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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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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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장난스럽던 정원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녀에게 마왕은 여전히 공포였다.

그도 그런 게 이세계에서 마왕에 목숨을 잃어 지구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시 함께 마왕에게 목숨을 잃은 건 바로 눈앞에 있는 용사 유나리였다.

그런데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유나리는 웃고 있었다.


“마왕이 온 게 맞아? 그런데 웃고 있는 거야? 즐거워?”

“그럼. 안 즐거워? 마왕이잖아. 마왕이 돌아온 거잖아.”

“너······ 미친 거 같아.”

“특경 대장 정도 하려면 미쳐야 하거든. 그래서 찾아내야 해. 마왕이 지원센터 옷을 입고 있는 걸 보면 여길 거쳐 갔다는 거잖아.”


정원희는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마왕이 지원센터를 거쳐 갔다니. 그런데도 아무도 몰랐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무려 마왕인데.


“이런 놈이 귀환했는데 어째서 아무도 몰랐던 거지? 자신이 마왕이라는 걸 드러내지 않은 건가? 역시 마왕답다고 해야 하나? 마왕으로 다시 이 세상을 어지럽히려는 건 아닐까?”

“원희야!”

“분명 엄청난 계획을 세웠을 거야. 최근 자주 나타나는 게이트도 이놈이 한 짓인 게 분명해.”

“아처!”


유나리가 목소리를 깔았다. 충분히 위압적이었다.

그제야 정원희는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미, 미안. 너무 흥분했어. 하지만 흥분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잖아. 이놈이 나타날 줄은 정말 몰랐으니까.”

“그러니까 확실한지 찾아보자고. 찾게 되면 접촉은 내가 할 테니까.”

“혼자서? 안 돼. 상대는 마왕이야. 그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잖아.”

“알지. 우리를 죽였으니까.”


정원희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에 비해 유나리는 태연하고 차분했다.

하지만 유나리도 표정만 태연할 뿐, 그날의 기억만큼은 생생했다.


***


돌로 만들어진 어두컴컴한 복도에 두 명의 여자가 서 있다. 한 명은 정원희,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유나리다.

정원희가 뒤를 돌아봤다.

모두 쓰러져 있었다. 마법사, 탱커, 힐러 등······ 그들은 이미 살아있는 생명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 있는 것은 옆의 유나리뿐.

그 둘의 앞에는 마왕이 버티고 있었다.


“너희들은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마왕의 목소리는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흥, 여기 엄청난 걸 숨겼다고 하던데?”


아처인 정원희가 손에 쥔 활에 힘을 주며 말했다.

화살에 기운이 맺혔다.


“이곳엔 전사였던 내 부하들이 잠들어 있는 무덤이자 안식처다. 엄청난 것? 그래. 있지. 여기엔 그들의 영혼이 있다.”

“거짓말하지 마!”

“내가 왜 그대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용사! 묻겠다. 내가 이제껏 그대들에게 거짓을 말한 적 있나?”


유나리는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왕은 자신들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대들에게 공존을 제안했다. 무역을 제안했고, 평화를 제안했다. 내가 약속한 것을 나는 지켰다. 300년 동안의 평화를 내가 파괴했나? 늘 약속을 깨고 도발한 것은 인간이었다.”

“웃기지 마! 마왕은 공존을 원하지 않아.”

“그대가 마왕인 내 속마음까지 읽는 건가? 대단한 능력을 가진 아처군.”


마왕의 비아냥에 정원희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곳엔 그대들이 찾는 대단한 것은 없다. 오히려 내 벗들의 안식을 방해하는 그대들의 오만함만 있을 뿐이다.”

“흥! 지만 혼자 고귀한 척하고 있네. 네 손에 죽은 사람들은 호구냐?”


많은 용사들이, 용사를 따르던 자들이 죽었다. 마왕의 손에.

하지만 전쟁이다. 전쟁은 늘 죽음을 동반한다.

언제나 인간과 마족은 전쟁을 하고 있으니까.


“나는 인간들에게 전쟁에서의 죽음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대들은 그 죽음을 물으려는 건가?”

“죽인 건 죽인 거잖아.”

“그래. 맞다. 죽인 건 죽인 거지. 용사들의 손에 얼마 전 죽은 베링 마을의 인간과 마족들처럼.”

