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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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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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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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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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가관이었다.

한애솔은 어떻게든 야산으로 올라갈 방법이 없을까 기웃거리고 있었다.

다행인 점은 야산 입구를 확실히 특경이 틀어막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일개 경찰이 왜 몬스터가 나타난 곳에 가려는 것일까? 그리고 몬스터가 나타나면 대피해야 하는데 왜들 이렇게 일반인들이 몰려든 걸까?


나는 한애솔이 뭘 하려는지 지켜봤다.

역시 그녀는 야산에 올라가려는 듯 뒷길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나는 빠르게 한애솔에게 다가가 그녀의 뒷덜미를 잡았다.


“어! 뭐야? 누구야?”


한애솔이 놀라며 뒤를 돌아 나를 봤다.


“오빠?”

“그래. 오빠다. 여기서 뭐 해?”


한애솔이 내 얼굴과 야산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나에게 시선을 맞췄다.


“어떻게 한 거야? 산에 있었잖아.”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동생은 어떻게 내가 산에 있었던 것을 알고 있는 걸까?

설마? 그 느낌?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긴 했다. 일순간에 사라졌지만.

하지만 지금의 한애솔에게서는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확실히 일반인이다.


귀환자든 각성자든 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 능력 고유의 기운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한애솔에게서는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순수하게 일반인이다.


“따라와.”


나는 한애솔의 목덜미를 여전히 붙잡은 채 언덕을 내려갔다.


“이거 놔!”


한애솔이 내 손을 뿌리쳤다.

자연스럽게 잡고 있던 목덜미를 놔줬다.

솔직히 누가 보면 굉장히 이상하게 보이긴 했을 거다.


“누가 그렇게 동생 목덜미를 잡냐?”

“몬스터가 나타난 곳에는 왜 기웃거리는데?”

“거기 있었지?”

“있었으면?”

“어떻게 했어? 처리한 거야? 오크 전사 처리한 것처럼?”

“처리했어. 그게 왜 궁금한 건데?”


아무래도 동생이 하려는 게 위험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짚어주고 가야 할 것 같았다.

위험한 일을 찾아 나서면 나는 그녀를 지키지 못한다. 위험으로 뛰어드는 사람을 지키는 것만큼 무모한 게 어디에 있겠나. 아무리 마왕이라도 해도 말이다.


“어떻게 안 궁금해? 나 경찰이야.”

“경찰은 목숨이 두 개냐? 넌 경찰이지만 민간인이야. 몬스터 상대할 수 없어. 그러니까 빠져.”


단호하게 말했다. 화까지 냈다.

귀환한 바로 첫날 동생에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부모님의 유언이다. 동생을 지키라는. 5년의 실패를 이제 만회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애솔은 자꾸 위험에 다가가고 있다.

지금이야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이 약하다고 하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나는 안다. 마왕이니까. 마왕이었으니까.


“위에 나타났던 몬스터······ 웬디고야. 웬디고가 뭔지 알아?”


한애솔이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너 웬디고 상대로 이길 수 있어? 웬디고 잡을 수 있어?”


이번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알고 있다. 동생의 지금 기분을. 무시당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시가 낫다. 목숨이 위험해지는 것보다는. 무시당한다고 죽지는 않으니까.


“넌 오크도, 고블린을 상대로도 이기지 못해. 그게 현실이야.”


나는 다시 언덕을 내려갔다.

곧이어 한애솔이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우리는 거리를 유지한 채 집까지 도착했다.


집 앞에 누군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가 입은 점퍼의 등에는 지원센터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아! 오셨군요. 한치우 씨죠? 이건 직접 전해 드려야 해서.”


사내가 상자를 내게 건넸다.


“이게 뭡니까?”

“새로운 신분증, 복직 명령서, 금융 거래 회복 명령서 등······ 새로운 생활에 필요한 것들입니다. 받으세요.”


지원센터 사내가 돌아가고 난 후 나와 한애솔은 집으로 들어갔다.

따로 테이블이 없어 식탁에 앉아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새로운 신분증이 들어 있었다. 홀로그램이 적용된 게 신기했다.

