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귀환자가 세상을 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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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뭉
그림/삽화
A.I 사용
작품등록일 :
2024.08.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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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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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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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2화 보스몹

DUMMY

“아직 전투 중이다. 얘기는 나중에 하지.”

내 말에 갈라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서 혼란과 경외심이 교차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갈라를 지나치며 또 다시 다가오는 고블린을 걷어 찼다.


전장은 여전히 혼돈 그 자체였다.

곳곳에서 칼날이 부딪치는 소리와 몬스터들의 포효, 그리고 전사들의 함성이 뒤섞여 귀를 울렸다.

코를 찌르는 피 비린내와 몬스터들의 역겨운 악취가 공기 중에 가득했다.


우리의 주변으로 몽골 전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피와 땀, 그리고 먼지로 뒤덮인 그들의 얼굴에서 피로와 흥분이 동시에 느껴졌다.

몬스터들의 진형이 와해되고 각자의 전장이 교차하면서 바토르 부대건 케시크 부대건, 이미 구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섞여버린 지 오래였다.

그 와중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나를 바라보는 전사들의 눈에 호기심과 존경심이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대단합니다, 인다비 형제!”

한 전사가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얼굴에는 경이로움이 가득했다.


“저런 괴물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다른 이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존경심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그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주변을 날카롭게 살폈다.


심장이 여전히 격렬하게 뛰고 있었고, 온 몸의 근육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되어 있었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멀리서 또 다른 트롤들의 포효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나의 온 감각이 더욱 예민해졌다.


반면 트롤의 포효를 들은 전사들의 움직임은 둔해졌다.

내 옆의 전사를 쳐다보니 그의 눈에는 공포와 무력감이 가득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전사들의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깊은 상실감과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형제처럼 여겼던 동료들의 시신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그 광경은 그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 듯했다.

전장의 열기 속에서도 그들의 얼굴은 창백했다.

트롤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자신들의 무력함을 절감한 듯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전투의 함성과 괴물들의 포효가 귓가를 울렸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크게 들리는 것은 전사들의 무거운 숨소리였다.


“형제들이여 들어라.”

나는 혼력을 목소리에 담으며 말했다.


내 목소리가 전장을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주변의 전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나를 주목했다.


“지금부터 트롤을 죽이는 법을 설명할 테니, 겁쟁이처럼 떨지 마라.”

그때 한 전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희도 그 트롤이라는 놈을 죽이는 게 가능한 겁니까?”

그의 손에 쥐어진 칼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씩 웃었다.

몬스터들의 피가 헬멧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능하다. 내가 방금 증명하지 않았나.”


내 말에 전사들의 눈빛이 미세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절대적인 무력감으로 가득 찼던 눈동자에 이제 작은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저 트롤들은 두 개의 마력핵을 가지고 있다. 마력으로 트롤을 감지했을 때, 뭉쳐있는 부분이 바로 마력핵이다.

트롤을 죽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두 마력핵을 동시에 파괴하면 스스로 자멸해버리지. 제대로 기억해 둬라.”


내 말이 끝나고 머지않아 멀리서 한 전사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 보인다! 두 개의 마력핵이!”


그의 외침은 마치 겁쟁이 마냥 덜덜 떨고 있던 전사들의 정신을 깨우는 것 같았다.

주변의 전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멀리 있는 트롤을 바라보았다.


“진짜야! 나도 보인다!” 다른 전사가 화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직 두려움이 남아있었지만, 동시에 작은 희망도 엿보였다.


“동시에 찔러!” 누군가가 외쳤다.

그 말은 마치 잃어버렸던 용기를 되찾는 신호탄 같았다.


순간 전장이 조용해졌다.

모든 이의 시선이 멀리 있는 트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들의 눈에 이제 두려움은 없었다.

대신 결연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멀리서 트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마치 쇠를 긁는 것 같은 소름끼치는 소리였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 소리가 아주 반가운 소리였다.

덜덜 떨면서 싸우다가 뒈져버릴 시체 지망생들을 다시 용맹한 몽골의 전사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니까.


주변의 전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의 얼굴에는 이제 안도감과 함께 자신감이 보였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무력감의 그림자가 조금은 걷힌 듯했다.


“우리가... 우리가 해냈다.”

“트롤을... 물리쳤어!”


전사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잃어버린 동료들을 위한 애도의 눈물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제는 희미해져 제대로 기억도 안나는 이들이 문득 생각났다.

‘이전 세계의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알려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그들을 떠올린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지도 않고, 그립지도 않았다.

그런 감정들은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 닳고 닳아 사라졌으니.

다만 아주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나는 미소를 유지하며 다음에 죽일 놈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장은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이제 승리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 정도 했으면 알아서 잘 하겠지.’

나는 이제 마음 놓고 헌터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시작했다.

사냥의 시간이었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아주 고마운 시간이었다.


“윈드 커터!”

고춘식의 외침과 함께 날카로운 바람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다.

