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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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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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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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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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DUMMY

내가 복직하게 되는 경찰서는 동생인 한애솔이 근무하는 경찰서다.

그곳으로 복귀하게 된 이유는 하나다. 내가 이세계로 가기 전에 원래 근무하던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나와 동생이 함께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드디어 차가 경찰서 주차장에 들어섰다.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건물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치우? 치우 맞냐?”


누구보다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준 남자가 보였다.

그리운 얼굴이다.


“오랜만입니다. 최인철 경사님!”

“인마! 경사라니. 이젠 경위야! 그리고 수사과 팀장이지.”


내가 햇병아리 시절 날 이끌어 주던 선배였던 최인철 경위가 다가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잘 돌아왔다. 잘 돌아왔어.”


우연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필연이라고 해야 할까?

최인철 경위는 지금 내 동생인 한애솔의 수사팀장이기도 했다.


하나둘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나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경찰 생활을 도와주고 동료였던 그들이었다.

5년간 사라졌다가 나타난 나를 그들은 진심으로 환영해 줬다.


“너도 고생했다.”


최인철 경위가 내 동생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앤지 내가 없는 사이에 한애솔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찾는다고 고생했어. 잘 해줘.”


최인철 경위의 말에 나는 동생을 바라봤다. 물론 내 시선을 한애솔은 깔끔하게 무시했지만 말이다.

그게 쑥스러워서 그런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나는 원래 일하던 교통과로 복직했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내가 일하던 때와는 교통과 사람들이 모두 바뀌었다.

약간 어색했지만 어디든 안 그렇겠나. 적응하며 사는 거지.

그리고 나만 어색한 것은 아니다. 나를 받게 된 교통과도 어색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표정을 보니 어색해 죽겠다는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바, 반가워요. 한치우 씨······ 아니 한치우 순경.”

“네. 반갑습니다.”

“난 교통과장이에요.”


교통과장이 나에게 모두를 소개해 주었다.

각자 인사들이 오갔다.

그들이 어색해하는 것은 내가 이세계를 다녀온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귀환자가 경찰로 복직하는 경우도 없었으니까.


“선배님! 혹시 다 기억나요? 5년 만이라 기억이 잘 안 날 수도 있을 거예요.”


여성 경장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불과 1개월을 함께 일했던 당시 완전 신참이었다.


“아! 거기서는 5년이 아니죠? 미안해요.”


그녀는 경장 계급이면서도 경찰이 된 건 내가 먼저라며 나를 선배로 불러줬다.

그녀가 나에게 경찰 시스템에서부터 업무에 대해 친절히 알려줬다.


500년 만이지만 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경찰일 때의 기억들이 생생했다. 마왕이 되면서 생긴 능력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5년 동안 경찰 시스템은 거의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다.

그나마 서류 작업이 조금 수월해진 것이 긍정적이랄까.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해야 하는 서류 작업이 키워드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키워드만 입력하면 보고서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라 무척 신기했다.

AI 기술이 접목된 거라나. 하지만 이것도 교통과라서 가능한 거고 다른 부서는 직접 작업해야 한다고 했다. 교통과 만세다.


“점심 먹고 낮에는 교통 통제 업무가 있고, 심야에 음주 운전 단속이 예정되어 있어요. 출근 첫날부터 야근이네요.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친절한 설명에 감사하며 근처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식당도 꽤 바뀌었지만, 예전부터 맛집이었던 곳은 그대로였다.


오후의 교통 통제 업무도 수월하게 해냈다.

그래도 1년의 경험이 허투루 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보단 어렵지 않았다.


경찰서로 복귀해 잠시 쉬는데 아까의 여성 경장이 나를 자꾸 힐끔거렸다.

분명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는 표정이었다.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도 돼요.”


내 말에 얼굴에 화색이 돌며 여성 경장이 다가왔다.

그녀 주변으로 몇몇 여성 교통과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정말 드래곤이 있어요?”

“마법사가 있어요? 막 손에서 불을 내뿜나요?”

“왕자와 공주가 있어요? 둘은 어때요? 잘생기고 예쁜가요?”


여성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이었고, 무엇보다 이세계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었다.


“드래곤은 있어요. 생각보다 매우 똑똑하고 인간과 대화도 가능하죠.”

