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귀환자가 세상을 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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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뭉
그림/삽화
A.I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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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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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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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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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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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각성(1)

DUMMY

정보의 무덤에 몸을 던진 후

오랜 시간이 흐른 것만 같았다.


처음 초대장을 받았을 때 돌아왔던 기억은 그야말로 먼지같은 수준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아웃라인을 제시해주는 정도?


그러나 이 곳에서 흡수되는 정보는 그 양과 질이 상상을 초월했다.


몬스터의 공략 방법은 물론이고, 혼력을 이용하여 싸우는 방법, 세계의 비밀 등이 내 머리를 엄청난 고통과 함께 스쳐지나갔다.


‘아프지 않다’는 말은 취소다. 이건 고통 그 자체다.


뇌가 불타는 듯한 고통. 영혼까지 찢기는 듯한 아픔.

저장된 기억이 얼마나 많기에 이토록 고통스러운 걸까.


존재가 소멸될 것같은 두려움이 내 남은 의식과 함께했다.


정보를 그대로 흡수하는 건 포기했다.

대신 아수라장 같은 이곳을 정리하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했다.

의식이 점점 해체되고 있었다.

내게 남은 것은 ‘강해져야 한다'는 세뇌와 같은 주문 뿐이었다.


수많은 정보가 나를 거치며 정돈되었다.

책은 책장으로, 화면은 앨범으로 들어갔다.

정리하는 동안 예상 외로 많은 정보가 자연스럽게 내게 스며들었다.


또 시간이 흘렀다.

1초일 수도, 1년일 수도 있었다.


고통으로 본질이 무너졌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조금씩 결실을 맺었다.

정보를 처리할수록 고통이 줄어들었다.


난 아직 살아있었다.

고통이 줄자 정체성이 재정립되었다.


이제 난 현생의 인다비도, 전생의 아무개도 아니었다.

둘 사이의 경계가 사라졌다.

남은 건 완전한 '나' 하나뿐이었다.


세계가 안정될수록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광활한 공간을 채웠던 책과 화면이 줄어들었다.


“후우우.”


마침내 자아를 되찾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몸이었다.

긴 숨을 내쉬었다.

아직 살아있다.

손의 반지도 그대로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이 공간을 가득 메웠던 책과 화면은 사라졌다.

이제 이 공간에는 나와 내 앞에 놓인 책 한 권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 책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 책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날아와 내 손 안으로 들어왔다.


붉은 피로 물들인 것 같은 표지.

그 책의 제목은

수라도(修羅道)였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책의 첫 장을 펼치자, 마치 마법처럼 주변이 변하며 텅빈 공간에 도서관이 소환되었다.

책장들이 차례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며, 끝도 없이 이어지는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수많은 책들이 질서정연하게 꽂혀 있었고, 그 책장들 사이로 나는 마치 작은 점처럼 서 있었다.


하지만 그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탁, 탁, 탁.


‘이 공간에는 나 혼자여야 하는데··· 발소리가 들려?’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

강렬한 빛 너머에서 서서히 누군가의 모습이 드러났다.


익숙하지만 낯선 모습의 실루엣.

바로 그때, 그의 얼굴이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야, 형.”


이 발소리의 주인공은 내 동생 인라운이었다.

하지만 진짜 라운은 아닐 것이다.

현생의 지구엔 더 이상 생존자가 없으니.


내 앞에 갑자기 라운이는 내가 알던 중학생의 모습이 아니었다.

나보다 훨씬 나이들어 보이는, 30대의 얼굴.

저 라운이의 눈은 마치 죽을 날이 머지않은 노인의 눈과 비슷했다.


190센티는 되어보이는 큰 키에 비쩍 마른 몸,

볼이 움푹 패였고 눈 아래의 음영이 짙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고생 많았구나, 라운아.”


내 말을 듣고 라운이 조소했다.


“형도 알고 있잖아. 난 진짜 형의 동생이 아니라는 것 쯤은.”

“그래. 그래도 얼굴 보니 반갑네.”


라운의 검은 눈동자가 나를 직시했다.

라운의 눈동자는 너무나 검어서 어떤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용케 살아남았네 형. 원래 우리의 목적은 형의 자아를 완전히 부순 뒤에 그 자리를 우리의 기억으로 채우는 거였는데. 기억을 모두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정돈만 해놓다니, 예상 밖이야.”


“제법이어야지. 나도 전생 못지않게 치열하게 살아왔으니까. 비록 패배했지만.”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야. 우리는 아직 우리의 목적을 수행하는 중이니까.

형도 힘들었을텐데, 이젠 조금 쉬어도 돼. 우리가 대신할 테니.”


라운의 손에 기다란 대검이 생겨났다.

아직 검집에서 검을 꺼내지 않은 상태였다.


라운은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콰앙!


검집에 정통으로 맞은 내 얼굴이 움푹 파였다.

내 몸이 날아가며 십 여개의 책장을 무너뜨렸다.


“끄으허어억.”


눈알 두 개가 모두 파열되어서 앞이 보이질 않았다.

