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새글

리얼제로
작품등록일 :
2024.08.26 10:52
최근연재일 :
2024.09.18 11:05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463
추천수 :
55
글자수 :
145,546

작성
24.08.30 13:15
조회
78
추천
3
글자
12쪽

아는 NPC

DUMMY

산장의 지하감옥에서는 예기치 않은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으득, 으득, 까드득!


샘의 아들이 바닥에서 무언가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나와 샘밖에 없었던 지하실에서 내가 아닌 무언가를 먹고 있다면 그것은 하나뿐.


‘이런!’


살점과 뼈가 거칠게 뜯길 때마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움찔거릴 뿐인 남자의 눈에는 이미 생기가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차마 더 보지 못하고 머리를 도로 집어넣었다.


“제길!”


다음 접속 때 죽이겠다고는 했지만, 아들이 아비를 잡아먹는 장면을 보는 것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날 놓치고 제 아버지를 잡은 건가?’


내가 이 휴게실로 들어온 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마침 좀비 병을 고치는 특효약도 여기 있고.’


스크린 야구장에 놓인 알루미늄 배트를 집어 들고 곧장 붉은 빛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한창 오랜만의 식사에 정신이 팔린 좀비는 내가 조심스레 접근해도 알아채지 못했다.


‘잘 가라.’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귀여웠던 어린아이의 얼굴을 애써 떨쳐내고, 좀비의 머리를 장작 패듯 힘껏 내리쳤다.


-깡! 깡! 깡! 깡! 깡!


계속해서 같은 부위를, 전력을 다해서.


-퍽!


바닥에 쓰러진 좀비의 머리에 타격이 집중적으로 이어지자, 수박 깨지는 것처럼 머리가 터지고 거무죽죽한 뇌수가 흘러나왔다.


“휴···.”


나를 죽이려던 산장의 부자는 이렇게 사라지고, 나는 다시 낙원에서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휴게실로 돌아와 로그아웃. 그길로 VR방에서 나왔다.


도무지 게임을 계속할 기분이 아니어서.



* * *



“으··· 삭신이야.”


토요일 하루를 전부 투자해서 게임에 매달린 결과, 일요일 아침부터 극심한 근육통에 시달렸다.


VR 게임의 초창기만 해도 이런 부작용이 있는 줄은 아무도 몰랐지만, 이제는 상식에 속한다.


근육을 실제 움직이지 않더라도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전기자극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운동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오래되었다.


말하자면 VR 게임은 이미지 트레이닝의 확장판이라는 거다. 실제에 가까울수록, 그리고 VR로 하는 동작이 과격할수록 그 효과는 커진다. 하물며 나는 어제 독에 마비도 되고, 죽을 위기에서도 벗어났다.


“어우··· 진짜 죽겠다.”


마치 머릿수만 채워달라고 땜빵으로 끌려간 조기 축구에서 워밍업 없이 풀타임을 뛴 듯한 느낌이다. 산지기 샘 부자의 배신과, 뜻하지 않은 비극에 기분도 조금 다운됐고.


힘이 들 땐 가끔 전자 지갑을 보자.


[73.0003스타]


미친 토끼 한 마리를 잡고 2코퍼 주운 것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 정도는 돈도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늘어났다’는 점이다.


낙원 온라인에서 코퍼를 하나 주울 때에도 차곡차곡 쌓이는 스타코인.


“눈부시다! 계좌가 눈이 부셔!”


당장 다음 달부터 연결된 은행 계좌로 현금이 입금될 테니 과장이나 차장으로 승진한 거나 마찬가지.


“빨리 모아서 회사 때려치워야지.”


놀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는 어기적거리며 다시 어제의 VR룸으로 기어갔다.



* * *



“어서 오세요~!”


카운터의 여직원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물론 실제 사람은 아니고 AI로 구현된 홀로그램이다.


“10시간 만에 또 오셨네요.”


“응. 그런가?”


“네. 정확히는 9시간 56분 38초 만에. 아침 식사는 하셨나요?”


