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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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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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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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을 걷겠어

DUMMY

돈 냄새가 난다고 무작정 달려들 수는 없다. 내가 이시연처럼 게임 미치광이도 아니고, 캐릭터 삭제의 위험을 무릅쓸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시연이 버스 태워준다면 다르지.’


무려 한국 랭킹 2위다.


이시연이 도와서 안 된다면 이건 안 되는 퀘스트다.


“보험만 좀 깔아둘까?”


[좋습니다. 도와드리죠. 단, 조건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떤 조건일까요?]


무슨 조건인지도 묻기 전에 감사부터 하는 걸 보니 이 여자도 참 호구 많이 잡히고 살겠다 싶다.


[하드코어 지역에 갈 때, 저와 함께 가서 제가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준다고 약속하시면 이억 오천에 넘겨드리겠습니다.]


이억 오천이라는 가격에 뭔가 아쉬운 소리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별 얘기가 없었다.


오히려 이시연이 관심을 가진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네? 하드코어를 가신다고요? 혹시 어떤 이유인지 여쭤도 될까요?]


[그건 비밀입니다.]


이렇게만 해놓고 나중에 수틀리면 안 가면 그만이니까. 돈은 받을 만큼 받았고.


[알겠습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일단 베아트리체에게 공증 걸고 오세요.]


[공증이요? 그런 게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해본 적이 없어서···.]


[‘나 플레이어 데스티니는 플레이어 아웃사이더를 30일 이내에 나로스 대륙 사가트 시까지 데려다주기로 합의한다. 단, 이 계약은 기한 내에 아웃사이더가 계약 이행을 원치 않을 경우에 한해, 30일 후 이행의 의무가 소멸한다.’라는 문구로. 금칙어는 ‘아웃사이더’와 ‘사가트’ 입니다.]


금칙어는 최소한의 제약이다. 비밀을 함부로 누출되지 못하게 하는.


게임 밖에서 언급한다고 하면 막을 도리가 없지만, 적어도 게임 내에서는 말도, 텍스트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문구를 확인하는지, 이시연은 한동안 답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정말 이걸로 괜찮으신지요?]


[그렇습니다.]


[그럼 곧 다녀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시연은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공증까지 군말 없이 받아들이다니.’


공증은 제법 무서운 제도다. 만일 합의 사항이 이행되지 않을 시, 면밀한 조사 후에 귀책 사유가 있는 플레이어의 접속을 최대 100일간 제한한다.


‘말이 100일이지, 이시연에게 그건 100년 같을걸?’


[다녀왔습니다. 확인해 보시고 연락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나는 그 길로 접속하여 아지오 시의 신전을 찾았다. 그곳 포탈을 이용하여 베아트리체의 신전으로 바로 갔다.




“어서 오세요, 아웃사이더 님!”


“내 이름 들어간 공증 건이 하나 있을텐데?”


“아, 네! 여기 있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베아트리체는 허공에 문서를 하나 띄웠다. 내가 말한 문구 그대로의 문서 끝에는 데스티니의 전자 서명까지 되어 있었다.


“좋아.”


나는 이시연의 서명 아래에 내 엄지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바로 전자서명이 찍히고 문서가 사라졌다.


“이 문서는 제가 이제 30일간 보관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이만.”


“자··· 잠시만요!”


“시간 없는데.”


참으로 피곤하게 구는 NPC다. 예쁘면 다인 줄 아나?


저런 미인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상황은 마음에 들지만, 지금은 비즈니스 타임이다.


“그럼, 나중에 한 번 들러주세요. 꼭이요.”


“생각해 보고.”


나는 바로 아지오 시로 돌아가 접속을 해제했다.


[공증 확인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물건을 어떻게 넘겨줄지 구체적인 얘기도 없었는데 도장부터 찍는 저 조급한 여자를 어쩌면 좋으냐.


[제가 정확히 17:30분에 즉시 구매가를 이억 오천으로 설정하겠습니다. 준비하고 있다가 바로 누르세요.]


[네! 네!]


