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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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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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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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DUMMY

보호막으로 둘러싸인 주술사는 짧은 시간 안에 죽지 않지만, 대신 공격력이 거의 없다.


따라서 혼자 남은 주술사는 내게 그냥 말 많은 고블린이나 다름없다.


“케륵케륵! 케르르!”


아주 기본적인 주술 공격이 날아왔지만 부츠에 내장된 스킬, ‘대시’를 사용해서 피하는 동시에 접근. 참교육을 시전했다.


-깡! 깡!


무기력하게 날아가 벽에 부딪힌 주술사의 이름은 허무하게 회색으로 변했다.


“무섭다! 나의 강함이 무서워!”


나는 주술사에게서 부적과 얼마간의 돈, 그리고 대전사로부터 양손검 한 자루를 루팅했다.


‘무기는 참교육으로 충분한데 쓸만한 보호구나 좀 나올 것이지. 무기를 줄 거면 최소한 한손검이라던가.’


장신구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20레벨 이후. 그때까지는 보호구나 무기밖에 못 쓴다.


‘아, 영상 녹화 꺼야지.’


나는 녹화를 중단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던전에서 나왔다.


던전에 들어간 지 27분 만의 일이었다.


사냥꾼의 캠프로 복귀한 다음 양손검을 감정했다.


[고블린 대전사의 양손검: 양손검]

▶흔치 않은 고블린 영웅의 양손검이다. 그래봤자 고블린이지만.

▶공격력 13-18

▶제한 레벨 10, 힘 15

▶내구성: 30/30

▶특수 효과: 치명타 시 화염 피해 5 추가


“나쁘지는 않은데.”


어차피 획득 시 귀속이라 경매장에 내놓지도 못하는데 그냥 들고 있어 보기로 했다.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니 레벨이 4 올랐다. ‘애꾸눈’을 혼자 잡았을 때와 비교하면 느린 속도지만 로파는 레벨이 오를수록 다음 레벨로 올라가기가 어려워진다.


만약 10레벨에서 5인 파티로 던전을 돌았다면 많아야 하나 정도 오르는 게 고작이었을 거다.


‘스탯을 확인해 볼까?’


【아웃사이더】

▶레벨: 12

▶종족: 인간

▶성별: 남

▶칭호: 솔플의 제왕, 그건 내 잔상입니다만

▶HP: 63/63, MP: 63/63

▶공격력: 230, 방어력: 73

▶힘: 21(+25), 민첩성:21(+25), 지능:21, 체력:21

▶스킬: 내려치기(검), 빠르게 찌르기(단검), 밀치기(방패), 2연사(활), 정권 지르기(체술), 매직 애로우(마법), 응급 침술(치유술)


역시 230이라는 공격력은 참교육을 장착했을 때 얘기. ‘아마추어의 야구 배트’ 장착 시 78, 새로 획득한 고블린 양손검을 착용하면 27.3이 된다.


‘역시 고블린 양손검은 쓸 이유가 없잖아.’


그래도 상점에 팔기 전까지는 모양으로 들고 다녀야겠다. 10레벨이 넘었는데 연습용 검이나 종자의 나무 방패를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야구 배트는 대놓고 들고 다니긴 눈길을 너무 끈다.


정예를 잡으면서 나온 방어구를 적당히 입고, 모자란 부분에는 상점제 방어구를 장착했더니 방어력도 적잖이 올랐다.


많이 번 줄 알았는데 장비 좀 사고, 소모품을 구비했더니 그간 번 돈이 반토막이 났다.


‘이래서 로스트 파라다이스 화폐는 돈같지가 않아.’


물론 로파에서도 쌀먹은 가능하지만 그러려면 너무 심하게 노가다를 해야 한다.


진짜 비싼 장비는 경매 사이트에서 현금 거래가 되고, 낙원에서 번 골드는 스타코인으로 차곡차곡 쌓이는데 말이지.


그럼, 장비도 좀 맞췄겠다. 코인 벌러 다시 낙원으로 가볼까?


<접속한 지 두 시간 삼십 분이 지났습니다. 30분 후 로그아웃되오니 준비하시기를 바랍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지났나. 이미 늦은 오후. 갑작스럽게 피로가 몰려왔다.


‘이거 20대 때와는 많이 다르네.’


하긴, 8년간 접었던 게임을 다시 하는 거니까. 나는 다음을 기약하고 VR룸에서 나왔다.



* * *



월요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한 회사는 상당히 어수선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부서가.


“정우 씨, 무슨 일이야? 오늘 회사 분위기가 묘하네?”


“그게··· 아마, 곧 알게 되시겠죠.”


‘모릅니다···가 아니라 알게 된다?’