“마법사는 정말 있어요. 불, 물, 얼음, 전기, 바람 등을 다룰 수 있어요.”

“왕자와 공주가 모두 잘생기고 예쁜 건 아닙니다. 가끔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들도 평범한 인간이니까요.”


나는 그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을 했다.


“마왕과 마족이 있다고 하던데······ 그들은 무섭나요?”


드디어 나올 질문이 나왔다.

나를 향해 질문한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들에게 나는 그냥 이세계에 다녀온 귀환자에 불과했다. 마왕이 아닌.

그들이 원하는 답을 해줄 것인지,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원래의 대답을 해줄 것인지 고민이 들었다.


“그만 괴롭히고 단속 준비합시다.”


교통과장이 다행히 대답할 기회를 없애줬다.

아쉬워하는 동료들에게 나는 빙긋 웃어줬다.


“그렇다네요.”


그렇게 우리는 음주 단속 준비를 한 후 경찰서를 나섰다.


***


같은 날 아침.

순백의 승용차가 주차장에 섰다.

문이 열리고 세련된 스타일의 한 여성이 내렸다.

유독 순백의 정장을 입은 모습이 깔끔하고 깨끗했다. 게다가 외모는 상당히 도시적이며 도도한 느낌을 풍겼다.

먼지 하나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결벽이 그녀의 몸에서는 느껴졌다.

그녀는 귀환자 지원센터의 센터장인 정원희였다.


정원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마주친 직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센터장님!”


정원희 센터장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순백의 정장을 입은 정원희를 힐끔거리며 돌아봤다.

그 시선에는 동경, 경외감과 함께 껄끄러움, 부담 같은 감정들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정원희는 그런 시선을 즐기는 듯했다.

엘리베이터가 텅 비자 남몰래 미소를 짓는 그녀였다.

이런 이유로 늘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고 센터장실로 올라온다.

임원 전용이 있지만 그녀는 그걸 이용하지 않는다. 꼰대들이나 사용하는 거라면서.


10층에 도착한 정원희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역시 순백의 실내가 보였다.

그리고 역시 순백의 정장을 입고 있는 여비서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다.


“나오셨습니까! 센터장님!”


역시 정원희는 도도한 표정으로 고개만 살짝 숙이고 지나가려 했다.


“센터장님!”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비서가 정원희를 불러 세웠다.

정원희가 우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비서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냐는 듯이.


“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손님? 지금?”

“네!”


정원희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자신도 없는 방에 떡하니 들어가 자신을 기다릴 정도의 손님은 하나뿐이다.


“설마······?”

“네. 맞습니다.”

“하-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언제부터 기다린 거야?”

“30분 정도 됐습니다.”


정원희가 한숨을 쉬며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역시 순백의 방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검은 것이 하나 있다.

그 검은 것이 고개를 돌리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정원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특경 대장인 유나리였다.


“커피 가져오겠습니다.”

“커피는 무슨 커피. 아무것도 가져오지 마.”


여비서의 커피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한 정원희 센터장이 문을 쾅 닫았다.

그 모습에도 유나리는 빙긋 웃으며 순백의 소파에 검은색 정장을 입어 너무 대비되는 모습으로 앉아 있다.

얼굴에 미소까지 띤 채.


“아침에 보자는 게 이렇게 이른 아침이었어? 그래도 주인 없는 방에 있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우리가 그런 거 따질 사이는 아니잖아?”

“이젠 좀 따져야 하는 사이 아닌가?”


정원희는 기분이 나빠 보였다.

아침의 좋았던 기분이 모두 무너지는 듯했다.


“지원센터의 도움이 필요하면 공문을 보내. 이렇게 찾아오지 말고.”

“오래 걸리잖아.”

“그런 걸 절차라고 하는 거야.”

“이번엔 좀 급하거든.”

“또 뭐가 그리 급하실까? 우리 조급증 걸린 용사님?”


정원희의 비아냥거림에도 유나리는 태연했다. 이미 한두 번 경험한 게 아니라는 듯이.


“우리 아처님께서 저를 조금만 도와주시면 아주 고맙겠는데요. 아처님에게도 도움이 되는 거니까요.”

“나에게?”


