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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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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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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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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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DUMMY

나를 바라보는 천만호의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 살려주십쇼.”


눈물이 맺힌 눈으로 나를 보며 천만호가 하소연했다. 또 이런 불쌍한 눈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곤 한다.

그도 그런 게 한쪽 팔이 완전히 망가졌으니,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거다.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거겠지.


“아까 나한테 뭐라고 했더라?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했던가?”

“네? 뭐, 뭐를······ 으윽!”


대답을 하면서도 고통을 참는 얼굴이 참 볼만했다.


“몬스터에게서 사람들을 지키는 게 길드라며?”

“그, 그게······ 으윽······!”

“게다가 넌 부길드장이라며? 나에게 실력을 보여주겠다더니 뭐 하는 거지? 저 정도 몬스터는 잡아야 하는 거 아냐? 부길드장이면?”

“저,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세계에 다녀온 거 아냐? 그러면 저 몬스터가 뭔지 알 거 아냐. 몰라?”


천만호가 고통스러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두 가지의 표정이 참 묘하게 어울렸다. 어쨌든 천만호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몬스터 잡으면 음주 운전도 없애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

“도대체 이세계에서 뭘 한 거야? 자이언트 고블린도 못 잡는 부길드장이라······ 길드의 수준을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자, 자이언트 고블린?”

“그래. 조금 더 큰 고블린에 불과한 놈을 못 잡아서 쩔쩔매다니. 한심해.”


솔직히 자이언트 고블린은 다양한 몬스터들의 넘쳐나는 이세계에서는 하급 몬스터에 해당한다.

중급 몬스터들의 일용한 양식이 되는.


“어때? 이제라도 다시 도전해 볼래?”

“크흑!”


천만호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럴 거다. 그의 실력으로는 자이언트 고블린을 이길 수 없으니까. 팔이 멀쩡하다고 해도.


“병원 치료는 받게 해주지. 하지만 경찰 조사는 피할 수 없을 거야. 공무집행 방해까지 추가해서.”

“네-”


기운 없는 천만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를 두고 자이언트 고블린을 봤다. 놈은 여전히 엎드린 채 고개만 들어 나를 보고 있었다.

자이언트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놈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이 내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힘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었다.

몸의 떨림이 점점 커졌다. 그러더니 이내 눈이 흰자위를 드러내며 뒤집혔다.

무언가의 의지가 자이언트 고블린의 의식을 장악해 버린 것이다.

놈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끄어어어어


자이언트 고블린이 크게 울부짖었다.

경찰들은 물론 수갑을 찬 천둥 길드의 길드원들도 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

소리에 기운이 담겨 있어 상대를 마비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그나마 천만호는 소리에 영향을 덜 받았는지 몸을 떨면서 어떻게든 기어서라도 멀어지려 애쓰고 있었다.


“마지막 경고야. 내 주변에 얼쩡거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는 게이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동시에 자이언트 고블린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날카로운 손톱이 무엇이든 찢어발기려는 의지를 지니고 휘둘러졌다.


나는 손바닥을 놈을 향해 뻗었다. 그것이 전부고, 충분했다.

자이언트 고블린의 몸이 우뚝 멈췄다.

마치 돌덩이가 된 것처럼 매우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서 있는 자이언트 고블린이었다.


-끄으으, 끄으으


자이언트 고블린의 몸이 서서히 붕괴하기 시작했다.

피부가 가루처럼 부서지며 몸의 내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붕괴한 신체가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흩날렸다.

그렇게 움직이지도 못한 채 자이언트 고블린의 몸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 그나마 바닥에 쌓이던 자이언트 고블린의 육체 가루를 그대로 날려버렸다.

단 한 조각의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자신들이 본 장면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경찰도, 수갑을 찬 두 명의 길드원도, 팔이 부러진 천만호도 고통조차 잊은 채 멍하니 흩어지는 자이언트 고블린을 바라볼 뿐이었다.

멀리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화들짝 놀란 선배 경찰이 다급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특경에 신고했어. 아무래도 자넨 우선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피하라고? 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선배는 분명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일 거다.

특경에 내 정체가 알려지면 안 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피하라면 피해야지. 그 전에 확실히 해야 한다.

나는 천만호에게 다가갔다.


“이건 네가 한 거야. 너도 부상을 당한 거고. 알았지?”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천만호는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선배에게 다가갔다.


“먼저 서로 복귀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아냐. 아니다. 서로 들어가지 말고 아예 집으로 가.”

“집으로요?”

“집으로 가. 먼저 퇴근해. 출근 첫날인데 야근한 셈이잖아. 그러니까 집에 가서 좀 쉬어.”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배려인지 회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현장을 벗어나 집으로 향했다.


***


“이게 뭐야?”


특경의 박대철 팀장은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 게이트가 등장했고 신고까지 있었다.

웬디고와 비슷한 등급의 비상이 울렸고, 현장에 출동했다.

그런데 몬스터의 흔적은 하나도 없었다.

꽃가루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주 작은 입자들이 허공에 둥둥 떠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경찰들은 모두 언제 챙겼는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박대철 팀장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요즘 왜 이러지? 여긴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주변을 감지기로 살펴보던 특경 대원 하나가 얼굴빛이 검게 변한 채 다가왔다.


“팀장님. 이거 좀 보셔야겠습니다.”

“뭔데?”


대원이 보여준 감지기에 붉은색 불빛이 점멸하고 있었다. 몬스터를 감지했다는 신호다.

이 감지기는 살아있는 몬스터는 물론 죽은 몬스터도 식별한다.

