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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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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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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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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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그녀의 시야는 하늘 위로 솟구쳤다가 곧바로 다시 땅으로 내리꽂혔다.

그리고 정확하게 오빠인 한치우가 보였다.

야산 공터에 오빠는 있었다. 사람도 없는 공터 중앙에 멀뚱 서 있는 게 전부였다.

그 순간 한치우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정확하게 눈이 마주쳤다.


한애솔은 화들짝 놀라며 주저앉았다.

그녀의 시야는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너무 놀랐다. 이제까지 아무도 자신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 한치우가 유일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것이 마왕의 힘인가 싶었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에서 소리가 울렸다.


-삐빅! 삐빅!


긴급을 알리는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신호음이었다.

메시지를 확인했다.


[XX동 야산에 게이트 발생! 주민 신속 대피 요망!]


핸드폰에 도착한 메시지는 일종의 재난 문자다. 게이트가 세상에 나타나면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이는 특경의 분석팀이 에너지의 집중도를 파악해 발송하는 것이다.

게이트가 만들어질 때 고도의 에너지가 집중되기에 찾는 것은 쉽다. 다만 그 안에서 어느 정도의 몬스터가 나오는지는 랜덤이지만.


그런데 야산에 게이트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곳은 방금 오빠가 간 곳이다.

거긴 또 어떻게 가게 된 걸까? 오빠가 게이트를 찾아간 것일까? 아니면 게이트가 오빠를 찾아간 것일까?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삐빅! 삐빅!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두 번째 메시지는 경찰에게 전달되는 문자다.


[XX동 게이트 발생! 주민들 대피 협력 요청! 게이트에 특경 출동. 일반인들 현장 접근 금지 지원 바람!]


경찰이기 때문에 해야 할 내용이 바로 한애솔에게 전달되었다.

한애솔은 옷을 대충 걸쳐 입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 그녀가 휴가를 냈다고 해도 사람을 살리는 일을 외면할 수는 없다. 게다가 사건 현장이 바로 집 뒤의 야산이다.


한애솔은 집을 벗어나자마자 우뚝 멈췄다.

무언가 감각이 묘하게 바뀌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봐도 아무 이상은 없었다.

뭔가 굉장히 이상한 감각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는 그대로 골목을 뛰어 야산이 보이는 방향으로 올라갔다.

산에 가깝게 사는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고 대피해 내려오고 있었다.


“다들 최대한 아래로 내려가세요. 내려가면서 다른 분들에게도 알려주시고요.”

“어? 아, 아가씨! 위험해! 올라가면 안 돼요!”

“괜찮습니다. 전 경찰이에요.”


한애솔은 괜찮다며 만류하는 사람들을 내려보내고 계속 올라갔다.

사람들은 계속 아래로 내려왔고, 그들에게 아래로 내려가라고 안내해 줬다.

내려오다가 넘어지는 사람을 일으켜주고, 우는 아이는 달래면서 올라가느라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그때 아래쪽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특경 팀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메시지가 전송된 후 10분쯤 지난 시간이었다.

차가 올라올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이어서 걸어오느라 시간이 조금 더 걸린 것 같았다.


특경 중 하나가 한애솔에게 다가왔다.


“내려가세요. 대피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경찰입니다.”


한애솔이 챙겨온 경찰 신분증을 보여줬다.


“시민들 현장에 접근 못 하게 막아요. 여기서부턴 우리 특경이 맡을 테니까.”


아쉬웠다.

한애솔도 위로 올라가고 싶었다.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오빠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럴 수 없다. 특경은 특수 조직으로 대통령 직속이라 일반 경찰보다 상위 조직이었다.

특경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지휘권은 철저하게 특경에 있었고, 그들의 명령에 따라야 했다.


물론 안전을 위해서다.

특경은 귀횐자와 각성자로 구성된 특수 경찰 팀이다.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는 일반인이나 일반 경찰이 상대할 수 없다. 그러니 접근 금지는 당연했다.


“제가 이 동네 살아요. 그래서 지리를 잘 압니다. 산 위에 아직 사람들이 남아 있을 수도 있어요. 작은 공원이 있어서 동네 노인 분들이 자주 모이거든요.”