“그래. 일단 빈 VR···.”


“로스트 파라다이스 어제 처음으로 해보신 거 맞죠?”


아니 왜 엄마처럼 자꾸 그러냐. PTSD 오려고 그러잖아.


“응.”


“치료보다는 예방이 쉽습니다. 건강한 VR 생활을 위한 가이드 프로그램 적용해 드릴까요? 하루 권장 접속 시간은 4시간. 서준님은 어제 10시간 이상을 접속해 있으셨어요. 가이드 적용 시 하루 접속 시간제한과, 맨손 체조를 위한 개인 맞춤형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적용해 드립니다.”


“됐음.”


더 이상의 잔소리는 사양한다. 즉시 VR룸을 하나 배정받아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저 홀로그램 직원도 내 스타코인 기금에 일조하고 있겠네.’


그렇게 생각하니 듣기 싫은 잔소리도 조금은 달달하게 느껴졌다.


“일해라 AI. 나는 몹을 썰 테니.”






접속 후 내가 나타난 곳은 휴게실이었다.


“아, 맞다. 좀비 잡고 바로 로그아웃했지.”


어제는 너무 지쳐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 휴게실을 좀 살펴볼 필요를 느낀다. 혹시 아나? 자판기에 거스름 동전이라도 좀 들어 있을지.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은 콜라 캔을 꺼내 들고 탐색을 시작했다.


-칙!


“이야···. 대체 이 청량감을 어떻게 게임에서 구현한 거지?”


목으로 차가운 콜라를 꿀꺽꿀꺽 넘기면서 자판기를 들쑤셨다.


“자판기가 공짜네?”


회사 복지가 훌륭한 건 좋은데 이러면 동전이 있을 리가 없다. 대충 둘러봤지만, 휴게실 어디에도 뒹구는 눈먼 돈은 없었다.


“아쉽다. 아쉬워. 이 넓은 휴게실에 동전 하나 떨어진 게 없다니.”


스크린 야구장에서 여분의 알루미늄 배트를 하나 더 챙기고 아쉬운 대로 음료수 몇 개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야구 방망이가 생각보다 손맛이 좋더라고. 데미지는 그저 그런 것 같지만.’


어차피 둔기류가 없어서 아쉬운 참에 잘 됐다. 어제 이미 하나 챙겼으니까 이도류, 아니 이배트류를 사용할 수 있으려나. 그전에 둔기 기술 가르쳐주는 데 없나부터 알아봐야지.


쉴 만큼 쉬었겠다. 휴게실에서 나왔다. 어제의 샘과 그 아들 좀비의 사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들이 있던 자리에는 1 실버와 내가 흘린 부츠 한 짝이 남았고, 샘이 있던 자리에는 정체 모를 병이 하나 있었다.


‘나한테 썼던 독인가?’


로스트 파라다이스로 가져가면 알 수 있겠지. 나는 대충 인벤토리에 병을 쑤셔 넣고, 부츠를 신은 후 산장 밖으로 나왔다.



다시 오솔길로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투명한 벽을 또 만났다. 튜토리얼 때 그랬듯 반지의 보석을 가져다 대자 벽은 산산이 부서졌고, 그와 동시에 나는 로스트 파라다이스로 전송되었다.



몸을 감싼 금빛이 사라지고 눈을 뜬 곳은 초보자 마을을 조금 벗어난 길 위였다.


‘꼭 싱글게임 같네.’


휴게실은 세이브 포인트, 경로 해금하는 곳은 웨이 포인트. 하긴 원래는 MMORPG였을지 모르나 지금 낙원의 플레이어는 나뿐. 싱글게임이나 다름없다.


“사냥꾼 캠프로 가는 길이었지?”


아직은 낙원에서 가장 약한 토끼를 잡는데도 스킬 네 번을 사용하는 신세다. 좀더 레벨업을 하지 않으면 코볼트 동굴에 가볼 수가 없다.