고블린 척후병, 아니 고정우는 뭔가 아는 눈치였다. 더 물어보려다가 관뒀다. 길게 얘기하고 싶은 상대도 아니고.


‘차장, 부장도 안 보이네?’


머지않아 우리 부서의 만년 과장이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이, 늘 허허 웃던 평소와는 달랐다.


“과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서준 씨.”


과장은 고정우를 한번 흘깃 보고 작게 속삭였다.


“잠깐만 나 좀 봐.”


과장은 나를 급히 회사 옥상 흡연 구역으로 데려갔다. 떨리는 손으로 불을 붙인 과장은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한숨처럼.


“나 지금 해고 통보받았어.”


“네?”


“해고 통보라기보다는 권고사직인데. 별로 다를 것 없더라.”


“갑자기요?”


“씨발, 기분이 좆같아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데.”


과장은 담배를 씹듯이 빨았다. 무골호인의 전형인 과장이 보여주는 낯선 모습에 어떤 말을 듣고 왔는지 짐작이 갔다.


“인사팀에서는 내 업무 실적 트집 잡고 회사 사정 얘기하던데, 그간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거 종합해 본 결과 그게 아닌 것 같아.”


“그럼요?”


“우리 홍보팀 구조 조정. 부사장이 칼을 빼 들었다나? 홍보방식을 대대적으로 손본다는데. 지금까지의 홍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백 퍼센트 로스트 파라다이스 내부에서 홍보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 같아.”


부사장이 로파 길드장 출신이라더니.


“우리 회사 이름으로 길드 창설한다더라. 지금까지처럼 많은 사람도 필요 없으니까 딱 필요한 사람만 챙겨서. 여기저기 차출 좀 하고, 필요 없는 사람도 대거 자르고.”


“......”


“서준 씨 이름도 들어 있었어.”


우리 팀에 로파 안 하는 사람은 과장과 나, 그리고 평사원인 여직원 한 명뿐이다.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데.


“정우 씨가 레벨이 높으니까, 대리로 진급시키고, 사실상 팀장으로 해서 본격적으로 할 것 같더라고. 물론 길드장은 부사장님이 되겠지. 솔직히 말해 답정너야.”


“.......”


“그리고 이건 추측인데. 아무래도 정우 씨가 부사장과 인척 관계인 것 같아.”


“!”


고블린, 이 새끼가. 부장과 어쩐지 친밀하다 했다. 전부터 게임 안 한다고 부장이 직접 나더러 업무 태만이니 하면서 구박하더라니. 그게 다 빌드업이었구나. 배신감에 몸이 떨려왔다.


“나··· 난 버틸 거야. 이왕 나가야 한다면 내 발로는 절대 안 나간다. 어차피 구박당하는 거 익숙하고. 악착같이 버텨서 원하는 걸 얻어가야지.”


“과장님···.”


“서준 씨는 어떤 선택 할지 모르겠는데, 절대 원하는 대로 사인해 주지 마라. 알았지?”


압니다. 과장님.


‘안 그래도 그만둘까 싶어서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이게 이렇게 되네.’



머지않아 나도 인사팀에 불려 갔다.


“박서준 대리, 앉으세요.”


아침부터 지친 표정의 인사 팀장 앞에 앉았다.


“얘기 좀 들으셨죠?”


“대충···.”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되어 상당히 가슴이 아픕니다만, 제 일이 그런 거라 어쩔 수 없네요.”


“······.”


“아시는 것 같으니 바로 본격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전해 듣기로 박서준 대리는 평소에 팀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팀원들이 아니라 정확히는 고블린과 잘 어울리지 못했지.


“... 또, 부장이 여러 차례 게임을 시작할 것을 권했지만 듣지 않으셨다고 했습니다. 참 유감입니다. 홍보팀은 게임을 업무에 이용하기도 하니까, 이게 사실 넓게 해석하면 상사의 명령에 별다른 사유 없이 수차례 거부하신 거라 사규상 해고 사유에 든다고 볼 수 있어요. 다만, 그간의 정이 있으니 저희가 권고사직으로 처리하고 1개월 치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로금으로 지급하려고 하거든요. 해고로 처리되면 실업급여도 못 받는 거 아시죠?”


인사 팀장은 미리 작성해 둔 권고사직합의서를 내밀었다. 사직 이유에는 ‘일신상의 사유’라고 미리 적혀 있었다.


어디서 뻔한 개수작이야.


“팀장님.”


“네.”


“저는 회사를 사랑합니다.”


“네?”


“저는 실적도 나쁘지 않고, 근태도 우수할 뿐 아니라,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적도 없고, 사업상 기밀을 누설한 적도 없고, 공금을 착복 배임한 적도 없고, 사업장의 기물을 파손한 적도 없고···.”