“유용한 정보군요. 하지만······ 한애솔 경장은 여기까지입니다. 위로 올라오지 말아요. 당신이 잘못되면 그 책임은 우리가 져야 합니다.”


책임이라는 말에 한애솔을 할 말이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특경은 입구에 일부만 남고 나머지가 우르르 산으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한애솔은 아쉬워하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내 몸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사방으로 퍼졌다.

웬디고가 퍼트리고 있는 냉기를 막기 위한 것이다.

물론 웬디고 따위에게 밀릴 기운도 아니고, 위험한 기운도 아니다. 하지만 강력한 기운이었고, 급하게 퍼지는 바람에 내 뒤쪽에 있던 노인들이 휘청거렸다.

다행히 넘어지거나 다치지는 않아 보였다,.


“뭐여? 뭐시여?”

“뭔가 지나간 거 같은디? 봤어?”

“보긴 뭘 봐. 아무것도 못 봤어. 근디 촬영은 잘 되는 겨?”

“잘 되고 있어.”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다행히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웬디고는 달랐다.

내 기운을 온몸으로 직격당한 웬디고가 그대로 휘청거리더니 한쪽 무릎을 꿇었다.

단 한 번으로 웬디고는 전투 불능에 빠졌다.


나는 여전히 스파크를 일으키며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게이트를 노려봤다.


“변태처럼 숨어서 보니까 재밌나?”


순간 영상을 촬영하던 노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변태는 좀······”

“우리가 변태 같았나?”

“하는 짓이 좀 그렇긴 하지.”

“숨으라고 한 건 저 친구잖아.”

“내려가라고 했지. 숨으라고는 안 했어.”


웃음이 나왔다.


“어르신들에게 말한 거 아닙니다.”

“아! 그런 겨?”


노인들은 다행이라는 듯 서로 위로했다. 자신들은 변태가 아니라면서.


나는 다시 게이트를 바라봤다.


“대화를 원한다면 응해주겠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짓을 한다면······ 후회하게 될 거야. 조용히 지내고 싶은 내 결정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


웬디고가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린 듯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나는 웬디고의 어깨를 짚고 눌렀다.

동시에 땅이 움푹 꺼지며 웬디고의 몸이 땅에 박혔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은 충고나 조언이 아냐. 경고야. 그것도 마지막 경고.”


나는 손을 뻗어 게이트의 테두리를 잡았다.

손에 힘을 주자 게이트의 모습이 일그러지면서 와장창 깨져버렸다.

그렇게 게이트가 소멸했다.

남은 것은 땅에 반쯤 박힌 웬디고뿐이다.


나는 땅에 반쯤 박힌 웬디고를 바라봤다.

이세계에서는 이런 존재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마물도 마계의 주민이니까.

하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더 이상 마왕도 아니고, 이제는 새롭게 지켜야 할 것도 있다.


웬디고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손에서 나온 기운에 웬디고의 몸이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얼음이 녹는 것처럼 웬디고의 형체는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한기를 내뿜으며 주변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는 웬디고는 흐물흐물 녹아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야산의 공터는 게이트도, 몬스터도 없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바닥의 움푹 파인 자국과, 그 자국을 채우고 있는 정체 모를 역한 냄새의 액체뿐이었다.


“그만 찍으시죠.”


나는 노인들에게 말했다.


“어! 알았어. 찍을 건 다 찍었어.”


노인들이 촬영을 멈추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나는 그대로 산을 내려가려 했다.


“그냥 가는 거여?”

“네. 다른 사람들이 와서 현장 수습할 겁니다. 가까이 가지 마세요. 냄새가 역하니까.”

“말 안 해도 알어. 여기꺼정 냄새가 장난이 아니구만.”


나는 빙긋 웃어주고는 산을 내려갔다.

공터에 남은 것은 노인들뿐이다.

산을 내려가다 보니 앞에서 올라오는 기운들이 느껴졌다. 딱 봐도 특경인 것 같았다.

나는 슬쩍 몸을 숨겼다. 특경 요원들이 무장한 채 우르르 내 앞을 지나 산을 올라갔다.