“스토리 라인 따라서 퀘스트와 사냥을 병행하면서 레벨업에 전념하자.”


국⋅영⋅수 위주로 시험공부하자는 것처럼 당연한 얘기다. 길을 따라 걸으면서 감정 스크롤을 찢어 낙원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확인했다.



[애끊는 부정: 독극물]

▶자상한 아버지가 귀여운 아들을 위해 사냥할 때 쓰던 약한 마비독은 긴 세월의 흐름 속에 알 수 없는 과정을 거쳐 극독으로 재탄생했다.

▶효과: 마비, 초당 1 HP 감소.

한 방울로 10명을 행동 불능,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칼에 바르면 효과가 가장 빠르고, 차에 넣어 대접해도 효과적이다.


“뭐야, 이게.”


이 정도로 심한 독이었나? 아닌 것 같은데?

분명 15분 정도 못 움직이다가 풀렸는데.


설명대로라면 나는 26초 만에 죽었어야 한다.

고개를 갸웃하며 야구 방망이를 꺼내 들었다.


[참교육: 둔기]

▶예로부터 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고 했다. 먼 과거, 한 용사가 어떤 불효자를 계도하기 위해 뚝배기를 깰 때 쓰였던 이 방망이는 누구를 교육하더라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공격력 40-80(두경부 적중 시 2배 적용), 성장형

▶제한 레벨 1, 힘 10

▶장착 효과: 힘+20, 민첩+20

▶특수 효과: 아주 강한 넉백, 인간형 상대 시 공격력 20% 증가

▶파괴 불가



“이건 또 뭐야?”


말도 안 되는 아이템을 본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이미 샘의 아들을 참교육하느라 한쪽이 조금 찌그러진 이 방망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공격력을 보인다니.


극초반에 얻을 수 있는 근접 무기의 최대 공격력이 대충 3-5로 알고 있다. 게다가 옵션이 붙는 경우도 잘 없다.


‘내가 가진 초보 무기 중에 가장 강한 게 연습용 검이었던가? 다 고만고만하지만.’


야구 배트를 집어넣고 검을 꺼내보았다.


[연습용 검]

▶공격력 2-5

▶내구성: 7/10

▶제한 레벨 1, 힘 7


“아이템 설명 소박한 거 보소.”


하지만 이게 정상이다. 공격력이 4-8이라도 좋은 편인데 40-80. 게다가 성장형이라면 이건 그냥 최종 병기다.


“덧붙여서 파괴 불가.”


이쯤 되면 밸런스 붕괴 급인데. 배트를 낙원에서 쓸 때는 공격력이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았고, 파괴 불가 같은 옵션은 달려있지도 않았다. 좀비의 뚝배기를 깨고 찌그러진 배트 끄트머리가 그것을 증명한다.


“신기하네.”


어쨌거나 강력한 무기를 얻었으니, 레벨업이 조금 더 쉬워지겠다.


‘가만! 배트 하나 더 있잖아.’


나는 나머지 방망이도 꺼내 보았다.


[아마추어의 야구 배트: 둔기]

▶금속 배트는 아마추어의 상징. 결코 프로용은 아니다. 그러나 밸런스 잘 잡힌 이 배트를 들면 사회인 야구 최강 4번 타자는 어렵지 않다.

▶공격력 30-40

▶제한 레벨 1, 힘 10

▶내구성: 50/50

▶장착 효과: 힘+5, 민첩+5

▶특수 효과: 넉백, 인간형 상대 시 공격력 10% 증가


기대했던 것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나쁘지 않다.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이것도 초반에는 사기급 무기임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왜 같은 곳에서 가져온 배트인데 이렇게 심하게 차이가 나지?”


그립 색깔 말고는 크게 다른 것도 없어 보이는데. 참교육은 분홍색, 아마추어의 야구 배트는 검은색.


“빨리 사용해 보고 싶다.”



사냥꾼의 캠프는 그리 멀지 않았다.


“신참인가?”


“그렇습니다.”


