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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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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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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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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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오빠!”


한애솔이 로비에서 소리를 질렀다. 당연히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나는 빠르게 다가갔다.


“너 여긴 왜 왔어?”

“왜 오긴. 점심때 교통과 갔더니 여기 갔다고 해서 쫓아왔지. 너야말로 여긴 왜 온 거야?”


뭔가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다. 너라고 부르는 걸 보면. 인상도 쓰고 있는 걸 보니 확실했다.

그런데 문득 얘가 왜 이러나 싶다. 이렇게 나에게 관심을 쏟는 애가 아닐 텐데.

5년 만에 돌아와서 그런가? 내가 마왕이라서?


“호출받아서 왔어.”

“호출? 용건이 뭔데?”

“가면서 얘기하자.”


나는 한애솔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세워둔 차가 보였다.

동생은 내가 보조석에 탈 때까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노려봤다.


“안 가냐? 운전 내가 할까?”


창문을 내리고 재촉하자 동생이 운전석에 탔다. 하지만 차를 곧바로 출발시키진 않았다.


“이제 말해봐. 왜 여길 온 거야?”

“그러니까 조용한 데 가서 얘기하자고.”

“조용한 데로 가서 얘기해야 하는 내용이야?”

“차 안에서는 좀 그렇지.”

“왜 차 안에서는 좀 그럴까?”


한애솔이 눈을 가늘게 떴다.

왠지 취조받는 기분이다. 누가 형사 아니랄까 봐 취조 기술을 오빠한테 쓰다니.

그때 교통경찰이 다가왔다. 차가 도로변에 서 있으니까 다가온 것이다. 주차 구역이 아니니까.


“여기 주차하시면······”


교통경찰이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 말했다. 하지만 한애솔은 그런 경찰의 말을 툭 잘라버렸다.


“취조 중이에요.”

“네?”

“취조 중이라고.”


한애솔이 경찰 신분증을 보여줬다.

취조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맞았다. 이 녀석 진짜 나를 취조하고 있다.

그녀의 신분증을 보고 내 얼굴을 본 교통경찰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냥 가버렸다.

뭐지? 왜 수긍하고 가는 거지? 취조라는 말을 믿는다고?


교통경찰이 멀어지자 다시 한애솔이 나를 노려봤다.


“이제 말해. 무슨 일이야?”


나는 별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 한애솔에게 보여줬다.


“이게 뭐야? 핸드폰이야?”

“응. 덕분에 핸드폰 새로 하러 갈 필요는 없어졌어.”


한애솔은 내가 받은 핸드폰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지원센터에서 준 거야? 왜 지원센터에서 핸드폰을 지원해 줘? 이제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한애솔의 눈초리는 더욱 의심이 깊어졌다.


“어느 부서에서 지원해 줬어?”


젠장. 부서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센터장이 직접.”

“센터장?”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한애솔의 질문 세례는.


“센터장이 오빠 마왕이었던 거 눈치챈 거야?”

“센터장이 오빠한테 뭔가 딴지 걸었어?”

“센터장이 오빠한테 추파를 던진 거야?”


마지막 질문은 좀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센터장을 만난 이유가 뭐야?”

“센터장이랑 다른 사람도 같이 있었어.”

“다른 사람? 다른 사람 누구?”

“용사.”

“용사?”

“특경 대장.”


한애솔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제 출발할까?”

“어? 어.”


한애솔이 멍한 표정으로 운전을 했다.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특경에서 왜 오빠를? 그것도 용사가? 그 용사는······ 설마······”

“맞아. 내 손에 죽었어. 특경 대장도, 지원센터 센터장인 아처도. 둘이 같은 파티였고 동시에 죽었지.”


한애솔은 말을 잇지 못했다.

내 손에 죽은 두 명이 특경 대장과 센터장을 하고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러다 뭔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그 둘이 왜 오빠를 찾아? 복수하려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모양이다.

복수하려고 했다면 내가 멀쩡히 걸어 나왔겠냐.


“아니. 특경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있었어.”

“특경에서? 오빠를?”


