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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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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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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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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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내가 팔을 덥석 잡자, 선배 경찰이 놀라며 나를 돌아봤다.


“안 됩니다. 음주 운전도 문제지만 경찰에게 폭력을, 그것도 검을 휘둘렀습니다. 제대로 처벌받아야죠.”


내 말에 선배 경찰의 동공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나는 천만호를 봤다. 그는 마치 나를 이상한 동물 보듯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봤다.


“너 뭐냐? 순경? 고작 순경이······”


천만호가 나에게 다가오려고 했다.

살짝 긴장하게 만들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기운을 끌어올렸다.

순간 다가오려던 천만호가 우뚝 멈췄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게다가 침을 꿀꺽 삼키기까지 했다.


“너, 너 뭐야?”


확실히 내 기운에 반응한 천만호다.

아예 바보는 아니란 거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경찰.”

“경찰이라고? 씨발 너 귀환자냐?”


나는 한 걸음 천만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경찰들 모두 처음 보는 광경인 듯 놀라는 표정들이 보였다.


“협조해 주시지?”


천만호가 나를 보며 이를 뿌드득 갈았다.

아무래도 화가 많이 난 듯 보였다.


“우, 웃기는 놈이네.”


천만호가 주먹을 쥐고 펴기를 반복했다. 마치 무언가에 적응하는 것처럼.

그냥 내 기운을 깨닫고 겁먹어 돌아가기를 바랐는데 천만호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고작 경찰 따위가 천둥 길드를 건드려? 감히?”

“천둥 길드는 법 위에 존재하겠다는 건가요?”

“다른 법은 몰라도 너희들 법보단 위에 있다. 왜?”


천만호가 몸에 기운을 끌어모으며 한 걸음 다가왔다.

조금은 의외다. 내 기운을 이겨내다니, 아무리 기운을 아주 살짝 끌어냈다고 해도 말이다.

용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사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천만호의 발이 닿는 바닥이 쩍쩍 갈라졌다. 제법 괜찮은 기운이다.

이미 다른 경찰들은 천만호의 기세에 눌려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물론 나는 그대로 제 자리에 서서 다가오는 천만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점점 다가오는 천만호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내가 그의 기운에 밀려 뒤로 물러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의 기운은 나에겐 가소로운 수준에 불과했다.


“법은 국가가 정해. 어떠한 법도. 음주 운전에 관한 법도. 천둥 길드는 국가보다 위에 있다는 거야?”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천만호가 다가오며 한 발로 땅을 세게 디뎠다.


쿵!


커다란 충격이 아스팔트 바닥을 쪼개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모두 경악했다. 내가 천만호의 기운에 어찌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천만호의 기운은 내 앞에서 거짓말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냥 공중으로 증발해 버린 것처럼.


경찰들은 안도했다. 그들은 아마도 천만호가 중간에 멈췄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아니다. 천만호의 기운이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 거다.

그저 내가 몸에 두른 아주 작은 기운에 밀려 파편화되어 흩어져 버렸다.

여기서 가장 놀란 것은 천만호 본인이다.

회심의 일격인 듯한데 그게 아무런 효과가 없었으니 말이다.


이쯤 되면 상황을 깨닫고 정리해야 한다. 그게 실력자들이 갖고 있는 소양이다.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 상대의 실력을 가늠하는 능력 등도 중요하다.

문제는 천만호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길드의 부길드장이라는 자존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슬슬 나도 이번 쓰레기를 상대하는 데 짜증이 나던 참이었으니까.


천만호가 쇠몽둥이를 잡고 자세를 취했다.


“감히 순경 따위가 천둥 길드를 무시해?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천만호가 쇠몽둥이를 치켜올렸다.


아무리 경찰로서 사람들을 지키고, 사람들에게 내 힘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지만, 이럴 때까지 참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때였다.

무언가 가운이 내 감각에 간섭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나를 향해 날아드는 거대한 쇠몽둥이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안 돼!”

