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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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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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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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NPC

DUMMY

나는 샘의 뒤를 따라 그의 산장으로 왔다.


“생명의 은인이신데 대접해 드릴 것이 변변찮아서···.”


그는 내 앞에 차 한 잔을 내려놓았다.


“산장에 보관해 두었던 차밖에 드릴 것이 없으니 용서하십시오.”


향기로 보아 별로 좋은 차도 아니고 상당히 오래된 것 같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말이 통하는 상대를 만났으니 물어볼 것이 많다. 특히 마을로 가는 길이 어떤지에 관해서.


“차 감사합니다.”


나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향은 그래도 참을만한데, 맛은 진짜 영 아니네.’


하긴 이런 상황에 기호품의 질을 따지는 것도 사치지.


그런데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어린 아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그랬죠.”


“···죄송합니다. 괜한 말을 했네요.”


“아닙니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요.”


아이스 브레이킹 좀 해보려다가 오히려 꽁꽁 얼었다. 어색하게 맛없는 차를 후루룩 마시고 신중하게 질문을 골랐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물으시는 것은 아무래도 용사님들이 사라진 이후를 말씀하시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샘은 회한에 잠긴 듯 아련한 눈길로 창밖을 보며 아련한 눈빛이 되었다.


“용사님들이 그날 저녁 동시에 사라지고 나서,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어떤 이는 신의 부름을 받았다고 했고, 어떤 이는 악마의 저주를 받았다고도 했죠. 동방에서 온 누구는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안다 한들 달라질 게 뭐 있었겠습니까?”


단체 관광도 아니고 단체 우화등선이라.


하긴 영문을 모르는 NPC들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 생각이 있다면 말이지만.


“그래도 세상은 어떻게 굴러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몬스터들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놈들 때려잡던 분들이 한 번에 사라졌으니까요. 이제는 심지어 여기서도 가끔 코볼트를 만납니다.”


“음? 코볼트가 여기까지?”


이 산 아래 북동쪽에는 작은 던전이 있었다. 낙원 온라인에서 처음 접하는 초보 던전으로, 코볼트 광산이다.


겁이 많아 거기서 꼼짝도 안 하는 놈들로 설정되어 있는데, 여기까지 올라왔다면 저 아래가 어떤 지경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아시잖습니까. 그놈들 반짝이는 거 좋아하는 거. 간혹 용사님들이 골드나 보석, 장비 같은 거 흘리는 경우가 있던데 그런 거 찾아서 돌아다니더군요. 이제 그런 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나 마찬가지인 세상인데.”


찾았다.

내 황금 코볼트.


여기서는 쓰레기인지 몰라도 그 골드, 내게는 소중해. 녀석들, 제발 부지런했어야 하는데···.


“마을은 지금 어떻습니까? 주민들은 잘 지내고 있나요?”


“마을···.”


샘은 무섭다는 듯이 몸을 떨었다.


“마을에는 갈 생각도 하지 마십쇼!”


“왜, 왜? 왜 그러십니까?”


“그곳은 이제 마굴, 아니 지옥입니다!”


가슴이 철렁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그러는지 설명을 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그곳 사람들은 제가 알던 그 사람들이 아닙니다! 제가 분명히 봤습니다. 사람을 산 채로 뜯어먹던 모습을요!”


아, 이거 이러면 나가린데.


“전부 다 그렇게 됐습니까? 아니면 일부만?”


“그것까지는 모릅니다. 그 광경을 한번 본 후엔 근처에 얼씬도 안 했으니까.”


“아는 것만이라도 좀 자세히 설명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사람이 뭔가 다른 것으로 변했는지, 아니면 이성만 잃은 건지.”


레벨이나 상태를 알 수 없는 낙원. 나는 적더라도 정보가 필요하다.


“아무래도 전염병이 돈 것 같습니다.”


“전염병?”


“그 병에 걸린 사람은 눈이 초점을 잃고 혼탁해지다가 깜빡깜빡 정신을 놓고 공격적인 행태를 보입니다.”


‘정신 계통 질환인가?’


“그러다 갑자기 죽은 듯이 잠에 빠져들죠. 한 일주일.”


“잘 모른다더니, 자··· 세히 아시네.”


“깨어난 이후로는 이제 사람이라고 볼 수 없지. 사람고기를 탐하니까.”


“······.”


“미안하네.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아들내미 먹여 살리기가 쉽지 않았거든. 점점 버거워지던 참에 나타나 줘서 고맙군.”


그러면 그렇지. AI한테 내가 뭘 바랐을까.


“나··· 한테··· 뭐를···.”


“차에 약을 섞었지. 자네는 용사라 보통 사람의 세 배는 섞었어. 맛이 티가 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 마셨군. 엄마나 부인한테 사랑받는 스타일이겠어.”


“큭···!”