전장이 섞이다 보니, 마법사들과 함께 있던 고춘식이 내가 있는 곳까지 왔나 보다.


그의 바람 마법이 고블린을 반으로 가르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주변의 먼지가 소용돌이치며 작은 회오리를 만들어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춘식이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했지만, 동시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조금씩 어린 애가 아니라 남자의 얼굴에 가까워지는군.’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뭔가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의 눈빛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단단함이 느껴졌다.

전장이 사람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모양이었다.

‘역시 어린 애들은 빨리 큰다니까.’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또 다른 오크의 머리를 주먹으로 강타했다.

오크의 두개골이 으스러지는 감각이 주먹을 통해 전해졌다.


“괜찮나?”

내 질문에 고춘식이 지친 듯하면서도 의외로 안정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뒤에서 마법만 썼을 뿐이라 안전했습니다. 이 정도는 거뜬합니다.”

그의 말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때 자야가 언월도를 휘두르며 우리의 근처로 말을 몰았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말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우아하면서도 치명적인 그 몸놀림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언월도가 그리는 궤적을 따라 몬스터들의 몸이 갈라졌다.


자야는 무사한 모습의 갈라를 보며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다친 곳은 없어?”

갈라는 대꾸하지 않은 채 자야처럼 언월도로 몬스터들을 베어 나갔다.

그의 움직임에는 분노가 묻어났다.

언월도를 휘두를 때마다 그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아까도 봤었지만 저 둘, 꽤나 복잡한 관계 같네.’

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때 한수혁이 내게 다가와 한국어로 조용히 말했다.


“보좌관님, 한번 저 형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아마 후계 다툼이 아닐까 싶은데, 저희가 어느 줄을 타야 하는지 결정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나에게 중요한 건 그런 후계 다툼 따위는 아니었다.

그저 싸움의 장소를 마련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했다.


정치나 복잡한 인간관계는 한수혁 같은 사람에게 맡기는 게 낫겠지.

나는 그런 생각으로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한수혁은 그 의미를 이해한 듯 눈을 찡긋하며 물러났다.


몽골군은 거세게 몬스터들을 몰아붙였다.

전장은 점점 우리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쓰러진 몬스터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살아남은 놈들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제 남은 놈들은 얼마 없었다.

승리가 거의 보이기 직전이었다.

공기 중에는 긴장감과 함께 기대감이 감돌았다.


여유가 생겨 하늘을 쳐다보니, 초원에서 보기 힘든 검은 구름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갑자기 등줄기에 한기가 느껴졌다.


이 불길한 예감은 이전 세계에서도 여러 번 경험했던 것이다.

항상 그 뒤에는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었다.

나는 주변을 더욱 경계하며 살폈다.

승리가 코앞에 있는 것 같지만, 진짜 위험은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그때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승리의 환호성이 여전히 전장을 울리고 있을 때였다.


“끄아아아악!”

“저, 저게 뭐지?! 하늘에서 검은 비가 떨어진다!”

한 전사의 비명이 주의를 끌었다.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그것은 비가 아니었다.

물방울이 아니라 하나의 선.

하늘에서 검은 선이 떨어져 내렸다.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이전 세계에서도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모두 피해!”

내 외침이 무색하게도, 소리 없이 떨어진 검은 선들은 몬스터와 사람을 가리지 않고 꿰뚫었다.

그 순간, 전장의 모든 소리가 멎은 것 같았다.

오직 검은 선이 살을 파고드는 소리만이 귓가를 울렸다.


푸욱


“으아악! 이게 뭐야!?”

“내 마력을 빼앗기고 있어!”


갑자기 떨어진 검은 선에 꿰뚫린 전사들이 고통에 울부짖었다.

전사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핼쑥해지고, 눈에서 생기가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나에게도 검은 선이 떨어져 내렸다.


나는 미리 대비하고 있던 터라 팔로 쳐낼 수 있었지만, 그 검은 선 안에 담긴 힘이 대단했다.

팔에 닿은 순간, 뜨거운 고통이 전해졌다.

마치 살이 녹아 내리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검은 선을 쳐낸 후 갑자기 굳은 내 표정을 보며 한수혁이 괴성을 지르며 몸을 사렸다.

“씨바아알! 몬스터 대군에다가 이제는 정체도 모르는 저 씨발 것이라고?!”


그런 한수혁을 바토르 전사들의 무기들이 감쌌다.

한수혁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에는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가 서려 있었다.


“걱정 말라고 형제여. 우리가 지켜줄테니.”

“형제여···!”

한수혁이 감동어린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허, 한수혁은 도대체 뭘 하고 다녔길래 저렇게 바토르 전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지?’

이 미친 상황에서도 그 친화력의 비결을 알고 싶을 정도였다.


검은 선은 몬스터와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그 선은 마치 빨대로 빠는 것처럼 꿰뚫은 것들을 빨아들였다.

선이 꿈틀거리며 빨아들인 것을 위로 보냈다.


