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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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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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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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려, 몹시

DUMMY

목돈, 목돈 하다 보니 생각이 났다.


“퇴직금, 왜 안 줘?”


합의서에 지급 기한을 2주로 명시했으니까 아직 며칠 남았다. 그러나 마지막에 본 회사의 치졸한 수작 때문인지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참에 연락이나 해볼까?’


나는 캡슐 옆 소파에 몸을 묻고 문자를 하나 보냈다.


[과장님. 잘 지내고 계십니까?]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바로 답장이 왔다.


[박 대리. 아 아니지. 서준 씨 오랜만이다. 잘 지내?]


[나간 사람이야 잘 지내죠. 남아 계신 분이 더 힘들지 않겠습니까?]


[뭐,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하고 노골적으로 눈치 준다는 것만 빼면 괜찮아. 난 원래 그런 거 좀 무신경하니까 견딜 만 해. 그런데 갑자기 웬일?]


심심하다더니 말 상대가 생겨서 기쁜 모양이다.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서 회사에 전화해 볼까 했는데 막상 하려니까 말 섞기가 싫더라고요. 아직 며칠 남았으니까 독촉하기도 그렇고 회사 분위기나 한번 알아보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음, 여기는 지금 나 빼고 다 정신없거든. 워낙 정리해고도 많이 했고. 로스트 파라다이스에서 홍보차 이벤트 진행한다고 매일 회의로 바빠.]


[이벤트요?]


[나는 참가 못 해서 자세히는 모르는데 듣기로는 그 뭐더라 PVC? 사람끼리 싸우는 거 있잖아.]


[PvP요?]


[아, 그래 그거. 그런 이벤트를 진행할 것 같던데.]


김 과장은 더 이상 아는게 없었다. 적당히 얘기를 나누다가 나중에 한번 보자는 뻔한 말을 끝으로 문자를 접었다.


‘회사가 무슨 일을 하던 나와는 상관없지. 퇴직금과 위로금만 예정대로 나온다면.’


더 이상 깊게 얽히고 싶지는 않다.



* * *



쿠트나 시로 돌아왔다.


어제 열심히 레벨업을 해서 16레벨이 되었다.


20레벨이 되면 채광, 대장, 보석 세공 등의 전문 기술을 배울 수 있고, 드디어 장신구도 착용할 수 있게 된다.


타 게임에 존재하는 전사, 도적, 마법사 같은 메인 클래스가 없는 대신 그런 세부 기술과 직업은 굉장히 다양하게 존재한다.


‘내 보톡스 칼 사 간 사람이 성형술 한다고 했던가?’


그것 외에도 문신술, 헤어디자인, 인테리어 등 숱하게 많다.


배우는 개수 자체에도 제한이 없어서 언제든 맘에 안 들면 다른 것을 더 배울 수도 있다.


배우는 건 자유지만 익히는 데 드는 시간은 만만치 않아서 제대로 키우는 건 많아야 두세 개.


전투 상급 스킬과 세부 전문 기술을 제대로 배우려면 아무래도 큰 도시로 가야 한다.


‘수도로 가야겠지.’


타이한 제국의 수도 쏠레 시티. 거기엔 없는 게 없다.


마탑에 가서 돈을 내고 순간 이동을 해달라고 할까, 신전에 가서 기부금을 내고 신전끼리 연결된 포털을 이용하겠다고 할까, 탑승료를 내고 그리핀을 타고 날아갈지 고민하다가 표행 퀘스트를 받았다.


어차피 20레벨까지는 좀 남았고, 천천히 구경도 하고 싶어서.


걸어서 퀘스트 약속 장소인 운송회사에 도착한 것은 스탯 상승용 음료 4종을 다 마실 때쯤이었다.


“저긴가?”


쿠트나 외곽에 위치한 건물 앞에는 마차와 사람 몇몇이 있었다.


“모험가 길드에서 소개받고 왔습니다.”


회사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내 소개를 하자 중년의 남자가 웃으며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로스트 파라다이스에는 NPC와 플레이어를 구분하는 표시가 없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운송회사 직원 NPC로 보이는 십수 명이 짐을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누가 봐도 플레이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거한이 한 명 외따로 서 있었다.


“아, 저쪽은 역시 이번 운송길에 함께 해주실 모험가십니다. 인사 나누시죠.”


“안녕하세요. ‘아웃사이더’라고 합니다.”


내가 고개를 숙이자,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보일 듯 말듯 고개만 까딱하고 말았다.


‘뭐야, 저건. 컨셉인가?’


