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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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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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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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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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DUMMY

나는 유나리의 웃는 얼굴을 바라봤다. 물론 나는 웃지 않았다. 웃음은 나오지도 않았다. 다만 유나리가 무척 음흉하게 웃고 있다는 것만 확신했다.


“개인적인 감정이 느껴지는데?”

“어머! 느꼈어?”


유나리가 환하게 웃더니 이내 표정이 차가워졌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표정을 바꿔버렸다.


“사실 귀환자나 각성자들이 모두 얌전히 지내기만 하는 건 아냐. 솔직히 꽤 많은 사고를 치고 있어. 어제 너도 겪었을 거 아냐. 천만호.”

“아! 그 부길드장이라는 친구?”

“그래. 그런 녀석들이 길거리에 가득해. 제대로 된 실력자들은 돈 많이 주는 대기업이나 길드로 빠졌어. 솔직히 지금의 특경 만으론 벅차. 게이트를 통해 나오는 몬스터도 잡아야 하거든.”


이게 진짜 의도일 거다.


“생각해 봐. 용사들의 최고 천적이 누구야? 바로 마왕이잖아. 마왕이 이제는 사고 치는 용사들을 처리하는 거지.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


어느새 유나리의 표정은 다시 장난스럽게 돌아와 있었다.

옆의 정원희는 연신 자신의 팔을 쓸어내리며 들리지는 않게 입 모양으로만 연신 소름을 외쳐대고 있었다.


“또 다른 용건은?”

“어머. 다른 것도 있는 거 알고 있었어?”


유나리가 이번에도 장난스럽게 시작했다.


“게이트.”


하지만 내 말 한마디에 얼굴이 굳어졌다.


“게이트? 게이트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옆에서 정원희가 물었다.

아마 아처였던 그녀는 모르는 모양이다. 하긴 용사라고 해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아니,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고 해야 하려나.

지금의 표정을 보니 용사 유나리는 확실히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게이트가 뭐? 지금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별로 센 놈들도 아니잖아. 통제되고 있는 거 아냐?”


사실 나 역시 오크 전사, 웬디고, 자이언트 고블린을 본 게 전부다.

게이트의 등장에도 사람들이 별로 긴장하지 않는 것을 보면 잘 통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게이트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아마 집단적인 패닉에 빠질 수도 있다.


“게이트를 통해 나타나는 몬스터가 문제가 아냐. 게이트 자체가 문제지.”

“게이트 자체가?”


유나리가 나를 봤다. 이해 못 하는 정원희에게 설명해 주라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왜?

별수 없이 한숨을 쉬며 설명을 시작했다.


“게이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니 누가 만드는 건지는 알고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게이트가 어떻게 만들어지다니? 누가 만든다니? 그냥 뿅 하고 랜덤으로 만들어지는 거 아냐?”


역시 정원희는 모르고 있다.


“랜덤······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아. 게이트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거야.”

“뭐? 진짜야?”


정원희가 유나리를 봤다. 유나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원희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뭐야? 왜 이걸 나만 몰라? 왜 둘은 알고 있는 거야? 나 왕따야?”


자신만 모른다며 정원희가 투덜거렸다.

하지만 누군가 만드는 거라는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 말은 의도적으로 몬스터를 보낸다는 말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누가······ 설마?”


정원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나를 향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

“뭔 소리야?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니?”

“여기 있는 전 마왕은 아냐. 하지만 게이트를 만드는 건 마왕이 맞아. 그렇지?”


유나리가 나를 봤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트를 만들어 몬스터를 보내는 것은 마왕이 하는 게 맞다. 나 역시 이세계에서 그랬으니까.

정원희가 멍한 표정으로 나와 유나리를 번갈아 봤다.


“마왕? 하지만 저 자식은 여기 온 지 이제 삼 일이잖아. 그렇다는 건······ 진짜?”

“그래. 새로운 마왕. 지구에 이미 마왕이 있다는 얘기지.”


정원희의 표정이 가관이다.