그 광경은 말 그대로 지옥도와 다름없었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지는 모습은 소름 끼치도록 끔찍했다.

피부가 쪼그라들고, 근육이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뼈만 남는 과정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빨랐다.


비명소리가 전장을 울렸다.

고통과 공포, 절망이 뒤섞인 비명이 하늘을 찔렀다.

많은 전사들이 허무하게 죽었다. 몬스터 또한 그러했다.


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방금 전까지 승리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곳이 이제는 죽음과 절망의 땅으로 변해버렸다.

나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을 찾아 구해내야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위협의 정체와 근원을 파악해야 했다.


‘이건 분명 누군가의 짓이야.

하늘에서 내려오는 걸 보면... 공중에 있는 무언가가 이 모든 것의 원인일 거야.’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구름 사이로 무언가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 놈이 지금 이 사단을 만든 개새끼일 것이었다.


“모두 정신 차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나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하지만 내 외침이 이 혼돈 속에서 얼마나 닿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머리 속에서 무언가 생각이 날 듯 말 듯했다.

그게 나를 더욱 짜증나게 했다.


남아있던 몬스터들은 오크 한 놈을 제외하고는 모두 검은 빨대에 영양분을 제공한 뒤 죽었다.

그리고 그 어느 선보다 굵은, 마치 팔뚝 정도 굵기의 선이 마지막 남은 오크를 향해 떨어졌다.

다른 선과는 다르게 이 선은 그동안 모아둔 힘을 저 오크에게 전달하는 것처럼 보였다.

선이 꿈틀대며 오크에게 힘을 내려 보냈다.


“끄아아아아아아아!”


오크가 입을 크게 벌리고 포효했다.

그 입은 한계까지 벌어지다가 찢어졌다.

마치 턱 관절이 반대로 돌아간 것처럼, 자기가 자기를 먹는 기괴한 장면이 나타났다.

그 광경은 너무나 소름 끼쳤다.


‘저 마력은?!’

오크가 내뿜는 마력은 내가 얼마 전에 본 적이 있던 마력이었다.


‘죽은 고블린이 호루라기를 불게 만들었던 그 마력이다!’


오크는 그 기괴한 마력을 온 몸으로 내뿜더니 순식간에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악몽과도 같았다.

트롤보다 더욱 커진 몸에 팔이 여러 개가 돋아났다.

오크, 고블린 그리고 트롤의 팔까지. 마치 아수라와 같은 형상이었다.


그 괴물이 내뿜는 기괴한 마력에 전장의 모든 것이 공포와 절망을 느꼈다.

주변의 전사들이 뒤로 물러섰고, 일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다.

나조차도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젠장. 보스몹인가.”

나는 이빨을 꽉 깨물며 중얼거렸다.

얼마나 꽉 깨물었는지 입가에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통증은 오히려 내 감각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괴물은 천천히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그 거대한 발걸음 하나하나가 대지를 흔들었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갈라지고, 돌이 튀어 올랐다.


그때, 나이단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호랑이와 사자가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푸른 빛을 내뿜는 영물들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하지만 괴물은 그것들을 마치 장난감처럼 부숴버렸다.


아와르가, 엔비쉬, 요치비쉬가 연이어 공격을 시도했다.

S급 전사들의 움직임은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그들의 무기가 괴물의 살을 베고 찔렀지만,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어버렸다.


“크아악!”

S급 전사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들의 몸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주변의 전사들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나는 눈에 혼력을 집중하여 괴물을 자세히 살폈다.

트롤과는 달리, 이 괴물의 몸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마력핵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수는 최소한 수백 개는 되어 보였고,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괴물의 체내를 쉼 없이 돌아다녔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전 세계에서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수많은 전투, 셀 수 없는 죽음과 고통.

언제나 함께했던 절망.

‘아니야. 이번엔 달라. 아니, 다르게 내가 만들어야 해.’


나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 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멀어지는 것 같았다.

오직 내 심장 소리만이 귓가에 울렸다.


하지만 그때,


“비켜라!”

칸의 우렁찬 음성이 들려왔다.


칸의 압도적인 마력이 전장을 몰아쳤다.


칸의 마력이 괴물의 기괴한 마력을 몰아내자 우리는 조금 편안해졌다.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주변의 전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대한 칸이다!”

“우리의 구원자!”

“칸께서 저 괴물을 물리치실 거야!”


전사들의 환호성이 전장을 울렸다.

그들의 눈에는 다시 한 번 희망의 빛이 깃들었다.

칸의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 힘이 되는 듯했다.


칸은 자신과 함께 온 오드코에게 떨어져 있으라 말한 뒤 자신의 거대한 언월도를 들고 걸었다.

한 걸음씩 걸어올 때마다 압도적인 존재감이 느껴졌다.

괴물보다 작은 신체임에도 그 존재감은 괴물보다도 더 컸다.


나는 칸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단순한 분노나 살의가 아닌, 절대적인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의 모든 것이 ‘승리’를 외치고 있었다.


“이제부터 내 전장이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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