정원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둘이 친한 이유는 하나다. 이세계에서 같은 용사 파티였다.

유나리가 용사로, 그리고 정원희는 당대 최강의 아처였다.

지구로 귀환한 후 서로 특경과 귀환자 지원센터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된다. 그만큼 둘의 능력은 단순 귀환자가 갖는 이능력 이상의 관리 능력도 뛰어나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뭘 도와달라는 걸까?”

“귀환자 하나를 찾아야 해.”

“귀환자? 데이터베이스 뒤지면 되지 않아? 일반에 오픈되어 있잖아.”


정원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지원센터의 귀환자 데이터베이스는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검색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게······ 이름을 몰라.”

“뭐? 그러면 뭐로 어떻게 찾아?”

“최근에 귀환한 게 아닌가 추측할 뿐이야.”

“최근?”

“그래. 가장 최근 데이터베이스는 아직 서버에 업로드 안 됐잖아. 그렇지?”

“일주일에 한 번씩 전국에서 취합해서 올리니까······ 아직 아니긴 하지. 그런데 최근에 귀환했다는 근거는?”


정원희 센터장의 물음에 유나리가 빙긋 웃었다.


“으- 저렇게 웃는 거 기분 나빠. 꼭 나 놀리는 거 같아.”

“설마. 그럴 리가.”


유나리는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태블릿을 꺼냈다.


“바탕화면에 보이는 영상 두 개. 확인해 봐.”


정원희가 태블릿을 받아들었다.

바탕화면 아이콘에 마트, 야산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언론에 공개 안 된 영상이야.”

“언론이야 특경 허가 없으면 공개 못 하잖아. 자신들 말 안 들으면 언론사에 게이트 나타나도 외면한다는 말을 듣고 어떤 언론사가 거역하겠어?”


정원희의 비아냥이었다. 하지만 유나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게 다 갑질이야. 그 갑질이 세상을 망치는 거고.”

“지금 세상을 망치는 건 게이트야. 그리고 또······ 그냥 영상이나 봐.”


정원희가 태블릿의 영상을 재생했다.

파일은 마트에서 찍힌 한 남자와 오크 전사 세 마리의 대립을 다룬 영상과, 야산에서 한 남자와 웬디고의 대립을 다룬 영상이었다.


“뭐야? 진짜 지원센터 옷이네? 이걸 입고 다니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

“그러니까 최근 귀환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예전에 귀환한 사람이 그 옷을 입을 리 없잖아.”


정원희가 인상을 썼다.

맞는 말이라 반박할 근거도 없었다.

도대체 왜 미적 감각도 없이 옷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처음 디자인한 사람을 붙잡아 고문이라도 하고 싶었다.

문제는 새 디자인으로 다시 만들고 싶어도 이미 나중에 귀환한 사람들의 몫까지 모두 만들어 놓은 상태라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정원희는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녀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웬디고가 녹아내릴 때도 그랬지만, 오히려 마트에서 오크 전사가 꺾이고 접히는 영상이 더 충격이었다.


“뭐야? 이걸 어떻게 한 거야?”


정원희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유나리는 그런 정원희를 보며 빙긋 웃고 있었다.


“어때? 충격이지?”

“이 사람을 지금 찾으려는 거지?”

“그래. 얼굴이 촬영이 안 돼서 안타깝게 얼굴 대조를 할 수가 없어.”

“그런데······ 얼굴을 모르면 우리도 찾을 수 없는 거 아닌가?”


정원희의 의문에 유나리는 다시 빙긋 웃었다.


“그만 웃고 말해봐. 뭔가 방법이 있는 거야?”

“이 기술 보면서 뭐 떠오르는 거 없어?”

“떠오르는 거? 용사들 중에 이런 기술을 쓰는 걸 본 적이······”


순간 정원희가 말을 멈췄다.

그녀의 표정이 점점 사색이 되어갔다.


“서, 설마?”

“어떤 거 같아?”

“마, 말도 안 돼.”

“왜 말이 안 돼?”

“······”


정원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유나리 말대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은 아니다.

이세계로 갔던 모두가 돌아오고 있다. 그렇다면 그 역시 돌아오지 말란 법은 없다.


“진짜로? 진짜로 왔다고? 마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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