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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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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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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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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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DUMMY

유나리의 미소와는 달리 정원희의 얼굴은 완전 사색이 되었다.


“부디 그 만남에 나는 끼워 넣지 말아줘.”

“진짜?”

“응. 무섭거든.”

“천하의 정원희도 무서워하는 게 있네.”


정원희가 인상을 찡그렸다.

어떻게 마왕을 안 무서워할 수가 있을까? 이세계에서 죽음을 안긴 존재인데 말이다.


“귀환자는 대부분 한치우의 정체를 알면 무서워할 거야. 아니지. 어쩌면 연합해서 죽이려고 덤벼들지도 몰라. 아니면 지금 게이트도······”

“그건 아냐.”

“······”


유나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 정원희도 알고 있었다. 게이트 생성과 한치우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마왕이 아니라 마왕이었어. 우리가 용사였던 것처럼.”

“······”

“지금의 용사였던 것들이 어떤지 알지?”


유나리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정원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지금의 용사였던 것들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니까.

범죄자로 전락해 버린 자들도 많고, 돈벌이에 눈이 먼 자들도 넘쳐난다.

이세계에서 나름 용사로 존중받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세계에서의 모습은 잊어. 그때의 모습이 아니라 지금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엇을 위해서 사는지가 중요한 거야.”


유나리는 진지했다. 지금은 얼굴에 미소도 사라졌다.

정원희가 한숨을 길게 쉬었다.


“어쨌든 그 대화에서 나는 빼주는 거지?”


정원희가 물었다. 하지만 유나리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정원희는 그런 유나리의 미소가 왠지 불길했다.


“원희야!”

“뭐야? 왜 그렇게 불러? 불안하게?”

“우리를 거짓말로 속여 사지로 내몬 용사들, 그리고 우리를 죽인 마왕. 넌 둘 중 누가 더 믿을 수 있는 존재 같아?”

“그게 무슨 질문이야?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어디에 있다고. 용사 그 새끼들 얘기는 꺼내지도 마. 전부 내 손으로 죽여버리고 싶은 기분이니까. 그건 나리 너도 마찬가지잖아.”

“맞아. 나도 정말 내 손으로 죽여버리고 싶어.”

“그런데도 용사 모임에는 꼬박꼬박 나가잖아.”

“놈들이 뭔 짓거리들을 하는지 알아야 하니까. 일종의 정보를 캐기 위한 거지.”


아홉 용사 모임이 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두 명의 용사를 제외하고 일곱 명이 먼저 모임을 가졌다.

물론 유나리는 그 모임에 정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또 무슨 나쁜 짓을 하려는지 알아야 했다. 특경 대장이니까.

그래서 억지로 더러운 기분을 꾹 눌러 참고 참석하고 있었다.


“설마······ 일종의 대항마?”

“그럴 수도······ 그러니까 너도 참여해야 해.”

“왜?”


정원희가 인상을 썼다.


“언제는 운명 공동체라며?”

“그게 도대체 언제 했던 말이야? 기억도 안 나.”

“한 번 동료는 영원한 동료.”

“우리가 군인이야?”

“용사의 든든한 조력자 아처가 없이 어떻게 나 혼자 움직여. 안 그래?”


유나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애원하듯 말했다.


“또 저 표정이야.”


이미 여러 번 당했는지 정원희가 질색을 했다.


“그리고 내가 먼저 다가가면 거부감 생겨. 아직은 귀환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지원센터가 더 친근하지 않겠어? 특경에서 부르는 거랑 지원센터에서 부르는 거는 느낌이 다르니까.”


정원희가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


“퇴근합니다!”

“그래. 잘 들어가!”


하루 종일 서류와 씨름하다 퇴근하는 한애솔은 교통과로 향했다.

오빠와 같이 퇴근하기 위해서였다.

차도 없이 대중교통을 타고 첫 퇴근을 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통과에 오빠는 없었다.


“어? 오빠는요?”

“아! 한 순경? 먼저 집에 갔어.”

“먼저 가요?”

“응. 첫날이라 먼저 보냈어.”


