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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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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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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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려, 몹시

DUMMY

“없다.”


“진심인가?”


“그렇다.”


지부장은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숨길 수 없는 피로감이 배어 나왔다.


“제국법이 지엄한데 고작 그런 일로 백주 대낮 제국 도로상에서 수십 명이 상잔하여 죽다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됐구나.’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터뜨렸다.


온갖 상태 이상에 중첩된 두목이 내 명에 따라 자신의 몸을 묶고 있을 때, 나는 내 진면목을 감추면서 과실만 따 먹을 수 있는 변명거리를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야, 너는 이제 여기서 싸움이 벌어진 후의 일은 다 잊는 거야. 할 수 있지?’


‘네. 명령이라면.’


‘좋아. 너희 패거리는 우리를 죽이고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대장 BJ대신맨까지 죽인 거야. 그리고···.’


심신이 피폐한 가운데 복종의 효과까지 더하여 세뇌는 완벽하게 먹혔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랄까?


그래도 혹시 몰라 두목이 입을 열 때는 조마조마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조사 성실히 받아라.’


내가 주입한 ‘사실’ 그대로 일관되게 진술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 실제로 BJ대신맨과 좋은 관계도 아닌 것 같았으니까.


지부장은 고개를 들고 내게 물었다.


“혹시 그 죽은 대장이라는 모험가 이름도 아십니까?”


“BJ대신맨이라고 했습니다.”


“좋습니다. 이 자는 치안대에 넘기겠습니다. 그 대장이라는 자도 수사 결과에 따라 제국법으로 다스려질 겁니다.”


직원은 지부장의 손짓에 따라 두목을 이끌고 사라졌다.


“제게 그럴 자격이 있는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부장의 손이 내게로 내밀어져 있었다.


“아지오 시를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나는 산적 두목에게 걸려 있던 현상금을 수령하여 모험가 길드를 나섰다. 그는 의외로 동부 해안 지방에서 이름이 제법 알려진 해적이었다.


‘그런 놈이 왜 북부 산에서 나타나?’


동부 해적이건, 남부 산적이건 현상금만 짭짤하면 그만 아닐까?


세 시간이 다 되었으므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캡슐에서 나왔다.



* * *



“서준이 있냐?”


점심을 시키려고 하는데 VR룸 주인장, 영한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사장님 얼굴 보기 어렵다?”


“그러게 말이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너무 바쁘네.”


“혹시 집에 무슨 일 있는 거는 아니지?”


“일은 무슨. 진짜 별일 없어.”


오랜만에 점심을 같이 주문하고 앉았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영한은 내게 물었다.


“그래, 게임은 잘 되어 가냐?”


“뭐, 그럭저럭.”


“레벨 몇인데?”


“지금 16.”


영한은 조금 미묘한 얼굴이 되었다.


“나쁘진 않은데···. 너 예전에 비하면 스타일이 굉장히 달라졌나 보다.”


“예전? 잘 생각도 안 난다.”


“진짜 미친놈처럼 레벨 올렸잖아. 너 따라가느라고 아주 죽는 줄 알았는데 기억 안 나냐?”


“아니, 그때야 뭐··· 어렸으니까. 지금은 그렇게 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안 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을 만큼 돈이 벌리고 있는데 뭐.


“아, 참. 너 그런데 ‘사가트’라는 곳이 어디인지 아냐?”


“사가트?!“


나는 은근슬쩍 산적의 지도에 있던 지명을 물어봤다. 영한은 열심히 놀리던 젓가락을 딱 멈췄다.


”거긴 갑자기 왜?”


“누가 가야 한다고 그러더라고. 처음 들어보는 곳이라 궁금해서.”


영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 거기잖아.”


“그러니까 그 거기가 어딘데?”


“하드코어 지역.”




영한과 헤어지고 나서 검색을 좀 해봤다.


역병이 돌아 좀비가 된 사람과 동물이 창궐하는 죽음의 대륙 나로스.


아예 나로스에서 시작하는 초보 마을도 있고,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린 후에 들를 수도 있지만 그 두 경우 모두 바라는 바는 분명하다.


“어려운 만큼 보상은 확실하구나.”


경험치가 타지역에 비해 50% 가산되고, 떨어지는 골드나 장비가 레벨 대비 월등히 뛰어나다.


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죽는 순간 캐릭터 삭제라는 거.


그래서 거기 도전하는 사람은 아예 초보거나, 모종의 이유로 다시 키우면서 빠른 레벨업을 원하는 경우다.


그나마도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더구나 잃을 게 많은 랭커는 아예 얼씬도 하지 않는 편이 현명한 처사다.


“아 왜 하필 그런 곳에!”


대도인지 뭔지 얼마나 대단한 유산을 남겨둔 건지 몰라도,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위험하다.


