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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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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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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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정신을 차린 것은 어둠이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음주 차량을 몸으로 막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던 걸까?

결국 내 몸이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며 의식이 끊어졌었다.

그리고 지금 정신을 차렸다.


끔찍한 고통이 뒤를 따라올 거락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고통은 없었다.

고통을 느끼는 신경이 아예 끊어진 건가? 그럴 수가 있나?

나는 다리를 더듬어 만져봤다.

감각도 느껴졌다.

다리를 움직였다. 아무 문제 없이 움직인다.

다행이다.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왜 옷을 벗고 있는 걸까?

게다가 주변의 풍경은 어둠이라는 것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이 있었다.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하늘이었다.

검붉은 하늘이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다가오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어둠을 헤치면서 누군가 오고 있다는 것이. 게다가 그것은 하나가 아니었다.

뭔가 살갗을 저릿하게 만드는 기운과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내 앞까지 온 존재는 사람이 아니었다.


“드디어 오셨군요! 마왕님!”


마왕이라니, 나를 보고 마왕이라니? 난 인간인데?

내 손을 내려다봤다. 여전히 인간의 손이다.

내 몸을 구석구석 살폈다. 여전히 사람의 몸이다. 그런데 어딜 봐서 나보고 마왕이라는 걸까?


“나, 나는 마왕이 아니라······”

“혼란스러우실 겁니다.”


맞다. 혼란스럽다. 차에 치여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는데 마왕이라니. 꿈인가? 아니면 여기가 지옥인가?

그런데 너무 현실적이다. 오히려 그래서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 하지만 난 인간인데······”

“알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 선택되신 겁니다. 마왕으로.”


세계에 선택? 마왕으로 선택되었다니?


“저희를 따라오시면 자세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사람이 아닌 것들은 의외로 친절했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었다.

그들은 나를 위협하거나 협박하지도 않았다. 그저 생긴 게 조금 다를 뿐.

나에게 지금 당장의 선택권은 없기에 그들을 따라갔다.


전형적인 마왕성의 모습이 보였다.

검붉은 어둠에 잠긴 성, 그리고 주변으로 번개와 기분 나쁜 저릿함까지.

그렇게 마왕성에 들어간 나는 가장 상석에 앉았다.


“저는 마왕님을 옆에서 수행하게 될 마족 바라무트입니다.”


자신을 바라무트라고 소개한 마족은 이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시스템에 대해서 모든 것을 설명했다.

물론 설명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어째서 소환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마왕이 오게 된 것인지, 왜 다른 세계의 인간이 선택된 것인지 하는 부분들 말이다.


“저희들이 알고 있는 것은 이제 마왕님께서 저희와 함께 이 세상에서 용사들과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빛과 어둠의 싸움에 휘말린 셈이다.


“그런데 내가 마왕인 건 어떻게······?”

“기운을 모아 보십시오.”


기운을 모은다는 게 뭔지 몰랐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내 몸 안에서 정말 기운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뭉쳐지는 게 느껴졌다.

거대한 기운, 아직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지만 분명 엄청난 기운이었다. 그리고 어두웠다.


“지금 느끼시는 기운이 바로 마왕의 기운입니다.”


이게 마왕의 기운이란. 마치 검은 색을 입힌 듯한 어두운 기운이 내 몸 여기저기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 힘으로 부디 저희들을 지켜주십시오.”


마족들과 몬스터들이 내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렇게 나는 마왕이 되었다.


힘을 키우고, 통제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게 나는 점점 마왕의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마족과 인간의 전쟁은 이어졌다.

물론 전면전은 아니다. 마족들에 의해 인간들이 희생되기도 하고, 용사들에 의해 마족이 희생되기도 하는 일종의 게릴라전 양상이었다.

나 또한 힘을 비축하면서 마족들을 도와 인간과 싸웠다.

하지만 이런 싸움이 지속된다고 좋을 건 없었다.


그리고 나는 결단했다.