한애솔이 뭔가를 열심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이내 나를 바라봤다.


“두 사람이 아는구나. 오빠가 마왕인걸.”

“당연히 알지 않겠냐? 내 손에 죽었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오빠가 지구에 도착하고 고작 삼일이야. 그런데 불렀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겠지.”


하긴 어젯밤의 자이언트 고블린을 처리한 게 제대로 들킨 것 같긴 하다.

그런 면에서 지구에 온 마왕에게 불만이 많다. 괜히 게이트를 나한테 보내서 이 사달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 특경 하겠다고 했어?”

“응. 하겠다고 했어.”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거 솔직하게 대답했다.

뭐라고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애솔이 조용하다.


“조건이 좋아. 연봉 다섯 배에 개인 사무실, 단독 활동 등 나쁘지 않아.”

“······”

“넓은 사옥에 차량 지원도 해준다고 했어. 이 핸드폰도 그 용도야. 특경 요원에게 지원해 주는. 기본 연락처도 저장되어 있다고 하던데.”


한애솔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도무지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마왕이었고, 엄청난 능력이 있어도 여자 표정 하나 읽을 수 없다. 역시 가장 난제는 바로 여자다.


“왜? 하지 말까? 도로 가서 거절할까?”

“다섯 배라며!”

“어······ 그렇지.”

“차도 지원해 준다며?”

“맞아.”

“사옥도 지원해 주고.”

“응.”

“그러면 해야지.”


축하를 하는 건지, 샘을 내는 건지, 아니면 불만이 있는 건지 도무지 표정을 읽을 수 없다. 말투도 뭔가 삐딱하게 들린다.


“아!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팀을 꾸릴 수도 있어.”

“팀?”


드디어 한애솔이 관심을 보였다. 돈, 차, 집에도 별 관심이 없던 동생이.


***


서부 경찰서의 교통과장은 자신의 방에서 손에 들려진 공문을 보고 있었다.

공문은 바로 한치우의 특경 발령 명령서였다.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어제 보여준 능력의 귀환자가 교통경찰을 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니까.


“그래도 하루밖에 안 됐는데······”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그가 함께 있어 준다면 근무 중에 생기는 돌발상황이나 안전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을 테니 말이다.


한치우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아침부터 지원센터 센터장의 호출을 받아 나간 그였다.

아무래도 이번 이직과 연관이 된 만남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어울리는 자리로 가는 거겠지.”


교통과장은 수긍했다. 아니,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요청도 아니고 명령이었으니까.

그것도 특경 대장이 직접 보낸, 저 위 꼭대기의 승인도 떨어진 명령 말이다.


그때였다.


쾅! 와장창!


요란한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교통과장이 자신의 방에서 나왔다. 교통과로 들어서는 유리문이 박살 나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유리 파편이 사방을 튀어 다녔다.

그리고 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 서 있었다.


2미터 정도 키의 덩치 좋은 거구였다.

게다가 경찰은 그가 누군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천둥 길드의 대표 천태호였다.


“어이 짭새들! 어제 내 동생을 욕보인 놈이 여기 있다지? 누구야?”


천태호가 경찰들을 거만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가 누군지 잘 아는 경찰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천태호가 싸늘하게 웃었다.


“내가 누군지 몰라? 그래서 입 다물고 있는 거야? 나 천태호야! 천둥 길드 천태호. 그러니까 어제 어떤 새끼가 내 동생 팔을 박살 냈는지 얘기하는 게 좋아.”


하지만 경찰들 대부분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다.

별수 없이 교통과장이 다가갔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해?”

“어제 일은 게이트가 발생하고 몬스터가 나타나는 바람에······”

“어이!”


천태호가 갑자기 교통과장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다.

천태호의 힘에 교통과장의 몸이 허공에 들렸다.

다리가 허공에서 불쌍하게 버둥거렸다.


“너희가 내 새끼들 붙잡지 않았으면 아무 일 없는 거 아냐. 다 그 새끼 때문이잖아. 안 그래?”


억지였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했다.