겁도 없이 거기에 갔다가 덜컥 죽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계정 삭제는 아니니까 전자 지갑에 든 스타 코인이 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캐릭터 삭제 후 다시 만든 캐릭터로 낙원에 접속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이 퀘스트는 무시하자.”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다시 접속했더니 쪽지가 하나 와 있었다.


[아웃사이더님 맞으시죠? 좀 전에 같이 퀘스트 하던 강한남자이강한입니다. 괜찮으신가요?]


이 오지랖은 대체 무엇인가? 대단한 인연도 아니고 그저 초급 퀘스트를 한번 같이 한 사이일 뿐인데. 실제로 별 의미 없는 인사 이외에는 서로 나눈 대화도 없었다.


[괜찮습니다.]


[그러시구나. 다행입니다. 운송 퀘스트 다시 하고 싶으시면 쿠트나 시로 오세요.]


[됐습니다. 저는 지금 아지오 시에 있고. 곧 쏠레 시티로 갈 거니까요.]


[네? 그 말씀은 산에서 죽지 않았다는 말씀인가요?]


[그렇게 됐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죠?]


[운이 좋았습니다. 그럼, 이만.]


도무지 쪽지를 끊을 기세가 아니어서 내가 먼저 끊어버리고 상점을 들렀다가 나와서 바로 낙원으로 건너왔다.



* * *



‘이제 내 상태가 오프라인으로 나오겠지?’


아직 영한이 놈도 친구 목록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어딜 쓱 다가와서 필요 이상 가까워지려 한단 말인가.


“게다가 시꺼먼 덩치 아저씨가.”


나는 머리를 흔들어 기분 나쁜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휴게실 밖으로 나왔다.


“응?”


휴게실 밖은 철창.


삭막하기 그지없는 지하실에 불과했는데 뭔가 이미지가 달라졌다. 두서없이 흩어졌던 잡동사니가 정리되고, 살벌했던 쇠사슬은 한편에 잘 사려져 있었다.


“이 정도면 그냥 지하 창고네.”


나는 한구석에 로파에서 사 온 식재료와 생필품을 꺼내서 쌓아두고 위로 올라갔다.


“아빠!”


아이는 식탁 앞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고 반색했다.


“아빠 아니라니까. 차라리 그냥 오빠라고 해라.”


나이 차이는 아마도 오빠보다 아빠겠지만 NPC하고 나이를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오··· 빠?”


그건 좀 무리인가? 내가 뭐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던 아이가 머뭇거렸다.


“뭐 그건 그렇고.”


샘의 산장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창가에 올려진 화분의 꽃이 그것을 대변한다.


“여긴 이제 샘의 산장이 아니라 미영이네 집이라고 부르는 게 맞겠다.”


“미영이··· 집?”


“말이 좀 늘었다?”


“헤헤.”


그새 충격에서 좀 벗어났는지 아이의 표정은 많이 밝아져 있었다.


‘기분 탓인가. 키도 좀 큰 것 같고.’


처음 봤을 때의 초라한 행색도 많이 벗었다. 찢어진 옷은 그대로였지만. 그래서 나는 인벤토리에서 준비해 온 것을 꺼냈다.


“오다 주웠다.”


아이는 내가 내민 것을 받아 들고 놀란 눈이 되었다.


“너 입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


상점에서 사 온 여성용 옷이었다.


패션 피플의 취향을 고려해 상점에는 방어구 말고 일반 옷도 많이 준비되어 있다. 휴양지구 상점에는 심지어 비키니도 있을 정도니까.


‘게임이라 사이즈 몰라도 되는 건 편하네.’


입기만 하면 사이즈는 자동으로 몸에 맞춰진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이 옷 구한다고 고생깨나 했을 거다.


미영은 옷을 소중히 꼭 껴안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럼 어디···.”


나는 그새 화덕에 불을 피우고 식사를 준비했다.


아주 초보적인 요리는 배워왔지만, 재료며 조리 시간 맞추는 건 귀찮다. 그래서 사 온 것이 모험가를 위한 밀키트.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라고 할 정도로 로스트 파라다이스의 맛 구현은 경지에 이르렀다.


게임 내의 음식은 점차 발전해서 이제는 라면 같은 인스턴스 음식뿐 아니라 수를 정확히 알기 어려울 만큼 많은 종류의 밀키트까지 판매되고 있다. 게임 내에서 성공한 밀키트가 실제로도 제작되어 팔릴 정도.


“그러니 맛이 없을 리 없지.”


내가 사 온 것은 된장찌개와 제육볶음이 메인이 된 가정식 백반 키트다.


밀키트의 특성상 조리는 간단하기 짝이 없어서 아이가 옷을 갈아입고 올라올 때쯤에는 이미 완성 직전이었다.


“음. 잘 어울리네.”


“헤헤.”


금발, 푸른 눈.