뭔가 진이 잔뜩 빠진 표정으로 교통과 경찰이 대답했다. 한치우와 함께 음주 단속 현장에 있던 경찰이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한애솔은 교통과를 나와 핸드폰을 꺼냈다.


“먼저 퇴근을 했으면 했다고 말을 하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던 한애솔은 이제야 오빠에게 핸드폰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젠장. 내일 새로 만들어야겠네.”


정작 오빠가 돌아왔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것에 허탈했다.


“지금 뭐 하나 잠깐 볼까?”


한애솔이 고개를 들어 허공을 봤다.

그녀의 시야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뀌던 시야에 집 안에 있는 한치우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청소를 하고 있었다. 바닥을 걸레로 박박 닦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 순간이었다. 문득 한치우가 허공을 올려다봤다. 눈이 마주쳤다.

한애솔의 시야가 빠르게 원래대로 돌아왔다.


“뭐, 뭐야?”


이번에도 눈이 마주쳤다.

야산에서 오빠가 자신의 기운을 알아챈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제껏 몇몇 용사들의 생활을 엿본 적이 있었다. 아무도 자신의 기운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오빠는 자신의 기운을 알아채고 있었다.


한애솔은 각성자다.

각성자의 능력은 무척 다양했다. 귀환자와는 또 다른 능력의 차이였다.


한애솔의 각성은 갑자기 일어났다.

TV를 보다가 갑자기 유체 이탈처럼 시야의 변화를 경험한 것이다. 유명인의 삶을 보게 된 것이 신기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각성인지 몰랐다. 하지만 점차 익숙해지게 되면서 조절도 가능해졌다.

그렇게 한애솔이 각성자가 되었다.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스스로도 신기했다.

타인의 생활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마치 훔쳐보기 같은 묘한 흥분이 있었으니까.

어느 누구도 자신이 지켜본다는 것을 알아챈 사람은 없었다. 그가 귀환자라고 해도, 용사라고 해도.

그런데 오빠는 달랐다. 자신을 봤다. 정확하게 자신과 시선을 마주쳤다.


확인해야 했다. 마왕이었다고 해도 어떻게 자신을 볼 수 있었는지.

한애솔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


삑삑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오던 한애솔이 나를 보며 우뚝 멈췄다.


“뭐야? 그 모습은?”

“내 모습? 왜? 이상해?”


내 모습이 어때서?


“앞치마는 또 어디서 찾았어?”

“있던데? 한 번도 안 쓴 깨끗한 치마가.”


한애솔의 표정은 뭔가 못 볼 걸 봤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도대체 앞치마 입고 요리를 하는 게 뭐가 이상하다는 걸까.


“그런데 뭐 하고 있는 거야?”

“아! 배고프지? 밥 먹어라. 실력 발휘 좀 했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경찰서에서 저녁은 해결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야식이 생각나는 시간이다.

배고프면 잠도 오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


“뭐, 뭐야? 저녁 먹었어.”

“알아. 야식이라고 생각해.”

“아이 씨-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이 시간에 먹으면 안 되는데······”


말로는 그러면서도 한애솔은 이미 식탁에 자리 잡고 앉은 후였다.

식탁 위로 맛있게 끓은 찌개를 올렸다. 몇 가지 반찬과 밥까지 차려졌다.

나도 앞자리에 앉았다.


“이 찌개는 뭐야?”


한애솔이 물었다.

뭔가 독특한 비주얼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그럴 거다. 회심의 요리니까.


“이세계에서 만들어 먹던 거를 떠올리면서 비슷하게 만들어 봤어.”

“이, 이세계?”


한애솔이 인상을 썼다.


“설마 무슨 몬스터 고기를 넣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그걸 팔기는 하냐?”

“아!”

“재료는 다 토종이야. 걱정 마.”


한애솔이 수저를 들었다. 그러다 다시 나를 봤다.


“그런데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었어? 마왕이었다면서?”

“마족들이 만들어 주는 음식이 입에 맞겠니?”


내 대답에 한애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찌개의 비주얼은 소위 잡탕찌개와 비슷했다. 왜 명절이 지나고 나서 남은 것들 다 때려 넣고 끓이는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그 맛은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지금 만든 찌개도 마찬가지다.