어깨에 멘 거대한 도끼 하며 산도적 같은 수염. 흉터 가득한 몸에 가죽 갑옷. 전형적으로 거친 남자 컨셉에 잡아먹힌 녀석이다.


‘말 섞지 말자.’


“하하. 저분이 원래 말이 적으시더라고요. 모험가 길드의 허가서에 쓰여 있기로는 성함이··· ‘강한남자이강한’씨고요.”


“네.”


어차피 쿠트나에서 쏠레 시티까지. 현실 시간으로 다 합쳐서 6시간만 지나면 안 볼 사이니까 이름 따위 몰라도 상관없다.


첫날에 해당하는 세 시간에 다음 도시에 도착. 내일 아침에 와서 다시 쏠레 시티까지 세 시간, 도합 이틀에 걸쳐 여섯 시간만 수행하면 되는 퀘스트.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골드와 경험치를 후하게 주므로 직접 여행의 맛을 느끼고 넓은 지역을 돌아보고 싶은 초보자들이 제법 하는 퀘스트다.


“한 분만 더 오시면 바로 출발합니다. 아, 저기 오시는 것 같은데요?”


운송회사 직원이 손으로 가리킨 쪽에는 어떤 남자가 손짓발짓하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여러분, 이제 제가 막 운송회사 앞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누굽니까. 원하시는 건 전부 다 대신 해드리는 ‘BJ대신맨’ 아닙니까? 오늘 초보자 형님들도, 고인물 형님들도 모두 만족하실 수 있는 이벤트 준비했습니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 대반전! 제가 이번 기획 정말 야심 차게 준비한 거 아시죠, 형님들?”


저건 또 뭔가. 요란하게 다가온 남자는 나를 맞이해준 직원과 신원 확인을 마치고 다가왔다.


“자! 이분들이 오늘 저와 함께 표행 퀘스트에 나설 또 다른 ‘딸배’ 형님들이신가 봅니다. 한 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


남자는 나와 산도적을 번갈아 보더니 좀더 만만해보이는 내게 다가왔다.


“저는 그쪽 방송에 출연한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만.”


“에헤이. 그러지 마시고. 저 나름대로 이름있는 BJ입니다? 싫으시면 저분은··· 안 되겠구나.”


산도적 남자는 아예 고개를 돌려 버렸다.


“조금만 협조해 주시죠. 제가 여기 퀘스트 보상금 두 분께 다 드리겠습니다. 사실 저는 레벨이 150대기 때문에 그런 푼돈 필요 없거든요.”


‘150대가 왜 여길 와. 여긴 30대 이하가 하는 퀘스트인데.’


저 시끄러운 인간을 피해서 퀘스트를 포기할지 고민하던 찰나,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출발합니다. 세 분 모두 마차에 탑승하세요!”


“그저 오로지! 시청자 여러분의 알 권리와 재미를 위해 무엇이든 대신 해드리는 BJ대신맨. 바로 출발합니다.”




* * *




마차에 타고 얼마 가지 않아 하이에나를 닮은 인간형 몬스터 ‘놀’ 무리의 습격이 있었다. 평균 레벨 20대 정도인 이 녀석들이야말로 표행 퀘스트를 성립하게 하는 주원인이다.


나는 달리는 마차 위에 선 채로 연신 뼈 화살을 날려 접근하는 놀들을 견제했다.


“이야···. 저희 동료분 활 잘 쏘시네요. 아마도 궁술 위주로 성장 컨셉을 잡으신 분 같습니다. 레벨은 말씀 안 해주셔서 알 수가 없지만, 우리가 또 로파 짬밥이 몇 년인데 장비 보면 대충 견적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산도적은 원거리 공격수단이 없는지 그대로 마차에 앉아 있었고, 자칭 150대인 BJ는 열심히 입만 털었다.


“저희 동료 딸배 헌터가 사용하는 골곡궁은 망자의 미로에서 보스가 떨어뜨리는 무기죠. 아마 레벨 제한이 12인가? 초반에 쓰기에는 나쁘지 않은 활입니다. 30까지도 무난하게 쓸 수 있어요. 헬멧은 처음 보는 걸 쓰고 있어서 뭔지 모르겠고, 상점제 갑옷으로 미루어볼 때 저분 레벨은 15에서 20정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확히 맞춘 걸 보니 입만 산 것은 아니고 확실히 고인물이긴 한가 보다.


계속해서 활을 쏘다 보니 나 혼자만 힘쓰는 시츄에이션에 짜증이 확 치밀었다.


“말만 하지 말고 좀 도와주시죠?”


“에이··· 제가 나서면 쟤들 한방 컷인데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요. 여러분들이 퀘스트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시라고 제가 배려해 드리는 겁니다.”