어설픈 뒷거래로 뒷말을 남기는 것은 질색이다. 사적 거래를 하는 대신 수수료를 물더라도 경매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다른 누가 끼어들 우려가 없는 건 아니지만, 설마하니 3일이 다 되도록 없던 즉시 구매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약속한 시각이 되어 나는 ‘즉시 구매가’를 설정했고, 클릭을 누르자마자 순식간에 거래가 성사되었다.


[감사합니다, 아웃사이더 님! 감사합니다!!]


[나로스 대륙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럼요! 그리고 친구 추가해도 될까요?]


[그러시죠.]


[그럼, 제가 게임 내에서 친구 신청 보낼 테니 수락해 주세요.]


본의 아니게 처음 맺은 친구가 랭킹 2위, 슈퍼스타 데스티니 이시연이 되었구나.



* * *



[제목: 해충 박멸의 방망이 낙찰! 2억 5천!]


[전에 ‘코인좌’가 경매장에 올린 것으로 강력하게 의심된다고 했던 방망이가 조금 전에 낙찰!


무슨 소리인지 모른다고? 그럼 내가 전에 쓴 글 한번 봐. (이전 글)


낙찰 가격은 무려 2억 오천! 100렙 무기가 이런 가격에 팔리는 거 처음 봤어.


어마어마한 호구거나, 2억 5천 따위 코 푸는 휴지로나 여기는 사람이 사 간 거 아니냐고?


글쎄. 내 견해는 좀 다른데.


내가 현재 2억에서 3억 대에 올라와 있는 무기를 전부 검색해 봤거든?


(사진)


어때? 솔직히 말해 공격력이 이것들에 비해 좀 못 아쉽지?


그런데 이걸 알아야 해. 저건 전부 렙제가 200에 가까운 것들이라고. 해충 박멸의 방망이는 자그마치 렙제 100!


100렙에 누가 저거 들고 덤빈다고 생각해 봐. 형누나들 이길 수 있겠어? 내가 보기엔 평균적인 150도 못 이겨. 어쩌면 부실한 200도 안 될걸?


저 비슷한 무기를 들고 있는 코인좌가 10레벨에 양학하는 이 영상을 봐.


(화상 최대 공모전 링크)


게다가 내구도 자동 수복에 체인 라이트닝까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조금 비싸기는 하다. 그러나 그 가치를 생각했을 때 과한 수준은 아니다.


그게 내 결론이야.]


└ 2.5억? 돈 단위가 느무 커져서 감이 안 온다.


└ 하긴 레벨 200대 랭커들 사이에서 저런 정도 무기 가격은 이상한 것도 아니지. 그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프로 게이머니까.


└ 나 오늘 잡텝 모아서 2.5만 벌었는데. 자괴감 X 되네.


└ 나도 쌀먹 중인데 하루에 25만만 벌면 소원이 없겠다.


└ 야, 일당 25가 쉬우면 누가 회사 나가냐? 다 여기 매달리지.


└ 그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저는 그를 무척 만나 보고 싶습니다.


└ 친목 길드 ‘베아트리체❤사랑’에서 길드원 모집합니다. 렙제 없음. 신규 유저 대환영. 가입 조건 ‘매너, 그리고 베아트리체를 향한 ❤일편단심’, 50레벨 이하 신규 길드원 장비 지원.


‘해충 박멸의 방망이’ 낙찰 소식은 순식간에 세계 전역으로 퍼졌다. 그리고, 그 낙찰가가 화제가 되어 영상 조회에 다시 한번 날개를 달았다.


그리하여 영상 조회수 집계가 끝나는 18:00를 기준으로 내 영상은 조회수 1위를 당당히 기록했다.



* * *


나는 그날 밤, 영한에게 작별을 고했다.


메테오에서 화끈하게 바로 다음 날 오후에 집으로 캡슐을 배송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 쉴 만큼 쉰 거냐?”


“어.”


“그럼, 이제 구직활동 시작하는 거?”


“그래야겠지.”


둘러대면서도 영한에게는 조금 미안하다. 그러나 어쩌겠어.