“한 순경!”


경찰들의 외침이 들렸다.

하지만 지금 내 관심은 쇠뭉둥이가 아니다. 천만호라고 하는 천둥벌거숭이도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스파크가 일었다.


파박! 파바박!


스파크 주변으로 공간이 왜곡되었다.

게이트다. 또다시 게이트가 나타나고 있다. 내 주변에, 내가 있는 곳에.

그러는 사이에 쇠몽둥이가 내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턱!


천만호가 휘두른 쇠몽둥이는 내 손에 잡혀있었다.


“해보자는 거지?”


기분이 더러웠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일그러진 모양이다.

몇몇 경찰 동료가 나를 보며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천만호도 내 손에 잡힌 쇠몽둥이를 빼낼 생각도 못 한 채 게이트를 멍하니 바라봤다.

모두의 시선이 게이트로 쏠렸다.


나는 잡고 있던 쇠몽둥이를 놓고 게이트로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천만호가 나를 앞질렀다.


“어이! 순경 나부랭이!”


천만호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깨에는 육중한 쇠몽둥이를 짊어진 채였다.


“게이트가 널 살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봐둬.”


천만호는 자신만만하게 게이트로 다가갔다.

게이트는 조금씩 형체를 잡아가고 있었다.

멀리 이곳을 향해 달려오던 차들이 게이트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는 급하게 방향을 틀었다.


나는 게이트로 다가가던 걸음을 멈췄다.

천만호가 나보다 먼저 가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안에서 뭐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신이 처리한다고 했으니, 뭐라도 하겠지.


“크하하하. 게이트마저 천둥 길드를 환영해 주는구나. 귀여운 것. 내 친히 저세상으로 보내주마.”


천만호는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게이트 앞에서 외쳤다. 마지막 그의 시선은 나를 향했다.

그는 모르고 있었다. 게이트의 스파크가 많을수록 강한 몬스터가 나온다는 것을.

지구로 돌아와서 이틀 동안 세 번의 게이트를 만났다. 그리고 지금이 가장 스파크가 많다.


드디어 게이트가 완전히 형체를 잡았다.

안에서 몬스터가 느릿하게 걸어 나왔다.

자신만만하던 천만호의 시선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

게이트 밖으로 몬스터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천만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이건 뭐야?”

-크르르르


몬스터의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렸다.

몬스터의 시선이 천만호를 내려다봤다. 말 그대로 내려다봤다.

천만호가 그대로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쇠몽둥이는 몬스터의 머리를 향했다.


턱!


하지만 천만호의 거대한 쇠몽둥이는 이번에도 너무나도 손쉽게 몬스터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몬스터가 천만호를 보며 이를 드러냈다.


-클클클


이 광경을 나는 그저 지켜만 봤다.

천만호의 실력으로 지금 게이트를 나온 몬스터를 잡는 것은 무리다.

솔직히 가장 약했던 오크 전사도 천만호의 실력으로 한 마리는 몰라도 세 마리는 어림도 없다.

지금 게이트를 통해 나온 몬스터는 자이언트 고블린이기 때문이다.


고블린은 몬스터 중에서 약한 종으로 꼽힌다.

집단을 이루고 도구를 다룰 줄 안다는 점 때문에 성가신 존재긴 하지만 개별로 봤을 때 인간보다 약하다.


하지만 자이언트 고블린은 다르다.

키는 거의 3~3.5미터에 탄탄한 근육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에게 맞는 무기도 만들어 사용할 줄 아는 지능을 가진 몬스터다.

웬디고와 맞서도 밀리지 않을 몬스터가 자이언트 고블린이다. 그런 상대를 천만호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제법이네? 놔라.”


천만호는 이번 공격으로 자신이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모르는 것 같았다.

