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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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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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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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려, 몹시

DUMMY

아침에 운동을 한 탓인지 배가 많이 고파서, 수제 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주문했다.


“조리 로봇 손맛이 좋다더니만 꿀맛이네.”


그런데 로봇손으로 만들어도 ‘수제’인가? 실없는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핸드폰에는 메세지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너무 죄송했습니다. 약소하나마 바지 비용을 송금하오니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00만 원?”


공손한 문자와 함께 동봉된 전자 송금 봉투. 바지 조금 적신 사례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금액이다.


“그 바지 수십 벌 사겠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더 누워있을걸.”


초저가 물품이 넘치는 ‘알로’에서 싼 맛에 두 개 구입한 트레이닝 바지다. 상체까지 다 젖었으면 대체 얼마를 보내려고 그러는 걸까.


뭐, 준다는데 어쩌겠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죄송하네요. 빌려주신 옷은 어디로 보내면 될까요?]


[혹시 내일 또 조깅 나오실까요?]


[아마도요.]


나갈 생각은 없었지만 백만 원이면 그 정도 서비스는 해 줘야지.


[그럼 오늘과 같은 시각에 그 자리에서 어떠세요?]


[그러시죠.]




바지 한번 적시고 문자 몇 번 오가니까 백만 원이 들어왔다.


“회사를 그만두니까 필요 없다는데도 돈이 막 들어오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곧바로 경매사이트에 접속했다.


엊그제 매물 확인할 때 보석류는 개당 몇천 원, 곡괭이 세 개는 각각 10만 원대, 보톡스 단검도 곡괭이와 비슷했고, 미스릴 함유 주괴가 20만 원대, 묘안석이 백만 원대였다.


경매 종료 시각이 몇 시간 앞이라 그 두 배 정도를 예상하고 들어왔다가 조금 놀라고 말았다.


‘보석이 개당 2,3 만원. 총 35개니까 70만원 정도. 곡괭이가 30만 원이 넘었네?’


보톡스 단검은 무려 100만 원을 넘어 달려가고 있었다.


“와··· 로파 로파 하더니만 이런 아이템도 이렇게 비싸게 거래될 줄은 몰랐다.”


역시 성형외과는 현실이나 게임이나 돈 잘 버나보다. 의료 기구상이 등쳐먹기 딱 좋다. 그러나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


미스릴 함유 구리 주괴 두 개 중 함유량 적은 것은 80만 원, 많은 것은 120만 원에 도달한 데다가···.


“이게 다 얼마야?”


묘안석은 오백만 원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다 합쳐서 1,000만 원가량.


“회사 다닐 때는 몇백 벌자고 그렇게 야근하고, 위아래 치이고, 싫은 회식 자리 다 나가면서 버텼는데. 이거 뭐 이러냐, 진짜.”


내친김에 하나의 물건을 더 등록했다. 바로 오늘 획득한 [해충 박멸의 몽둥이].


‘최저 레벨이 100이라 내가 쓸 일은 영영 없을 것 같으니까.’


가격을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워서 최저가만 50만 원에 설정해 두고 기한을 3일로 하여 익명으로 등록했다. 어차피 사이트에서 본인 안심 인증 해주니까 이름은 안 밝혀도 그만이다.


“됐다. 이제 이거는 잊고 레벨업이나 신경 쓰자.”


손쉽게 레벨업을 하고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두 지역을 오가다 보니 레벨업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나는 레벨업을 위해 다시 접속했다.


그 무렵, 로스트 파라다이스의 국내 최대 커뮤니티에서는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었다.


[제목: 국민 거포 코인좌의 정체!!!!]


[일단 정체는 모름. 어그로 끌어서 미안.

내가 그간 코인좌의 무기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는데.


길이로 볼 때 당연히 창이나 단검은 아냐. 가장 비슷한 건 검인데, 영상 보면 쓰러진 몬스터에는 베인 자국이 없잖아?


그렇다고 메이스냐? 그것도 아냐.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메이스는 기본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 무기라고. 무게 배분이 그래.

코인좌처럼 수평 스윙이나 어퍼 스윙을 해서는 원하는 공격력을 얻기 어려워. 잘해봐야 ‘콰직’이지 코인좌처럼 ‘깡’이 아니라고.


게다가 한 손으로 들었다가 양손으로 들었다 자유롭던데 크기에 비해 아주 무거운 무기는 아닐 거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오늘 경매사이트 눈팅하다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무기를 발견했어.


(링크)


누가 봐도 야구 방망이인데 이런 거 본 적 있는 사람? 적어도 난 못 봤는데.


