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4.08.31 18:56
최근연재일 :
2024.09.18 10: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402
추천수 :
51
글자수 :
117,872

작성
24.09.02 20:00
조회
139
추천
2
글자
12쪽

4화

DUMMY

“무슨 생각해?”


동생의 목소리가 과거에 빠져 있던 나를 끄집어냈다.


“그냥······ 옛날 생각.”

“옛날 언제?”

“아주 옛날.”

“아주 옛날?”


한애솔이 나를 봤다. 나는 그냥 피식 웃어주었다.

동생은 내가 이번에도 놀리는 건 줄 알았는지 인상을 썼다.


“배고프다.”


배가 고팠다. 생각해 보니 돌아온 이후 한 끼도 먹지 않았다. 동생의 커피를 빼앗아 먹은 게 전부다.

귀환하기 전에도 계속 이어진 전투로 식사는 꿈도 꾸지 못했었다.


“밖에서 먹고······”


순간 동생의 시선이 나를 훑었다. 위에서 아래로.


“마트에 가자. 내가 맛있게 해줄게.”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뭐? 네가 요리를 한다고?”

“그럼. 나 잘해!”


믿을 수 없다. 라면도 제대로 끓이지 못해서 한강을 만들던 녀석이 요리를 한다니.

내 시선의 의미를 눈치챘는지 한애솔이 다시 인상을 썼다.


“아이 씨! 나 잘해! 먹고 나서 또 해달라고나 하지 마.”


한애솔의 핸들을 틀었다.


***


“그게 무슨 소리예요?”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전화를 받은 한애솔은 자신이 들은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네 오빠가 차에 치였어. 그런데 지금 찾질 못하고 있어.

“그러니까 차에 치였는데 왜 못 찾아요? 그리고 왜 오빠가 차에 치여요?”


이해가 안 됐다.

차에 치였다는 사실도 황당한데 찾을 수가 없다니.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서.

행복하고 단란했던 가정은 그렇게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범인은 도주했고 잡을 수 없었다.

나중에야 그것이 잡을 수 없는 것인지, 잡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오빠인 한치우는 부모님 사건의 범인을 반드시 잡겠다며 경찰이 되었다. 하지만 한애솔은 그런 오빠를 비웃었다.

그 사건은 끝났다. 잡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경찰이 된다고 해도 뭘 할 수 있겠나. 경찰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한애솔은 오히려 돈을 버는 게 더 좋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녀는 대기업을 목표로 매진했다.

서로의 가치관과 미래가 달라지면서 오빠와는 점점 멀어졌다. 싸우는 일이 많았고, 사소한 일로도 대립했다.

그리고 끝내 독설을 퍼붓고 집을 나온 그날, 오빠가 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사고 현장으로 허겁지겁 달려온 한애솔은 현장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반파된 고급 스포츠카, 그리고 운전자는 아직도 술 냄새를 풍기며 바닥에 주저앉아 졸고 있었다.


“이 개새끼야!”


한애솔이 바닥에 주저앉아 졸고 있는 운전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욕설에 운전자가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다행히 최인철 경사가 한애솔을 붙잡는 데 성공해 폭행이라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참아! 참아!”

“씨발 어떻게 참아요! 오빠를, 오빠를······ 저 개새끼가 오빠를······”


한애솔의 눈에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오빠는요?”


자신을 붙잡고 있는 최인철 경사에게 물었다.


“그게······ 이상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아.”


현장에는 부서진 차량의 잔해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주변에는 이미 경찰들이 사방을 수색하고 있었다. 가드레일 밖에는 수풀이 자라 있었지만, 쓰러진 사람을 찾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달빛도 밝고, 주변에 가로등도 많았다.

막말로 대낮같이 환하지는 않았어도 누군가 쓰러진 사람을 찾는 데는 어려운 조건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한치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경찰들은 점점 수색 범위를 넓혔다.


물론 차에 강하게 충돌하면 사람이 꽤 멀리 튕겨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경찰들이 수색하는 범위는 사람이 튕겨 나갔다고 생각하는 범위를 한참 넘어섰다.

