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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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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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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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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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평온하던 분위기는 단 한 순간에 깨져버렸다.

굉음에 가까운 엔진 소리와 시끄러운 음악 소리를 울리며 승용차 한 대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예정대로 바리케이드 앞으로 가서 섰다. 경광봉을 흔들며 차를 향해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하지만 승용차는 헤드라이트를 깜빡거리며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왔다.


“어- 어- 한 순경! 위험해!”


이제야 상황을 눈치챈 동료 경찰들이 나를 불렀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5년 전, 이세계로 가게 되기 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오늘처럼 달려오는 차량을 막으려 했었다. 하지만 차는 그대로 돌진했고 나는 차에 치였다. 그것이 마지막 기억이었고 깨어나 보니 이세계였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차는 경적을 울리며 달려왔다. 시끄러운 엔진음이 귀를 때렸다. 나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동료들의 경악하는 눈동자가 보였다.

그렇게 달려오던 차량이 브레이크를 밟으며 파열음을 냈다.


끼이이이익-


고무 타는 냄새를 풍기며 승용차는 미끄러져 다가왔다.

동료 경찰들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놀라며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차는 바로 내 앞에 멈춰 섰다.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와우!”

“스릴 개쩌는데?”


차 안에서는 여전히 시끄러운 음악이 쿵작쿵작 흘러나왔다.

나는 운전석 쪽으로 다가갔다.


“경찰 아저씨! 안녕!”


차창을 내리고 운전석의 젊은 남자가 빙긋 웃었다.

음주 측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차 안에서 술 냄새가 진동했으니까.


“음주 측정하겠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며 장치를 운전자에게 가져갔다.


“에이, 왜 이래! 우리 사이에. 나 용사 출신이야. 천둥 길드. 몰라? 마왕과 싸운 몸이라고.”


운전석의 사내가 내 팔을 툭 치며 말했다.

하지만 다른 경찰들은 이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네. 모릅니다. 측정하겠습니다.”


나는 측정 기계를 다시 가까이 가져갔다.


“왜 이래? 왜 이렇게 분위기를 몰라?”


운전석의 사내가 손을 뻗어 음주 측정기를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허공을 휘젓기만 했다. 이미 나는 측정을 마친 후였다.


“면허 취소 수치입니다.”

“뭐? 이 새끼가 근데. 요즘 경찰들 교육이 개판이네.”


운전석의 남자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보조석의 남자도 계속 웃음을 흘리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차에서 내린 둘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천둥 길드라는 이니셜이 박힌 옷이었다.

운전자가 위협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이 새끼가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나 천둥 길드 넘버 쓰리야. 넘버 쓰리.”

“그래요? 천둥 길드 넘버 쓰리면 술 먹고 운전해도 되는 건가요?”


운전자가 다가오는데도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하! 이 새끼 보게? 겁을 상실했어.”


천둥 길드 넘버 쓰리라는 운전자가 주먹을 쥐었다.

그때 현장 지휘를 책임지는 경찰이 다가왔다. 물론 내 상사이기도 했다.


“하하하. 정말 미안합니다. 아직 경찰 일을 잘 모르는 친구라서요.”


그는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해버린 천둥 길드 넘버 쓰리는 사과하는 경찰의 멱살을 잡고 밀어버렸다.


“넌 또 뭐야?”


그 바람에 말리려던 내 상관은 그대로 벌렁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주변의 경찰들이 다가와 넘어진 경찰을 일으켰다. 하지만 누구도 천둥 길드원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세상이 별로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내 착각이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부정적인 의미로.


“경찰을 폭행하셨네요.”

“폭행? 야! 저게 폭행이야? 폭행은 이런 거야.”


천둥 길드 넘버 쓰리가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빠각!


“으아아악!”


주먹이 내 얼굴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하지만 비명을 지른 것은 오히려 천둥 길드 넘버 쓰리다.

그는 자신의 주먹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보조석에서 내린 사내가 다가와 고통스러워하는 운전자의 손을 살피고는 화들짝 놀랐다. 손가락이 모두 부러진 상태였다.


