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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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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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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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

DUMMY

나는 침대에 누운 아이를 바라봤다. 이렇게 정신을 잃고 쓰러진 아이를 보는 것은 이번으로 두 번째.


처음에야 코볼트에게 잡혀 있던 것을 구조해 온 것이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얘기가 다르다.


‘나를 구하려고 했다.’


저 조그만 몸과 별반 크기 차이도 나지 않는 방패를 들고 서서 거미의 일격을 막고 쓰러진 것이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애초에 그렇게 따라오지만 않았던들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지만.’


덕분에 거미와 곰을 ‘어렵게’ 잡을 수 있었다. 일이 이쯤 되면 솔직히 ‘덕분’인지 ‘때문’인지 구분이 안 된다.


사실 마지막 순간에 내 칭호 ‘그건 내 잔상입니다만’이 발동되어 완전 회피 판정을 받지 않았다면 위험했다.


“얘는 왜 자꾸 나더러 아빠래. 사람 심란하게.”


아이가 쓰러진 그 자리에서 포션을 까서 응급처치를 하고, 전리품을 챙겨서 바로 샘의 집으로 와 버렸다.


얻은 것은 거미 살, 곰고기, 곰 가죽, 거미줄 같은 잡템과 곰이 떨어뜨린 2 실버뿐. 오전 내내 바빴던 것 치고는 소득이 별로 없다.


“으···.”


얕은 신음 소리를 내며 아이가 눈을 떴다.


“정신이 드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넌 이름이 뭐냐?”


“······.”


아빠 소리는 하는 거 보면 아예 말을 못 하는 건 아닌데 도통 다른 말을 하지 않으니 답답할 지경이다.


“몸은 괜찮고?”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말귀는 알아듣는 것 같으니, 그건 다행이다.


“내가 분명히 따라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봐라, 결국 둘 다 죽을 뻔했잖아.”


“.......”


아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다시 한번 말한다. 난 너를 돌봐줄 의무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어. 너희 엄마가 죽기 전에 일방적으로 나한테 너를 떠넘긴 거야. 난 동의한 적이 없다고.”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이불을 적셨다. 모질게 말하려고 작정하고 한 소리지만, 막상 눈물을 보니 마음이 흔들렸다.


‘너무 심했나. 울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내게 이곳은 직장이고, 그렇기에 어떤 사적 감정도 없이 기계적으로 일하고 싶을 뿐인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말이 지나쳤다면 미안하다. 하지만 오늘은 운이 좋았을 뿐이야. 이런 일이 또 일어난다면 곤란해. 알았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막 깨어난 아이를 붙들고 더 길게 얘기하는 것도 좀 웃겨서 그만하기로 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리고, 뭐···. 하여튼 도와준 건 고맙게 생각한다.”


“!”


아이는 고개를 번쩍 들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활짝 웃었다. 이슬 맺힌 들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화사하게.


‘조울증 NPC인가. 감정 기복 한번 엄청나네.’


-꼬르륵


아이의 배에서 천둥소리가 들렸다.


“하아··· 가지가지 한다.”


“.......”


“아니 뭐, 네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나는 벌떡 일어나서 화덕에 불을 피우고 솥을 걸었다. 대충 샘의 집에 있던 기름을 두르고 온도가 오르길 기다렸다가 큼직한 거미 살을 올렸다.


‘버터가 있으면 좋았겠지만.’


로스트 파라다이스에서는 아직 요리를 배우지 않았지만, 낙원에서 했던 가닥이 있어서인지 적당히 먹을 만하게 구워졌다.


조금 떼어 맛을 보니 랍스터의 맛이 났다.


‘맛 구현도 엄청나네. 로파 돌아가거든 요리도 배워야지.’


나는 그릇과 포크를 두벌 찾아 거미 살 스테이크를 덜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환자한테 줘도 괜찮을지 모르겠다만, 생각 있으면 와서 먹어라.”


아이가 오길 기다리지 않고 혼자 식사를 시작했다.


“음, 맛있네.”


로스트 파라다이스 시작하고 나서 음료나 육포 같은 건 접해봤지만 본격 요리는 처음이다. 로파 요리 먹방도 있다고 하는 게 이해가 될 정도로 훌륭한 맛이다.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더 배가 고파졌는지 아이는 우물쭈물 다가와 테이블에 앉았다. 어설프게 한 귀퉁이를 잘라 입에 넣은 아이의 눈이 커졌다.


“천천히 먹어라.”


아이가 먹는 모습을 조금 보다가 일어났다. 본의 아니게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로스트 파라다이스로 돌아갈 시간이다. 실험도 끝내야 하고.


“...!”


아이는 내가 일어나자 화들짝 놀랐다.


“다 먹으면 설거지 정도는 네가 해라. 이 근처는 안전하니까 멀리 가지 말고.”


“.......”


“다음에 올 때는 더 맛있는 거 가져다줄게.”


그제야 아이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분명 내가 어디론가 가 버릴까 두려워한 것이겠지. 하지만 난 별수 없이 이리로 와야 하는 팔자다. 아이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다.


