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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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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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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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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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나는 마왕이다. 아니······ 마왕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이세계에서 깨어났고, 그곳에서 나는 마계를 지배하는 마왕이 되었다.

마족들과 마물들을 거느리고 어둠의 지역을 다스리는 마왕. 빛의 세상을 지배하는 인간들과 영구히 대립하는 존재가 바로 나다.


마왕이 있으니 당연히 용사도 있다.

그런데 용사는 하나가 아니다. 치사하게 마왕 하나에 용사가 여럿이라니.

마왕의 수명은 반영구적이라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대 다수는 좀 치사하지 않나.


그렇게 나는 500년을 이세계에서 마왕으로 살아왔고, 숱한 용사들과 만났다.

용사들은 마왕인 나에게 숱하게 도전했다. 물론 그 끝은 죽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홉 용사가 나타났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용사가 동시에 나타난 적은 없었다.

아홉이라니.

다구리엔 장사 없다고, 나 역시 아홉 용사의 공격에는 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아홉 중 다섯을 죽이고 둘은 사경을 헤매도록 만들었다. 대단하지 않은가.


“마지막 유언이 있나?”


살아남은 용사 중 하나가 나에게 기회를 줬다. 마지막 말을 남길 기회를.


“나의 죽음으로······ 이 전쟁을 끝내라.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니 마족은 건드리지 마라. 그들 또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

내 말소리가 끊겼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내 몸이 보인다. 머리가 없는 몸이. 그리고 옆으로 쓰러지는 모습도.

검을 들고 웃고 있는 용사의 얼굴이 보였다.

네 놈이었구나. 내 마지막 말을 막은 놈이. 넌 내가 죽어서도 용서치 않겠다.


나는 마계와 인간계의 공존을 주장했다. 서로 왕래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왕이 된 직후의 나는 약했다. 내 목소리가 닿으려면 내가 강해야 한다. 그래서 100년은 내 힘을 키우는 데 소비했다.

그렇게 강해진 나는 드디어 인간과의 공존을 실질적으로 주장했다.


내 주장을 인간들은 믿지 않았다. 안 믿는 게 당연했다. 인간과 마족은 수천 년을 앙숙으로 살았으니까.

하지만 노력했다.

천재지변에서 인간을 도왔다. 인간을 습격하는 몬스터를 막았다.

그런 노력에 인간들도 조금씩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인간 왕국과 협상에 들어갔다.


함정도 있었고, 여전히 날 믿지 못해 습격하는 용사도 있었다. 그러나 싸움은 이기더라도 되도록 그들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다.

내 노력은 끝내 보상받았다.


마계와 인간계의 평화 협정이 체결되었다.

물론 일탈하는 존재는 있다. 마족도, 인간도.

일탈한 존재는 각자의 법으로 처벌했다.

그렇게 무려 300년을 평화롭게 살았다.


300년의 평화 협정을 축하하는 자리. 나는 왕국에 초대되었다. 그러나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홉 용사의 공격이었다.

그렇게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100년간 다시 이어진 전쟁에서 끝내 나는 용사들의 집단 공격에 패해 목이 떨어졌다.

그때 내 머리를 채웠던 생각은 동생이었다. 지구에 두고 온 하나뿐인 혈육, 동생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


이른 아침의 출근길.

사람들은 바쁜 걸음으로 인도를 오가고 있었고, 도로에는 자동차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하루가 시작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도로 한 가운데서 스파크가 일었다.

자동차들이 갑자기 나타난 스파크에 놀라 급정차를 했다.


끼이익- 쿵! 쿵! 쿵!


차들이 서로 부딪치며 사고가 났다.

그렇게 도로 한 가운데 제법 큰 공간이 생겼다. 어떤 자동차도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피했다.


인도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놀라 차도로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일제히 전화기를 꺼내 촬영을 시도했다.

스파크는 점점 크기를 키워갔다.


스팟! 파팍! 파팟!


스파크 불꽃이 강해지더니 도로 바닥에 하얀 기하학 선들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 선들은 원형의 도형 안에 고대 문자와 기호, 갖가지 다른 도형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이내 도형 안에 한 남자의 형체가 나타났다. 그것도 알몸의.


“어머! 몸 좋은데?”

“몸이 아니라 얼굴을 봐야지. 잘생겼잖아!”

“잔근육 좀 봐! 엄청 섹시하다!”

“저것도 너무 자주 봐서 이젠 물린다.”

“난 실제로 귀환자 보는 건 처음인데······ 근데 왜 하필 남자냐고.”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 구경하는 사람들도, 인도에 선 채 구경하는 사람들도 모두 지금의 상황이 익숙한 듯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마법진이 나타나고 알몸의 사람이 나타났는데도 말이다.

몇몇은 아예 관심 없다는 듯이 그저 제 갈 길을 가버렸다.

현장에는 갑자기 나타난 마법진으로 인해 사고가 난 차량 주인들의 짜증만 점점 더 커졌다.


알몸 남자의 몸이 꿈틀거렸다.


“어! 깨어난다!”

“구급차! 경찰! 특경! 이것들은 꼭 찾으면 없어!”


구경하는 사람들의 핸드폰은 알몸의 남자에게 향했다.

남자는 힘겹게 일어났지만, 어지러운 듯 비틀거렸다.


“여, 여긴······?”


남자가 힘겹게 선 채 주변을 둘러봤다.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하, 한국?”


남자가 물었다.


“맞아요. 여긴 대한민국 서울이에요.”


누군가 큰 소리로 대답해 줬다.

남자의 표정은 다채로웠다. 기쁜 듯 웃다가, 슬픈 듯 울상을 짓기도 했다.


