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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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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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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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DUMMY

솔직히 정의 같은 것에 관심 없다. 이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뿐이다.

지금도 내 가족을 지키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용사들이 무슨 사고를 치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만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


“그렇게 혐오하는 것 치고는 용사 모임엔 참 지극정성으로 나가잖아.”

“모임?”


용사들 모임이 있다고? 무슨 친목회 같은 건가?


“용사 전부가 모이는 건 아니고, 아홉 용사 모임이야. 아직 돌아오지 않은 둘을 제외한 나머지 모임이지. 그냥 친목이야.”


정원희가 대신 대답했다.


“모임에 나가나?”

“그것도 내 일이니까.”

“일?”

“용사라는 것들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행여 사고를 치지는 않는지 파악하는 것도 내 일이니까. 사고 치면 수습하고 책임지게 하는 것도 내 일이고.”


유나리의 표정에는 여전히 혐오감이 가득했다.


“그래서 네가 적임자라는 거야. 아홉 용사에게도 긴장이 될 테고, 숨어있는 마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테고, 몬스터와 게이트는 말할 것도 없고.”


유나리가 한치우를 봤다. 그것도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나는······”

“급여는 지금 받는 급여의 다섯 배.”


갑작스러운 유나리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다섯 배라고?

유나리가 몇 가지 세부 사항을 덧붙였다.


“단독 활동 보장. 활동비는 별도 제공.”

“······”

“면책권도 있어. 심각한 문제만 아니면 웬만한 건 특경 법무팀이 알아서 해결할 거야.”

“심각한 문제?”

“무고한 사람이 희생된다거나 하는 그런 정도라고 보면 돼.”

“그렇군.”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조건이 너무 좋다.


“와! 용사와 마왕이 손을 잡는 거야?”


옆에서 정원희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아처도 함께.”

“난 빼줘.”

“지원센터가 어떻게 여기서 빠져나가? 정보통 노릇을 해줘야지.”

“쳇! 언제까지 날 부려 먹을 거야?”

“우리 우정은 영원하잖아.”


내 고민을 앞에 두고 유나리와 정원희는 뭐가 즐거운지 수다 중이다.

확실히 고민이 됐다.

무려 급여가 다섯 배다. 전 마왕이었지만 역시 먹고 사는 문제는 현실이다.


“모든 것은 나를 통할 거야. 지시도 보고도. 별도의 명령을 들을 이유도 없어. 그리고 사옥이 제공될 거야. 보안도 꽤 좋은.”


사옥까지?


“동생과 함께 살기엔 지금 살고 있는 곳보다는 훨씬 좋을 거야.”

“보안이 좋다고?”

“정부 요인들도 살고 있는 곳이야. 결계도 설치되어 있어서 웬만한 몬스터는 접근도 못 해.”


동생이 안전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지금 집이 있는 곳의 입지가 솔직히 좋은 건 아니니까.


“무엇보다······ 특경은 귀환자와 각성자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

“수사권······”

“문제 일으키는 놈들을 혼내줄 수 있다는 말이지.”


수사권의 의미가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일반 경찰이 귀환자나 각성자를 상대하기는 어려울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난 지금 직장이······”

“그거 하나 내가 해결 못할까 봐?”


준비를 단단히 한 모양이다.

왠지 코가 꿰이는 것 같은데 조건이 좋다. 거절하기 힘들 정도로.


“나중에 필요하면 팀을 꾸릴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팀 구성은 전적으로 맡기지.”


팀 구성도 맡긴다라······ 이 정도 조건까지 거부한다면 미친놈 소리 듣기 좋을 것 같다.


“좋아.”

“잘 생각했어.”


유나리가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이 상황을 정원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캬! 이걸 적과의 동침이라고 해야 하나?”

“무슨 소리야? 이건 드림팀이라고 하는 거야.”


유나리의 말에 정원희가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나는 웃지 않았다.


“분위기 지금 좋은데 왜 이렇게 울상이실까?”


유나리가 물었다.


“대비해야 할 거야.”

“대비?”


유나리와 정원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대비?”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구에 소환되어 나타나는 자들이 있을 거야.”