다른 무언가를 형변한건지, 아님 원래 있는 무기인데 나만 모르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저 무기 스크린샷을 따다가 코인좌 모자이크 영상에 합성해 봤거든?


발로 했으니까 퀄은 넘어가고.


(사진)


어때?

딱이지 않아?


인제야 왜 고블린 대가리가 깨지거나, 베이거나 하지 않고 날아가는지 이유를 알아낸 것 같아서 올려봐.


반박 시 네 말이 마즘.]



└ 응, 네 말이 다 맞음. 근데 코인좌가 누구냐?


└ 코인좌를 모른다고? 화상 최대 공모전 가봐라. 지금쯤 10위권 진입했을 것임.


└ 옜다. (링크)


└ 어라? 설득력이··· 있어!


└ 설득력 같은 소리하네. 렙제가 100인데 그걸 고블린 던전에 어떻게 들고 들어가냐?


└ 그건 그런데, 저 어설픈 합성으로도 싱크가 딱 맞네.


└ 거 참. 저게 아닌 건 분명한데. 적어도 배트류는 맞는 것 같다.


└ 내 메이스에 ‘강한 넉백’ 옵션 있는데, 코인좌처럼 날아가지 않아. 몇 미터 밀려가서 넘어지는 게 다야.


└ 저거 얼마면 되는데?


└ 지금은 60만 원이네. 3일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 공격력도 공격력이지만 체인 라이트닝이 붙어서 200레벨에도 쓰겠다. 100렙 무기가 왜 저렇게 좋아?


└ 경매 올린 게 혹시 코인좌 본인인가?


└ 그야 모르지. 메테오 직원도 알 길이 없을걸? 이브만 알 거다.


└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게시자의 다른 판매품’ 탭에 보니까 신기한 거 많다. 묘안석은 말만 들어봤지 처음 보는데 저 크기 실화냐? 내 친구 보니까 코딱지만 한 거 주워놓고 좋아서 방방 뛰던데.


└ 친구가 하꼬 아니고?


└ 레벨 201임


└ 헛. 쌉고수셨네. 대가리 박습니다.



‘화제의 글’로 선정된 게시물이 매개체가 되어 화상 최대 공모전 영상의 조회수를 높이고, 코인좌의 영상을 본 사람은 경매사이트를 조회하는 상승효과를 낳았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가운데 두 게시물의 조회수는 급격히 치솟기 시작했다.



* * *



-따라라라~ 따라라라~ 따라라라!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헙! 벌써 시간이···.”


고전적인 사과폰 알람 소리는 정신을 확 들게 한다. 소리 때문이라기보다는 아마도 알람 무시하고 잘 때 엄마가 때리던 등짝 스매쉬로 인한 PTSD 같기는 하지만.


‘나도 이제 AI 집사를 들여야 하나.’


고집스럽게 AI를 배제하고 생활하려 노력해 왔지만, 인제 와서는 막는 것이 더 힘들다. 게임도 다시 시작한 마당에 그까짓 집사쯤이야.


‘전파탐지기 소리보다야 사람 목소리로 해주면 적어도 화들짝 놀라서 깨는 일은 없겠지.’


그러고 보면 연예인들도 자기 목소리 대역 제공해 주고 로열티를 받는다고 했다.


‘돈독 오른 거지. 직접 녹음하는 것도 아니면서.’


서둘러 대충 옷을 꿰어 입고 어슬렁 집을 나섰다.




다행히 늦지 않게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자는 그때의 그 개를 끌고 내가 오줌을 맞았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빨리 나오셨네요.”


“저도 방금 왔어요.”


-왕!


설탕이라는 이름의 그 개는 뭐가 그렇게 반가운지 내 주변에서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었다.


‘이미 마킹했다, 이거지?‘


“앗, 설탕아 너 진짜 왜 그래?”


과하게 반가워하는 설탕이 부끄러웠던지 여자는 목줄로 제지했지만 그럴수록 내 팔은 침 범벅이 되었다.


“얘가 이런 애가 아닌데 정말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100만 원 받았으면 이 정도 서비스는 해줘야지. 새벽부터 침 범벅이 별로 기분 좋은 건 아니지만.


여자가 어디론가 손짓을 하자 훤칠하고 세련된 남자가 나타났다.


“실장님, 죄송해요. 얘 좀 부탁드려요.”


남자는 교과서적인 미소를 이시연에게 지어 보이고 내게 눈길을 한번 힐끗 주더니, 리트리버를 끌고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갔다.