그들이 알아서 수습할 거다.


산을 내려가 입구 근처에 가니 사람들이 모여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들 틈에 한애솔도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방향을 틀었다.


***


노인들은 자신들이 찍은 핸드폰 영상을 확인하고 있었다.


“뭐여? 도대체 어케 한 겨?”

“그걸 내가 알아? 자네가 알아?”

“사람 맞는 겨? 말하는 것도 그렇고 사람 맞는 거 같은디.”

“사람이여. 귀환자 옷 입고 있었잖어. 그리고 우리보고 피하라고 한 거 보면 몰러?”

“근디 무섭네. 저 괴물을 어찌 손도 안 대고.”

“그러게. 근디 왜케 흔들려? 잘 못 찍냐?”

“수전증 때문이다. 너넨 이만큼 찍기나 허냐? 스마트폰도 못 다루는 것들이.”


노인들은 자신들끼리 영상을 보면서 실랑이하고 있었다. 그래서 낯선 사람이 함께 영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이쿠! 깜짝이야!”

“워메. 놀라 뒤지겄네. 뭐여?”


노인들이 놀라며 물었다.


“하하. 죄송합니다. 특경 박대철 팀장입니다.”


노인들 틈에 은근슬쩍 껴서 영상을 함께 본 것은 박대철 팀장이었다.

일주일에 평균 한 개에서 두 개 정도 나타나던 게이트가 벌써 하루에만 두 개째다.


“그런데 이 영상이 여기 현장 영상입니까?”

“보면 몰러? 여기잖어. 여기.”


확실히 영상은 이 공터를 찍은 게 맞았다.

이미 특경 요원들이 웬디고가 있던 자리에 찾아가 정체불명의 액체 샘플을 수거하고 있었다.


“그 영상을 좀 주실 수 있나요?”

“안 돼. 내 거여.”


노인이 갑자기 핸드폰을 뒤로 감추며 버티기 시작했다.


“영상 제공해 주시면 특경에서 표창장······”

“그딴 게 뭔 소용 있어?”

“따위가 아니라 특경 건물 투어를······”

“건물 구경하는 겨? 진짜?”

“그럼요.”

“우리 셋 다?”

“물론입니다.”


결국 노인들은 박대철 팀장에게 영상을 제공했다.


영상을 자신의 태블릿으로 옮기고 확인하는 박태철은 충격을 받았다.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도 웬디고였다. 이제껏 나온 적 없었던 몬스터였다.

주로 오크나 고블린 등 약한 몬스터였다. 그래서 처리하기도 수월했다.

그런데 오늘만 벌써 오크 전사가 세 마리, 거기에 웬디고다.

주변을 작은 빙하기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위험한 몬스터였다.


그런데 어 충격적인 것은 이 몬스터를 남자 혼자서 너무나도 여유롭게 상대한다는 것이다.

웬디고의 빙결 공격에 버티고, 오히려 충격파에 웬디고가 쓰러졌다. 게다가 게이트까지 박살을 내버렸다.

게이트가 이렇게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을 박대철은 처음 알았다.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웬디고가 녹아내리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다.


박대철이 바닥에 고인 역한 냄새의 액체를 조사 중인 곳으로 다가갔다.


“아! 팀장님. 샘플 채취해서 분석하려고 합니다. 이 상태로 정체는 알 수 없어서요.”

“이거······ 웬디고야.”

“네? 웬디고라뇨?”

“웬디고라고.”

“웬디고?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웬디고요?”


박대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샘플을 채취하던 특경 대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웬디고가 이렇게 녹는 몬스터단가요?”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이건 그렇다고 하네.”


박대철 팀장이 대원에게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을 본 대원도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남잡니까? 이 남자가······?”


영상에 나오는 남자를 가리키며 대원이 흥분해서 외쳤다.


“맞아. 아쉽게도 얼굴이 나오지 않아. 하지만 마트에 찍힌 사람과 동일 인물 같아.”

“그러네요. 그러네. 지원센터 옷도 그렇고. 서 있는 자세가 똑같네.”

“이 남자 행방을 찾는다. 주변 CCTV 다 털어.”

“네!”


명령을 받은 특경 대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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