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귀환자가 세상을 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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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뭉
그림/삽화
A.I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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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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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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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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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화 트롤 킬링

DUMMY

혼력이 아홉 개의 극점으로 뻗으며 폭발했다.

내 몸이 움직일 때마다 몬스터들이 죽어갔다.

주먹이 오크의 가슴을 관통하고, 발차기가 고블린의 머리를 으스러뜨렸다.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곳은 전장이니까.


멀리서 한수혁의 모습이 보였다.

보통의 C급 헌터라면 저렇게 고전하는 게 당연했다.

한수혁은 오크 한 마리를 상대로 진땀을 흘리며 싸우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땀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숨은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달랐다.

같은 C급 수준의 힘을 가졌다고 해도, 나의 전투 경험은 한수혁과는 차원이 달랐다.

셀 수도 없이 오랜 시간 동안 혼자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생존했던 나는 전투의 전문가였다.

더구나 수라도를 만나 내 전투 기술은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싸우는 동안 내 전투 기술과 수라구극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내 전신은 이미 날이 잘 든 무기나 다름없었다.


“끄아아아악 씨바알! 살려줘요, 형제여!”

한수혁의 절박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는 시체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바닥을 구르며 필사적으로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한수혁을 공격한 오크는 바토르 부대의 전사들이 대신 해치웠다.

그들의 칼날이 번뜩이며 오크의 목을 베어냈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녹색 피로 얼굴이 젖은 한수혁은 멍한 표정으로 그 전사들을 쳐다보았다.


“형제여, 이렇게 약해서 우리를 따라올 수 있겠나?”

한 전사가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허약해 빠졌어. 이 전투가 끝나면 좀 더 강하게 키워야 할 것 같다.”

다른 전사가 덧붙였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군!”

세 번째 전사가 웃으며 동의했다.


몽골 전사들의 관심을 듬뿍 받고 있는 한수혁은 이를 모르는 채 다시 살아남기에 열중했다.

그의 눈에는 오직 눈앞의 몬스터만 보일 뿐이었다.

그때 몬스터 진형과 직접 마주치는 중앙지역에서 웅장한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마력이 섞인 목소리는 신비하게도 두 사람의 목소리로 분화하여 울려퍼졌다.

몽골군 유일의S급의 마법사라는 나이단이었다.


나이단이 뱉는 소리가 주는 진동이 계속 증폭되어 이제는 땅을 흔들 지경이었다.

초원의 바람소리처럼 들렸던 신비하고도 거친 소리에 가사가 섞이기 시작했다.

한 마디 씩 내뱉을 때마다 공간의 마력도 강하게 진동했다.


“악의로 온다면 앞에 나가 싸우리.”

“십인군사가 섬광을 내뿜고.”

“백인군사가 네 심장을 부수고.”

“천인군사가 너를 쳐 죽이고.”

“만인군사가 강림하여 멸하리!”


노래와 같은 주문이 마침표를 향했다.

그러자 하늘에서 거대한 나무 기둥이 떨어져 내렸다.

마치 신의 심판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그 아래에 있던 몬스터들이 단번에 죽어나갔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몬스터들의 시체를 쳐박은 나무 기둥이 푸른 빛으로 빛났다.

그 빛은 넓게 퍼져 전장의 모든 이를 비추었다.

신비한 푸른 빛에 닿자 체력이 회복되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상처가 아물고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었다.

반면에 몬스터들은 쇠약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빛에 닿은 몬스터들의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나이단의 노래는 계속되었다.


“사자가 온다면 사투를 하리라.”

“범이 온다면 분투를 하리라.”


한 구절이 끝날 때마다 푸른 빛으로 이루어진 짐승이 나타났다.

사자와 호랑이, 두 마리의 짐승은 몬스터들을 사정없이 찢어버리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했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에 몬스터들의 살점과 피가 비산하며, 메마른 초원에 초록색을 더했다.

나이단의 마법에 몬스터들의 진형에 틈이 생겨났다.

그 틈을 노리고 우리 군대가 다시 한 번 쐐기처럼 파고들었다.


“휘이이익!”

“휘이이익!”


갑자기 왼쪽과 오른쪽, 양쪽의 아주 먼 곳에서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측면 기습을 담당한 엔비쉬와 요치비쉬의 신호였다.

그 소리와 함께 전장의 양 끝에서 푸른빛이 번쩍였다.

두 S급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순식간에 멀리서 들려오는 몬스터들의 절규가 바람을 타고 이쪽으로 전해졌다.

그와 함께 피비린내 섞인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내 옆에서 바닥을 구르고 있던 한수혁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씨부럴, S급은 사람이 아니네.”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의 기억에 의하면,

사람을 초월해야만 겨우 닿을 수 있는 경지,

그것이 바로 S급이었다.