“곧 완전히 마비될 테니 통증은 없을 거야. 자네들은 죽으면 사라지니까 편하게 보내주지는 못하겠군.”


’제길.‘


몸을 움직여 보려다가 의자째로 뒤로 벌렁 넘어졌다. 팔다리가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헛심 쓰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게. 내가 괜히 순순히 대답해 준 줄 아나? 약효 퍼지길 기다리느라고 그랬지. 아들 있는 곳에 자네를 데려가려면 나도 준비가 필요해서 몇 분 걸릴 거야. 그 시간만이라도 편히 있게.”


샘은 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바닥의 문을 열었다.


’저런데 지하실이 있었나!’


문이 열리고 빛이 새어 들어가자, 아래에서 괴성이 들렸다.


“크아아아아!”


샘은 잠시 지하실 입구에 멈춰 서서 필사적으로 꿈틀대는 나를 바라봤다.


“미안하네.”


샘은 그길로 곧장 지하로 내려갔다.


‘이런 씨발!’


도무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를 않았다.


‘이번에 죽고 다음에 접속하면 내가 저놈부터 쳐 죽인다!’


<퀘스트 발생: 생존>

<성공 보상: 없음>

<실패 시: 낙원에서의 완전 사망>


‘뭐?’


무슨 퀘스트가 이래. 보상은 없고 실패하면 사망이라니. 무엇보다 ‘완전’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여기서 죽으면 낙원에 다시 못 온다는 뜻인가?’


나는 일단 문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기면서 외쳤다.


‘로그아웃! 로그아웃!’


그러면 그렇지. 이놈의 낙원은 뭐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


‘어디 숨을 데라도 없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 좁은 산장에 숨을 곳이 있을 리 만무하다. 설상가상 지하로부터 무언가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미치겠네.’


나는 온 힘을 다해 문 쪽으로 기었다. 제삼자의 눈으로 보면 긴다기보다는 꿈틀거렸다는 말이 더 맞을 테지만.


“역시.”


그러나 얼마 가기도 전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들렸다.


“용사는 과연 다르군. 그만큼의 약을 먹고도 움직일 수 있다니.”


-저벅저벅


거침없이 다가온 샘은 내 다리를 붙잡았다.


“가세.”


샘은 나를 잡고 지하실로 질질 끌었다. 과연 약의 효과인지 머리를 바닥에 연신 쿵쿵 찧었지만, 별 감각이 없었다. 계단에 하나하나 머리를 쾅쾅 박으면서 내려갈 때도.


“크아아아!”


괴물의 소리가 지척이었다.


’더 있으면 마비가 조금 풀릴 것도 같은데, 어쩌지?‘


그러나 샘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일으켜 세웠다. 눈앞의 괴물은 마치 맹견처럼 벽에 고정된 쇠사슬에 목이 묶여 있었다.


지하감옥 같은 시설이 왜 산장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철창을 하나 사이에 둔 놈은 침을 질질 흘리며 몸부림쳤다.


“저···게··· 아들?”


내 말에 샘은 움찔했다.


“약이 부족했나. 역시 용사란 대단해. 말도 할 수 있다니.”


하지만 아직 혀가 좀 풀리고 손가락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게 고작이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말을 걸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끌어야 하니까. 5분만, 5분만 더 있어도.


“내···가··· 아는 아들과···다···른데.”


“시간이 많이 지났지. 내 아들이 저렇게 된 건 이제 반년이 안 됐지만.”


초등학생 정도 나이로 보였던 귀여운 아이는 이제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니, 이제 청년이라고 할 수도 없나.’


피부가 거멓게 죽고 이지를 상실한 채, 남의 살을 탐하는 괴물.


“좀···비.”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군.”


샘은 내 옷을 더 단단히 틀어쥐고 철창문을 열었다.


“시간 끌려는 속셈인 걸 누가 모를 줄 아나? 정말 회복 능력이 대단하군. 이렇게 대단하신 용사 나리니까 혹시나 자네를 먹으면 우리 아들의 병도 나을지 모르지.”


“병··· 같은 ···소리.”


발가락에 최대한 힘을 모아 버텨봤지만, 힘이 돌아오지 않은 나는 샘이 끌고 가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


아들 좀비의 입에서 역한 냄새가 확 풍겨왔다. 이제는 팔만 뻗어도 닿을만한 거리.


“잘 가게.”


샘은 아들 쪽으로 내 등을 힘껏 떠밀었다.


‘안돼! 내 코인!’


그 순간.


-띠링!


날카로운 안내음과 함께 텍스트가 나타났다.


<씨크릿 포인트 발견>


그리고, 아들의 뒤편 벽이 붉은색으로 점멸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반지의 특수 능력이 생각났다. 낙원 입장과 함께 쓰여 있었던 뭔지 모를 문구 ‘SP 입장’.