코도 뭉개져서 숨을 쉴 수도 없었다.

그래도 책더미를 헤치고 일어섰다.


현실이었다면 즉사했겠지.

하지만 이곳은 현실이 아닌 공간.

의지만 있다면 재생도 가능했다.


“쿨럭···도서관에서는, 정숙해야지. 매너도 없는 새끼야...”


내 말에 라운이 차갑게 대답했다.


“포기해. 아무리 소울 디바이스를 사용한다해도, 형은 절대 이뤄낼 수 없을 거야. 아니, 그 전에 뒤질 확률이 훨씬 높겠지.”


내 얼굴은 어느새 재생이 끝나있었다.

입 안의 피를 뱉어내며 라운에게 말했다.


“퉤. 그렇다고 지금 너에게 죽어줄 수는 없잖아?”


내 말이 끝나자마자 라운이 빠르게 나를 향해 돌진했다.


라운의 하이킥이 최단 거리로 내 머리를 노렸다.


빠아아악!


라운의 발차기에 머리가 폭발했다.


‘젠장, 혼력이 움직이질 않아.’


내 몸은 머리를 잃었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머리가 재생하려는 순간, 라운이 내 배를 관통했다.


콰아아앙!


뒤이어 터진 충격파에 나는 다시 뒤로 날아갔다.


‘소울 드라이브 없이 혼력을 쓰는 건 아직 무리인가. 정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군.’


비틀거리는 다리를 잡고 나는 다시 일어섰다.

아직 시험할 게 남았으니까.


라운이 말했다.


“형은 부족한 게 너무 많아.

몬스터들과 많이 싸워봤다면서, 세계 최후의 생존자라면서.

그런데도 형편없어.

전투 기술도, 혼력을 사용하는 방법도.

형, 포기해.

형이 포기해야만 이 세상을 구할 수 있어.”


어느새 재생된 입으로 나는 대답했다.


“내가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이냐? 알잖아, 난 안된다고 하면 더 불타오르는 놈이라는 거.”


내 말에 라운이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이내 큭큭대며 웃었다.


“크크크큭. 생각해보니 그렇네.”


라운이 다시 검을 겨누었다.


“형은 불타오를 수는 있겠지만, 불나방처럼 불에 타서 죽을 것 같은데.”


나는 양팔로 만든 가드를 들어올렸다.


“튜토리얼주제에 말이 많네. 할 말 다 했냐? 그럼 더 때려봐, 새끼야.”


미간을 찌푸린 라운은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참격.


쉬이익!


그 참격은 내 양 팔을 그대로 베어 버리고는 기껏 재생한 머리를 다시 날려버렸다.


나는 빠르게 팔과 머리를 재생하고는 말했다.


“아깝네, 막을 수 있었는데!”


라운이 더욱 미간을 찌푸렸다.


“머리 잘린 걸 막았다고 할 수 있나?”


“다음에는 진짜 막아.”


다음 번에도 나는 막지 못했다.

그러나 매번 라운이 내 몸을 잘게 자르고 박살낼 때마다 나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물론 매 순간 죽음과 가까운 고통을 느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조금만 더 하면 내가 목표하던 영역에 닿을 수 있었다.


나는 웃었다.

최선을 다해서 움직여봤지만 결국 역부족이었다.

다시 내 몸이 반으로 잘리고 다시 붙었다.


“이게 끝이야?! 더 해봐!”


이를 꽉 깨문 라운이 다시 내 몸을 박살냈다.

이번에는 작정한 듯 박살난 몸을 더 작게 난도했다.


그럼에도 내 의지는 아직 거뜬했다.

나는 금방 재생했다.


내가 한 번 죽을 때마다 재생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영혼의 업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정말 조금이면 내가 상상만 해오던 것을 실현할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수백 번, 수천 번 죽었다가 살아났다.

라운이 이제는 진절머리가 나는 듯, 짜증을 냈다.


“제기랄···제기랄, 제기랄! 왜 포기하지 않는 거야!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피를 밟으며 걸어가는 수라의 길은 고통뿐이야!

그걸 내가 대신 해주겠다는데, 왜?!”


라운의 외침에 나는 재생을 마친 뒤 대답했다.


“내가 선택한 거니까. 내가 선택한 무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는 없지.

오랜만에 얼굴 봐서 좋았다, 라운아.

이제 튜토리얼은 끝내자.”


영혼의 업은 충분했다.

이제 그 힘을 이용하기 위한 통로를 만들 차례였다.

나는 언제나처럼 심장에 영로(靈路)를 만들려했다가 바로 멈췄다.


‘습관이 무섭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심장 대신 단전이 있는 부분에 영혼의 힘이 오가는 통로를 상상했다.


염원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루어졌다.


구구구구궁


천지가 개벽하는 굉음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나 혼자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내 몸에 혼력이라는 새로운 힘이 오가는 영로가 공간을 찢으며 나타났다.


나는 왼손의 반지에 의식을 집중했다.