그는 문득 걸음을 옮기려다가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을 봤다. 아직 사라지지 않고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마법진이었다.

마법진을 남자는 한참을 내려다봤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비켜요! 비켜요!”


그때 사람들을 헤치고 검은색 강화 슈트에 검은색 헬멧을 쓰고 손에 총을 든 사람들이 나타났다.


“와! 특경(犆警)이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야.”

“완전 멋진데?”


특경이라고 불린 무장한 사람들은 마법진을 통해 나타난 남자를 둘러쌌다.

특경 중 팀장이 사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괜찮습니까?”


특경의 물음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럽거나 아픈 곳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름이나 살았던 곳, 직업 등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까?”


이번에도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름은······”

“아- 아- 지금은 말해도 소용없어요. 우린 당신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 보호하려는 겁니다. 이해해요?”


남자는 이번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이해하고 있네요. 최소한 내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특경 팀장은 다시 한 걸음 다가갔다.


“당신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당신을 데리고 가서 조사할 겁니다. 기록도 해야 하고.”

“조사? 기록?”

“네. 당신은 2025년 실종되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2030년에 지구로 돌아온 겁니다.”


남자의 눈동자가 입이 크게 벌어졌다. 아무래도 5년이 지났다는 말에 놀란 것 같았다.


“우리는 당신을 보호하고, 당신이 다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겁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팀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총구를 사내에게 겨누고 있었다.

사내의 시선이 자신을 겨눈 총구로 향했다.


“하하! 저건······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해두죠. 가시죠. 그래야 다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됩니다.”


특경 팀장이 손짓하자 대원 하나가 담요를 가지고 왔다.

사내의 몸에 담요가 덮였다. 덕분에 알몸을 가릴 수 있었다.


특경은 사내를 가까운 곳에 세워둔 승합차에 태웠다.

검은색 승합차는 현장을 빠르게 떠났다.


***


승합차에 몸을 실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덜컹거림이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인공적인 장치를 타고 이동하는 경험 자체가 500년 만이니까.


내 주변으로 무장한 사내들이 빼곡히 앉아 있다.

나를 향해 총을 겨누지는 않았지만 언제라도 겨눌 수 있게 준비하고 있는 게 보였다.


정신을 조금 집중해 보자.

난 죽었다. 그런데 깨어보니 대한민국 한복판이다.

게다가 이 세상은 고작 5년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이세계에서 500년을 살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지구로 돌아온 걸까?

나는 분명 죽었다. 용사의 검에 목이 잘려서.

눈을 뜨고 처음 본 것은 마법진이었다.

나 역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대 문자로 쓰인 마법진.

마왕으로 500년간 쌓은 지식으로도 알 수 없는 마법진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엄청난 에너지의 마법진이라는 것을. 마치 신이 직접 만든 것 같은. 분명 내가 돌아온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이들은 자신을 특경이라고 소개했다.

5년 전에는 보지 못했던 자들이다.


“경계 안 해도 됩니다. 그냥 절차 같은 겁니다.”


내가 살펴보는 것을 눈치챘는지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설명해 줬다.


“특경이······ 뭡니까?”

“아! 특수 상황 대응 경찰의 약자입니다. 이세계에서 귀환자들이 생기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저도 이세계 출신입니다.”


특경 대장이 빙긋 웃으며 설명해 줬다.

이세계에서 귀환한 사람들? 나만이 아니라 더 많다는 건가? 특경이라는 조직까지 만들어야 할 정도로? 그렇다는 건 한두 명이 귀환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최소 수백, 수천 단위라는 얘기다.


“우리가 가는 곳은 귀환자 지원센터입니다.”

“귀환자 지원센터?”


이것 역시 낯선 단어다. 5년 사이에 변한 것 중 하나일 것이다.


“네. 귀환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단체입니다. 공적 단체고, 그곳에서 신체검사 및 여러 가지 조사를 마친 후 신원 회복, 금융 거래 회복, 가족 수배, 복직 등에 대한 지원을 받게 될 겁니다.”


놀랍다. 복직까지?

그런데 가족 수배? 가족을 만날 수 있나? 동생을 만날 수 있나?

심장이 쿵쾅거렸다.


승합차는 쌍둥이처럼 서 있는 두 건물로 다가갔다. 특이하게도 하나는 검은색, 하나는 하얀색 건물이었다.

승합차가 다가간 것은 검은색 건물이었다.

건물 앞에 커다란 돌에 [귀환자 지원센터]라고 새겨져 있었다.


승합차는 그대로 건물의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차량이 멈추고 문이 열렸다.

차에서 내리니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아무래도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다.


“우리는 여기까지입니다. 이곳에서 기본 검사와 조사를 마친 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와줄 겁니다.”


특경 책임자가 나를 내려놓고 가버렸다.

이제 검은 옷의 특경을 떠나 하얀 옷의 사람들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은 병원과 다름없었다.

병원에서 보던 장비들이 즐비했고,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나는 그들을 따라 이동했다.

그들은 나를 방 하나에 넣어주고 검사복을 건넸다.

옷을 입고 나오자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검사를 시작했다.


기본적인 키와 몸무게, 지문 채취부터 시작해, 시력, 청력 등도 검사하고, 혈액, 소변검사는 물론 심전도와 MRI까지 찍었다.

종합검진을 받는 기분이었다.


“따라오세요.”


몸에 딱 달라붙는 간호사복을 입은 여성이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그곳은 굉장히 낯선 기계가 놓여 있는 방이었다.

원통형의 장치가 있었고, 장치에는 수많은 전선이 연결되어 있었다.


“이 안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간호사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게 뭐죠?”

“이건 이세계에서의 능력을 측정하는 장치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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