‘SP란 게 씨크릿 포인트의 약자였나.’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발가락에 있는 힘, 없는 힘을 모두 끌어모아 밀어진 기세 그대로 몸을 던졌다.


‘제발!’


“안돼!”


뒤에서 샘과 좀비 아들의 소리가 섞여 들려오다가 뚝 끊어졌다.




나는 사방이 환하게 밝혀진 공간에서 눈을 떴다.


‘살았나!’


엎드린 자세로 기다리길 10여 분. 드디어 마비가 완전히 풀리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으으···.”


대체 이렇게까지 사실적일 필요가 있을까? 엎드린 얼굴이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


사지가 다 붙어있는지 확인하려고 아래를 보니 부츠 한 짝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머지 한쪽에는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으휴. AI를 믿은 내가 등신이지.”


안면 있다고 무심코 사람처럼 대했다가 또 봉변당할 뻔했다. 왜 이렇게 배우는 게 없냐.


“김미영 때문에 그 망신을 당해놓고도.”


이렇게 죽으면 내 백만 코인은 어쩐단 말이냐. 심장이 벌렁거렸다.


‘휴우··· 그런데 여긴?’


낙원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벽과 여럿이 앉을 수 있는 소파들. 커다란 냉장고와 자판기, 캡슐 커피. 그리고 한쪽에는 스크린 골프와 스크린 야구도 있었다. 심지어 수면실에 각종 운동기구가 있는 짐, 샤워 시설까지.


‘이건 아무리 봐도 휴게실인데?’


그것도 아주아주 잘 갖춰진 IT 대기업의 휴게실.


“이거 메테오사 휴게실 아냐?”


전에 너튜브에서 메테오사 휴게실 탐방기를 본 적이 있다. 물론 내가 한창 게임 열심히 하던 시절 영상이니까 8년 넘은 얘기지만, 이 낙원 온라인도 어차피 8년 전에 닫은 게임. 그때 봤던 이미지와 상당히 일치한다.


“넓다, 넓어.”


나는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자동문이 열린 채로 고정되어 있었다. 붉은빛으로 덮여서 밖은 어떤지 전혀 보이지 않지만.


‘갑자기 휴게실이라고?’


저 밖에서 죽다가 들어왔는데.


“로그아웃도 안 되는 게임에 휴게실이 웬 말이냐.”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Y/N>


“!”


갑자기 로그아웃이 가능해졌다.



* * *



“헉!”


나는 캡슐에서 일어났다. 머리카락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캡슐 내부는 언제나 쾌적한 온도로 에어 컨디셔닝이 되고 있지만 공포로 인한 식은땀까지 막아주지는 못한다.


글러브와 장갑까지 벗고 일어나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와···. 진짜 죽을 뻔했네.”


엄한 곳에서 죽고 백만 코인의 꿈과 영영 이별할 뻔했다.


“그 공간은 뭐지?”


개발자가 숨겨놓은 이스터에그 같은 건가?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는 로그아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놀라서 쌀 뻔했잖아.”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캡슐에 들어갔다. 재접속 시, 휴게실로 돌아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게 웬일이래.”


낙원 지역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예상한 대로 일이 풀렸다. 정확히 로그아웃한 자리에서 게임이 재개된 것이다.


“당연히 여긴 것들에 대해서 감사를.”


이쯤 되면 바깥 상황도 궁금해진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자동문의 한쪽 구석에서, 붉은빛 밖으로 머리만 살짝 내밀어 보았다.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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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6 16 1 12쪽
24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5 20 2 12쪽
23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4 28 1 12쪽
22 거슬려, 몹시 +1 24.09.13 31 1 12쪽
21 거슬려, 몹시 24.09.12 33 1 12쪽
20 거슬려, 몹시 24.09.11 37 2 11쪽
19 거슬려, 몹시 24.09.10 35 1 12쪽
18 어그로 24.09.09 36 2 13쪽
17 어그로 24.09.08 36 2 12쪽
16 어그로 24.09.07 38 2 12쪽
15 어그로 24.09.06 39 1 12쪽
14 어그로 24.09.05 40 1 13쪽
13 채굴러로 살겠다 24.09.04 42 1 13쪽
12 채굴러로 살겠다 24.09.03 45 1 13쪽
11 채굴러로 살겠다 24.09.02 45 1 12쪽
10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9.01 61 4 12쪽
9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1 67 3 12쪽
8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0 70 2 13쪽
7 아는 NPC 24.08.30 80 3 12쪽
» 아는 NPC 24.08.29 87 3 12쪽
5 재접속 24.08.28 92 3 12쪽
4 재접속 24.08.27 105 2 13쪽
3 튜토리얼 퀘스트 24.08.26 108 4 12쪽
2 전 여친이 AI 24.08.26 12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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