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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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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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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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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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

DUMMY

지금까지 낙원에서 가져간 것 중에 가장 뛰어난 아이템은 누가 뭐래도 ‘참교육’이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지만, 예상을 뒤엎고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인 것은 코볼트 족장의 쌍도끼.


그렇다면 그 두 개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많은 고민을 거친 결과, 결론은 하나로 귀결되었다.


‘원래 옵션이 아예 없을 법한 아이템을 로파로 가져갔을 때 더 뛰어나다.’


무기도 아니었던 야구 배트가 던전보스를 잡아서 나온 무기보다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똑같은 야구 배트를 가져갔을 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제로 ‘참교육’과 ‘아마추어의 야구 배트’의 성능에는 현저한 차이가 난다. 둘 간의 차이는 하나밖에 없다.


‘참교육으로는 샘의 아들을 죽였지만, 아마추어의 야구 배트는 아무것도 잡은 적이 없다.’


고로 두 사실을 조합한 나의 가설은 이러하다.


‘무기가 아닌 것을 가지고 낙원에서 사냥에 성공한 후, 로스트 파라다이스로 가지고 가면 엄청난 무기가 된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무기로 쓸만한 것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 나는 휴게실을 돌면서 장비로 쓸 수 있을 만한 것들을 긁어모았다.


“여기 사람들은 다 안전불감증이었나? 왜 스크린 야구장이 있으면서 헬멧이 하나도 없어.”


좀 그럴싸한 배팅 장갑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흔한 작업용 목장갑이다. 빨간 고무가 발라져 있는.


또 다른 장갑이 있긴 있는데 골프장갑이라 왼손뿐. 게다가 너무 얇아서 보호의 기능이 없다.


“이런 마당에 갑옷 대용으로 쓸만한 게 있을 리 없지.”


굳이 비슷한 걸 찾자면, 체육관 사물함에 들어있던 검은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운동에 적합한 그 옷은 유행에 둔감한 내가 단번에 알아볼 정도로 유명한 브랜드였다.


“언X 아머···.라. 아머는 아머인데 천 아머네.”


대체 왜 이런 걸 굳이 사물함 안에 만들어 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장비로는 도저히 쓸 수 없을 것 같다.


“언더웨어로는 입을 수 있겠군.”


방어구 아래에 입는 기본 복장으로는 충분할 것 같아 갑옷을 벗고 받쳐 입었다. 착 달라붙는 폼이 역시는 역시였다.


“3대 500 안 되는데 입어도 되나 모르겠어.”


체육관 사물함을 좀 더 뒤져보니 옷 하나가 더 있었다. 남성용도 아니고 핑크색이 핫한 여성용 레깅스.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방어구 쪽은 포기하는 것이 맞겠다.


무기의 경우는 조금 나았다.


무엇보다도 아직 야구 배트가 하나 남았고, 골프클럽이 있다. 그러나 골프클럽을 휘둘러보니 예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너무 약해. 그리고 너무 길고.’


긴 막대에 무게 중심이 극단적으로 끝에 치우쳐 있어서 무게 배분이 무기로서 적합지 않다. 샤프트는 낭창해서 채찍 같은 느낌인데 헤드는 무거워서 둔기 같다. 이도 저도 아닌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드라이버 하나만 챙겨보자.”


마지막 테스트를 위한 준비는 끝났다. 이제 이 장비를 가지고서 몬스터 한 마리만 때려잡으면 된다.


나는 광부 모자에 갑옷, 빨간 목장갑, 야구 배트라는 기묘한 조합을 갖추고 휴게실을 빠져나왔다.




지하실을 빠져나와 샘의 산장으로 올라왔을 때, 소녀를 만났다.


‘어디 간 게 아니었구나!’


멍한 표정으로 테이블 앞에 앉아 있던 소녀는 나를 보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아··· 빠?”


“야! 나 너희 아빠 아니라니까 왜 자꾸 그래?”


“아빠!”


여자아이는 스멀스멀 다가오더니 내 옷자락을 잡았다. 단단히 그러쥔 모양새가 쉽사리 놓아줄 마음은 없어 보였다.


“너 진짜 왜 그러냐. 나와 헛갈리는 걸 보아하니 아빠도 꽤나 잘 생겼던 모양이지. 이해는 하지만 너 지금 큰 착각하는 거야.”


“······.”


“나 지금 사냥하러 나가야 하니까 그 옷 놔.”


“······.”


“얼른?”


“······.”


하지만 소녀는 굳게 입을 다문 채 서 있었다.


‘아빠라는 말밖에 못 하나? 어디 총각 앞길 막으려고.’