그리고 복직 명령서도 들어 있었다. 내가 다니던 서부서에 복직을 허가한다는 명령서였다.

그리고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는 서류 등 다양한 것들이 들어 있었다.

다시 지구에서 내 삶이 시작된 것이다.


한애솔은 잠시 서서 내가 받은 것들을 슬쩍 곁눈질로 보더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금은 그대로 두는 게 최선이다. 감정적으로 흥분된 상태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했다. 내가 산에 간 건 도대체 동생이 어떻게 알게 된 걸까?


***


크고 넓으면서 딱딱하고 삭막한 느낌의 사무실이다.

사무실의 정중앙에 커다란 책상과 의자, 그리고 책상 앞쪽으로 ‘ㄷ’자 모양의 소파가 사무실의 전부다.


책상에 한 여성이 앉아 있고, 그 맞은편 책상 앞에 박대철 팀장이 서 있다.

이곳은 특경의 최고 책임자인 특경 대장 사무실이었고, 여성은 바로 특경 대장인 유나리였다.


유나리는 이세계를 다녀온 용사 출신이었고, 그것도 아홉 용사로 불렸다.

아홉 용사는 마왕을 죽인 용사라는 명예를 가지고 있었고, 유나리는 꽤 유명했다.


지구로 귀환해 그녀의 정체가 알려지면서 여러 길드나 대기업의 영입 의뢰가 많았다.

그러나 그녀는 어떤 이유인지 경찰에 몸을 담았고, 특경을 직접 창설해 대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 유나리가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물론 박대철 팀장이 작성한 보고서다.


“후-”


유나리 대장이 보고서를 책상 위에 툭 내려놓았다.


“박 팀장!”

“네!”

“말로 다시 보고해 봐요. 보고서 내용이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으니까.”

“아!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보고서 대신 구두로······”

“안 돼. 앞으로 보고서는 반드시 세 장 이상을 넘기도록 하세요.”

“아- 네-!”


박대철 팀장이 울상이 되었다.


“그래서 도대체 보고 내용이 뭐죠?”

“이걸 좀 보시죠.”


박대철이 태블릿에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은 두 개였다.

하나는 마트에서 오크 전사들을 상대하는 사내의 영상, 다른 하나는 야산 공터에서 웬디고를 상대하는 사내의 영상이었다.


모두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담겨 있었다.

오크 전사가 꺾이고 찌그러지며 작은 상자 크기가 되는 모습도 그렇지만, 웬디고가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그대로 녹아내리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박대철은 영상을 볼 때마다 인상이 찡그러졌다. 그만큼 역겹고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런데 유나리는 오히려 흥미진진한 표정이었다.

유나리는 두 개의 영상을 거듭해서 돌려봤다. 처음에는 몬스터가 처리되는 과정에 놀라는 그녀였다.

하지만 용사 출신인 그녀에게는 신기하긴 했지만, 충격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게 신경이 쓰였다. 바로 몬스터 앞에 서 있는 남자였다.


촌스러운 지원센터 제공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뒷모습만 나와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나리는 보자마자 이 남자가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사용하는 기술도 낯이 익었다.

엄청난 기술임에도 그녀가 충격을 받지 않은 이유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유나리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숨이 넘어갈 정도로 큰 웃음이었다.

박대철이 그런 그녀를 보며 미치지 않았는지 생각할 정도였다.


“아- 웃기네.”


한참을 웃은 유나리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오크 사인은 뭐죠?”

“이건 어딜 봐서도 압력에 의한······”

“그 녀석 말고 나머지 둘.”

“아! 그게 심장 파열이랍니다.”

“심장 파열? 외상은 없고 심장이 쪼그라들어 있었나요?”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역시 내 생각이 맞았네.”


유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이제는 박대철이 궁금해졌다.


“아시는 분인가요? 이세계에서?”

“아! 박 팀장은 모르겠군요. 만난 적 없을 테니까.”

“네? 누굴요?”


하지만 유나리는 빙긋 웃기만 했다.


“어쨌든 귀환자 데이터베이스를 전부 뒤져봐야겠네요. 언제 돌아왔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순간 박대철 팀장의 표정이 굳었다.