이세계에서 자이언트 고블린을 만난 적이 없거나, 아예 모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고블린도 일반 고블린이나 인간이 잡을 수 있지, 클래스만 추가되어도 인간이 잡을 수 없다.

마법사 고블린이나 전사 고블린은 인간 여럿이 달려들어야 한다. 그다음 단계가 자이언트 고블린이고, 가장 높은 단계가 킹고블린이다.


역시 내 생각대로 천만호가 붙잡힌 자신의 쇠몽둥이를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놔! 이거 안 놔?”


하지만 천만호가 아무리 힘을 써도 쇠몽둥이는 자이언트 고블린의 손에 붙잡힌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크크크크크


자이언트 고블린이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천만호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드러난 이빨 사이로 끈적이는 침이 흘러내렸다.


“으아아아! 죽어!”


기합과 함께 힘을 끌어올린 천만호의 주먹이 자이언트 고블린의 얼굴을 강타했다.


뻑!


정확하게 주먹이 자이언트 고블린의 얼굴을 직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자이언트 고블린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으아아악!”


천둥 길드원들이 가진 특징인가 보다.

상대를 가늠하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러 손가락이 부러지는 것이.

음주 운전을 하고 나서 나에게 덤비던 놈도 손가락이 부러졌다. 그리고 부길드장이라는 천만호도 손가락이 부러지고 말았다.

차이점이라면 자이언트 고블린은 손가락 부러진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이언트 고블린이 천만호의 부러진 팔을 덥석 잡았다.


“놔! 놔! 놔! 이 개새끼야!”


물론 자이언트 고블린이 천만호의 말을 알아들을 리는 없다.

그저 자신의 손에 잡힌 버둥거리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에 불과해 보였다.


우두둑!


천만호의 붙잡힌 팔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최소한 복합 골절이다.


“으아아악!”


천만호가 다시 비명을 질렀다.

천만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 살려줘! 흑! 흑! 아, 아파!”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천만호의 최후였다.


“우, 우리 피해야 하지 않나?”


선배 경찰이 슬쩍 다가와 물었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경찰이 어쩔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니까.

게다가 권총 한 자루 없이 삼단봉이 전부인 교통경찰이다.

괜히 휘말리면 목숨이 달아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경찰 선배의 질문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괘, 괜찮아?”

“네!”


내가 나설 때다.

아무리 천만호가 경찰을 협박했다 하더라도 몬스터에 죽게 놔둘 수는 없다.

난 경찰이니까.


천만호는 자이언트 고블린에게 한쪽 팔을 붙들린 채 허공에 대롱거렸다.

의식을 잃었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지 않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한 걸음 내디뎠다. 자이언트 고블린을 향해.

그 순간 천만호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던 자이언트 고블린의 표정이 굳었다.

놈의 고개가 천천히 나를 향했다.

천만호를 상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얼굴의 자이언트 고블린이다.


나는 놈에게 다가갔다.

그나마 놈은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대신 손에 잡고 있던 천만호의 팔을 놓았다.

덕분에 천만호는 그제야 자유로워졌다.


“너도 녀석이 보냈나?”

-크르르르


자이언트 고블린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모른다는 대답이 나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해?”


한 걸음 더 다가가며 물었다.

그러자 자이언트 고블린이 그대로 풀썩 주저앉아 땅에 고개를 조아렸다.

누가 봐도 완전히 굴복하는 모습이었다.


-끄르르르르, 끄끄······


인상을 썼다.

이번에도 놈은 아는 게 없다. 웬디고와 같다.


“너도 아는 게 없군.”


나는 천만호를 봤다.

그는 바닥에 엎어져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언뜻 보면 의식이 없는 것 같지만 이미 정신은 차리고 있었다.

그저 기절한 척 나와 자이언트 고블린의 대치가 어떻게 될지를 숨죽여 지켜본 것이다.


“정신 차린 거 알아.”


여전히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자이언트 고블린에게 널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할까?”

“아, 안 돼!”


순간 천만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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