그만큼 한치우를 찾지 못한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도로에서 쓰러진 사람 하나를 찾지 못하다니.


한치우에 대한 수색은 일주일이나 이어졌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한치우를 차로 치었던 음주 운전자는 벌금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잘 나가는 대기업 간부의 아들이라나 뭐라나.

무엇보다 차에 치였다는 사람의 행방을 찾지 못한 이유가 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뉴스 하나가 떴다.

전 세계적으로 한날한시에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었다는 뉴스였다.

그렇게 실종된 사람이 수백만 명에 이를 거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뉴스에서 나오는 날짜와 시간을 보니 한치우가 사라진 것과 같은 날, 같은 시간이었다.

범지구적 실종 사건에 한치우가 휩쓸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문제는 어디로 갔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한애솔은 오빠의 실종을 생존으로 확신했다.

그래야 했다. 그렇게 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오빠가 정말로 돌아왔다. 실종되었을 때의 모습 그대로.

하지만 외모는 그대로라고 해도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 문득 오빠가 정말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어찌 보면 사람이 변하는 게 맞다.

지구에서야 5년이지만 이세계에선 수십 년이었을 수도 있다.

그 시간 동안 다른 삶을 살아왔다.

사라지기 전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그것을 한애솔은 이해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어색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몸은······ 괜찮아?”


오빠의 몸 상태가 걱정되긴 했다. 이세계에서 돌아왔으니까. 그곳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도 모르기도 하고.

물론 이세계에서 돌아온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능력을 갖고 출세한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런 것은 한애솔에게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괜찮아. 그런데 운전 잘하네?”

“운전한 지는 3년 됐어. 무사고야.”

“많이 컸네!”


한치우가 빙긋 웃었다.

예전엔 잘 보여주지 않던 미소를 유독 잘 보여준다. 오빠가 맞나 싶은 정도로.


“이세계에서 뭐 했어? 돌아온 사람들이 대부분 헌터니 용사니 그러던데······ 그런 거 한 거야?”


한애솔은 궁금했지만, 한치우는 묘한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차는 마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


동생의 질문에 나는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분명 사실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 했다. 하지만 걱정이 앞섰다.

마왕이라는 존재가 동생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웃어줄 수밖에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마트 주차장으로 차가 미끄러져 들어갔다.

주차장에서 매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독특한 복장의 사내 셋이 보였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귀환자라는 것을.

복장을 보면 마트에 고용된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내가 그들을 보자 한애솔이 설명을 해줬다.


“길드에서 파견 나온 사람이야. 마트 회사랑 길드랑 계약을 맺은 거지. 일종의 경비원이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건 아니고 몬스터를 상대하는 거야.”

“몬스터를?”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응.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가 한 번씩 사람들이 많은 곳에 게이트가 생기기도 하거든.”


게이트가 나타나는 세상이라는 것은 시청각 영상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게이트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 물론 나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왜? 무슨 문제 있어?”

“전사도 아닌데 몬스터를 잡아? 힘을 텐데.”


한애솔이 놀란 눈으로 나를 봤다.


“뭐야? 그걸 오빠가 어떻게 알아? 설마 저들의 능력이 보여?”

“구체적인 게 보이는 게 아냐. 어느 정도인지 보이는 거지.”


대충 둘러댔다. 하지만 내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세 명은 각각 대장장이, 나무꾼, 광부였다.

물론 일반인보다 강하지만 몬스터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다.

아마 나처럼 자신의 능력을 속인 모양이다.


“도대체 이세계에서 뭘 하고 산 거야? 오빠 능력은 얼마나 되는 거야?”

“너는 상상도 못 할 일을 했고, 상상도 못 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건물 입구로 다가가며 말했다.

입구 옆에 서 있던 세 명이 힐끔 이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노골적인 시선을 느꼈다. 한애솔의 몸을 훑는 시선을.


내가 노려보자, 그들은 순간 흠칫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세 명이라 유리하다고 생각했는지 느물느물 웃으며 다가왔다.


“신기한 조합이네.”

“그러게. 하나는 쭉쭉빵빵에 하나는 완전 새삥 귀환자라.”