그 순간, 전장 전체가 요동쳤다.

중앙에서 나이단의 마법 노래가 울려 퍼지며 몬스터들의 진형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냈다.

아와르가가 이끄는 군대는 마치 거대한 방패처럼 몬스터들의 맹렬한 공세를 막아내고 있었다.

바토르 부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우리는 날카로운 창끝처럼 나이단이 만든 구멍으로 파고들었다.

틈새는 순식간에 넓어졌고, 몬스터들의 대열이 와해되기 시작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전사들이 제 역할을 다 하는 동안, 몬스터들의 진형에 균열이 점점 더 커져갔다.

처음에는 작은 틈새에 불과했지만, 이내 그 틈새는 넓어졌고, 마침내 몬스터들의 대열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 광경은 마치 거대한 낫이 밀밭을 베어나가는 것과도 같았다.

몬스터들이 줄지어 쓰러져갔고, 우리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자야의 우렁찬 외침이 들렸다.

“모조리 섬멸한다! 전진!”

중앙에서 몬스터들의 공격을 버티고 있던 군대가 전진을 시작했다.


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몬스터들의 괴성과 인간들의 절규가 뒤섞여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전사들의 함성과 부상당한 이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울려 퍼졌다.

피와 땀, 그리고 먼지가 뒤섞인 공기가 코를 찔렀다.

이 모든 것이 전투의 열기와 함께 뒤엉켜 전장을 뒤덮고 있었다.


그때 오크와 고블린 사이에서 자세를 낮추고 있던 거대한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크의 세 배는 족히 되는 크기에, 그 기다란 팔이 땅을 휩쓸었다.

순식간이었다.

다섯 명의 바토르 전사들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육신은 마치 종이 인형처럼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나는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아직 다 끝나지 않았어. 저 거대한 놈들을 모두 잡아야 이 전투는 끝나.’

몽골의 전사들은 저 몬스터들을 처음 보는 듯했다.

하지만 나에겐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트롤. 이전 세계에서 우리는 저 몬스터들을 그렇게 불렀다.

그 이름을 떠올리자 순간 이를 꽉 깨물었다.

트롤을 죽이는 것은 악몽 같은 일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공격을 퍼부어도 순식간에 회복하는 놈들이었으니까.

말 그대로 ‘괴물’이란 단어가 어울렸다.

심지어 대전차 미사일을 직격으로 맞고도 끄떡없이 회복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내 머릿속에 끔찍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트롤의 등장으로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던 그 참혹한 시간들.

그러나 그 모든 희생 끝에 얻어낸 해답이 내 머릿속에 있었다.

입가에 쓴웃음이 번졌다.


‘너무 늦게 알아내긴 했지만.’


나는 저 놈들을 잡을 방법을 알고 있었다.

나는 대(對) 몬스터 전투의 전문가이자 하나의 세계에서 최후까지 생존했던 놈.

왼쪽 눈이 다시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이제 좀 재밌어지겠어.”

나는 중얼거리며 날뛰고 있는 트롤을 향해 한 발짝 내딛었다.


쿠궁! 발을 딛은 곳에 충격파가 번지며 내 신형이 앞으로 쏘아졌다.

중간에 내게 덤비는 놈들을 무시하고 그대로 앞을 향했다.


그때 트롤을 향해 다른 전사들이 마력을 담아 공격했다.

꽤나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트롤의 팔에 깊은 상처를 남겼으니.

그러나 트롤은 마치 시간을 거스른 것처럼 빠르게 회복했다.

트롤이 분노하여 팔을 휘두르자, 공격한 전사들이 붉은 살점으로 흩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갈라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저건 도대체 정체가 뭐야!?”


다른 전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대답했다.

“처음 보는 몬스터입니다! 우선 피해야 합니다!”


갈라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우리가 바토르 부대로 온 이유는 신성한 전장에서 도망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도망친다는 것이냐!?”

그의 목소리에는 탄식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갈라가 다시 말머리를 돌려 트롤에게 돌격했다.

그의 눈에는 죽음을 각오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우리는 죄값을 치른다!”

쉬이이이익!

갈라의 언월도가 푸른 빛을 발하며 트롤의 팔을 갈랐다.


갈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트롤은 빠른 속도로 팔을 재생했다.

트롤이 다른 팔을 이용해 마치 바퀴벌레를 잡듯이 갈라를 내리쳤다.

그 찰나의 순간, 갈라의 얼굴이 공포와 절망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내가 더 빨랐다.

‘닿았다.’

나는 지금까지 달려왔던 추진력을 이용하여 트롤의 공격과 대신 마주했다.


내 하이킥과 트롤의 공격이 맞부딪히며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콰아아아앙!


역시 아직 체급에서 밀리는 터라 나는 형편없이 떨어져나갔다.