힘이 있다는 이유로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생각이 사회에 퍼져 있었고, 실제로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귀환자와 길드가 꽤 많았다.


천태호의 소란은 이내 경찰서 전체에 퍼지고 수사과와 다른 부서에서도 달려왔다. 몇몇은 총을 꺼내 천태호를 겨누기도 했다.

몰려든 경찰을 보면서 천태호는 오히려 더욱 싸늘하게 웃었다.


“큭큭큭, 재밌네. 좀 더 날뛸 기분이 드는데?”


교통과장은 생각했다. 그나마 지금 한치우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그가 아무리 강해도 천둥 길드 길드장과 싸우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만해! 천태호! 곧 특경에서 올 거야!”


최인철 경위가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흐흐, 그래서? 그래서 뭐?”


천태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날 멈추고 싶으면 그 새끼 불러와. 아니면 이 새끼는 이 자리에서 병신 되는 거야.”


천태호가 자신의 손에 잡혀있는 교통과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주먹을 쥔 채 교통과장을 향해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렸다.


턱!


그러나 천태호의 주먹은 교통과장에게 닿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이 천태호의 주먹을 막고 있었다.

한치우였다. 어느새 나타나 천태호의 주먹을 아주 간단하게 손바닥으로 막은 그였다.


천태호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주먹을 막다니?

이제껏 자신의 주먹을 막은 존재는······ 많았다. 그러나 전부 용사급이었다. 용사가 아닌 이상 자신의 주먹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다. 그것도 일개 경찰이.

그런데 지금 한 남자가 자신의 주먹을 막았다.


천태호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주먹을 막은 사람의 얼굴을 봤다. 순간 천태호의 눈빛이 흔들렸다.


“으어어어어-”


천태호가 화들짝 놀라며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붙잡고 있던 교통과장도 놓아버린 그는 마치 한치우에게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려는 것 같았다.

천태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니, 서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다리도 떨렸다.


“이게 다 뭐야? 네가 한 짓이야?”


한치우가 물었다. 목소리는 묵직했다.


“으어어어-”


하지만 천태호는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만 내뱉을 뿐이었다.


“너······ 낯이 익다?”


한치우가 천태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서 봤더라?”


***


경찰서에 돌아왔더니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모여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유리가 깨져있고 누군가가 교통과장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린 채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

힘으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귀환자가 분명했다.

유나리가 말한 사건 사고라는 게 이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환자라는 이유로 경찰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황당했다.


나는 다가가 사내의 주먹을 막았다.


“이게 다 뭐야? 네가 한 짓이냐?”

“으어어어-”


갑자기 사내가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얼굴이 어디서 본 것 같았다.


“너······ 낯이 익다? 어디서 봤더라?”


내가 지구로 돌아온 건 오늘이 고작 삼 일째다. 그런데 낯이 익다는 것, 거기에 귀환자라는 것을 볼 때 이세계에서 본 게 틀림없다.

게다가 나를 보고 두려워하는 걸 보니 이놈은 나를 알고 있다.


나는 겁에 질린 사내에게 다가갔다.

2미터 가까운 키를 가지고 벌벌 떠는 게 우스꽝스럽게 보이긴 했다.


“오, 오, 오지 마!”


사내가 소리쳤다. 물론 그 말을 내가 들을 이유는 없다.


“오, 오지 말라고.”


나는 그대로 다가갔다.

순간 사내가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주먹이 갑자기 거대해졌다. 거의 수박처럼 커진 주먹이 그대로 내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기억났다!”


드디어 떠올랐다. 사용하는 기술을 보니 누구인지 기억이 났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주먹이 내 얼굴을 때렸다.


쾅!


사내의 주먹이 내 얼굴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하지만 내 얼굴은 멀쩡하다.


“으아아악!”


대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상대방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모두 부러져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어이.”


부러진 손가락을 움켜쥐고 고통에 신음하던 남자가 두려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는 신음조차 제대로 흘리지 못하고 있었다.


“헬름 마을의 학살자.”


내 말에 사내의 표정이 우뚝 굳었다. 그대로 돌 조각상이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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