어디 가서 씻기라도 한 모양인지 꼬질꼬질한 모양새를 벗은 소녀의 얼굴은 상당히 귀여운 편이었다. 여전히 옷은 넝마나 다름없었지만.


“에라, 모르겠다.”


나는 아이를 번쩍 들어서 떨어뜨려 놓고 뛰었다. NPC라고 해도 아이에게 무기를 휘두를 만큼 정신이 피폐하진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처사였다.


아이는 울상이 되어 쫓아왔지만, 그 짧은 보폭으로 ‘용사’의 달음박질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그것이 비록 레벨 13의 초보 용사라고 해도.


“저런!”


쫓아오던 아이는 급기야 무언가에 다리가 걸려 철퍼덕 넘어졌다.


‘제길!’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계속 뛰었다. 얼마를 달렸을까? 새로 해금한 지역에 도달했을 때 이미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됐겠지?”


한참 기다려도 아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새로운 사냥터를 둘러봤다.


그 지역은 내 클랜 하우스가 있는 마을에서 오히려 먼 쪽이었다.


‘이 근처에 돌아다니는 것들이 주로 곰과 거미였던가?’


초보자 마을 근처에 있는 것이므로 그렇게 높은 레벨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보통 10에서 12 정도. 하지만 지금 이곳은 당시의 낙원과는 다르다.


‘레벨 15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상대하는 편이 좋겠지.’


주위를 둘러보니, 당장 멀지 않은 나무 위에 매달린 거대 거미가 보였다.


‘어, 징그러워.’


낙원 당시보다 그래픽이 너무 사실적이라서 털이 부숭부숭한 게 몇 배는 징그러워 보인다.


나는 조심스럽게 ‘스켈레톤 골렘의 골 곡궁’을 꺼내 시위를 당겼다. 뼈 화살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매겨졌다.


-핏! 핏!


2연사 스킬이 발동되어 거미에게 적중했다.


거미는 화살촉이 몸을 파고드는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나무에서 떨어지며 내 쪽으로 달려왔다.


-핏!


뼈 화살을 한 대 더 날리고 이번에는 스노우볼을 생성해 던졌다. 치명적인 부위가 아닌 다리에 맞았지만, 빙결 효과가 작용하여 달려오는 속도가 절반으로 떨어졌다.


“키이익!”


거미는 분노에 차서 괴성을 냈다. 나는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계속 스노우볼을 던지며 거리를 가늠했다.


거미 다리가 닿을 만큼 근접하자 그 즉시 무기를 ‘고블린 대전사의 양손검’으로 바꾸었다.


‘곤충류 몬스터는 대부분 불에 약하지.’


양손검으로 ‘내려치기’ 스킬을 시전하자 물리 데미지와 함께 운 좋게 치명타가 터져 바로 화염 데미지가 들어갔다.


“멸치 볶는 냄새 나네.”


나는 뒤로 물러나며 거미의 공격권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새로 꺼내온 알루미늄 방망이로 무기를 전환했다. 슬슬 뒷걸음질 치며 노릇노릇 잘 구워지는 것을 기다리길 몇 턴.


‘이 정도면 거의 다 되지 않았을까?’


아무런 게이지가 보이지 않아 거미의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았다.


-깡! 깡! 깡!


나는 거미의 공격에 당하는 것을 감수하고 알루미늄 방망이를 연신 휘둘렀다.


이게 다 좋은 무기를 얻기 위한 거라고 생각하면 이 정도 데미지쯤 통증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키···익.”


방망이를 십여 번 휘두르자 드디어 거미 다리가 오그라들며 쓰러졌다.


“휴우···.”


이 정도면 생각보다 무난하게 잡았다. 역시 중간에 내려치기 스킬에 치명타가 터진 덕이 크다.


‘거미 살. 거미줄.’


루팅한 것은 도무지 쓸 곳이 보이지 않는 잡템에 불과했다.


“무슨 거미가 실버 한 푼 안 들고 다녀.”


나는 제 자리에 앉아 침통을 꺼내 몸 이곳저곳을 찔렀다. 솔플이기 때문에 여유가 있을 때마다 치료해서 HP를 회복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곰도 잡아봐야겠지만 한 마리씩이면 그리 어렵지 않겠네.’




다음 목표로 삼은 거미를 잡는 과정은 순탄했다.


처음 했던 대로 활로 선제공격을 해서 어그로를 끈 다음 마법을 난사.


대검으로 내려치기를 시전했지만, 이번에는 치명타가 터지지 않아 화염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았다. 아쉽지만 대검으로 두 차례 더 공격한 후 드라이버를 꺼내 들었다.