내 말을 두 사람은 금방 이해했다.

이세계에 자신들이 소환되어 나타났던 것처럼 지구에도 다른 세계의 존재들이 소환되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들이 온전히 용사가 되어 마왕을 퇴치하는 데 힘을 보탤지, 아니면 또 다른 마왕이 되려 할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새로운 문제가 생기는 순간이다.

지구에 숨어있는 마왕, 사고 치는 용사와 귀환자들, 거기에 지구로 소환될 존재들의 관리까지.


“후. 이거 생각보다 판이 커지겠는데?”

“국제 공조도 생각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이 문제들이 우리만의 문제만은 아닐 테니까.”


유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팀은 꾸릴 거야?”

“꾸리는 게 좋겠지. 하지만 급하진 않아. 천천히 찾아보려고. 한 명만 수소문 해줘.”

“누구?”


유나리는 물론 정원희도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설마 마족을 찾아달라는 건 아니지?”


정원희가 물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농담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유나리도 정원희를 바라보며 눈을 흘겼다.


“농담이야.”


전혀 농담이 아니라는 표정으로 정원희가 말했다.


“천우혁.”


동시에 유나리와 정원희의 표정이 변했다.


***


1인 병실 안에서는 살벌한 풍경에 연출되고 있었다.

한쪽 팔에 붕대를 감은 천만호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병실 침대에는 덩치가 좋은 남자가 책상다리를 한 채 앉아 있었다. 바로 천둥 길드의 길드장이고, 천만호의 친형인 천태호였다.


“팔은 괜찮냐?”


천태호의 말투는 의외로 부드러웠다.


“그, 그게······ 포션을 써서 낫는 중이야. 형.”


천만호는 부들부들 떨며 대답했다. 그만큼 그에게 형은 공포의 존재였다.


“그래?”


천태호가 동생 천만호의 붕대를 감은 팔을 잡았다. 천만호가 움찔했다.


“그러네. 뼈는 붙었네. 삼일 정도만 있으며 완치되겠어.”

“그, 그치. 그러면 다시 일할 수 있어.”

“일? 무슨 일? 고작 자이언트 고블린도 못 잡으면서 무슨 일?”

“그, 그게 형, 내가 그때······”

“하긴, 넌 자이언트 고블린도 상대해 본 적 없지. 늘 내 그늘에만 있었으니까.”

“미, 미안해 형.”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난 오히려 고마워. 네가 쓸모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동생 천만호의 팔을 잡고 있던 천태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뿌드득!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아악!”


천만호가 다시 비명을 질렀다.

간호사와 의사가 뛰어 들어왔지만 이내 천둥 길드 길드원들에 의해 병실에서 쫓겨났다.


천만호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고통스러워했다.


“걱정 마. 이 형이 복수해 줄게. 놈이 어디 있다고?”

“아- 아윽! 서, 서부서 교통과······”


이야기를 들은 천태호가 일어나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천태호와 길드원들이 모두 나가자, 그제야 간호사와 의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천태호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차가 주차된 곳에 천둥 길드원들이 일렬로 도열해 있었다.

천태호가 나타나자 모두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길드가 아니라 조폭이라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오셨습니까!”


당연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저 사람들 뭐야? 조폭이야?”

“아, 아냐. 천둥 길드 사람들이야.”

“천둥 길드?”

“응. 대표가 용사 출신이야.”

“용사? 용사가 뭐 저래?”


젊은 남녀가 지나가며 하는 말이 천태호의 귀에 들렸다.

천태호가 그들을 노려봤고, 시선을 느낀 남녀는 재빨리 건물 안으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이런 시선을 천태호도 알고 있다. 천둥 길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천둥 길드가 무섭다는 것을 세상이 알아준다고 생각했다.


천태호가 차의 트렁크 앞에 섰다.


“열어.”


그의 명령에 트렁크가 열렸다.

열린 트렁크 안에는 두 명의 사내가 속옷 차림으로 구겨져 있었다.

음주 운전을 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던 천둥 길드 헌터였다.

그들은 죽지는 않았지만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사, 사여주입여.”

“제성함미다.”