충격을 받은 걸 넘어서 경악하는 얼굴이다.


“새로운 마왕? 지금 새로운 마왕이 지구에 있다는 거야?”


유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이면 이렇게 여유로우면 안 되는 거잖아. 야! 넌 알고 있지? 새 마왕이 어디에 있는지. 마왕끼리 통하는 게 있을 거 아냐.”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마왕끼리 통하다니.


“그러면 용사들끼리도 통하나? 사고 친다며? 용사들.”


흥분하던 정원희가 입을 꾹 다물었다.

나도 안다. 이들이 다른 용사들을 싫어하는 이유를.

이들이 나를 만나 죽게 된 이유가 다른 용사들의 거짓말에 속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게이트가 나타난 걸 보면서 마왕이 있다는 건 알았어.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정체가 뭔지는 몰라. 몬스터에게 물어봤지만, 놈들도 모르더라고.”

“몬스터랑 대화가 돼?”


정원희는 이것에도 놀랐다.


“마왕이었잖아. 마족, 몬스터 다 통해.”

“신기하네. 엄청난 제2외국어 능력이잖아.”


나는 정원희의 말도 안 되는 농담을 애써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나도 지구에 있는 마왕이 신경 쓰여. 놈이 무슨 짓을 할지도 걱정되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구나.”


뭔가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지 유나리가 아쉬워했다.

하지만 거짓을 말할 순 없다.


“나도 몰라. 감지가 안 돼. 게이트를 통해서 마력의 특징을 찾아내긴 했는데······ 아무리 해도 찾을 수가 없더라고.”

“어딘가 숨어있다는 말이 되나?”

“결계를 쳐 놓은 곳에 숨어있을 수도 있고······ 혼란스러운 기운 안에 숨을 수도 있겠지. 마경(魔境)처럼.”


가장 손쉽게 숨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마경이다.

이세계에서 마계라 불렸던 곳이 지구에도 있다. 시베리아.

물론 나는 지구로 돌아온 날 시청각 자료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곳에 몬스터들이 집결해 세력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다행히 몬스터들이 마경에만 머물 뿐 외부로 나오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갑자기 세상으로 뛰쳐나올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네가 필요한 거야. 전 마왕 한치우가.”


유나리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피할 수 없는 시선이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과 내가 걱정하는 것이 같으니까.


“마왕이 게이트를 만들어서 몬스터를 보내는 이유가 뭐야? 자신이 직접 나타나면 되잖아.”


정원희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물론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마왕이라고 만능은 아니니까.


“간을 본다고 해야 하나?”

“간을 본다고?”

“그래. 자신과 맞설 수 있는 존재 근처로 몬스터를 보내는 거지. 어떻게 처리하는지, 능력이 뭔지 등을 알 수 있으니까. 그걸로 전략을 세우기도 하고.”


그제야 정원희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일반인들만 있는 곳에는 게이트가 나타난 적이 없어. 대부분 근처에 귀환자든 용사든 반드시 있었어. 그래서 생각보다 손쉽게 문제를 해결했지. 그러면 너도 그랬던 거야?”

“나도 그랬지.”


나도 마왕일 때 그랬다.

무턱대고 덤비는 무모한 짓을 하는 성격도 아니고.

게이트를 통해 몬스터를 보낼 수 있는 아주 좋은 원격 공격 방법이 있는데 사용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그렇다는 건 1년 전에 이미 지구에 마왕이 있었다는 거네. 그때부터 게이트가 나타났으니까.”


빙고. 정원희의 말에 박수를 쳐줬다.

덕분에 그녀는 다시 나를 노려봤다.


“그건 그렇고······ 전 마왕은 어때? 새 마왕과 마주한 소감이?”


유나리가 나를 보며 물었다.

진짜 의도는 이거다. 내가 지구에 있는 새 마왕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한 거다.

하지만 나는 대답할 게 없다.


“나도 몰라. 내 물음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도 않았고, 게이트를 통해 나온 몬스터들도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 아쉽네. 뭔가 좀 알고 있을까 했는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볼일은 다 끝났을 테니까.