인간들과 대화를 하기로.


물론 처음부터 대화가 잘 진행되었던 것은 아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전무한 상황이라 난항이 거듭되었다.

결국은 믿음을 보여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마족들에게 먼저 인간을 습격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저항도 있었지만 이런 변화가 시간이 거듭되면서 차츰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렇게 협상 테이블에 앉기까지 50년, 그리고 협상을 해서 평화를 만들기까지 50년이 걸렸다.

무려 100년에 걸친 평화협정이었다.


“마계와 인간계, 인간계와 마계의 평화협정이 체결되었음을 선포한다.”


드디어 평화협정이 체결되었고, 300년의 평화가 이어졌다.

물론 중간중간 작은 분쟁은 있었다. 그리고 그 분쟁은 마계와 인간계가 힘을 합쳐 해결했다.

문제를 일으킨 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그 책임에 대한 보상을 하는 방식이었다.


마계와 인간계는 무역도 진행했다.

마계에서 나오는 특이한 광물은 인간계에 꽤 유용하기도 했으니까.

시장이 형성되었고, 자연스럽게 마족과 인간들은 섞여 살아갔다.

하지만 평화는 300년을 넘지 못했다.


갑자기 나타난 아홉 용사.

그들은 마계와 인간계의 평화를 용납하지 않는다며 대대적인 마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때부터였다. 참혹한 전쟁이 진행된 것은.


결국 100년에 걸친 전쟁 끝에 아홉 용사의 협공으로 마왕인 나는 목숨을 잃었다.

그것이 이세계에서 나의 인생이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한애솔의 표정이 참 볼만했다.

이미 앞에 놓인 잔의 커피는 차갑게 식었다.

500년간의 내 역사를 그나마 짧게 설명했다. 디테일한 것까지 설명을 하기 시작하면 며칠 밤을 새워도 모자랄 테니 말이다.


“지, 진짜야?”


한애솔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이라니······ 그것도 500년?”

“그래. 500년. 내가 왜 허겁지겁 밥을 먹었는지 이해되지?”

“500년이라면 이해가 되긴 하네.”


여전히 한애솔의 표정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다.


“믿기 힘든 거 이해해. 하지만 그게 사실이야.”

“저기······ 마왕이었다면 용사들이나 사람들도 많이 죽였어?”


아마 그게 제일 궁금하겠지.


“맞아. 많이들 내 손에 죽었어.”


몇 명인지는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하지만 초반 협상에 들어가기 전과 후반부 100년의 전쟁에서는 불가피한 결과였다.


“괜찮은 거야?”

“괜찮지 않으면?”


솔직히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순가.

이세계에서의 일을 여기로 가지고 와 법적 책임이라도 물을 건가? 그건 불가능하다. 내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그게······ 지금 용사 출신들이 전부 여기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아! 그 얘기구나.

결국 요직을 차지한 게 용사고, 난 용사와 적대적인 관계였으니 그게 문제가 될 거라는 의미.

이건 문제가 될 수 있겠다.

법적인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문제라면.


“그래서 길드나 다른 데로 안 가고 복직 신청한 거야.”


이유야 어쨌든 결과가 그랬으니까.

솔직히 내 정체를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 장담도 할 수 없고.

괜히 용사들 밑에 들어가면 개인적인 감정으로 복수한답시고 고생하기 딱 좋은 상황이니까. 귀환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경찰로 복직한 거다.


사실 동생에게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긴 했다.

동생에게도 거짓으로 말해야 할까 싶었다. 놀랄 건 분명하니까.

하지만 나중에 다른 경로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실망할 게 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500년 만에 만나는 동생에게까지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어디 가서 말하지 마.”

“······”

“물어봤는데 대답 안 했다고 해.”

“말해도 못 믿을걸. 아마 내가 농담한다고 생각할 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나와 싸웠던 용사들은 이미 지구에 많이 돌아와 있으니까 언젠가 내 정체가 드러날 거야.”

