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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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접속

DUMMY

이 초보자 마을에는 장검술, 단검술, 방패술, 궁술, 체술, 마법, 치유술의 극기초를 가르쳐주는 수련소가 있다.


게임 초창기에는 유저들이 여기서 오래 머물면서 모든 기술을 다 배우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각 분야의 랭커들이 등장과 더불어 테크 트리가 정립되고, 자신이 추구하는 쪽의 기술만 빨리 습득한 뒤 한시라도 빨리 초보자 마을을 벗어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탓이다.


“잘 배웠습니다. 주신 나무 방패 알뜰하게 사용해서 1코인이라도 더··· 아니 이 타이한 제국에 조금이라도 더 이바지하겠습니다.”


“참 건성건성 하는 것에 비하면 잘 배우는군. 대성은 쉽지 않겠지만 정진하게.”


“예, 예.”


나는 교관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검술, 단검술, 그리고 방패술의 초급 기술을 배운 후였다.


“검술에서는 내려치기, 단검술로는 빠르게 찌르기, 방패로는 밀치기. 스킬이 세 개나 생겼군.”


그리고 내 인벤토리에는 연습용 무딘 검, 도적의 조잡한 단검, 종자의 나무 방패가 들어있었다.


하나같이 감정도 필요 없는 기본 장비지만.


“벌써 세 시간인가.”


나와 비슷한 시간에 들어왔던 뉴비들은 이미 빠르게 초보자 마을에서 해야 할 일만 마치고 물갈이되었다.


로파의 사용 시간에는 제한이 있다.


연속해서 세 시간을 플레이하면 강제로 한 시간을 쉬어야 한다. 다만 던전 안이거나 레이드 중일 경우는 그 시간이 넘더라도 강제 로그아웃되지 않는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 하루 12시간 이상은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거 오늘 내로 초보자 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초보 때는 현질도 의미가 없다. 딱히 강한 적이 없는 데다가 레벨도 비교적 쉽게 오르기 때문.


‘현질이 빛을 발하는 건 20레벨 이후.’


그때부터 제대로 된 옵션이 붙은 장비를 착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모든 스킬을 고르게 배워야 하는 나는 현질로만 해결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당장 스타 코인을 팔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겠지만···.’


코인을 처분하는 것은 미래 가치를 두고 볼 때 너무 아까운 일이다.


기대수명이 80세라고 할 때, 메테오 사가 망하지 않는 한 앞으로 50년 가까이 따박따박 수익을 안겨줄 텐데 고작 10년의 가치를 인정받고 판다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이 아닌가.


‘돈 좀 잘 모아둘걸.’


하지만 30대 초반 남자가 부모덕을 보지 않는다면 돈을 모아야 얼마나 모으겠는가.


로그아웃하고 점심을 시켜서 먹었다. 한시가 아까운 마당에 자리를 비울 수는 없다.


식사를 마치고도 재접속까지는 시간이 30분 이상 남았기에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을 좀 뒤졌다.


“지금 한국 랭킹 1위가 세계 1위구나.”


본인이 정확히 말해주지 않아서 정확한 레벨은 모르지만, 2위와도 레벨 차이가 다섯 단계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의 1위, 신성모독.


스킬도 스탯도 모른다. 위로 올라갈수록 정해진 것이 없으니까. 다만 영상 속 플레이 스타일이나 움직이는 방식이 상당히 눈에 익었다.


“성기사네.”


베타 시절에는 정해진 클래스가 있었다.


그 중 탱커 역할에 특화된 성기사, 스스로 힐을 할 수 있고 방어력이 높다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딜이 너무 낮은 것이 문제였는데.


‘로스트 파라다이스로 넘어오면서는 초기 스탯도 조절할 수 있고 육성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으니까 그 문제는 해결이 됐나 보군.’


그러지 않다면 랭킹 1위를 찍을 수 있을 리가 없다.


“1위 신성모독은 베타 출신이 거의 확실하고···. 이 여자가 그새 2위로 올라왔네?”


현 한국 랭킹 2위의 대검 전사이자 현실에서도 슈퍼스타인 데스티니, 이시연.


“이 여자도 정말 열심히 산다.”


1위와 달리 이시연의 육성법은 비교적 상세히 알려져 있었다.


첫 설정에서 내릴 수 있는 한계인 1까지 지능을 내리고 민첩 절반을 깎았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14포인트를 모두 힘에 몰빵.


동 레벨 대비 평범 이하의 HP를 가졌지만, 한방의 위력이 엄청난 전사를 만들었다. 물론 이후 레벨업 과정에 얻어진 스탯도 비슷하게 투자.


“평타가 웬만한 마법사의 중급 마법과 비슷하다고 했던가?”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스탯과 스킬을 조율해서 최소의 노력으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는 방식을 개발했다.