두 사람은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얼굴은 퉁퉁 붓고 여기저기 피멍이 들어 있었고, 벌어진 입안의 이빨도 많이 빠져 있었다.


“살려줄 거야. 죽이진 않아. 하지만 너희들의 병신 같은 짓거리가 너무 화가 나.”

“제성함이다.”

“차라리 누굴 패거나 어딜 부수거나 했으면 몰라. 기껏 음주 운전 하다가 경찰에 붙잡혀? 덕분에 내 동생 팔이 아작났고.”


천태호는 잠시 씩씩거리다가 다시 트렁크를 닫았다.


“가서 산에 묻어. 오래 버틴 놈만 산다.”

“알겠습니다.”


천태호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씩씩거리며 자신의 차로 향했다.

몇몇이 천태호를 따라갔다.


“따라오지 마.”

“하지만 길드장님!”

“명령이야.”

“네! 알겠습니다.”


천태호가 거칠게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길드원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와우!”

“진짜? 천우혁 그 괴짜 용사를?”


둘의 반응이 이상하다. 천우혁이 무슨 사고라도 쳤나?


“천우혁은 어떻게 알았어?”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않나? 500년을 살았는데.”


내 말에 빠르게 수긍하는 유나리와 정원희다.

확실히 천우혁이라는 이름에 반응하는 둘이 모습이 조금 이상하긴 하다.


“왜? 천우혁이 사고라도 쳤어? 사고 칠 친구는 아닌데.”

“사고라기 하긴 좀······”

“그렇지. 사고는 아니지. 뭐라고 말하기가 좀······ 그냥 똘끼라고 할까.”

“똘끼?”


도대체 이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할게.”


결국 유나리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천우혁은 현재 실종 상태야.”

“실종? 이세계로 또 간 거······ 는 아니겠고.”

“그냥 말 그대로 실종이야.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라. 나도 특경으로 영입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자기는 자격이 안 된다나. 그러면서 그냥 자유롭고 싶다고 하더니 사라졌어.”

“맞아. 어이가 없었지. 솔직히 이제까지 능력 측정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게 바로 천우혁이거든. 전 세계에서.”


그럴 거다. 천우혁의 능력은 그야말로 엄청났으니까.

나와 한 달이나 단둘이 싸웠으니까. 나에게 혼자 맞서서 그만큼 버틴 건 그가 유일하다. 게다가 내 손에 죽지도 않았다.

나와 천우혁은 서로를 인정했고 덕분에 친해졌다.

그가 인간과의 평화협정을 위한 다리 역할을 했었다. 나로서는 고마운 친구다.


“급한 건 아냐. 천천히 찾아보자고.”


나도 여기저기 알아볼 생각이다. 그의 기운도 기억하고 있으니 기감을 펼쳐보면 뭔가 실마리는 나올 거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유나리도 함께 일어났다.


“특경 건물은 여기 바로 옆 하얀 건물이야.”

“알고 있어.”

“우리 쪽에서 경찰서로 공문을 보낼 거야. 오늘부터 특경 소속이 되는 거지.”

“출근은 내일부터 하는 걸로. 문제없겠지?”

“문제없어. 참. 핸드폰 있어?”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유나리가 인터폰으로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


“핸드폰 하나 가져와. 요원 전용으로.”


유나리가 연락을 끊고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특경에서 가지고 올 거야. 또 필요한 게 뭐가 있더라?”


이 상황을 정원희가 어이없어하며 바라봤다.


“특경 가서 처리해. 왜 다 여기서 이러는 건데?”


유나리는 그저 즐거운 듯 웃기만 했고, 조금 있자니 핸드폰 케이스를 들고 비서가 들어왔다.

공짜로 핸드폰이 생겼다.

문득 오늘 동생과 핸드폰을 새로 만들기로 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괜찮을 거다. 공짜 아닌가.


핸드폰 박스 안에 두툼한 매뉴얼이 들어 있었다.


“나를 비롯해 기본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어. 매뉴얼 잘 확인해.”


그렇게 나는 핸드폰까지 받고 지원센터 센터장실을 나왔다. 로비에서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입구로 들어서는 한애솔과 딱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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