하지만 트롤도 중심을 잃은 것이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었다.


‘젠장, 다리가 박살 났군.’

하지만 이 정도면 합리적인 거래였다.

수트가 다리를 고정해주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전 세계였다면 다리가 박살나도 계속 싸웠겠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지.’

나는 헬멧을 사라지게 만들고는 내 손에 힐링포션이 있다고 상상했다.

그러자 정체 모를 소울 아머의 아공간에서 힐링포션이 나와 내 손에 잡혔다.


‘하루에 인간이 마실 수 있는 포션의 한계가 한 병이었지? 그 이상 마시면 온몸에 암이 자라서 바로 죽어버린다 했었고.’


빠르게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아공간에 넣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포션이 몸에 흡수되며 마치 트롤이 된 듯한 회복력으로 회복했다.


그때 트롤이 다시 중심을 잡고 섰다.


갈라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몸이 굳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어쩐지 어려보이더만, 정말 애송이었잖아?’

나는 갈라의 어깨를 강하게 치며 그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갈라! 정신 차려 이 새끼야! 저 트롤은 내가 상대한다! 얼른 비켜!”

내 목소리에 갈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트롤이 나에게 화가 났는지 이번에는 발을 들어 밟으려 했다.

거대한 그림자가 우리를 덮쳤다.

하지만 나에게는 가소롭기만 했다.


방금 갈라를 구하려다가 부상을 입었던 거지, 나 혼자였으면 별 문제 없이 놈을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빠르게 갈라를 밀쳐냈다. 그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트롤의 발이 내리꽂혔다.

땅이 흔들리며 깊은 구멍이 생겼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 자리를 벗어나 있었다.


“하, 진짜 혐오스럽게 생겼네.”

트롤이 마치 내 말을 이해하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놈의 입이 벌어지며 칼날 같은 이빨이 보였다.

트롤이 긴 팔을 들어 아래로 내리쳤다.

나는 트롤의 느릿한 공격을 피하고 놈의 품에 파고들었다.


트롤의 역겨운 체취가 그대로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

썩은 고기 냄새와 진한 땀 냄새가 코를 찔렀다.


트롤을 죽이는 방법은 사실 간단했다.

트롤 몸 안에 있는 두 곳의 마력의 핵, 그곳의 위치를 찾은 뒤 동시에 두 핵을 파괴하면 됐다.

물론 그걸 실행할 만한 능력이 되어야하지만 말이다.


눈에 혼력을 집중해서 트롤을 보니 놈의 마력핵 위치가 보였다.

때리기도 좋게 가슴팍 양쪽에 두 핵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진각을 밟고는 아래에서 위로 양손을 뻗었다.

지면의 충격파가 그대로 몸통을 거쳐 증폭되며 양손으로 터져나갔다.


손이 닿은 부분은 트롤의 몸뚱아리,

혼력이 트롤의 두 마력핵이 있는 곳에서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수라구극권의 초식, 타개(打開)였다.


“크아아아악!”

트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휘청거렸다.

그러자 트롤은 갑자기 머리에 팔이 생기는 등 엄청나게 증식하더니, 몸이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터져버렸다.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모든 전사들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갈라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복잡해보였다.


“대체...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피묻은 손을 털며 대답했다.

“인다비. 언젠가 이 세상을 구원할 남자다. 기억해둬.”


갈라의 눈이 커졌다.

아마 뭔 말인지 제대로 이해 못했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전투 중이다. 얘기는 나중에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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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한낮의 은하수 24.09.16 8 0 13쪽
21 20화 푸른 늑대 24.09.15 11 0 14쪽
20 19화 사투 24.09.14 15 0 13쪽
19 18화 Soul Armor Alpha Form(2) 24.09.12 22 0 14쪽
18 17화 Soul Armor Alpha Form(1) 24.09.11 21 0 14쪽
17 16화 고블린 로드(2) 24.09.10 20 0 15쪽
16 15화 고블린 로드(1) 24.09.09 23 0 14쪽
15 14화 축제의 밤 24.09.08 23 0 15쪽
14 13화 중독 24.09.07 25 1 14쪽
13 12화 보스몹 24.09.06 26 1 17쪽
» 11화 트롤 킬링 24.09.05 26 1 13쪽
11 10화 몬스터 웨이브(2) 24.09.04 31 1 14쪽
10 9화 몬스터 웨이브(1) 24.09.03 35 1 14쪽
9 8화 사막의 바람 24.09.02 37 1 13쪽
8 7화 사막의 전투 24.09.01 49 1 15쪽
7 6화 항공사고(2) 24.08.31 50 1 13쪽
6 5화 항공사고(1) 24.08.30 55 1 12쪽
5 4화 특별 보좌관 24.08.29 69 1 13쪽
4 3화 각성(2) 24.08.28 7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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