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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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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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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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러로 살겠다

DUMMY

“어디 보자.”


출근할 일도 없는데 아침부터 눈이 떠져서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접속했다. 본격적으로 나 혼자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기 이전에 얼굴을 가릴 아이템이 필요해서였다.


“얼굴을 내놓고 다니기는 좀 그렇잖아.”


내가 무슨 이시연처럼 광고모델로 나설 것도 아니고.


“왜 외모 변경이 불가능했던 거야?”


생각해 보니까 짜증 나네. 남들은 다 커스터마이징해서 멋진데, 나는 던전에서 마주쳐도 편의점에서 마주치는 거나 다름없다. 누가 봐도 박서준이니까.


“얼굴 덮는 투구가 나쁘진 않은데 모양이 영 이상하다.”


한참 고민하다가 얼굴 절반을 가리는 하얀 오페라 가면을 하나 샀다.


방어구가 아닌 장식용 아이템이기 때문에 장착 후 머리 방어구를 추가로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단순 장식이 왜 이렇게 비싸?”


아주 비싼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 만원 수준. 어떠한 옵션도 없이 단순한 장식에 불과한데. 옵션이 달린 ‘장신구’가 아니라 ‘장식’.


그래도 퇴직금과 위로금으로 수천만 원을 일시에 해결했으니 당분간 돈 걱정은 없다. 아직 안 들어왔지만, 서류상 2주 내에 주기로 했으니까 뭐 이 정도는 괜찮다.


“거기에 실업급여도 있고.”


이제 스타 코인만 계획대로 얻으면 된다.


“본격 프로게이머라고 하면 집에 캡슐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러나 알아보니 캡슐의 구매가는 억대로 훌쩍 넘어간다. 중고가도 판매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개인 유저 렌탈비도 만만치 않잖아.”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VR 룸 이용해야겠다.


* * *


“영한아, 나 왔다.”


“어?”


매장 내를 청소하고 있던 영한은 나를 보고 우뚝 멈춰 섰다.


이틀간 갔던 VR 룸에 가볼까도 싶었지만, 이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오래 다니려면 친구네가 나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생각해보니 내가 낙원에 가 있어도 영한이가 그걸 알 길이 없잖아?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출근 안 해?”


“그렇게 됐어.”


나는 지난 회사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 설명했다.


“그래서 당분간 게임이나 좀 해보겠다?”


“그렇지.”


“이직은?”


“슬슬 알아봐야지. 당분간은 좀 쉬고.”


영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간 열심히 일했으니 좀 쉬어라. 안 그래도 너 그때 이후 성격도 변한 것 같아서 좀 그랬는데.”


“내 성격이 변했다고?”


“너 쾌활했잖아. 친구들 사이에 인기도 많고. 김미영 팀장님한테 차인 이후 어찌나 음침한 인간이 되었는지, 어휴.”


이 자식은 무슨 말을 해도 김미영 팀장이네. 하긴 보이스피싱이나 순진한 남자의 마음을 낚은 거나, 나락에 빠뜨렸다는 점에서 그 흉악함의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


“대체 언제 적 김미영 팀장이냐. 그런데, 너는 로파 레벨이 몇이나 되냐?”


“나는 제법 되지. 거의 처음부터 했으니까.”


역시 골수 게이머답게 자기 레벨을 말해주지는 않는군.


“베타부터 했으니까 엄청나겠네.”


“일하면서 하는 거라 그 정도는 아냐. 물론 너 버스 태워줄 정도는 된다. 내가 지금은 어디 멀리서 연퀘 진행 중이라 안 되겠고. 그것만 끝나면 신나게 태워준다. 아주 난폭운전으로 해줄 테니까 멀미나 하지 마라.”


겸업을 각오했다가 전업 게이머가 되고 보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 오랜만에 낮에 보는 친구와 대화도 하고. 좋네.


“야, 근데 캡슐 어디서 싸게 구하는 법 없냐? 업자 할인 같은 거 없어?”


“업자 렌탈 할인은 있지. 그렇지만 기계마다 시리얼 넘버가 다 따로 있어서 어디 함부로 빼돌리지도 못해. 위치 추적해서 다른데 빼돌린 거 확인되면 계약 해지야.”


“음···.”


현실의 벽에 많이 부딪히네.


“왜, 사게? 돈 많아?”


“없지. 영혼까지 끌어모아 봐야 캡슐 반쪽쯤 사려나.”


“그냥 여기 와서 해. 밥도 좀 사 먹고. 새로 들인 조리 로봇 손맛이 끝내줘.”


“손맛 같은 소리하네. 새로 직장 구할 때까지만 할 건데. 그냥 물어봤다.”


나는 영한을 따라 배정받은 방으로 향했다. 음료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영한은 나가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아참, 메테오에서 영상 공모전 하던데. 그거 우승 상품이 무려 캡슐 무료 제공이다. 생각 있으면 한번 봐라. 혹시 아냐?”


“그래?”


나는 영한이 나간 후 이미 공모전 사이트에 등록된 영상을 좀 살펴봤다.


“상상을 초월한 미친 놈들이 많네.”