따라서 이시연은 로파에서 육성법의 정도를 제시한 선구자 격인 인물이지만···.


“전혀 참고가 안 되잖아.”


게임 내 랭킹을 올리거나 명성을 얻는 데는 조금도 관심 없다. 나는 클랜 하우스 금고를 열고나면 게임을 접을 생각이니까.


“빨리 게임을 그만두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니 좀 아이러니하지만.”


다시 접속할 시간이다.



* * *



“감사합니다. 잘 배웠습니다.”


“혹시 치유술사의 운명에 관해 관심이 있으신가요?”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나.


이건 분명 고위 치유술 계열로 이끌려는 수작이다. 이런 말에 넘어가면 분명 치유술에 치우친 존재가 되고 말리라.


‘처음에는 달콤한 얘기부터 하겠지. 파티의 최우선 보호 대상이라 다칠 염려가 없다. 그야말로 귀족이다.’


그렇게 스킬 한두 개 주면서 꼬시다가 점차 큰 마나통 필요한 스킬을 배우라 어쩌라 하는 와중에 지능만 높이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게 마나에 치우친 캐릭터가 되고 나서는 신전이나 치유소에서 무상 봉사하면서 공적이나 쌓고.


‘결국 전사들 보조 배터리가 되고 마는 거지.’


덧붙여서 솔플은 영원히 안녕.


“없습니다.”


“아니 그러지 마시고 한번 얘기라도─”


“그럼 이만.”


나는 혹시라도 빼앗길까 봐 공짜로 받은 ‘재사용이 의심되는 낡은 한방침’ 통을 인벤토리에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휴···. 이 게임 NPC들은 끈질기구나.”


베타 시절에는 숨은 퀘스트나 던전 찾아다닌다고 먼저 말 걸고 다녔는데.


‘그때는 NPC가 날 보고 끈질기다고 생각했겠지.’


어쨌거나 이로써 초보자 마을에서 배울 수 있는 초급 기술은 다 배웠다.


이후, 초보자 마을을 벗어나기 위한 촌장의 5연퀘를 모두 해결했다.


배운 기술을 모두 숙련하기 위해 검, 단검, 활, 맨주먹, 마법을 모두 이용해서 목표를 몇 배나 초과 달성했더니 이후로도 한 번의 강제 종료 시간이 더 필요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보자 마을에만 열 시간을 있었네.”


20대 초반에는 밤을 새워 게임을 해도 힘든 줄 몰랐는데 지금은 슬슬 체력의 한계가 느껴지고 있다.


그렇게 해서 오른 레벨이 세 개. 대부분 기술 습득에 사용한 시간이라 정작 레벨은 얼마 오르지 않았다.


【아웃사이더】

▶레벨: 4

▶종족: 인간

▶성별: 남

▶칭호: 없음

▶HP: 39/39, MP: 39/39

▶공격력: 4, 방어력: 12

▶힘: 13, 민첩성:13, 지능:13, 체력:13

▶스킬: 내려치기(검), 빠르게 찌르기(단검), 밀치기(방패), 2연사(활), 정권 지르기(체술), 매직 애로우(마법), 응급 침술(치유술)


처음에 비하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이쯤에서 슬슬 한번?’


허가증을 받고 마을을 나와서 길을 따라 걸었다. 조금 더 높은 레벨의 적이 나오는 사냥꾼의 캠프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나는 반지를 낀 손을 들어 올렸다.


‘낙원 지역 수준도 알아야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을 테니까.’


잠깐 득실을 따져본 후 결론을 내렸다.


“가보자. 안되면 도망치지 뭐.”


맨손으로도 토끼를 잡았는데 지금은 무기도 많고, 촌장에게서 보상으로 ‘조잡한 가죽 갑옷’도 얻어 입었다.


주변에 플레이어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활을 손에 쥐었다. 낙원에선 인벤토리를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반지의 스킬을 작동했다.


“낙원으로!”


금빛이 내 몸을 감싸고 눈앞이 밝아졌다.


* * *


밝은 빛에 감았던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낙원이었다.


“좋았어.”


이제 두 번 사용했으니, 앞으로 8회인가?


한정된 횟수, 소중히 여겨야 하니 한번 왔을 때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자.


내가 서 있는 곳은 지난번 투명한 벽을 깨고 튜토리얼을 완료한 그 자리였다.


’역시 인터페이스가 먹통이구나.’


시험 삼아 검을 꺼내겠다고 생각하니 손에 검이 쥐어졌다.


눈으로 볼 수가 없어서 그렇지 인벤토리에서 물건을 넣고 빼는 건 가능했다. 지난번에는 아직 베아트리체도 만나기 전이라 아무것도 없어서 작동 안 하는 줄 알았다.


“휴, 다행이다.”


인벤토리에 검을 집어넣고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형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낙원 온라인 시절에 비하면 숲이 조금 더 울창해졌나 싶은 정도.