-깡!


“사장님, 나이스샷!”


소리는 나쁘지 않았는데 데미지가 들어가기는 했는지 모르겠다.


회식 때 스크린 골프장에 끌려가서 몇 번 휘둘러본 실력이 전부지만 목표물을 정확히 맞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까 상관없다.


계속해서 드라이버로 공격하는 도중 뒤편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빠!”


“응?”


떨어뜨려 놓았다고 생각한 아이가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거대한 곰 한 마리가 두 발로 서 있었다.


“크어엉!”


일촉즉발의 위기.

내 몸은 뇌를 거치지 않고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대시!”


빈사 상태인 거미를 내버려두고 아이의 앞으로 끼어들었다.


그렇게 아이를 가로막은 나는 급한 대로 곰에게 드라이버샷을 날렸다.


-텅!


그러나 역시 무기로 사용하기는 무리였을까?


드라이버의 티타늄 헤드는 허무하게 빠져서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내 손에는 가느다란 샤프트만 남았다.


그립감이 좋다는 것만 빼면 곰에게는 이쑤시개나 다름없다.


‘이런!’


급히 방패를 꺼내 한 손에 들었으나 곰의 앞발 일격에 형편없이 나가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방패도 놓쳤지만 다행이라면 어그로가 나에게 끌렸다는 점.


‘다행은 무슨! 또 NPC한테 당한 거지!’


나는 곰의 앞발 공격을 피해 정신없이 데굴데굴 굴렀다.


‘무기를 바꿔들 새가 없잖아!’


“크어엉!”


곰은 뭔가 큰 공격을 날리려는 듯 두 발로 일어서서 앞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 짧은 준비 동작이 내게는 다시없는 기회였다.


-푹!


샤프트만 남은 드라이버가 곰의 오른쪽 안구에 꽂혀 덜렁거렸다.


“크아아앙!”


한쪽 눈을 잃은 곰이 극통에 발광하듯 몸부림칠 때 간신히 무기를 바꿔 들 시간을 얻었다.


스노우볼을 던져 곰의 속도부터 늦춰두고 대검을 꺼냈다. 곰이 정신을 차릴 시간을 줘선 안 된다.


“내려치기! 내려치기! 내려치기!”


남은 MP를 모두 끌어모은 스킬 3연타.


다행스럽게도 마지막에 치명타가 터졌다. 화염 데미지가 곰의 모피를 따라 확 피어올랐다.


“아빠!”


곰을 상대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내 바로 뒤에서 아이의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 강한 타격음과 함께 아이가 날아가 땅을 굴렀다. 언제 집어 들었는지 모를 방패와 함께.


마치 줄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처박힌 아이는 일어나지 못하고 죽은 듯 쓰러져 버렸다.


‘뭐야!’


빈사 상태에서 회복된 거미가 뒤에 서 있었다.


나는 곰을 공격하려던 대검을 돌려 눈에 띄는 대로 거미의 다리를 베었다.


앞다리가 베어져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한 바퀴 땅을 굴러 거미의 불룩 나온 배 부위를 깊숙이 찔렀다.


“키이이!”


간신히 빈사 상태에서 벗어난 거미는 그 두 번의 칼질로 쓰러졌다.


‘곰은?’


그러나, 적을 눈앞에 두고 방심한 대가는 컸다.


고개를 돌린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곰의 커다란 앞발과 거기에 달린 흉측한 발톱뿐. 찰나의 순간 나는 죽음을 직감했다.


‘결국 NPC 때문에 죽나?’


허무할 뿐이다.

던전 보스도 아닌 일반 필드몹에게 죽게 된다니. 그것도 고작 NPC를 보호한답시고.


분노한 곰의 일격이 내 머리를 휘저었지만, 죽음의 순간은 다가오지 않았다.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라 데미지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뭐지?’


궁금증보다는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검을 위로 올려 치자 곰의 가슴이 쩍 벌어지며 피가 솟아 올랐다.


“내려치기!”


들어 올린 대검을 내려치며 다시 스킬을 시전.


-쿵!


마침내 곰은 요란한 먼지를 내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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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채굴러로 살겠다 24.09.04 42 1 13쪽
12 채굴러로 살겠다 24.09.03 44 1 13쪽
11 채굴러로 살겠다 24.09.02 45 1 12쪽
10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9.01 61 4 12쪽
9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1 67 3 12쪽
8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0 70 2 13쪽
7 아는 NPC 24.08.30 80 3 12쪽
6 아는 NPC 24.08.29 87 3 12쪽
5 재접속 24.08.28 92 3 12쪽
4 재접속 24.08.27 10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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