속옷만 걸친 맨몸으로 미노타우루스와 소싸움을 하는 놈이 있질 않나.


어디서 구했는지 목탁 아이템 들고 바다 위 암초에 앉아서 세이렌의 유혹에 견디는 챌린지를 하지 않나.


물론 다들 금방 죽었지만.

정상적인 공략 영상보다 그런 미친 짓이 더 인기가 높았다.


[본 영상은 VR 버전을 2D 변환한 것입니다. 캡슐 접속 후, 베아트리체를 방문하시면 좀 더 사실적인 감상, 나아가 영상 편집과 업로드에도 도움을 드릴 것입니다. 베아트리체의 성소는 어느 신전에서나 포털을 상시 개방하고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오, 그런 기능이 있었나.”




나는 게임에 로그인한 후, 사냥꾼의 캠프를 떠나 근처 마을 ‘쿠트나’로 향했다.


‘어차피 던전 퀘스트 완료를 위해서는 모험가 길드에 고블린 주술사의 부적을 반환해야 하니까.’


꽤 큰 마을인 쿠트나에는 모험가 길드도 있고, 신전도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네. 이 정도면 마을이 아니라 소도시라고 해도 되겠다.”


모험가 길드를 찾기에 앞서 신전으로 들어갔다. 신전 가운데에서 하늘하늘한 옷을 걸친 채 기도 중이던 사제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봤다.


“모험가님. 환영합니다.”


“네. 네.”


“축복, 저주 해제, 치유. 원하시는 게 있으실까요?”


“베아트리체에게 가고 싶은데요.”


“쳇. 또 그ㄴ···.”


“네? 잘 못 들었는데?”


“아닙니다. 모험가님. 이리 들어가십시오.”


나는 여신관이 열어준 포탈을 타고 베아트리체의 사원으로 왔다. 두 번째 오는 거지만 공간이 주는 성스러움은 사람을 압도하는 면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지.


“모험가님! 반갑습니다!”


“응.”


“그동안, 로스트 파라다이스 많이 즐기셨어요?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용건만 간단히.”


“저기···.”


베아트리체는 조금 주저했다.


“제가 보려고 본 게 아니라. 신전에서 일어나는 일은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서 그러는데요···.”


“뭐.”


“쿠트나의 그 ㄴ··· 아니 신관에게는 존댓말을 쓰시면서 왜 저한테는 반말을 하시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그러고 보니, 처음 볼 때부터 그랬다. 아무리 NPC라도 게임 내에 주어진 역할에 맞게 적당히 맞춰주는 게 오랜 게이머로서의 버릇이라면 버릇인데도. 물론 그건 역할극에 충실하기 위함이지 NPC를 대우해 주기 위한 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네. 말씀하세요.”


“넌 누구 닮아서 기분 나빠.”


생긴 건 저렇게까지 예쁘지 않았지만, 말투며 표정이 왠지 김미영 닮았다.


“네? 그렇다면 엄청난 미인일 텐데? 왜 기분이 나빠요? 왜? 왜?”


김미영도 저런 식으로 말했지. 그때는 그게 귀엽다고 생각했다.


“내가 미쳤었지.”


“네?”


“그건 됐고. 여기서 공모전 영상을 볼 수 있다던데?”


“화상 최대 공모전 말씀이시죠? 일인칭모드도 가능하고 삼인칭 2D, 3D 모두 가능합니다.”


“이거 한번 보여줄래?”


나는 미리 보아두었던 미노타우루스와 인간의 소싸움 영상을 골랐다. 짧으니까.


“어··· 사람들 취향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이런 게 순위권이라니.”


“2D는 밖에서 봤으니까 삼인칭 3D로.”


“네!”


베아트리체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자 주변 배경이 바뀌고, 청도의 소싸움장 관람석에서 실제로 보는 듯이 영상이 플레이되었다.


“와, 실감 나네.”


팝콘만 하나 있으면 딱이겠다.


플레이어가 미노타우로스를 따라 ‘음매!’하는 소리를 지르고 박치기를 시도하다가 볼품없이 나자빠지고 회색으로 변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길지 않은 영상이라 금방 끝났지만, 현장감은 탁월했다.


“삼인칭이 이 정도면 일인칭은 대체···.”


“바로 실행해 드릴까요?”


“어.”


“시야가 전환될 때 살짝 어지러울 수 있으니 유의하세요.”


잠깐 깜빡이는가 싶더니 나는 속옷남이 되어 있었다. 눈앞에는 거대한 미노타우르스가 씩씩거리고 있었다.


‘속옷이 왜 이렇게 누리끼리···.’


“형님들 제가 오늘 소싸움 도전합니다. 남자라면 맨몸 승부 아니겠습니까! 잘 보시고 꼭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내가 한 말이 아닌데 내가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음메에에에!”


곧이어 남자, 아니 내가 소 울음소리를 따라 하는가 싶더니, 미노타우로스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미노타우로스도 이 어이없는 인간을 죽이고야 말겠다는 듯 질주했다.


‘미노타우루스의 기분이 이해되기는 또 처음이네.’


육중한 몸이 다가올수록 바닥이 울리는 느낌이 났다.