“.......”


“더 해 드려요?”


“아뇨.”


“하여튼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도 않고, 그만둘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법 좀 찾아보신 것 같으니까 말씀드리는데, 위로금이라는 게 법으로 정해진 게 아닙니다. 어쩌면 좋은 기회일 수 있어요. 오늘 이 시간이 지나면 위로금도 없어질 수 있단 말입니다.”


“해고통지서 주세요.”


“네?”


“저 스스로는 그만둘 일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억지로 그만두게 하시려면 해고통지서 주시면 되겠습니다. 아니면 제 책상을 화장실 앞에 빼고 집단 따돌림 한다고 한들 어쩌겠습니까? 감수해야죠. 그럼, 저 나름대로 노동위원회 방문하면 될 일이니까요. 수틀리면 일인 시위도 좀 하고, 기자 하는 친구들 불러서 기사도 좀 흘리고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저 말고도 같은 처지의 동료가 있으니까 외롭지는 않겠네요.”


“뭔가 굉장히 오해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너무 소설 쓰는 것 아닙니까?”


인사 팀장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안경을 치켜올렸다. 나는 그렇지만 개소리를 더 들을 생각이 없었다.


“12개월.”


“뭐가 12개월입니까?”


“위로금을 12개월 치 급여만큼 지급해 주신다면 권고사직 고려해 보겠습니다.”


인사 팀장은 오만상을 찌푸렸다.


“박서준 씨, 나도 이러고 싶어서 하는 일 아니에요. 그러나 사정을 봐주는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위에 할 말이 있는 조건을 내미셔야죠. 박서준 씨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앞으로 다른 회사 구직 활동에도 지장이 있지 않겠어요?”


“무섭네요. 블랙리스트라니. 꼭 협박하시는 것 같이 들리는데요. 심리적으로 굉장히 큰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회사를 위해서나 박서준 씨를 위해서나 원만한 합의를 이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말이 회사를 위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나는 책상 위에 핸드폰을 올려 놓았다. 핸드폰에는 녹음 앱이 바쁘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제가 사랑하는 회사가 부당해고를 하는 것도 모자라 선량한 노동자를 협박한다는 말을 듣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 준비를 정말 많이 하셨군요. 알고 있었습니까?”


“아뇨.”


사실 스타 코인이 내 계좌에 들어온 순간, 이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요.”





‘일신상의 사유’라고 되어있던 것을 ‘권고사직’으로 바꾸고, 위로금 1개월을 12개월로 바꿔서, 지급 기한까지 서류에 명시하는 등의 작업을 거치고 나서야 내 작업은 끝났다.


오늘부로 퇴사하는 것으로.


“녹음은 입금 확인하고 지우겠습니다.”


“그러세요.”


인사 팀장은 그사이 야근을 며칠 연속으로 한 사람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고작 대리 하나에 이렇게 귀찮게 될 줄은 몰랐겠지.


“그럼, 이만.”


“오늘 일, 다른 직원들에게 새어나가면 부당해고의 오명을 뒤집어쓰더라도 힘든 싸움 하게 될 겁니다. 아시죠?”


“네.”


마지막 정까지 똑 떼고 그 길로 짐을 싸서 나왔다. 과장님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홀가분하네.”


애정이 식을 대로 식은 연인에게 이별 통보하기가 도의적으로 미안해서 주저할 때, 생각지도 않게 상대가 먼저 치고 나와 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지 않던가.


뜻하지 않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대낮에 회사를 떠나는 기분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이제 제 자리를 찾은 기분이라고 할까.


나는 오늘부터 프로 (코인 채굴 전문) 게이머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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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5 20 2 12쪽
23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4 28 1 12쪽
22 거슬려, 몹시 +1 24.09.13 32 1 12쪽
21 거슬려, 몹시 24.09.12 33 1 12쪽
20 거슬려, 몹시 24.09.11 37 2 11쪽
19 거슬려, 몹시 24.09.10 35 1 12쪽
18 어그로 24.09.09 36 2 13쪽
17 어그로 24.09.08 36 2 12쪽
16 어그로 24.09.07 38 2 12쪽
15 어그로 24.09.06 40 1 12쪽
14 어그로 24.09.05 40 1 13쪽
13 채굴러로 살겠다 24.09.04 42 1 13쪽
12 채굴러로 살겠다 24.09.03 45 1 13쪽
11 채굴러로 살겠다 24.09.02 46 1 12쪽
»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9.01 62 4 12쪽
9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1 67 3 12쪽
8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0 70 2 13쪽
7 아는 NPC 24.08.30 80 3 12쪽
6 아는 NPC 24.08.29 88 3 12쪽
5 재접속 24.08.28 9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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