“뭐야?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우리 천둥 길드라고.”

“그래서요? 천둥 길드는 경찰을 폭행해도 되는 겁니까?”

“이 미친 새끼가! 감히 용사 출신을 건드려?”


보조석의 사내가 아공간에서 검을 꺼냈다.

경찰들이 경악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태연했다.

예전이라면 긴장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무려 마왕이었지 않나.


“경찰을 향해 폭력과 함께 무기를 사용했습니다. 인정합니까?”

“죽어! 이 씨발 새끼야!”


보조석의 사내가 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검은 이번에도 허공을 갈랐다. 나는 그저 슬쩍 옆으로 한 걸음 옮겼을 뿐이었다.


고개를 갸웃했다.

용사라면 이세계에서 숱하게 죽여봤다. 하지만 지금 이 둘은 기억에 없다.

나와 싸운 용사 중 살아남은 용사가 손가락에 꼽힌다. 나머지는 전부 죽었다.

나는 내가 상대한 모든 용사를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기억에 없다는 것은 이들이 용사 출신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 새끼가 피해?”


검을 쥔 사내가 다시 덤벼들었다.

경고를 먼저 했다.


“당신은 지금 사람을 향해, 그것도 공무를 수행하는 경찰을 향해 살상 무기인 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이자, 살인 미수에 해당합니다.”


나는 차분히 설명했다.

물론 내 설명이 상대방에게 전달될 리는 없다. 이미 이성을 충분히 잃어버린 상대는 씩씩거리며 검을 높이 치켜들었으니까.


“자구(自求)를 위해 위력을 행사합니다.”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

이 모든 것은 동료 경찰들의 바디캠에 기록될 거다.

절차도 거쳤고, 이젠 검을 휘두르는 상대를 봐 줄 이유도 없다.


상대는 이세계를 다녀온 귀환자다. 스스로 용사라고 말하지만 지금 이 실력으로는 솔직히 어림도 없다.

단순히 몬스터를 잡는 헌터나 사냥꾼 정도의 실력에 불과했다. 물론 일반인이나 경찰은 이들을 이길 수 없다.

헌터의 힘도 일반인을 아득히 뛰어넘으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어깨에 힘주고 거들먹거렸던 거다.


보조석의 사내가 검을 높이 치켜들고 나를 향해 내리쳤다.


“꺄악!”


음주 측정 보조를 위해 함께 출동했던 여경이 입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검의 궤적을 지켜봤다.

특징 없는 검, 위력 없는 검이 흐느적거리며 다가왔다.


나는 사내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내 몸은 순식간의 검의 궤적에서 벗어났다.

그다음은 간단하다.

사내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메쳐버렸다. 간단한 유도 기술이다. 물론 속도는 훨씬 빠르지만.


사내는 그대로 허공을 날아 바닥에 등부터 크게 떨어졌다.

검을 놓치는 바람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검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솔직히 이런 정도를 해결하는 데 마왕이었을 때의 힘을 사용할 이유도, 가치도 없다.


“당신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모두 나를 바라봤다. 마치 내가 엄청난 일을 한 것처럼.

특히 놀라서 비명을 질렀던 여경의 나를 향한 눈빛은 부담스러울 정도다.


“귀, 귀환자가 맞네.”

“그러게. 아무리 술을 먹었다고 해도 저렇게 쉽게······”

“용사 아닙니다.”

“응?”


내 말에 다른 경찰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그걸 어떻게 알고 있냐는 듯이.


“고작 이 실력이 용사일 수 없습니다. 그냥 헌터 정도로 보입니다.”


나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세계에서 용사와 헌터가 나뉘는 것에 대해서.


“하하! 이제부터 귀환자들 술 처먹고 행패 부리는 건 한 순경이 해결하면 되겠네.”


몇몇 동료들이 좋아했다.