물론 죽은 몬스터는 조직세포를 감지기가 분석해서 얻어내는 결과다. 그런데 감지기가 열심히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조직세포는 발견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고장 아냐?”

“아닙니다. 생존한 몬스터 신호가 안 잡혀 설정을 바꿨더니 이럽니다. 이거 혹시······ 주변에 떠다니는 정체불명의 입자가······?”


뭔가 특이해 보이는 정체불명의 입자들이 보이는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경찰들이 일제히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도 이상했다.


“에이, 아냐. 아니겠지.”


박대철 팀장은 애써 부인했다.


“하지만 그거 말고는 설명이······”


설명이 안 되는 건 맞다.

박대철 팀장은 주변을 둘러봤다.


“누가 여기 상황 좀 설명해 줬으면 좋겠는데요?”


박대철 팀장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경찰들의 시선이 일제히 천만호를 향했다.

박대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천만호에게 다가갔다.

그는 부러진 팔에 포션을 부었기 때문에 조금씩 치료가 되고 있었다.

박대철이 천만호 앞에 쪼그려 앉았다.


“만호야!”


박대철 팀장의 부름에 천만호가 화들짝 놀랐다.


“여기 네가 한 거 맞아?”

“어?”

“어?”

“아! 네. 마, 맞습니다.”


천만호는 당황하면서도 자신이 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 몬스터가 뭐였는데?”

“그게······ 모, 몬스터가······”


그때 감지기를 가지고 있던 대원이 급하게 다가왔다.


“팀장님! 입자 정체가 나왔습니다.”

“뭔데?”

“자이언트 고블린!”

“자이언트 고블린입니다!”


천만호와 대원이 동시에 대답했다.

박대철의 시선이 천천히 천만호를 향했다.

천만호가 박대철의 시선을 피했다.

직감적으로 천만호가 뭔가 감추는 게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니 천만호만 감추는 게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경찰들도 모두 무언가를 감추고 있었다.


박대철은 경찰 한 명을 주시했다.

그는 마침 보디캠을 장착하고 있었다. 음주 단속을 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촬영하기 위한 장비다. 그리고 녹화를 알리는 듯 붉은 등이 들어와 있었다.

박대철이 성큼성큼 경찰에게 다가갔다.


뒤늦게 눈치챈 경찰이 자신의 보디캠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이미 보디캠은 박대철 팀장 손에 들려 있었다.

박대철도 귀환자였고, A급 헌터다. 일반인인 경찰이 어떻게 해볼 상대가 아니었다.

천만호가 C급이니 박대철의 강함은 그에 비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박대철은 천만호가 자이언트 고블린을 이렇게 입자화 시켜버렸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는 게 이상했다.

고작 C급 헌터가 처리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다.

박대철 자신도 자이언트 고불린을 잡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렇게 입자화시켜 버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고,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겁니다.”


경찰들이 박대철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박대철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시큰둥하게 바라보며 한마디만 했다.


“경찰은 특경의 공적인 업무에 적극 협조한다. 이런 게 협조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공무수행 중입니다.”


박대철의 서슬 퍼런 눈빛에 경찰은 더 뭐라고 말하지 못했다.

박대철은 태블릿을 가져와 보디캠의 영상을 연결하고 재생했다.

영상이 재생되었다. 그리고 영상을 보는 내내 박대철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영상을 다 본 박대철은 전화기를 들었다.


“대장님! 접니다. 여기 좀 와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날렵한 디자인의 검은색 차 한 대가 다가와 멈췄다. 안에서 내린 것은 바로 유나리 특경 대장이었다.

완전 블랙 정장을 입은 유나리는 세련된 분위기는 물론 주변을 압도하는 위압감을 내뿜으며 박대철을 향해 다가갔다.


“대장님! 여깁니다!”


경찰은 물론 수갑을 찬 헌터들마저 유나리가 지나가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봤다.

그녀의 늘씬한 몸매와 더불어 눈부신 미모는 낮이든 밤이든 모든 시선을 집중시키는 매력이 있었다.

심지어 여성 경찰도 입을 막은 채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볼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유나리가 박대철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도대체 중요한 게 뭐길래 이런 늦은 시간에 날 여기까지 불러낸 거야? 집에서 쉬다가 허겁지겁 왔잖아.”

“네?”


박대철이 유나리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쉬다가요?”

“용건이나 말해.”


유나리가 인상을 쓰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 이건 꼭 보셔야 합니다.”

“중요한 거 아니면 나한테 혼날 줄 알아.”

“중요한 거면 어쩌시겠습니까?”

“휴가 줄게.”

“오케이!”


박대철이 태블릿 영상을 유나리에게 보여줬다.

영상은 자이언트 고블린과 한 남자의 대립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게 뭐야?”


남자는 경찰복을 입고 있었다.

유나리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봤다. 정말 주변에 경찰들이 있었다.


“어디서 본 사람 같지 않습니까?”


박대철의 말에 유나리는 다시 영상으로 시선을 던졌다.

영상 속의 경찰은 자이언트 고블린을 말 그대로 먼지로 만들어 버렸다.

뭔가 한 것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자이언트 고블린의 형체가 서서히 먼지로 변해서 허공에 흩날린 것이다.


“이거······ 어떻게 한 거야?”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대장님도 모르는걸.”


유나리의 물음에 박대철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중요한 건 이제부텁니다.”


유나리가 다시 영상을 봤다.

드디어 영상에서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얼굴이 선명하게 찍혔다.

유나리가 너무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러다 이내 미소가 번졌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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