어마한 속도로 발전한 AI는 차에도, 가전에도, 눈이 가는 거의 모든 곳에 침투했다.


이 상상을 초월한 발전을 주도한 것이 바로 ‘이브’. 로스트 파라다이스를 제작한 인공지능이다. 내 차를 운전하던 녀석도 이브의 하위 버전이나 다름없다.


“편리하긴 하단 말이지.”


거부감은 여전하지만, 편이성마저 부인할 수는 없다. 음주 후, 대리 기사 없이 자차로 귀가가 가능한 것만 봐도 그렇다.


“오랜만에 영한이 얼굴이나 볼까.”


나는 ‘낙원 VR룸’이라는 간판이 달린 건물로 들어갔다.




“오~ 박서준, 네가 여기 웬일이냐?”


“그냥. 회식 끝나고 지나가다가 보이길래 들어와 봤다.”


“평생 이런 쪽으로는 쳐다보지도 않을 줄 알았더니만.”


“그냥 와 봤다니까, 자식아.”


대학 내내 게임을 하다가 결국 그럴듯한 VR룸을 차려 사장이 된 영한은 내 눈앞에 음료병 하나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로파의 유명 NPC 사진이 박혀 있었다.


“마셔. 술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음료수에도 이 지랄이네. 이름 꼬라지 한번 가관이다. 포션? 뭐, 피라도 채워 주나? 아니면 마나?”


“요즘 세상에 로파 아닌 게 어디 있냐? 전 세계가 다 비슷할걸?”


-뽕!


밀봉된 병 따는 소리도 별다를 바 없는데 NPC얼굴 하나 박았다고 잘 팔린다니.


“그리고 그 캐릭터 인기 많아. 다들 걔 얼굴 보면서 시작하거든.”


“가이드 NPC 맞지? 이름은 모르지만.”


“베아트리체다. 용케 그건 안다?”


“여기저기서 떠드는데 모를 수가 있어야지. 우리 부장도 빨리 게임 시작하라고 닦달이야.”


“회사 사람들은 모르지?”


“뭘 말이냐?”


“네가 세계 최초로 AI에게 고백했다가 까인 인간인 거.”


“야, 이 새끼야!”


“아하하!”


8년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 ‘아이는애기공듀’의 얼굴도 가물가물하다. 그날을 떠올리면 기분이 더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흑역사도 이런 흑역사가 없다.


“내가 캡슐 하나 열어줄 테니까 한번 시작해 봐.”


“.......”


“그냥 게임이야. 이제 그놈의 ‘김미영 팀장님’ 그늘에서 벗어날 때도 된 거 아니냐?”


술도 마셨겠다. 갑자기 영한의 말이 그럴싸하게 들렸다.


“...그럴까?”


알코올이 이렇게 무섭다. 사고력을 마비시키니까.


“따라와. 마침 한자리 비어있어.”


영한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니 8년 전에 사용했던 캡슐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세련된 기계가 놓여있었다.


“와···. 캡슐이 이렇게나 거창하다고?”


“캡슐에 놀라면 게임에는 얼마나 놀라려고 그러냐. 촌스럽게.”


영한의 도움을 받아 헬멧과 장갑 등을 착용하고 캡슐에 누웠다.


“조작 방법은 기본적으로 베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베아트리체가 시키는 대로 캐릭터 만든 후, 튜토리얼 진행하고 나면 초보자 마을로 갈 거다. 거기서 좀 놀면서 적응해. 어차피 당분간은 레벨 때문에 다른 데는 가지도 못할 테지만.”


“그래.”


“그럼, 캡슐 닫는다.”


“영한아.”


“왜, 인마.”


“그냥.”


고맙다는 말이 어색해서 하려다 말았다.


“전 여친 작품 재미있게 즐기시기 바랍니다, 고객님.”


영한은 피식 웃었다. 개떡같이 말했지만 찰떡같이 알아들었겠지, 뭐. 이제 진정으로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날 때다.


개인 설정을 위한 측정과 스캔에 얼마간의 시간이 소요되고 어디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나더니 시야가 암전되었다가 밝아졌다.