“잘 쉬었다니 다행이다. 그럼, 직장 구하고 심심하면 놀러 와.”


“그래. 에밀리한테도 밥 잘 먹었다고 전해주고.”


“오! 에밀리에게까지 작별 인사를 한다니 장족의 발전인걸?”


“밥 얻어먹었으면 인사는 해야지. 잘 있어라. 연락할게.”


나는 이렇게 VR룸 생활을 청산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길에 첫발을 내딛는 기분으로.


때마침 레벨도 20.

새출발하기에 딱 좋은 레벨이다.


다음날, 오전 내내 빈둥거리며 오랜만에 휴식을 즐겼다.


‘회사 그만두고 나서 며칠만에 이렇게 몇억씩 벌었으면 좀 쉬어도 되잖아?’


느지막이 일어나서 산책도 하고, 오랜만에 머리도 깎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오후가 되어 캡슐이 도착했다.


“역시 글로벌 기업. 일 처리 한번 시원시원하다.”


사람들이 보통 ‘노가다 로봇’이라 부르는 휴머노이드 로봇 둘을 데리고 온 설치 기사는 순식간에 내 투룸 방에 캡슐을 설치했다.


“설치 완료했습니다. 시리얼 넘버를 이 주소에 등록했으니 이사하실 때는 꼭 연락해 주셔야 합니다.”


주의 사항과 개인 등록까지 일사천리. 기사가 각종 조작과 설정을 하는 동안 로봇들이 무거운 포장재에서 각종 자잘한 쓰레기까지 말끔히 정리했다.


“신형 모델이라서 비서 홀로그램 AI도 내장되어 있습니다. 처음 작동하면 나올 테니까 그 비서의 설명대로 개인 설정하시면 다음부터는 그 친구가 알아서 해줄 겁니다.”

빠르게 설명을 마친 기사는 로봇을 데리고 떠났다.




“크다. 커.”


캡슐을 처음 본 느낌은 생각보다 거대하다는 거였다.


“이거 놓고 나니까 마루가 꽉 찼잖아.”


거실이랄 것도 없는 좁은 공간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한 캡슐.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벽을 따라 한 바퀴 뺑 돌아야 한다.


“좀 비좁으면 어때. 이제부터 재택근무 하는데.”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캡슐의 전원을 켰다.


샤아아아


부드러운 기계 구동음과 더불어 외면을 따라 라이트가 켜졌다.


“오오, 뭔가 미래 시대 같네.“


불이 깜빡이더니 캡슐의 앞부분에서 1:1 스케일 홀로그램이 떠 올랐다.


“처음 뵙겠습니다. 박서준 님.”


상당한 미모의 여성 형태를 취한 홀로그램이 정중하게 고개 숙였다.


“우와···.”


미모는 둘째치고 어쩌면 이렇게 진짜 같은지 모르겠다.


에밀리를 볼 때도 느꼈지만, 그냥 봐서는 사람인지 홀로그램인지 분간이 안 간다. 홀로그램을 뜻하는 H자가 한쪽 귀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지 않다면 구분할 방도가 없다.


‘그러고 보니 홀로그램 휴머노이드 뒷면을 본 적이 없네?’


정확히 말하면 볼 생각조차 없었다는 게 맞겠다. 지난 며칠 매일 본 에밀리도 늘 카운터 뒤편에 있어서 상반신 전면부밖에 못 봤다.


‘혹시 뒷면은 비어 있는 거 아냐? 아이들이 갖고 노는 종이 인형처럼.’


“지금··· 뭐 하십니까?”


나도 모르게 뒷면을 확인하러 뒤편으로 돌아가다가 멈춰 섰다.


“아··· 아니, 그냥 뒤가 궁금해서.”


고개만 돌려 나를 바라본 홀로그램은 인상을 찌푸렸다. 명백한 경멸의 표정이었다.


‘뒤도 그냥 사람 모습이었구나.’


확인했으니 됐다. 첫인상은 완전히 망한 것 같지만.