“······”

“마족이니까 죽어야 한다?”

“······”

“반대로 마족의 입장에서······ 마왕의 입장에서 인간도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

“늘 마족이 인간을 먼저 공격했어.”

“옛날엔 그랬다. 그러나 최근 300년은 그러지 않았지. 나는 그대들에게 약속했다. 가끔 일탈하는 마족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나서서 응징했고, 책임을 물었다. 그대들은 무엇을 했지? 마족의 마을을 약탈하고, 마족과 거래했다는 인간의 마을을 불태운 건 누구지? 너희 용사들 아닌가?”

“······”


유나리와 정원희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끝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녀들 앞의 마왕은 분노에 물들어 있었다.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에 담긴 분노를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300년을 이어오던 평화가 깨졌다. 그것을 깬 것은 인간이었다.

동시에 나타난 아홉 용사. 그 아홉 용사에 의해 평화는 무너졌다.

그리고 유나리는 그 아홉 용사 중 하나였다.


“그대들이 원한 전쟁이다. 나는 기억할 것이다. 300년의 평화를 깬 것이 바로 용사들이라고, 인간들이라고.”


마왕이 움직였다.

정원희의 활에서 화살이 날아갔다.

화염을 머금은 화살이 빠르게 마왕을 향해 날아가 몸에 박혔다. 동시에 엄청난 불꽃이 마왕의 몸을 삼켰다. 하지만 마왕은 멈추지 않았다.

불꽃에 휩싸인 채로 팔을 휘둘렀다. 거대한 기운이 유나리와 정원희를 덮쳤다. 유나리가 검을 들어 올려 막았다.


캉!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며 마왕의 공격이 막혔다······고 생각했다.


꿀럭!


정원희의 가슴에 큰 상처가 나 있었다.

유나리는 마왕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


“젠장!”


정원희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아처!”


유나리가 소리치며 정원희의 몸을 받아냈다.

그 바람에 마왕에게 등을 보이고 말았다.

유나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마왕의 다음 공격이 자신을 덮쳐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잠했다.

돌아보니 마왕은 미동도 없이 서 있기만 했다. 여전히 불꽃에 타오르면서 마치 기다려 주겠다는 듯.


“주, 죽지 마.”


정원희가 힘겹게 손을 뻗어 유나리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나리가 그런 그녀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자신은 없었다. 눈앞의 마왕을 혼자 상대해 이길 가망은 없었다.


유나리는 지금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왜 자신이 여기에 와 있는지.

이유는 간단했다. 동료 용사 중 하나가 자신에게 비밀이라며 털어놨다. 마왕의 무기가 감춰진 비고가 있다고.

그러나 그것은 비고가 아니라 무덤이었고, 마왕이 아끼는 성지였다.


유나리도 동료 용사에게 속은 것이다.

속고 속이는 것이 전쟁이라지만 이유가 뭘까.

이유는 하나다. 유나리가 마왕과의 전쟁을 반대했으니까.

하지만 그 덕분에 아이러니하게 용사들 중 마왕과 제일 먼저 싸우는 영광을 얻었다.

끝내 정원희의 손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기다려줘서 고마워.”


유나리가 일어나 몸을 돌려 마왕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나?”

“나머지들······ 조심해.”

“충분히 조심하고 있다.”


마왕과 용사 유나리의 대화는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서로 의사도 충분히 전달했다.

마왕과 유나리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용사 유나리 공격은 마왕의 공격에 삼켜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마왕의 공격이 그대로 유나리를 덮쳤다.


***


유나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야? 나랑 같은 상상을 한 거야?”


정원희가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래. 이세계에서의 마지막을 떠올렸어.”

“젠장. 생각하니까 또 기분 더럽네. 좋은 기억도 아닌데.”


정원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말 마왕을 찾으면 만날 거야? 괜찮겠어?”

“우리를 죽인 건 마왕이 맞아. 하지만 우리를 죽음으로 내몬 건 다른 놈들이잖아.”

“빌어먹을. 그 개새끼들!”


다시 정원희가 발끈했다.

유나리를 포함한 아홉 용사. 세상을 마왕에게서 구한다며 전쟁을 선포한 그들, 그리고 마왕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유나리를 보낸 곳이 바로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장소였다.


“그 새끼들은 용서가 안 돼!”