노골적으로 조롱하려는 티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역시 이런 걸 보고 그냥 넘어갈 한애솔이 아니다.


“당신들 뭡니까? 지금 성희롱하는 겁니까?”

“희롱은 무슨? 그냥 감상을 말한 건데.”


역시 뻔뻔하다. 왜 이런 자들은 뻔뻔함까지 갖추고 있는 걸까?


“경찰입니다. 당신들 모두 연행될 수 있어요.”


결국 한애솔이 경찰 신분증을 꺼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경찰을 무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이! 신참! 저 여자······ 신참 이거야?”


광부가 새끼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물었다.

그래도 이 셋 중에는 가장 힘이 센 자였다. 광물을 캐는 것은 힘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네 애인 우리에게 넘기면 우리 길드에 추천해 줄게. A&K 길드라고 세계 최고의 길드야. 알아?”


물론 난 모른다. 한애솔을 봤다. 그녀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동생도 모르겠다네. 세계 제일이라면서?”

“일반인은 모를 수도 있지.”

“경찰인데?”


나는 피식 웃으며 세 명을 지나쳐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려는 순간 나는 다시 문을 열고 셋을 향해 말했다.


“아! 혹시 몬스터가 나타나면 너희들은 그냥 도망가. 맞서 싸우지 말고.”

“뭐?”

“우리 길드를 우습게 보는 거냐?”

“이봐. 우리가 이세계에서 뭘 했는지 알기나 해?”


알고 있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 하지만 겨우 참아냈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난 경고했어.”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드디어 셋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물론 이 상황이 한애솔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왜 말린 거야?”

“저런 놈들 상대해 봐야 좋을 거 없잖아.”

“그걸 왜 오빠가 판단해? 오빠가 경찰이야?”

“복직 신청했어.”


한애솔이 분이 풀리지 않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귀환자들이 경찰을 얼마나 무시하는 줄 알아? 이럴 때 본때를 보여줬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평소에 많이 당했던 모양이다.

나는 그냥 웃어 주고 말았다.


“바보같이 웃기는.”


한애솔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 있었다.

평일 낮이라 한산할 거라고 생각했던 예상이 빗나갔다.


마트의 모습도 5년 전과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많은 물건이 진열되어 있고, 물건을 팔고, 물건을 사고······ 가장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나는 멀리 한 곳을 응시했다.

해산물을 파는 매장 앞의 공간이었다.


“왜? 생선 먹고 싶어? 나 생선 손질은 자신 없는데.”


내가 생선 코너를 바라보자 한애솔이 물었다.


“그런 거 아냐. 살 거나 사자.”


나는 카트를 밀고 한애솔이 고른 물건을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신경은 생선 코너 앞에 쏠려 있었다.

불온한 기운이 계속 그곳에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치 나를 반기듯 허공에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팟! 스팟! 파박!


동시에 스파크 주변으로 공간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게이트의 등장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 수정 - 수요일부터 오전 10시 24.09.03 7 0 -
공지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24.08.31 120 0 -
22 22화 NEW 14시간 전 33 2 12쪽
21 21화 24.09.17 46 3 12쪽
20 20화 24.09.16 56 3 12쪽
19 19화 +2 24.09.15 63 3 11쪽
18 18화 24.09.14 73 3 12쪽
17 17화 24.09.13 85 3 11쪽
16 16화 24.09.12 81 2 12쪽
15 15화 24.09.11 98 3 12쪽
14 14화 24.09.10 107 2 12쪽
13 13화 24.09.09 105 2 12쪽
12 12화 24.09.08 114 3 13쪽
11 11화 24.09.07 126 2 12쪽
10 10화 24.09.06 125 2 12쪽
9 9화 24.09.06 126 2 13쪽
8 8화 24.09.05 138 2 12쪽
7 7화 24.09.04 143 2 12쪽
6 6화 24.09.03 138 2 12쪽
5 5화 24.09.02 146 2 12쪽
» 4화 24.09.02 140 2 12쪽
3 3화 24.09.02 145 2 12쪽
2 2화 24.09.02 150 2 12쪽
1 1화 24.09.02 163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