“제 일 도와주시는 분이에요. 어제 있었던 일 들으시더니 한사코 오늘 같이 나와주겠다고 하셔서···.”


“네. 뭐.”


“제 주변에는 온통 여자뿐이라 실장님이 걱정이 많으시거든요. 안 그래도 제가 요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좀 예민해져 있어서.”


거 참.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내가 자해공갈단도 아니고. 괜히 의심받는 것 같아 조금 기분이 나빠지려 한다.


“받으시죠.”


나는 들고 온 쇼핑백을 여자에게 내밀었다. 우연으로 만난 묘령의 여인. 얼굴은 모르지만, 모델 같은 몸매에 나긋한 목소리. 조금 설레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세탁은 했으니 깨끗할 겁니다.”


“어머, 그러실 필요 없는데 그거 저희 유니폼이라 몇 벌 더 있거든요. 혹시 로스트 파라다이스 하세요?”


“네. 며칠 안 됐지만.”


“그러시구나. 그럼, 저희 잘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로스트 파라다이스에서 제법 유명한 길드거든요. 이거 저희 단원들 지급하는 한정판이라 나름 SNS에서 유명한데 하나 드릴까요? 여자 친구나 동생분 있으시면 가져다주셔도 되고요.”


이 여자 말이 길구나. 묻지도 않은 얘기를 자꾸만 꺼내놓고. 시간이 늘어지자, 남자가 개를 끌고 다가왔다.


“가실 시간입니다.”


“벌써요?”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같이 나온 남자의 여유로운 미소 때문인지, 거리낌 없이 풀어놓는 여자의 TMI 때문인지, 볼 때마다 뭘 묻히고야 마는 개새끼 때문인지. 잠깐 풀어졌던 정신적 방어막이 다시 굳건하게 펼쳐졌다.


여기까지라는 말이다.


“그럼, 중요한 결정, 잘 되시길 바랍니다. 이시연 씨.”


“아, 예. 감사··· 어?”


여자는 꾸벅 인사를 하다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남자는 이시연에게 향했던 시선을 내게로 돌리고 말없이 응시했다.


“그럼, 이만.”


나는 바로 돌아섰다. 첫날에도 같은 인사를 했지만, 그때는 다분히 잘 보이고자 한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내 심사가 꼬인 탓인지 모르겠지만···.


‘거슬려.’


실제로 본 이시연은 광고판에서 본 이시연보다 훨씬 거슬렸다. 정확히는 이시연 본인보다 이 상황이 거슬린다고 하는 게 맞을까?


‘그렇게까지 말하고도 자기가 누군지 모를 줄 알았나?’


처음 봤을 때부터 긴가민가했는데 자기가 술술 사정을 풀어놓는 데다가,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까지 붙었다.


그 튀는 외모 또한 마스크를 썼다고 해도 대충 알아볼 수 있었고. 게다가 이 목소리.


[일어나세요, 용사님! 모험을 떠날 시간이에요. 늦잠 자면 시연이가 두고 갈지도 몰라요?]


이시연의 목소리 대역폭을 이용해서 만든 알람을 다운받아서 실행해 봤다.


“아, 오글거려.”


내용은 상당히 마음에 안 들지만 목소리는 분명 아까 그 여자의 목소리다.


“쯧.”


따지고 보면 별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 괜히 심사가 뒤틀렸다 싶다. 나는 머릿속에서 이시연을 지우고 출근길에 올랐다.



* * *



영한은 오늘도 바빠서, AI 직원에게 방을 배정받았다.


“짜식, 대체 무슨 일인데 말도 없이 그러냐.”


방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경매 결과 확인. 3일이 지나 낙찰되었으니까. 그리고 전날 마지막으로 확인한 액수와 크게 달라진 낙찰가를 보게 되었다.



총 70만 원 정도였던 35개의 보석은 전부 합쳐 107만 원에 낙찰.


보톡스 단검은 142만 원. 두 개의 미스릴 주괴는 각각 97, 135만 원에 낙찰되었다.


그리고 가장 높은 호가를 자랑하던 묘안석은 자그마치 1500만 원에 낙찰됐다.


“다 합쳐서 1,981만 원.”


5% 수수료 99만 원을 제하고도 1882만 원이 수중에 들어왔다. 뜻밖의 소득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코인으로 연금 형태의 소득이 들어온다지만, 목돈은 또 목돈 나름의 의미가 있는 법이다.


“어? 그러고 보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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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4 28 1 12쪽
22 거슬려, 몹시 +1 24.09.13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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