말이나 못 하면. 결국 나와 운송회사 측 전투요원의 원거리 공격만으로는 부족해서 마차가 멈추고 근접 전투가 벌어졌다.


“워어어!”


산도적은 바바리안으로 컨셉을 잡은 건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전투 함성을 질렀다.


파티를 맺고 있기 때문에, 작은 양 이지만 체력과 공격력이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죽어!”


산도적은 도끼를 휘두르며 놀 무리를 휘저었다.


“워우, 깜짝이야. 설마 했는데 저분은 정통 바바리안으로 컨셉을 잡았나 봅니다. 한때 바바리안 빌드가 유행이라 마을에 나서면 털가죽 옷에 전봇대만 한 무기를 든 바바리안이 절반이던 때가 있었죠. 한참 지난 유행인데 여기서 볼 줄은 몰랐네요. 여러분 다 아시죠? 베아트리체한테 가서 돈을 내면 계정당 두 번씩 레벨 1로 다시 바꿔주는 거. 저도 처음에 멋모르고 바바리안으로 시작했다가 눈물을 머금고 초기화해서 다시 키운 거거든요. 어유, 베아트리체 얘기하니까 또 보고 싶다. 사랑합니다, 베아트리체.”


아가리로 전투하면 저 대신맨이라는 인간은 최소 랭커겠다. 뭔 말이 그렇게 많은지.


나도 전방으로 나갈까 하다가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서 계속해서 활로 후방지원을 맡았다.


“저 바바리안 형님은 궁수 형님보다 조금 레벨이 위일 것 같네요. 레벨 25 정도 되는 장비가 몇개 보여요. 스킬로 볼때 30은 안 되는 것 같고.”


어찌나 끝없이 떠드는지 뒤에서 활만 쏘고 있는데도 원하지 않는 정보가 계속 귀에 꽂혔다.


“두 분 조합이 상당히 좋아서 제가 나설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여러분도 이 퀘스트 전투가 대충 어떻게 되는지 잘 알게 되셨을 것 같습니다. 제가 무쌍 찍는 모습은 아쉽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전투 자체는 어렵지 않게 끝이 났다. 다만 너무 시끄러웠다. 주로 혼자 다니던 내게는 상당히 적응하기 어려운 지점이었다.


‘귀에 피 나겠네.’


하지만 이제 머지않아 퀘스트 1부가 끝이 난다.


저기 보이는 산길만 넘어가면 바로 마을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오늘 하루를 보내고 내일 아침 퀘스트 2부가 시작되니까.


“자 조금만 더 힘 내주시죠!”


운송회사 직원이 독려하는 가운데 마차가 산길로 접어들었다.




울창한 나무가 좌우로 뻗은 숲길로 접어든 지 몇 분. 마차 소리, 걷는 사람들 발소리만 들리는 길은 왠지 모르게 음산했다.


“정지!”


갑자기 선두의 운송회사 직원이 큰 소리로 일행을 멈춰 세웠다.


“누구냐!”


길 한가운데 칼을 짚은 남자가 홀로 길을 막고 서 있었다. 거칠게 가공한 가죽옷을 둘둘 걸친 남자는 낄낄대며 웃었다.


“나? 척 보면 몰라?”


남자는 실실 웃으면서 한 손을 치켜들었다. 그와 동시에 병장기 빼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풀숲에서 수십 명의 남자들이 튀어나왔다.


“산적이잖아.”


‘산적? 이 산에 산적 얘기는 어디에도 없었는데?’


“아··· 형님들. 이게 무슨 일일까요? 전에 제가 이 퀘스트 할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말이죠. 이건 정식 신규 콘텐츠일까요? 아니면 돌발 퀘스트? 어쨌거나 흥미진진해 보이는데요. 산적은 지금 제가 보기에 한 40명 정도 되는 것 같고요. 반면 딸배들은 마부까지 다 합쳐도 25명. 과연 적수가 될까요?“


BJ대신맨의 눈치 없는 멘트만 요란한 가운데 긴장감이 높아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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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4 28 1 12쪽
22 거슬려, 몹시 +1 24.09.13 31 1 12쪽
21 거슬려, 몹시 24.09.12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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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어그로 24.09.06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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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채굴러로 살겠다 24.09.03 44 1 13쪽
11 채굴러로 살겠다 24.09.02 4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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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1 66 3 12쪽
8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0 7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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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는 NPC 24.08.29 87 3 12쪽
5 재접속 24.08.28 91 3 12쪽
4 재접속 24.08.27 10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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