“그럼 나는 이만······”

“잠깐!”


유나리가 나를 다시 불렀다.


“아직 내 제안에 대답 안 했어. 특경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에.”

“그 제안이 정말이란 거야?”

“내가 왜 농담을 해?”

“미쳤어?”


옆에서 오히려 정원희가 말렸다.


“마왕한테 죽은 용사들이 지금 수두룩한데 특경에 고용이라도 해봐. 그 비난을 어떻게 감수할 거야?”

“왜 비난을 해? 이세계는 이세계고 현실은 현실이라고 떠들던 게 그 잘난 용사들 아냐? 그거 때문에 골치 아픈 건 우리고.”

“······”

“그리고 진짜 마왕이 나타났어. 최고의 전문가를 그냥 교통경찰이나 하도록 놔둘 거야?”

“그건 그렇네. 너 해야겠다. 특경.”


뭐지? 왜 그걸 너희 둘이 결정하는데?

정원희 너는 도대체 왜 그렇게 쉽게 설득당하는 건데?

그리고 내가 교통경찰만 한다는 보장이 있나?


“도대체 왜······”

“마왕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

“아홉 용사가 전쟁을 선포하고 너와 싸웠어. 그 세상은 어떻게 됐지?”

“온 세상의 절반이 사라졌지.”

“그래. 지구는 어떨까? 못해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럴 거다.

마왕이 대놓고 전면전을 벌인다면 지구도 무사하지 못할 거다.


“반은······ 날아가겠지.”


마왕과의 전쟁은 그런 거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것. 인류가 모든 것을 내걸고 싸워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마왕이 너처럼 평화주의자라는 보장도 없고.”


그나마 유나리는 나를 제대로 평가해 줘서 고맙긴 하다.


“미안하지만, 난 생각 없어. 나보다 더 어울리는 자들이 있을 거야.”

“더 어울리는 자들?”


유나리가 갸웃하며 물었다.


“날 죽인 용사들. 아홉 용사의 일원이었으니까 잘 알지 않아? 그들이 날 죽였어. 나보다 강하니까 그들에게 부탁해 보지? 내가 죽인 넷인데 돌아오지 않았어?”


순간 나는 봤다. 유나리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그 새끼들은 안 돼.”


단호했다. 장난스럽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했던 유나리와 정원희의 표정은 분노와 짜증으로 가득했다.

참 감정이 풍부한 용사와 아처다.


“너도 알잖아. 내가 왜 너의 성역에 가게 되었는지.”

“알지. 이세계에서의 일은 이세계에서 끝난 거 아니었나?”

“차라리 서로 죽일 듯이 싸운 거라면 괜찮아. 하지만 이건 인성의 문제야. 동료를 속인 것은 아무리 해도 용서가 안 돼. 인성은 세상이 바뀌었다고 달라지지 않거든.”


유나리는 단호했다.


“그리고 넷 아냐. 여섯이야. 나까지 일곱. 둘이 안 돌아왔어.”

“둘? 아하! 누군지 알겠네.”


여덟과의 싸움에서 용사 넷을 죽이고 둘을 빈사 상태로 만들었다.

결국 그 과정을 거치고 나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게 내가 돌아온 상황이다.

나름 멀쩡했던 둘이 남았다. 당연히 그들이 아직 이세게에 남아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놈들을 극혐해.”


유나리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만 보여주던 유나리가 인상을 쓰자 꽤 파격적인 표정이 되었다. 이런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녀석들에겐 문제가 많아. 그리고 난 그놈들 못 믿어. 놈들이 사고 치는 거 보면 너도 깜짝 놀랄 거야. 얼마나 다양한 사고를 치는지.”

“그래서 나를 대항마로 세우겠다?”

“맞아. 다시 한번 맞서는 거지. 이제 이세계와는 정반대 입장으로. 이번엔 네가 정의의 편이야.”


정의? 내가 정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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