지하로 막 내려가려고 할 때 아이가 입을 열었다.


“이름.”


“응? 너 다른 말도 할 줄 알아?”


“이름···.”


아이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나와 자신을 번갈아 가리켰다.


“이름 말해준다는 소리 아니었어?”


“.......”


답답하지도 않은지 아이는 손가락질을 계속했다.


“나더러 너 이름 지어달라고?”


“...!”


격렬한 끄덕임. 저렇게 말을 잘 알아듣는데 말은 왜 제대로 못 하는지.


그런 주제에 슬며시 다가와서 덥석 자리나 잡으려고 하고. 떨쳐내려고 해도 기어이 끈덕지게 달라붙는. 모조리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생각나는.


‘잡초 같은 년, 지긋지긋한 년. 자꾸만 생각나서 괴롭게 만드는 년.’


나에게 NPC 상대로 그런 건 하나밖에 없다.


“미영이라고 하자.”



* * *



휴게실을 통해 로스트 파라다이스로 돌아왔다.


“2실버밖에 못 벌었네.”


하지만 괜찮다. 오늘은 그게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우선 야구 배트부터 볼까?”


솔직히 다른 건 하나도 기대가 안 된다. 부러진 드라이버, 빨간 고무 칠해진 목장갑에 뭐가 붙어봐야 얼마나 붙겠는가.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감정 스크롤을 찢었다.


[해충 박멸의 몽둥이: 둔기]

▶다리가 네 개보다 많은 생물은 왜 이렇게 무서운 것일까요? 너무 무서워서 보는 족족 죽여 없애고 싶잖아요.

▶공격력: 250-300

▶제한 레벨 100, 힘 100

▶내구성: 90/90, 비전투시 1분당 내구도 1 회복

▶장착 효과: 체력+40

▶특수 효과: 강한 넉백, “빠지직”(20회 공격마다 체인 라이트닝 방출)


“오우, 씨.”


처음 보는 수준의 공격력을 가진 야구 배트가 되었다. 잘은 몰라도 저 정도 수치면 분명 100레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숫자임이 분명하다.


“레벨 제한이 100인 것이 아쉽네.”


100레벨쯤 되었을 때 참교육은 분명 저 이상의 공격력을 갖추게 될 테니.


“나하고는 인연이 없는 건가.”


일단 인벤토리에 넣고 또 한 장의 스크롤을 찢었다.


[요술 장갑: 손]

▶하나의 장갑을 가지고서 남녀노소 누구나, 어떤 작업에나 사용할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것은 차라리 마법. 낀 날과 안 낀 날의 차이를 경험해 보세요.

▶방어력 99

▶제한 레벨 13

▶내구성: 55/55

▶장착 효과: 체력 +10,

▶특수 효과: 모든 제조 계열 제작 속도 두 배, 장갑 위에 건틀릿, 너클 계열 추가 착용 가능.


“이야···. 이것도 사기인데?”


현재 내 전체 방어력이 109인데 이 장갑 하나의 방어력이 99다. 게다가 위에 방어구를 더 낄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보너스나 다름없다.


나중에 방어력이 아쉬워지는 날이 오면 작업용으로 써도 된다. 제작 속도가 두 배니까.


“역시 내 가설이 맞았던 거로군.”


장비가 아니었던 것으로 적을 물리치고 오면 사기급 장비가 된다는 내 생각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낙원에 가면 이것들이 다 쓰레기라는 거지.”


그래서 나는 귀찮지만, 장비를 두 종류로 맞추어야 한다. 낙원용, 로파용으로.


이제 남은 것은 망가진 드라이버와 언더웨어로 입은 반팔, 반바지.


‘솔직히 기대는 안 되지만.’


[회초리: 채찍]

▶너 눈을 왜 그렇게 떠?

▶공격력 1

▶제한 레벨 1, 민첩 1

▶내구성: 10/10

▶장착 효과: 민첩 +1

▶특수 효과:

1회 적중 - 상태 이상 ‘무력’

2회 적중 - 상태 이상 ‘탈진’

3회 적중 - 상태 이상 ‘우울’

4회 적중 - 상태 이상 ‘자책’

5회 적중 - 상태 이상 ‘비통’

6회 적중 - 상태 이상 ‘복종’


‘이게 대체 뭐냐?’


나는 장비 설명을 보는 순간 할 말을 잊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괴랄한 무기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헤드는 날아가고 낭창거리는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샤프트만 남았으므로 채찍으로 분류되었다는 점은 이해하려면 못할 것도 아니다.


천박하기 짝이 없는 무기 상세 설명도, 곰의 눈을 찔렀던 탓이라고 생각하면 마찬가지로 납득이 된다. 그러나···.


’공격력이 1?‘


애초에 그걸 무기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장난도 아니고, 민첩을 1 올려준다고?”


수십 대를 때려봐야 1래벨짜리 몬스터도 잡기 어렵다는 건데.


증요한 건 상태 이상의 목록이다. 나는 이렇게 상태 이상의 종류가 많은지도 처음 알았다.

특히 마지막 단계인 복종.