좋아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귀환자들이 꽤 많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음주 운전에 폭력까지 휘두른 두 명의 길드원이 수갑을 차고 인도 쪽에 쭈그려 앉았다.

그들을 바라보던 선배 경찰들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연락해야겠지?”

“그래야죠.”

“어디에 연락을 합니까? 경찰서로 연행하는 거 아닙니까?”


갑자기 연락을 한다니 궁금했다. 어디로 하는 것인지.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


멱살까지 잡혔던 선배 경찰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하는 상대에게 굽신거리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

신경을 집중하면 무슨 대화를 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경찰 선배이기에 충분히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5년의 기간 동안 분명히 바뀐 것도 있을 것이다.


“예! 예! 알겠습니다.”


선배 경찰이 전화를 끊고 돌아왔다. 그의 표정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뭐래?”


옆에서 다른 선배 경찰이 물었다.


“오겠다네.”

“여길? 왜?”

“그러게.”

“골치 아프네.”


누가 온다는 건지, 무슨 문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선배 경찰들의 표정에 난감함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수갑을 차고 있는 천둥 길드원 두 명의 표정에는 의기양양함이 가득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있다는 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 스포츠카 한 대가 역시 굉음을 내며 나타났다.

차에서 내린 것은 큰 덩치에 험상궂게 생긴 사내였다.

저 덩치가 스포츠카에 탈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는 내리자마자 씩씩거리며 경찰들을 향해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누구야? 어떤 새끼가 우리 애들을 건드려? 어?”


차에서 내린 남자도 천둥 길드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의 안중에 경찰은 없는 것 같았다.


“너야? 어? 아니면 너야? 어떤 새끼야?”


사내가 경찰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위협적으로 다가섰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헌터들이 사내를 보며 울먹거렸다.


“부길드장님!”

“저희 억울합니다!”

“저 손가락이 다 부러졌습니다.”


손가락이 부러진 사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는 헌터들을 보며 사내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우리 애들 수갑 당장 풀어. 나 천둥 길드 부길드장 천만호야. 우리 애들 손가락을 부러트려? 겁을 상실했나? 어? 다들 내 손에 어디든 한 군데씩 부러지고 싶지 않으면 어서 우리 애들 풀어!”


천만호가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저기 그게······ 길드원분들이 음주 운전을 해서요.”

“음주 운전? 그게 뭐 대수야? 어?”


어이가 없다. 음주 운전이 대수냐니?


“그런데 그게······ 엄연히 현행법상 불법이라서요.”


어떻게든 좋게 좋게 설득하려는 경찰이었다. 하지만 천만호에게는 어떤 말도 먹히지 않았다.


“사람이 술 좀 먹고 운전할 수도 있는 거지. 우리가 게이트 열리고 몬스터 나타나면 잡아주는데, 음주 운전 그 정도도 못 해?”

“그거랑 이건 별개라서요. 그리고 경찰에게 폭력도······”

“그렇다고 손가락을 부러트려? 그리고 폭력도 쓸만하니까 썼겠지.”


합리적으로 설득하려는 경찰의 노력은 끝내 무용지물이 되었다.


“애들 풀어! 안 풀어주면 여기 다 아작나는 거야.”


천만호가 아공간에서 거대한 쇠몽둥이를 꺼냈다. 자신의 덩치에 어울리는 크기와 굵기였다.

저 쇠몽둥이에 맞으면 사람의 몸은 부러지는 것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자동차도 손쉽게 찌그러트릴 기세였다.

그리고 시범을 보이기라도 하듯이 경찰차 하나를 쇠몽둥이로 내리쳤다.


쾅!


경찰차 지붕이 그대로 움푹 찌그러졌다. 힘 하나는 제법 있는 것 같았다.


“당장 안 풀어?”

“아, 알겠습니다. 풀겠습니다.”


결국 겁에 질린 경찰들이 수갑을 차고 있는 헌터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그 꼴을 두고 볼 수는 없다.

나는 수갑을 풀어주러 다가가던 선배 경찰의 팔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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