한애솔이 한 수저 국물을 떠먹고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봤다.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뭐야? 어떻게 이런 맛이 나와?”

“그게 마왕의 능력 아니겠냐.”

“아이 씨- 살 빼야 하는데. 이씨- 많이 먹으면 안 되는데.”


그러면서도 한애솔의 수저는 밥으로 향했고, 오늘의 네 번째 식사를 두 그릇이나 해치워 버렸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 둘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셨다.


“여기 결계를 쳐야겠어.”


내 말에 갑자기 한애솔이 커피를 마시다가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인마. 무슨 커피를 마시다가 사레가 걸려?”

“아, 아냐. 괜찮아. 뭘 한다고?”

“결계.”

“결계는 왜?”

“확실하진 않은데······ 뭔가 느꼈거든.”


집 청소를 하다가 느꼈다.

야산에서 웬디고를 상대할 때도 누군가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누가 날 보는 것인지, 의도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

마왕인 나도 파악하기 힘든 고난이 레벨의 기술이었다.

그런 이유로 결계가 필요했다.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했다.


“느낀 게······ 뭔데?”

“몰라. 그냥 꼭 누가 날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정확하게 파악이 안 돼.”

“마, 마왕도 모르는 거야?”

“모르겠더라.”


한애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표정이 조금 전과 달리 편해졌다.


“그런데 복귀 첫날은 어땠어?”


한애솔이 갑자기 물었다.


“복귀 첫날이라.”


할 말은 물론 해줄 말도 많다.

하지만 굳이 걱정할 만한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자이언트 고블린이 나타났다는 그런 거 말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던데. 경찰은 별로 바뀐 게 없어.”

“그래? 그렇긴 해.”


한애솔이 이미 비운 커피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가 내려놓았다.

왠지 모르게 한애솔의 행동이 오늘 약간 이상했다.


“너······”

“아! 내일 점심때 시간 돼?”


갑자기 한애솔이 내 말을 잘랐다.


“내일 점심? 왜?”

“잠깐 만나. 핸드폰 새로 만들자.”

“내 핸드폰?”

“응.”

“그러고 보니까 없구나.”


500년을 핸드폰 없이 살아서 그런지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어차피 같은 직장에서 일하니 시간을 내는 것 정도는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새 핸드폰이라. 기대되네.”


500년 만의 핸드폰에 대한 기대감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이 되었다.


동생과 함께 출근해 교통과로 향했다.

내가 출근하자 모두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어제의 일 때문일 것이다.


어색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교통과장이 나를 찾아왔다.


“한 순경!”

“네!”

“지원센터에서 오라는데?”

“지원센터요?”

“작성해야 할 서류가 남았나 보던데?”


떠오르는 건 하나다. 능력 측정.

왠지 불길하다. 내 정체가 드러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다. 이미 경찰로 복직까지 했다.

마왕이라는 걸 들키게 되면 어떻게 될까? 구속되나? 빠져나가는 거야 가능하다고 해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괜찮아?”


내가 걱정하는 게 보였나 보다. 교통과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여긴 걱정 말고 다녀와.”


아! 내가 경찰서를 걱정하고 있는 줄 알았나 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업무가 바빠서 다음에 가는 걸로 하라는 말을 해주면 참 좋을 텐데.


“다녀와도 됩니까?”

“그래. 오전엔 별로 할 일 없으니까.”


허가가 떨어졌다.


“그러면······ 다녀오겠습니다.”


내 말에 몇몇 교통과 직원들이 반색하는 게 느껴졌다.

씁쓸한 기분을 안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후 경찰서를 나섰다.


오전 10시.

지원센터 건물 앞에 도착했다.

건물을 올려다봤다.

검은색의 독특한 외관을 가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옆을 보니 똑같은 외관의 쌍둥이 건물이 서 있다. 그 건물은 순백이었다.

마치 바둑알처럼 나란히 서 있는 건물이었다. 그 하얀색 건물이 특경 건물이었다.

두 건물 사이에 작은 정원이 휴식 공간으로 꾸며져 있어 보기 좋았다. 이미 몇몇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 것이 보였다. 꽤 한적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평온한 분위기를 뒤로 하고 뭐가 되었든 받아들이자는 심정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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