‘다 잊은 줄 알았는데, 막상 와 보니 기억이 조금씩 나네.‘


무심코 지나다녔던 산길이었는데도 그랬다.


저 굽이의 큰 나무가 상당히 눈에 익었다. 분명 저기를 돌아가면 숲지기 남자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살던 산장이···.


“케엑!”


미친 토끼다. 나는 반사적으로 화살을 재고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어디냐!’


잠시 기다렸지만 내게 달려드는 녀석은 없었다. 고개를 슬쩍 내밀어 보니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토끼 한 마리가 있었다.


‘뭐 하는 거지?’


포효를 멈춘 녀석은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기 시작했다. 반복해서 뛸 때마다 점프 높이가 점점 높아졌다.


그 높이가 사람 허리쯤 되었을 때, 비로소 토끼 앞에 무언가 보였다.


‘사람?’


토끼 앞에 쓰러져 흙투성이가 된 것은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갈 법한 외모의 남자였다.


그리고, 그 얼굴을 보는 순간 까맣게 잊었던 이름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쳤다.


‘숲지기 샘!’


기억하는 것보다 적잖이 늙은 외모였지만 분명히 그것은 숲지기 샘이라는 NPC였다.


나는 근처를 지날 때마다 손을 흔들어 주던 그의 어린 아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활을 당겨 미친 토끼를 겨냥했다.


‘2연사!’


-퍼벅!


연습용 활과 무딘 화살이지만 무방비 상태의 토끼 등에 적중했다. UI가 있었다면 ‘치명적 일격!’이라는 말이 나왔으리라.


“꾸엑!”


먼지를 일으키며 쓰러졌던 토끼는 이내 벌떡 일어나 내 쪽으로 달려왔다.


“2연사!”


다시 한번 화살 두 개가 미세한 시간차를 두고 날아갔다. 그중 한발은 다리 부위에 맞았지만 하나는 토끼가 쳐냈다.


‘가까워!’


한 번 더 궁술 스킬을 사용할 시간은 되지만 그러고 나면 무방비로 토끼를 맞이해야 한다.


미련 없이 활을 집어넣고 검과 방패를 꺼냈다.


-텅!


토끼의 몸통 박치기가 방패에 묵직한 충격을 줬다.


”밀치기!“


이번에는 방패 스킬을 사용했다. 자신이 날아온 충격에 더해 밀쳐진 토끼는 정신이 없는지 비틀거렸다.


“내려치기!”


머리에 연습용 검이 적중되자 생명력이 다했는지 토끼는 그길로 사라졌다.


“이번에는 2코퍼인가···.”


베타 시절 심심해서 토끼를 잡아본 적 있는데, 몹 취급도 못 받던 녀석들이라 평타 한방 컷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내 레벨이 낮다고는 하지만 스킬을 네 번 사용해야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


‘그래도 처음 왔을 때는 수십번 때려야 겨우 잡을 수 있었으니까.’


2코퍼도 내게는 소중한 스타 코인이다. 사라질 새라 조심스럽게 품에 집어넣고 있는데 쓰러져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용··· 사님?”


“절 압니까?”


“용사님은 저 기억 못 하십니까?”


“샘, 맞죠?”


“역시 기억하시는군요!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샘은 땅에 주저앉은 채로 기도를 올렸다. 구해준 건 난데 왜 감사는 신, 그 양반이 받아?


한참 기도인지 울부짖음인지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던 샘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저는 이곳을 지나던 용사님들 한분 한분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무렴요.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풍요롭고 평화로운 시절이었는걸요.”


베타 서비스가 종료하고도 여기서는 계속해서 서버가 돌아가고 있었던 것일까?


“당연히 용사님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이 산을 찾아주신 용사님이신데. 분명 성함이···.”


샘은 손으로 턱을 잠시 문지르다가 손가락을 탁 튕겼다.


“아, 그렇지! 여자 친구는 구하셨습니까?”


“······.”


왜 하필 그런 걸 기억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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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4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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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거슬려, 몹시 24.09.12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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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어그로 24.09.06 39 1 12쪽
14 어그로 24.09.05 40 1 13쪽
13 채굴러로 살겠다 24.09.04 42 1 13쪽
12 채굴러로 살겠다 24.09.03 44 1 13쪽
11 채굴러로 살겠다 24.09.02 45 1 12쪽
10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9.01 61 4 12쪽
9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1 66 3 12쪽
8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0 70 2 13쪽
7 아는 NPC 24.08.30 79 3 12쪽
6 아는 NPC 24.08.29 87 3 12쪽
» 재접속 24.08.28 92 3 12쪽
4 재접속 24.08.27 104 2 13쪽
3 튜토리얼 퀘스트 24.08.26 107 4 12쪽
2 전 여친이 AI 24.08.26 12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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