“다 보셨으면 계속할까요?”


“어··· 어.”


“먼저 제 이름을 정해주세요.”


요즘 왜 이렇게 나더러 이름 지어달라는 사람, 아니 AI가 많은지. 이런 거 정말 소질 없는데.


”메리, 어때?”


“좋네요. 개 이름 같고.”


“······.”


까다롭구나, 이 녀석.


나는 즉시 다른 이름을 떠올렸다. 한 남자가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졌지만, 자기 말고도 641명과 동시에 사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병신같은 영화 주인공 이름을.


꼭 나 같아서 더 짜증 났는데 반사적으로 그 이름이 떠오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사만다?”


“그것도 좋네요. 헤플 것 같고.”


“······.”


이 녀석 만만치 않다.


“야! 이럴 거면 그냥 직접 지어.”


“원칙적으로는 소유주가 직접 지어주시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원하신다면 제가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전적으로 맡겼다간 무슨 김미영, 이말숙 이런 이름 나올까 무섭네요.”


뜨끔했다.

낙원 사는 미영 양. 미안합니다.


“이진이라고 하겠습니다. 성은 김. 여기는 한국이니까 한국식으로. 김 비서라고 불러주세요.”


“그래, 김 비서. 이진이라면 바이너리, 이진법의 이진인가?”


“... 아, 그런 뜻도 되는군요? 그냥 어감이 예뻐서 지은 이름입니다만.”


“.......”


“그럼 계속해서 개인 설정 이어가겠습니다. 스마트 폰 및 전자 기기 열람 권한을 허가 하시겠습니까? 열람을 허가해 주셔야 제가 메시지를 읽어 드릴 수 있고, 일정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


“개인 모빌리티 수단에 대해 제가 접근할 권리를 수락하십니까? 개인 모빌리티란 자동차, 바이크 등 모든 개인 탈것을 말합니다.”


“어.”


“집 안의 모든 스마트 기기에 대해 접근할 권리를 수락하십니까? 조명, 스피커, 영상 매체, 냉장고 등 가전 기기에 대한 권리를 말합니다.”


“응. 그런데 이거 언제 끝나냐?”


“앞으로 일곱 가지 항목에 대한 확인만 마치면 됩니다. 그 후 각종 기기에 대한 동조화 과정만 거치면 비서 기능에 대한 설정이 끝납니다. 그다음 캡슐 조정 들어가겠습니다.”


“.......”


그래서 내가 게임에 접속한 것은 거의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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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나의 길을 걷겠어 NEW 7시간 전 8 1 12쪽
» 나의 길을 걷겠어 24.09.18 15 2 13쪽
26 정상을 향한 독주 +1 24.09.17 20 2 12쪽
25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6 22 1 12쪽
24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5 26 2 12쪽
23 정상을 향한 독주 24.09.14 32 1 12쪽
22 거슬려, 몹시 +1 24.09.13 34 1 12쪽
21 거슬려, 몹시 24.09.12 35 1 12쪽
20 거슬려, 몹시 24.09.11 39 2 11쪽
19 거슬려, 몹시 24.09.10 39 1 12쪽
18 어그로 24.09.09 39 2 13쪽
17 어그로 24.09.08 38 2 12쪽
16 어그로 24.09.07 41 2 12쪽
15 어그로 24.09.06 42 1 12쪽
14 어그로 24.09.05 42 1 13쪽
13 채굴러로 살겠다 24.09.04 48 1 13쪽
12 채굴러로 살겠다 24.09.03 48 1 13쪽
11 채굴러로 살겠다 24.09.02 50 1 12쪽
10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9.01 66 4 12쪽
9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1 71 3 12쪽
8 강타자가 배트를 숨김 24.08.30 77 2 13쪽
7 아는 NPC 24.08.30 85 3 12쪽
6 아는 NPC 24.08.29 94 3 12쪽
5 재접속 24.08.28 97 3 12쪽
4 재접속 24.08.27 111 2 13쪽
3 튜토리얼 퀘스트 24.08.26 1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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