그 상태로 심장에 손을 대니, 그 부근에 한 손으로 잡힐 만한 톱니바퀴가 나타났다.


나는 단전의 통로가 열리는 것과 같이 천천히 톱니바퀴를 돌렸다.


구구구구구궁!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굉음이 울려퍼졌다.


심장과 단전, 아직 영로가 개통되지 않은 두 곳에서 혼력이 날뛰었다.

그 힘을 제어할 수 있어야 내가 목표하던 상태에 다다를 수 있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약한 혼력으로 미치도록 강한 몬스터들과 싸우느라, 혼력의 제어에는 자신이 있었다.


나는 심장의 톱니바퀴를 돌림과 동시에 단전에서 생성되고 있는 영로(靈路)를 열었다.


그러자 양 쪽에서 혼력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온 몸에 혼력이 충만해지자 나는 입을 열었다.


“변신.”


전신의 혼력이 투출되어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내 심상 속 영웅의 모습.

어릴 적 만화에서 본 기사와 비슷했다.

그러나 아직 그 모습까지 가기엔 힘이 부족했다.


검은 금속이 몸을 흐르다가 굳었다.

금속과 같은 촉감이었으나 움직임에는 문제가 없었다.


심장의 톱니바퀴는 그대로 수트의 무늬가 되었고, 단전에는 붉은 색의 벨트가 생겼다.


마치 미국 코믹스의 영웅들이 입을 법한 디자인의 수트가 내 몸을 감싸자, 검은 투구가 생성되었다.


검은 투구가 머리에 씌워지고

얼굴이 있는 부분에는 하얀 마스크가 생성되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헬멧과도 같았다.


[Suit Up, Soul Armor Zero Form]

내 심상에 기계음이 들려왔다.


“성공했군.”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내 온몸은 전율하고 있었다.


심장과 단전, 두 곳에 동시에 영로를 열어냈다. 내가 알던 인간의 한계는 분명했다.

일반적인 인간의 의지력으로는 단 하나의 영로만을 열 만한 영혼의 업 정도밖에 감당할 수 없었다.


전생의 나는 소울 디바이스의 도움을 받아 심장에 영로를 열었다.

혼력이 정순했지만 출력이 약했지.

대신 혼력을 컨트롤하기 좋았다.


현생에선? 영혼의 업을 쌓아 심장에 직접 영로를 만들었다.

혼력이 거칠었지만 출력이 강했다.

단, 오래가지 못했다는 게 함정이었지만.


“이젠 다르다.”


나는 수천, 수만 번의 죽음. 끝없는 고통의 늪을 헤엄쳐 나오며 재탄생했다.


영로를 두 번 열 수 있을 만큼 영혼의 업을 억지로 쌓아올렸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의지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위업이었다.



그렇게 단전과 심장, 두 곳에 동시에 영로를 열어냈다.


“하···”


믿기지 않아 실소가 나왔다. 효과는 예상 이상이었다.


혼력의 양이 영로 하나를 열었을 때보다 3배로 늘었다.

또한 제어와 출력,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체내의 혼력이 폭풍처럼 요동쳤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힘의 흐름.

하지만 모두 내 제어 아래에 있었다.


나는 더 빠르고, 더 강력해졌다. 온몸의 감각이 새롭게 깨어났다.


라운이 내 변한 모습을 보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영로를 두 개나 열었다고?! 정말 미쳤구나. 혹시 자살하고 싶었던 거야?!”


라운의 그런 모습을 보던 나는 담담히 말했다.


“아직 놀라기엔 일러. 이게 끝이 아니니까.”


하드웨어는 업그레이드했으니 이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할 차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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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한낮의 은하수 24.09.16 8 0 13쪽
21 20화 푸른 늑대 24.09.15 11 0 14쪽
20 19화 사투 24.09.14 15 0 13쪽
19 18화 Soul Armor Alpha Form(2) 24.09.12 22 0 14쪽
18 17화 Soul Armor Alpha Form(1) 24.09.11 21 0 14쪽
17 16화 고블린 로드(2) 24.09.10 20 0 15쪽
16 15화 고블린 로드(1) 24.09.09 23 0 14쪽
15 14화 축제의 밤 24.09.08 23 0 15쪽
14 13화 중독 24.09.07 26 1 14쪽
13 12화 보스몹 24.09.06 26 1 17쪽
12 11화 트롤 킬링 24.09.05 26 1 13쪽
11 10화 몬스터 웨이브(2) 24.09.04 31 1 14쪽
10 9화 몬스터 웨이브(1) 24.09.03 35 1 14쪽
9 8화 사막의 바람 24.09.02 37 1 13쪽
8 7화 사막의 전투 24.09.01 50 1 15쪽
7 6화 항공사고(2) 24.08.31 50 1 13쪽
6 5화 항공사고(1) 24.08.30 55 1 12쪽
5 4화 특별 보좌관 24.08.29 69 1 13쪽
4 3화 각성(2) 24.08.28 77 1 12쪽
» 2화 각성(1) 24.08.27 9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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