“음?”


기대했던 베아트리체는 온데간데없고, 나는 어느 황량한 숲에 홀로 서 있었다.


“왜 이래 이거.”


로스트 파라다이스가 정식 서비스되고 5년. 수없이 많은 방송에서 게임 소개가 있었다.


의도적으로 멀리했지만 그런다고 피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라서, 혼밥을 위해 찾은 설렁탕집에 틀어놓은 티브이를 통해 캐릭터 선택과 튜토리얼 과정을 강제 시청한 적이 있다.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마치 고대의 신전과 같은 장엄한 석조 건물에서 베아트리체를 만난다.


기본적으로 첫 외모 설정은 본인의 모습과 똑같다. 전신 스캔을 하니까.


주어진 포인트를 배분하면서 외모를 손보고, 근민체 등 스탯 세부 설정.


이후 원하는 기본 무기를 수령해서 튜토리얼을 이수하고 초보자 마을로 떠나는 전 과정을 그 설렁탕집에서 분명히 봤다.


“굉장히 뻔한 초반부였는데.”


대규모 수정을 한다더니만 흔하디흔한 게임이네. AI가 그렇지. 창의성을 기대할 수 있겠어? 그렇게 코웃음을 치며 봤기 때문에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버그인가. 하여간 이놈의 AI.”


나는 플레이어도 NPC도 없이 고요한 숲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더 무섭잖아.”


숲이 어찌나 사실적인지 진짜 인적없는 산에 홀로 남겨진 것 같다. 하지만 괜찮다. 이런 유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하고 강력한 방법이 있으니까.


“로그아웃.”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로그아웃!”

“게임 종료!”

“종료!”

“엔드!”

“나가겠다!”


생각나는 말을 되는대로 주워섬겼지만 모두 실패.


“당황스럽네.”


경황이 없어서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게임이라면 당연히 있기 마련인 인터페이스도 없었다. 체력, 마나 바라던지 미니맵 같은 거 말이다. 그리고···.


“인벤토리.”


역시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런 요소가 없으니 도무지 현실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어떻게 하지? GM 같은 거 없나?’


있다 하더라도 부르는 방법을 모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초보자 가이드라도 좀 보고 올걸. 나름 고인 물 출신이라고 너무 방심했다. 8년 전 고였던 물은 다 증발하고 없는 모양이다.


“침착하자. 방법이 있을 거야.”


단서를 찾아 주변을 살피는데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아!”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들려온 흉포한 소리. 그와 동시에 눈앞에 텍스트가 나타났다.


<튜토리얼 퀘스트 1/3 적의 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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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나의 길을 걷겠어 NEW 45분 전 0 0 13쪽
26 정상을 향한 독주 +1 24.09.17 13 2 12쪽
25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6 15 1 12쪽
24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5 19 2 12쪽
23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4 28 1 12쪽
22 거슬려, 몹시 +1 24.09.13 31 1 12쪽
21 거슬려, 몹시 24.09.12 32 1 12쪽
20 거슬려, 몹시 24.09.11 36 2 11쪽
19 거슬려, 몹시 24.09.10 35 1 12쪽
18 어그로 24.09.09 36 2 13쪽
17 어그로 24.09.08 35 2 12쪽
16 어그로 24.09.07 37 2 12쪽
15 어그로 24.09.06 39 1 12쪽
14 어그로 24.09.05 39 1 13쪽
13 채굴러로 살겠다 24.09.04 41 1 13쪽
12 채굴러로 살겠다 24.09.03 44 1 13쪽
11 채굴러로 살겠다 24.09.02 45 1 12쪽
10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9.01 61 4 12쪽
9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1 66 3 12쪽
8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0 70 2 13쪽
7 아는 NPC 24.08.30 78 3 12쪽
6 아는 NPC 24.08.29 87 3 12쪽
5 재접속 24.08.28 91 3 12쪽
4 재접속 24.08.27 104 2 13쪽
3 튜토리얼 퀘스트 24.08.26 107 4 12쪽
» 전 여친이 AI 24.08.26 12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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