정원희는 나머지 여덟 용사에게 분노가 가득했다.

그러다 영상을 다시 봤다.

영상에 지원센터 추리닝을 입은 사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정말 이 사람이 마왕일까? 사람이 마왕으로 소환되는 게 맞아? 가능해?”

“소환 자체가 가능하냐고 먼저 물어야지. 우린 이미 불가능의 영역에 들어선 건지도 몰라.”


정원희는 고민하는 것을 멈췄다.

유나리의 말이 맞다. 불가능의 영역이다.

용사로 다른 세계에 소환되는 것 자체가 정상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정원희는 마지막에 마주 보던 마왕의 얼굴을 떠올렸다.

솔직히 이상하긴 했다. 마왕인데 분명 사람의 얼굴이었으니까. 그것도 꽤 잘생긴 남자였다.

그러다 정원희가 무언가 깨달은 듯 화들짝 놀랐다.


“잠깐! 이 사람이 마왕이라고 치자고.”

“그런데?”

“여기에 왔다는 건 이세계에서는 죽었다는 거잖아.”

“그렇지.”

“마왕을 누가 죽인 거지?”

“오호! 이제야 우리 원희가 머리를 좀 쓰는구나.”

“에이 씨-”


정원희가 유나리를 노려봤다.


“아홉 용사 중 나를 포함해 돌아온 건 일곱.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게 둘이야. 그 둘이 마왕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상식적이겠지. 그리고 이미 마왕을 죽였다고 기자회견까지 했었잖아.”

“그 새끼들 말을 어떻게 믿어.”


정원희가 인상을 썼다.

물론 유나리도 믿지 않았다. 마왕이 죽었다는 것은 그저 자신들의 입지를 올리기 위한 립서비스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확인할 수 없으니까.

먼저 돌아온 용사들은 마지막 전투에서 목숨을 잃고 지구로 왔으니까.


“그래서 이번엔 물어볼 생각이야.”

“모임에서?”

“마왕을 만나서 물어볼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너는 최근 귀환자 중에서 마왕을 찾아봐. 그건 네 전문이니까. 너도 얼굴은 알잖아.”


유나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찾으면 내가 소원 하나 들어줄게. 무엇이든지.”

“정말?”


정원희의 얼굴에 의욕이 샘솟았다.


***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게이트와 몬스터가 나타나는 세상이 됐어도, 정작 경찰의 일은 변한 게 없었다.

사람들의 생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고, 유흥을 즐기고, 공부를 하고······.


게이트와 연관된 특수 조직과 부서가 생기고, 몬스터를 잡는 길드 등이 나타난 것 말고는 딱히 달라진 건 없었다.

모든 변화의 핵심은 게이트로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느새 게이트에 익숙해져 버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것이 모든 것의 전조현상이라는 것을.


하지만 지금은 경찰로서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때다. 모처럼 복귀한 첫날이니까.

예정되어 있던 음주 단속 검문에 투입되었다.

이런 세상이라도 음주 운전은 여전했다.


도로 중앙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측정하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았다.

다만 입으로 바람을 불어 검사하는 시스템이 바뀌었다. 몸 안의 알코올 성분을 마력으로 감추는 것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일반인이 아닌 각성자와 귀환자들에게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덕분에 아예 마법으로 알코올 성분을 감지하는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사실 음주 측정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었느냐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어차피 비슷한 기계 장치를 들고 일일이 차를 세워 운전자에게 다가가 측정해야 한다는 것은 똑같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음주 단속은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음주 측정하겠습니다.”


마법으로 체내의 알코올 성분을 측정하는 도구는 수치를 제대로 짚어내고 있었다.


-삐빅


“아슬아슬하게 넘었네요.”

“죄송합니다. 맥주 한 잔 마셨습니다. 정말로.”

“음주 운전은 나 혼자 다치는 게 아니라 타인의 피해로 이어집니다. 조심하셔야 해요.”

“네!”

“이번엔 특별히 봐 드리겠습니다. 대신 다음부턴 절대로 안 됩니다.”

“감사합니다!”


대부분 이런 분위기다.

운전자는 얌전하고, 경찰도 훈계 정도로 마무리한다. 도를 넘으면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는 것도 똑같다.

그렇게 조용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늘 이런 시간을 질투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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