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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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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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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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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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유나리는 기뻤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얼굴이 영상 속에 선명하게 보였다.

드디어 자신이 원하던 것을 찾은 기쁨에 유나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중요한 영상 맞습니까?”


박대철이 희망을 갖고 물었다. 그에겐 휴가가 걸려 있으니까.


“맞아. 엄청 중요한 영상이야.”

“그러면, 휴가······”

“휴가? 가야지. 휴가 갈 수 있어.”

“정말입니까?”

“그래. 정말. 언제 보내줄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박대철의 얼굴이 실망감으로 가득했다.

유나리는 그런 박대철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여전히 도망치지도 못한 채 현장에 붙들려 있는 경찰 책임자에게 다가갔다.


“경사님!”

“네? 아! 네!”

“저는 특경 대장 유나리라고 합니다.”


유나리가 명함을 하나 꺼내 건넸다.

경사가 그녀의 명함을 받았다. 그것도 두 손으로.


“저는 제 명함 잘 뿌리지 않아요. 그 말은 제 명함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제가 도움이 될 거라는 말이죠.”

“그, 그런가요?”

“그럼요. 대신 저를 도와주셔야 해요.”

“뭐, 뭘 도와야······”

“이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겠어요.”


유나리가 태블릿 화면에 선명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


정원희는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수많은 귀환자의 데이터를 살폈지만,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된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젠장!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벌써 몇 번째 들여다보는 건지 모르겠다.

능력 측정 수치로 정렬해 살펴봐도 보이지 않았다.

전직 마왕이다. 그런 존재가 능력이 약하게 나올 리 없었다.

그럼에도 능력치 상위권의 존재에 마왕은 없었다.

능력치를 조절하는 능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결국 전체를 다 뒤져봤다. 그래도 찾을 수 없었다.


“이상해. 정말 이상해. 설마 안 돌아온 건가? 그러면 그건 뭐지? 설명이 안 되는데.”


확실히 유나리가 보여준 영상의 존재는 마왕이 맞았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까.

게다가 그 존재에게 목숨까지 잃었었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존재다.


정원희는 결국 의자에 몸을 기댔다.

눈알이 빠지는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지원센터의 업무는 하지도 못해 책상 한쪽에 결재 서류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래. 이것도 일이다.”


정원희는 결재 서류를 펼쳤다.

몇 개의 서류를 대충 훑고 나서 사인하던 정원희가 어떤 서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능력 측정 장치의 오작동 관련 보고 서류였다.


“뭐지? 오작동을 일으킨다고?”


능력 측정 장치는 이제껏 한 번도 오작동을 일으킨 적이 없었다.

서류에도 오작동을 일으켜 점검했지만, 별다른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다음 귀횐자에서는 제대로 작동했다는 보고서였다.


“오작동? 오작동이라고?”


뭔가 앞뒤가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영상에 보였던 지원센터의 옷이 새것이었다. 마치 금방 막 뽑은 것처럼. 빨아서 입었다고 하면 반박할 순 없지만, 그 옷을 빨아서 다시 입을 사람은 없을 거다.

게다가 능력 측정 장치가 오작동을 일으킨 이후 다시 아무 문제 없다는 듯 정상 작동했다는 것이 이상했다.

즉, 그 말은 특정인에게서만 오작동을 일으켰다는 말이 된다.


서류를 올린 날짜가 오늘이었다. 그리고 오작동을 일으킨 것은 어제.

정원희는 자신이 살펴보던 귀환자의 데이터를 확인했다. 지난주까지 등록된 데이터까지밖에 없었다. 이번 주에 새로 등록된 데이터는 아직 업로드가 안 된 것이다.


정원희는 설마 하는 생각으로 최신 귀환자 데이터를 임시 저장해놓는 폴더를 찾아 들어갔다.

역시 그녀의 생각이 맞았다.

이번 주에 귀환한 자들의 데이터가 업로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원희는 다시 목록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찾아냈다. 능력 측정 장치 오류라는 선명한 글씨를.


“빙고!”


정원희는 모니터를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화면에 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한치우였다. 그의 신상까지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오호! 거짓말까지 하셨어?”


한치우의 이세계에서의 기록은 모두 거짓으로 적혀 있었다.


“하하! 평범한 말단 전사? 네가? 웃기는 놈이네. 그런데 경찰? 복직 신청을 했어? 여동생도 있네. 부모가 일찍 돌아가셨구나. 음주 운전 차량에······ 본인도 음주 차량에 치여 이세계로 넘어갔다고?”


확실히 독특한 이력이었다.

무엇보다 마왕인 것을 숨겼다.

그런데 웃기는 건 경찰 출신이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네. 경찰이었어. 마왕이 경찰이었어. 하하하.”


정원희가 크게 웃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세계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마왕이 원래 세계에서는 법을 지키는 경찰이었다니.


정원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뭔가 재미있는 걸 발견했을 때 그녀가 보여주는 표정이다.


오크가 등장했던 마트, 그리고 웬디고가 등장했던 야산의 위치와 한치우의 동선, 집 주소가 겹쳤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에 있겠나.

무엇보다 마왕의 얼굴을 정면에서 본 자신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하급 전사라는 말도 안 되는 이력을 적은 것에 분노했다.

순간 무슨 꿍꿍이가 있나 싶었다.


정원희는 핸드폰을 집어 들어 유나리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우뚝 멈췄다.


“잠깐! 내가 굳이 알려줘야 하나? 이걸 빌미로 뭔가 받아낼 수 있으면······”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정말 타이밍 좋게 유나리가 직접 나타났다. 이 늦은 시간에.


“깜짝이야. 뭐야? 왜 여길 왔어? 그리고 지금이 도대체 몇 시야?”