“걱정 말아요. 얼굴을 알고 있는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다행이네요. 아! 다행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대장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그런데······ 대장님!”

“왜요?”

“데이터베이스 전부 뒤질 필요는 없을 겁니다.”

“어째서죠?”


박대철 팀장이 다시 영상을 재생했다.

오크 전사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에서 영상을 멈췄다.


“보시면 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습니다.”

“보면 알아요.”

“그러시겠죠. 사실 이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없습니다. 심지어 이 옷을 입고 외출한다? 말이 안 되죠.”


유나리의 표정이 변했다.


“맞아요. 길거리에서 본 기억이 없네요.”

“귀환자들 중 이 옷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장님은 좋아하십니까?”

“아뇨. 절대로.”


유나리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이 옷을 입고 마트에 가고 공원을 산책한다는 것은 이 옷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겁니다.”

“자신의 원래 옷으로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다거나?”

“그렇죠. 십중팔구 이 옷을 좋아해서 입었다고 해도 옷이 완전 새겁니다.”

“그렇네요. 새거라는 말은 귀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거네요.”


유나리의 표정이 밝아졌다. 뭔가 앞뒤가 맞아떨어지고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지원센터에 연락해서 최근 귀환자 데이터베이스 확보할까요?”

“아뇨. 그건 내가 직접 할게요.”

“대장님이 직접요?”

“네. 친구 얼굴도 볼 겸.”


박대철이 밖으로 나간 후 유나리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수화기 너머에서 간드러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긴. 오랜만에 아처를 보고 싶은 용사지.”

-이런! 언제까지 그 세계에 머물러 있을 건데?

“영원히. 그 세계 덕분에 지금 여기에 있는 건데 싫어도 어쩔 수 없지.”

-그런가? 나도 그래야 하나?

“어디야?”

-집에 가는 중. 왜? 무슨 일 있어?

“내일 아침 일찍 좀 만나. 내가 갈게.”


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뭔데? 뭔데 그래? 불안하게?

“불안할 거야. 그가 돌아온 거 같아.”

-그? 그라니? 누가? 설마······? 진짜?

“그러니까 그걸 확인해 보려고.”


하지만 불안하다는 말투와 달리 유나리의 표정은 웃고 있었다.


***


한애솔은 아침부터 어이가 없었다.

한치우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깔끔하게 경찰 정복을 차려입고 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뭘 그렇게 넋 놓고 봐? 오빠가 그렇게 멋있냐?”


입을 벌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한애솔에게 물었다.

순간 한애솔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코웃음을 쳤다.


“멋? 미쳤구나. 그렇게 입고 가게?”

“왜? 이상해? 500년 만에······ 아니 5년 만에 출근인데 예의를 갖춰야지.”

“넌 출근할 때 정복 입고 출근했냐? 뭐 표창장 받으러 가?”


생각해 보니 출근은 그냥 했다. 게다가 정복은 경찰 임명식 때, 행사가 있거나 할 때 외에는 잘 입지 않았다.

그리고 근무복은 경찰서에 있을 것이다.


“그래도 복직 첫날인데!”

“오버야!”

“안 되나?”

“갈아입어.”

“응.”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고 문을 열었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동생을 봤다.


“그런데 동생아! 방금 나한테 너라고······”

“엉뚱한 짓 하면 계속 너라고 할 거야. 빨리 갈아입어.”

“네!”


나는 재빨리 평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하지만 동생은 다시 이마를 짚었다.

왜 그러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거 입고 갈 거야?”

“이거 말곤 옷이 없어.”

“집에 있는 건 다 뭐야?

”안 맞아.“


말 그대로 지금의 내 몸엔 맞지 않았다.

원래 내가 입던 옷은 다 작았다. 옷이 작아진 게 아니라 내 몸이 커진 거다.

그래서 난 그나마 나에게 맞는 유일한 옷은 지원센터에서 나온 트레이닝복을 입은 것이다.


”하- 할 말이 없다.“


다시 동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결국 나중에 옷을 새로 사자는 말로 마무리하고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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