낙원의 배경은 중세 서양. 그것을 감안했을 때 평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수수한 반팔 티셔츠와 편한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것만으로 아이는 더할 나위 없이 귀여웠다.


나중에 크면 미인이 될 것이 틀림없지만, 나중이라는 것이 있는지는 미지수.


“밥 먹자.”


아이는 서툰 젓가락질로 열심히 먹었다. 낯선 음식일 텐데 입에 맞나 모르겠다.


‘진귀한 장면이긴 하다.’


된장찌개를 열심히 떠먹는 금발 벽안 소녀라니.


“맛있어?”


아이는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집, 옷, 밥. 그러고 보니 의식주를 전부 해결해 줬구나. 구해준 것으로 모자라 나는 생활 전반을 해결해 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지하실에 이런 거 많이 사다 뒀으니까 배고프면 해 먹어라. 조리법은 뒷면에···. 아, 글자는 읽을 줄 아니?”


끄덕끄덕.

그거 다행이네.


“그럼 나는 나가볼 테니까. 밥 먹어라.”


아이는 볼이 빵빵하게 음식을 밀어 넣고 있다가 화들짝 놀랐다.


“와?”


많은 것이 생략된 저 한 음절은, 아마도 이리로 다시 오냐는 말이겠지. 여기 휴게실이 있는데 내가 어딜 가겠어.


“어.”


똑같은 한 음절로 대답했다.


안심한 표정의 아이를 뒤로하고 ‘미영이네 집’을 나섰다.



본격적으로 공략을 하러 온 것은 아니었다. 다만 숲 지대의 곰과 거미를 다 잡은 뒤 나오게 될 산길과 그 산길의 끝자락에 위치한 ‘산채’가 궁금했을 뿐.


‘오늘은 어째 계속 산적과 인연이 있네.’


그 산채에는 산적이라기보다는 도적단의 근거지가 있었다.


낙원에 오고서 처음 마주하게 된 인간형의 적. 물론 샘과 그 아들을 상대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엄밀히 말해서 적으로 디자인 된 존재가 아니었다.


레벨은 낮았지만, 비약을 섭취하여 꾸준히 오른 스펙 덕분에 곰, 거미와 같은 놈들은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었다.


-콰직!


산길이 보이는 숲속에서, 나는 아마도 마지막일 것이라 짐작되는 거미를 박살 냈다.


“아, 거 자식들 돈 되게 없네.”


거미 살, 거미줄, 곰 가죽, 곰고기는 이제 지긋지긋하다. 로파에 가서 다 팔아버려야지. 가끔 한두 마리가 떨어뜨린 돈으로 13 실버를 획득했을 뿐이다.


산채로 향하는 길이 시작되는 곳에 위치한 큰 바위는 8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추억 돋네.”


당시 내가 이 지역을 돌 때는 아직 김미영을 만나기 전이었다. 한창 초보였던 나와 영한은 무작정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불의의 일격에 크게 당황했었다.


‘저기였나?’


나는 바위 뒤편을 향해 스노우볼을 냅다 던졌다.


“으악! 차가워! 어떤 놈이야!”


바위 뒤편에는 도적 척후병이 은신해 있기 때문이었다. 몸을 숨기고 다가와 뒤에서 퍼붓는 불의의 일격에 영한이 먼저 아웃되었던 기억이 있다.


”응. 안 당해.”


나는 제자리에 서서 뼈화살을 날렸다.


덜컥대며 날아간 화살은 계속해서 도적에게 적중되었다.


“뭐 하는 놈이냐!”


도적은 분통을 터뜨리며 달려왔다. 도적은 공격력이 높고 치명타를 잘 터뜨리지만, 체력이 높지 않다. 은신한 곳을 잘 알아내서 선공만 당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할 일은 없다.


“으악!”


이렇게.


내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체력의 절반 이상이 깎인 척후병은 변변한 공격도 몇 번 못 하고 쓰러졌다.


“오래 지났는데도 다시 보니까 다 기억이 나네.”


적이 은신한 곳의 위치와 지형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기억난다.


나는 쓰러진 도적에게서 전리품을 회수했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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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5 20 2 12쪽
23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4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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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거슬려, 몹시 24.09.12 3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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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채굴러로 살겠다 24.09.03 45 1 13쪽
11 채굴러로 살겠다 24.09.02 46 1 12쪽
10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9.01 61 4 12쪽
9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1 67 3 12쪽
8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0 70 2 13쪽
7 아는 NPC 24.08.30 80 3 12쪽
6 아는 NPC 24.08.29 88 3 12쪽
5 재접속 24.08.28 92 3 12쪽
4 재접속 24.08.27 105 2 13쪽
3 튜토리얼 퀘스트 24.08.26 108 4 12쪽
2 전 여친이 AI 24.08.26 12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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