’뭐든지 여섯 대만 때리면 복종시킬 수 있다는 건가?‘


물론 영구히 지속되는 건 아니겠지. 그게 가능하다면 세계 정복도 꿈은 아닐 테니까. 어쨌거나 이것은 정신 공격의 신기원이다.


‘넣어 두자.’


이쯤 되면 나머지 두 개도 몹시 기대가 된다. 떨리는 손으로 스크롤 두 개를 연속으로 찢었다.


“브라보.”


[무자격자는 헬창을 꿈꾼다: 상의]

▶입을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라 하여 입고 싶은 마음조차 없겠는가. 비난하지 말라. 이것은 내 것이다.

▶방어력 150, 성장형

▶제한 레벨 1, 힘 10

▶내구성: 50/50

▶장착 효과: 힘 +50, 체력 +50

▶특수 효과: 스킬 ‘무지개 반사(마법 되돌림, 하루 한 번 시전 가능)’

▶세트 아이템: 스킬 ‘근육맨’, 비전투시 1초당 내구도 1 회복



[소중해, 작고: 하의]

▶그렇지만 소중한걸?

▶방어력 100

▶제한 레벨 1, 체력 10

▶내구성: 50/50

▶장착 효과: 올 스탯 +30

▶특수 효과: 스킬 ‘절대 방어(30초 지속, 쿨타임 30분)’

▶세트 아이템: 스킬 ‘근육맨’, 비전투시 1초당 내구도 1 회복


아아··· 이것이다. 드디어 잭팟이 터졌다.


아이템 설명에는 당연히 나와 있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옷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그 위에 방어구를 장착할 수 있다는 뜻.


원래 방어구 안에 입는 옷에는 아무 기능이 없다. 그냥 모양뿐.


돈 많은 플레이어는 멋을 위해 화려하고 비싼 옷을 구해 입고 방어구를 해제한 채 마을에서 돌아다니기도 한다지만, 내 경우에는 처음 기본으로 받았던 낡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


‘옷에 방어력이나 옵션이 붙는 경우가 있나?’


나중에 경매장 가서 찾아봐야겠다. 어차피 경매에 올렸던 물품 낙찰 시간도 다 되어 가니까.


“나가기 전에 쫙 빼입고 스탯이나 감상해 보자.”


상⋅하의를 안에 입고, 원래 입었던 방어구를 위에 걸친 후, 참교육을 꺼내 들었다.


【아웃사이더】

▶레벨: 13

▶종족: 인간

▶성별: 남

▶칭호: 솔플의 제왕, 그건 내 잔상입니다만

▶HP: 360/360 MP: 165/165

▶공격력: 837, 방어력: 458

▶힘: 24(+111), 민첩성:24(+61), 지능:25(+30), 체력:25(+95)

▶스킬: 내려치기(검), 빠르게 찌르기(단검), 밀치기(방패), 2연사(활), 정권 지르기(체술), 매직 애로우, 스노우볼(마법), 응급 침술(치유술)


“크어! 이거지!”


레벨이 그대로인데, 이전에 비해 공격력 두 배, 방어력 네 배가 되었다. HP와 MP도 몇 배 늘어났고.


참교육이 아니라 아마추어의 야구 배트를 들어도 공격력이 327. 이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백 레벨이 훌쩍 넘어야 얻을 수 있는 수치다.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겠다. 누가 봐도 부정 플레이어잖아.’


다시 한번 굳게 다짐했다.


‘다 좋은데 이게 낙원에 가면 무용해진다는 말이지.’


고블린 대검을 들었을 때도 135에 달하는 현 공격력은 낙원에 갔을 때 31.2로 급전직하.


골 곡궁을 들어도 현재 59.4인 공격력이 낙원에서는 고작 26.4.


“뭐, 돈 벌어서 좋은 장비 사서 입으면 되지.”


어차피 세 시간도 다 찼겠다. 경매 사이트 가서 올려놓은 물건들 호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한번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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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나의 길을 걷겠어 NEW 59분 전 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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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6 16 1 12쪽
24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5 20 2 12쪽
23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4 28 1 12쪽
22 거슬려, 몹시 +1 24.09.13 32 1 12쪽
21 거슬려, 몹시 24.09.12 33 1 12쪽
20 거슬려, 몹시 24.09.11 37 2 11쪽
19 거슬려, 몹시 24.09.10 36 1 12쪽
» 어그로 24.09.09 36 2 13쪽
17 어그로 24.09.08 36 2 12쪽
16 어그로 24.09.07 38 2 12쪽
15 어그로 24.09.06 40 1 12쪽
14 어그로 24.09.05 40 1 13쪽
13 채굴러로 살겠다 24.09.04 42 1 13쪽
12 채굴러로 살겠다 24.09.03 45 1 13쪽
11 채굴러로 살겠다 24.09.02 46 1 12쪽
10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9.01 62 4 12쪽
9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1 67 3 12쪽
8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0 72 2 13쪽
7 아는 NPC 24.08.30 80 3 12쪽
6 아는 NPC 24.08.29 88 3 12쪽
5 재접속 24.08.28 9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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