“······”

“그걸 굳이 네가 먼저 퍼트릴 이유는 없잖아.”


침묵이 이어졌다.


“혹시······ 아홉 용사에게 죽은 거야?”

“맞아. 엄밀히 말하면 여덟 용사지만.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그 용사들 두 명 빼고 다 돌아왔어. 마왕 죽였다고 엄청 인터뷰하고 다녔다고.”


하긴, 자신들이 죽었다고 해도 마왕을 죽였다는 타이틀은 굉장할 테니까.


“일곱? 다들 뭐 하고 살아?”

“잘나가지 뭐. 마왕 죽인 타이틀이 있는데. 그게 오빠인 줄은 몰랐지만.”


시원했다.

고민했지만 모든 것을 털어 놓았다.

나중에 몰랐다가 알게 되는 것보다는 이게 더 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볼게.”

“물어봐.”

“마트에서 했던 거······ 그거 오빠가 한 거 맞아?”

“맞아.”

“오빠 혹시······ 겁나 강해?”


조금 어이없는 질문이다. 그래도 성의껏 대답은 해줘야겠지.


“그래. 강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그런데 죽었잖아.”

“죽었지. 아홉 용사와 싸워서. 아무리 강한 마왕이라도 집단으로 덤벼들면 힘들어.”

“아-”


나는 싱크대로 가서 다 먹은 커피잔을 씻었다.

말끔하게 씻긴 커피잔이 정리대에 놓였다.

그런 내 모습을 한애솔의 시선이 쫓았다.


“뭘 그렇게 쳐다봐? 잘생긴 오빠 얼굴 오랜만에 보니까 좋아?”

“뭐라는 거야?”


그새 인상을 쓰는 동생이다.

그래도 마왕이었다는 내 정체를 듣고도 별로 달라진 것 없어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고맙다. 네 덕분에 다시 적응할 수 있게 됐으니까. 살 집도 있고.”

“여기서 평생 살려고? 빨리 돈 벌어 독립해! 그리고 생활비 월세 모두 받을 거야.”

“그래. 확실히 내 동생이 맞구나.”


이런 반응이 차라리 오히려 좋다. 괜한 관심보다는.


“집 주변에 결계를 쳐 놓을 거야.”

“결계?”

“응. 사람은 아무 문제 없지만 몬스터는 들어오지 못하는.”

“안전한 결계 맞아?”

“전 마왕이 치는 결계야. 아무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어. 앞으로 이 오라버니가 넌 반드시 지켜줄 테니까 아무 걱정 마.”


한애솔이 잔뜩 인상을 썼다.


“그건 그거 나름대로 기분 나쁠 것 같은데.”

“나쁠 것까지야······”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꺼.”


한애솔은 자신만만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이런 녀석이다.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 했다. 남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남들은 그것을 배려라고 말할 것이다. 사실은 그냥 독불장군인데 말이다.


나는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자 한애솔이 화들짝 놀랐다.


“어디 가?”

“동네 한 바퀴?”

“괜찮아?”

“괜찮냐니? 동네 한바퀴 도는 게 뭐라고?”

“집 찾아올 수 있어?”

“고작 5년이야.”

“500년이라며?”

“내 입장에선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길 잃어버리진 않아. 그건 걱정 마. 동네에 뭐가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지. 마트든 편의점이든.”


나는 그렇게 동생을 안심시켜 주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옷은 그거 입고 나가게?”

“이게 어때서? 난 편하고 좋은데.”

“하하. 그래. 참 편한 것 같네.”


이상하다. 이 옷이 이상한가?

녹색 트레이닝복이 왜 문제지? 난 편하고 좋은데? 솔직히 몇 벌 더 얻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 다녀올게.”


나는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집 주변으로 결계를 쳤다. 웬만한 몬스터는 접근할 수 없도록. 그리고 누가 결계를 부수려 하면 내가 알 수 있도록.

그리고 고개를 돌려 오르막길 위의 야산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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