‘어우, 참교육 갈기고 싶다.’


-꽝!


소머리와 사람 머리가 격돌. 시야가 정신없이 흔들리더니 눈앞이 까매지고 영상이 끝났다.




“지릴 뻔했다. 이 정도면 빙의인데?”


“정말 실감 나죠? 그렇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대평원 지역 플레이어분들이 새끼 동물 키우는 영상들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아가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아, 내 심장!”


안 물어봤다.


“나도 영상을 응모해 볼까 하는데.”


“와! 어떤 영상 올리시게요?”


“던전 솔플 공략 영상.”


“그건 언제나 기본은 하는 장르죠. 어떤 영상이신가요?”


나는 내 저장 목록에서 유일한 영상에 하이라이트를 걸어 베아트리체가 열람할 수 있게 해줬다.


“이건!”


영상을 한참 본 베아트리체의 눈이 커졌다.


“대··· 대단해요! 27분 14초 만에 고블린 던전을 클리어하시다니.”


“많이 빠른건가?”


“그럼요! 기록된 최고 기록은 2시간 48분입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죠? 공개되면 사람들이 깜짝 놀랄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모자이크 가능할까?”


“어··· 안 될 건 없죠. 얼굴 가려드릴까요? 게시자 이름도 익명으로 처리해 드릴 수 있어요.”


“그거 잘됐네. 그리고···.”



* * *



이것저것 구체적으로 부탁하고 쿠트나로 돌아왔다.


지나가는 경비병에게서 모험가 길드로 가는 길을 알아내어 찾아갔다.


[친목 길드 ‘베아트리체❤사랑’에서 길드원 모집합니다. 렙제 없음. 신규 유저 대환영. 가입 조건 ‘매너, 그리고 베아트리체를 향한 ❤일편단심’, 50레벨 이하 신규 길드원 장비 지원.]


길드원 모집 공고가 게시된 모험가 길드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장비 지원이라는 말에 좀 혹하지만,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이라니.


‘저게 다 안 당해봐서 그래. 나처럼 호되게 당하고 나면 NPC가 전부 픽셀로 보일 텐데.’


보나 마나 시커먼 남자들로 가득한 길드일 테고.


‘끔찍하기 짝이 없군.’


나는 세차게 머리를 흔들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불길한 이미지를 털어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모험가 길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것을.”


나는 불문곡직 고블린 주술사의 부적을 사무원에게 내밀었다.


“고블린 주술사의 부적! 감사합니다. 모험가님 덕분에 쿠트나가 조금 더 안전해졌습니다.”


길드 사무원은 호들갑을 떨더니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약속드린 보상 목록입니다. 돈이 좋으십니까? 아니면 아이템?”


사무원이 보여준 리스트를 훑어봤다.


‘돈은 별로고, 웬만한 무기도 대충 맞췄으니까···.’


”이거로 하죠.”


나는 장비 대신 스펠북을 골랐다.


“빙계 마법을 고르셨군요. 양손검을 매고 계셔서 전사 계열인 줄 알았는데.”


스노우볼. 기초적인 빙계 마법이라 공격력이 크지 않고, 직접 던져서 맞춰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마나 소모량이 적고, 덧붙여서 빙결 효과가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얼려놓고 때리면 박살 나잖아. 그걸 어떻게 참아.’


둔기가 메인 무기인 나로서는 탐나는 스킬이 아닐 수 없다.


적당한 레벨업에 화끈한 공격력을 갖췄으니 이제 다시 채굴하러 갈 시간이다.


마을 밖 한적한 곳에서 스펠북을 열어 주문을 익히고 바로 반지를 작동했다.


“낙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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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나의 길을 걷겠어 NEW 55분 전 2 0 13쪽
26 정상을 향한 독주 +1 24.09.17 14 2 12쪽
25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6 16 1 12쪽
24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5 20 2 12쪽
23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4 28 1 12쪽
22 거슬려, 몹시 +1 24.09.13 31 1 12쪽
21 거슬려, 몹시 24.09.12 33 1 12쪽
20 거슬려, 몹시 24.09.11 37 2 11쪽
19 거슬려, 몹시 24.09.10 35 1 12쪽
18 어그로 24.09.09 36 2 13쪽
17 어그로 24.09.08 36 2 12쪽
16 어그로 24.09.07 38 2 12쪽
15 어그로 24.09.06 39 1 12쪽
14 어그로 24.09.05 40 1 13쪽
13 채굴러로 살겠다 24.09.04 42 1 13쪽
12 채굴러로 살겠다 24.09.03 45 1 13쪽
» 채굴러로 살겠다 24.09.02 45 1 12쪽
10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9.01 61 4 12쪽
9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1 67 3 12쪽
8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0 70 2 13쪽
7 아는 NPC 24.08.30 80 3 12쪽
6 아는 NPC 24.08.29 88 3 12쪽
5 재접속 24.08.28 92 3 12쪽
4 재접속 24.08.27 105 2 13쪽
3 튜토리얼 퀘스트 24.08.26 108 4 12쪽
2 전 여친이 AI 24.08.26 12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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