캠프 천막에는 각종 동물의 가죽이 걸려있었다. 누가 봐도 나 사냥꾼이오 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초급 기술은 배우고 왔고?”


“네.”


“기술 조금 배웠다고 우리는 일원으로 쳐주지 않아. 진정한 북부 사냥꾼으로 인정받으려면 혼자서 사냥할 수 있어야지. 케브 산 중턱에서 종류 가리지 말고 열 마리만 잡아 오게. 단, 크기가 여우보다는 커야 해.”


“좋습니다.”


<퀘스트 발생! 사냥의 자격>

<케브 산 중턱에는 여우, 늑대, 고라니, 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 사냥에 최적화된 장소다. 그러나 아주아주 간혹 그리즐리 베어가 출현한다고 하니 주의하자.>

<난이도 E>


‘시간제한도 없고, 사냥감도 많고. 신무기 테스트에도 최적의 장소겠군.’


케브 산 중턱. 사람이 적당히 없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뉴비 존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 사냥감을 차지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시작해 볼까.”


마침 가까운 곳에 지나다니는 멧돼지를 화살로 쏘아 유인했다. 다가오는 동안 2연사 스킬을 연속 사용하니 선공의 효과로 이미 HP가 사분의 일가량 줄었다.


-꾸에엑!


분노한 멧돼지가 콧김을 내뿜으면서 달려오는 것을 확인하고 무기를 바꿔 들었다.


‘참교육’으로.


멧돼지가 달려오는 궤적은 몸쪽 꽉 찬 스트라이크존. 나는 멧돼지의 머리를 향해 있는 힘껏 참교육을 휘둘렀다.


-깡!


“오 마이 갓.”


성난 멧돼지의 머리에 적중한 참교육. 처음 본 ‘아주 강한 넉백’의 효과는 탁월했다.


중견수와 좌익수 사이, 발사각 30도로 끝없이 날아가는 멧돼지. 멧돼지가 공이라면 저건 분명 홈런성 타구.


하늘에 흩뿌려지는 핏방울이 멧돼지의 눈물인 것처럼 반짝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찐막: 전 여친 작품 -> 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24.09.06 1 0 -
공지 마지막 제목 변경: 전 여친 작품 24.09.04 5 0 -
공지 제목변경: 사상 최강급 몽둥이 들고 연금 100억 수령한다 24.09.01 4 0 -
공지 전 여친이 AI -> 방치된 게임속 나 혼자서 코인 파밍으로 제목 변경하겠습니다 24.08.28 40 0 -
27 나의 길을 걷겠어 NEW 47분 전 0 0 13쪽
26 정상을 향한 독주 +1 24.09.17 13 2 12쪽
25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6 16 1 12쪽
24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5 20 2 12쪽
23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4 28 1 12쪽
22 거슬려, 몹시 +1 24.09.13 31 1 12쪽
21 거슬려, 몹시 24.09.12 32 1 12쪽
20 거슬려, 몹시 24.09.11 36 2 11쪽
19 거슬려, 몹시 24.09.10 35 1 12쪽
18 어그로 24.09.09 36 2 13쪽
17 어그로 24.09.08 35 2 12쪽
16 어그로 24.09.07 37 2 12쪽
15 어그로 24.09.06 39 1 12쪽
14 어그로 24.09.05 40 1 13쪽
13 채굴러로 살겠다 24.09.04 42 1 13쪽
12 채굴러로 살겠다 24.09.03 44 1 13쪽
11 채굴러로 살겠다 24.09.02 45 1 12쪽
10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9.01 61 4 12쪽
9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1 66 3 12쪽
8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0 70 2 13쪽
» 아는 NPC 24.08.30 79 3 12쪽
6 아는 NPC 24.08.29 87 3 12쪽
5 재접속 24.08.28 91 3 12쪽
4 재접속 24.08.27 104 2 13쪽
3 튜토리얼 퀘스트 24.08.26 107 4 12쪽
2 전 여친이 AI 24.08.26 122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