정원희가 짜증을 냈지만, 유나리는 깔끔히 무시했다.


“찾았어.”


순간 정원희의 표정이 살짝 꿈틀했다.

물론 이 표정을 유나리는 깨닫지 못했다. 자신이 찾아냈다는 것에 더 흥분한 상태였다.


“드디어 찾아냈어. 마왕을.”

“그래? 나도 찾았는데.”


정원희는 눈물을 머금고 자신도 찾았다는 것을 실토했다.


“뭐? 너도?”

“그래. 방금 찾았어. 막 전화 걸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직접 나타난 거야.”


정원희가 핸드폰에 막 전화를 걸려고 했던 화면까지 보여줬다.


“역시 정원희. 내 최애 아처라니까.”

“됐어. 징그러워.”


정원희는 엉겨 붙는 유나리를 강제로 떼어냈다.

궁금하긴 했다. 유나리는 도대체 어떻게 찾아낸 걸까? 자신은 데이터라도 있으니 검색하면 되지만.


“궁금하지? 내가 어떻게 찾았는지.”


유나리는 정원희의 생각을 읽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영상을 보여줬다. 보디캠으로 찍은 영상이었다.


“자이언트 고블린이네?”


영상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정원희도 잘 알고 있는 몬스터였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리 강하지 않은 몬스터다.

그런 몬스터에게 처참하게 당하는 천만호의 모습도 보였다.


“천만호 따위가 상대할 수준은 아니지. 내가 이 새끼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데. 그런데 천만호는 여기 왜 온 거야?”

“우선 보기나 해.”


정원희는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그리고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영상을 보는 정원희의 눈이 커다래졌다.


“대단하지? 나도 너랑 똑같았어.”

“와우! 이건 뭐······ 역시 마왕이네.”


자이언트 고블린이 말 그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이번에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손을 뻗은 것뿐.

그런데도 자이언트 고블린의 육체는 분해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영상 마지막에 고개를 돌리고 얼굴이 드러났다. 역시 한치우였다.


유나리와 정원희는 한치우의 얼굴을 보며 침묵했다.

이세계에서의 기억이 여전히 둘의 머리에 남아 있다. 한치우에게, 마왕에게 당하던 기억이.


“소속은 서부경찰서. 이름은 한치우. 내가 알아낸 건 이게 전부야. 경찰에서도 입을 다물었어. 내일 공문을 보내든가 해야지. 참! 넌 뭘 알아냈는데?”


유나리의 물음에 정원희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직접 봐!”


유나리가 모니터를 봤다. 그곳엔 한치우에 대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데이터베이스에 있었네?”

“맞아. 어제 귀환했더라고. 아직 공식 데이터베이스에 올라가진 않은 상태야.”


유나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정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주소와 가족 관계, 나이에 대한 것들도 모두 적혀 있었다.


“어머! 나이가 스물일곱? 나보다 한 살 어리네?”

“만나면 누나라고 부르라고 해봐.”

“설마······ 누나라고 부르겠어? 500년을 그 세계에서 살았는데?”

“하긴, 오빠라고 부르라고 안 하는 게 다행이다.”


유나리는 꼼꼼하게 한치우의 정보를 읽어 내려갔다.


“하급 전사라고? 마왕이? 능력 측정 기록은? 측정 오류?”


유나리의 물음에 정원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능력 측정 장치가 에러가 났어.”

“에러?”

“응. 그런데 조금 이상해.”

“뭐가?”

“한치우만 에러가 났어. 그 이후 귀환자 측정할 때는 또 멀쩡했거든.”


유나리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설마 뭐?”


둘 사이에 순간 침묵이 이어졌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유나리였다.


“생각해 봐. 왜 한치우일 때만 에러가 났을까? 차라리 에러가 난 상태로 계속 유지가 되면 모르겠는데 다시 괜찮아졌다며?”

“마, 맞아.”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긴 하네. 검사해 봤을 때 기계 오류는 못 찾았다고 하던데. 그러면 왜 한치우일 때만 에러가 난 거지?”

“둘 중의 하나가 아닐까?”


유나리가 세상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감출 수 있거나, 아니면······”

“아니면?”

“장치가 측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갔거나.”


이야기를 듣고 멍하니 있던 정원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우- 젠장. 소름 돋아.”


정원희는 두려웠다. 실력에 자신이 있던 그녀를 완전히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마왕이다.


“젠장. 무섭네.”


솔직히 걱정이다. 지금이야 귀환해 경찰로 일하고 있다지만, 언제 마왕의 본성이 깨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어떡할 거야? 용사들 모아서 쳐들어가나?”

“그게 무슨 소리야?”


유니리가 정색을 하며 되물었다.


“마왕이잖아. 이 세상을 또 어떻게 할 수도 있잖아.”

“과연 그럴까?”


유나리의 생각은 달랐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마왕은 마왕이야. 한 번 마왕은 영원한 마왕이라고.”

“그게 한치우 이 사람 본인의 의지도 아니었잖아.”

“그건······”


이세계로 소환될 때 모두 직업이 결정되어 소환되었다.

누구는 용사로, 누구는 아처로.

그래서 정원희는 활 한번 쏴보지 않았는데도 아처가 되었다. 그에 관한 능력이 있었으니까.

유나리가 용사가 된 것도 비슷했다. 용사로 결정되어 이세계로 오게 된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한치우도 이미 마왕으로 결정되어 이세계로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어떡할 거야?”


정원희의 눈빛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제발 그것만은 하지 말아 달라는 간절함이었다.


“어떡하긴. 만나야지.”


그리고 정원희의 간절함은 유나리의 대답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만나서 얘기를 해봐야지.”


거기에 확인 사살까지.

유나리는 뭐가 즐거운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어 정원회와는 너무나도 대비되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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