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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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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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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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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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지원센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도 검은색 베이스로 꾸며져 있다.

우선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전에 왔을 때는 지하로 들어왔고, 귀환자라는 신분이었기 때문에 무사통과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다가가자, 안내 데스크를 지키는 예쁘장한 여직원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물론 지극히 형식적인 미소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방문해 주셨습니까?”

“여기서 날 찾았다고 해서요.”

“아! 그러신가요? 성함이······?”

“한치우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안내 데스크의 여직원이 컴퓨터로 무언가 검색했다. 아마도 내 이름을 확인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잠시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하더니 다시 환한 미소를 장착한 채 나를 봤다.


“신분증 있으시죠?”

“네.”


나는 신분증을 건네줬다. 그러자 임시 출입증과 바꿔 나에게 건네줬다.


“이거 가지고 들어가세요. 10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네?”


나는 되물었다.


“10층이요?”

“네. 10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곳에서 다른 분이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검색대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간 후 엘리베이터를 탔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10층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던 사람들의 동작이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뚝 멈췄다.

도대체 뭐지?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엘리베이터가 10층보다 아래층에 서자 우르르 내렸다.

덕분에 엘리베이터에는 나 혼자 있었다.

서서히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다시 위로 올라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엘리베이터 벽에 붙은 각 층의 안내 인덱스를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10층에 뭐가 있는지를.

10층에는 단 두 개만 있었다. 센터장실, 비서실.


드디어 10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정장의 세련된 이미지의 여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치우 씨 되시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여성이 나를 보며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센터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따라오세요.”


방금 센터장이라고?

나를 왜? 내 정체를 들킨 게 분명하다. 귀환자가 하루에도 수백 명씩 있다고 했다. 그들 모두를 센터장이 만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도망칠까? 아니다. 어쨌든 부딪쳐 보기로 한 거 아니었나.

그런데 센터장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차라리 인질을 잡거나 협박하려면 센터장이 더 나은가?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아무래도 확인이 필요했다.


“저기······ 원래 센터장이 귀환자를 이렇게 면담하나요?”

“아뇨. 이례적이세요. 한치우 씨가 굉장히 중요한 분인가 봐요.”


젠장. 들킨 게 확실하다.

도망치는 건 소용 없다. 내 동생의 신분도 알고 있고, 집 주소나 모든 걸 알고 있다.

어쩌지? 건물을 아예 무너트려서 기록 자체를 없애야 하나? 그러면 해결이 되려나?

그나저나 센터장이 도대체 누구지? 누군데 내 정체를 알아챈 거지?

설마 용사인가? 내 손에 죽은? 그래서 이렇게 손쉽게 들킨 건가?


“그런데 왜 센터장님이 저를······?”

“죄송합니다. 저도 그 이유는 모릅니다. 그저 도착하면 모셔 오라고만 하셔서요.”


모셔 오라고?

뭔가 정중한 표현이긴 하다. 여전히 의도는 모르겠지만.


드디어 센터장실인 1001호에 도착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여비서가 문을 열어주었다.

실내는 온통 하얀 색이었다. 건물의 외벽과는 너무나도 반대의 색이라 혼란스러웠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소파에 여성 둘이 앉아서 나를 돌아봤다.


“안녕! 오랜만이야! 마왕!”


젠장. 두 명 다 아는 얼굴이다. 용사 하나에 동료였던 아처.

역시 내 정체가 들킨 게 맞다.

지구에 와서 처음으로 마왕이라고 불렸다. 내가 먼저 알려준 내 동생을 제외하고.

그것도 지구에 온 지 고작 사흘 만에.


검은색 바지 정장을 입은 여성이 미소를 띠고 있었고, 그 옆에는 하얀색 치마 정장의 여성이 인상을 쓴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혹시 나를 잡기 위한 함정일까?

하지만 어디에도 나를 포획하기 위한 장치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마법적인 장치도.


“겁내지 마. 그냥 대화나 하자고 부른 거니까.”


검은색 바지 정장의 여성이 말했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 그녀는 용사였다. 아홉 용사 중 하나였고, 그들 중 내 손에 맨 처음 죽은 용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하얀 치마 정장 여성은 용사를 따라다니는 아처였다. 그녀 역시 같은 날 내 손에 목숨을 잃었었다.


“하-”


나는 길게 한숨을 쉬고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

검은색 건물에 어울리지 않게 온통 순백의 실내는 눈이 아플 지경이다.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뭐야? 우리가 그렇게 싫어? 인상까지 쓸 정도로? 나도 싫어. 너 만나는 거. 우리라고 마왕과 함께 앉아 있고 싶겠어? 얘가 지금 우겨서 억지로 버티고 있는 거거든.”


자격지심인가. 아처가 먼저 발끈했다.


“너무 밝아.”


딱 한 마디만 했다.


“뭐?”

“너무 밝다잖아. 눈이 아플 정도라니까.”

“밝은 게 좋지. 어두운 게 좋아?”

“적당해야지.”


나를 놔두고 둘이 티격태격한다.


“저기······ 용건 없으면 난 이만 돌아갈게.”


나는 자리를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용사가 나를 말렸다.


“아냐. 기다려. 할 얘기가 있다니까. 우선 우리가 구면이긴 해도 소개 정도는 해야지? 난 유나리. 특경 대장이야. 물론 전에 용사였던 건 알 테고. 얘는······”

“됐어. 내가 할 거야. 난 정원희. 귀환자 지원센터 센터장이야. 넌 내 관리하에 있어. 알았어? 과거에 내가 누구였는지 기억은 하나?”


자신을 정원희라고 밝힌 여성이 센터장이었다.

신기했다. 건물은 검은색인데 옷과 인테리어는 순백이라서.


“아처.”

“오! 기억하네?”


정원희 센터장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좋아하는 건가? 기억해 줬다고?


“언밸런스.”

“뭐?”


내 한마디에 올라갔던 입꼬리가 다시 내려왔다.

말 한마디에 감정이 확확 변하는 게 재밌긴 하다.


“건물색과 맞지 않는 인테리어 아냐?”

“흥.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든 내 맘이야.”

“건물 내부 전체가 비슷하던데······ 다른 직원들이 고생이군.”

“네가 무슨 상관인데?”


역시 정원희는 화가 많다. 아니면 나를 너무 싫어하거나.


“자! 자! 그만그만! 과거의 은원은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어쨌든 와줘서 고마워. 그런데 우리가 뭐라고 불러주면 되지? 마왕? 전 마왕? 아니면 한치우 씨? 한 순경?”


이미 이들은 나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귀환자 지원센터 센터장에 특경 대장인데 모르는 게 이상했다.

그래도 이렇게 지구로 돌아온 지 고작 하루 만에 들통이 나다니. 마트나 몇몇 곳에서 별로 외부 시선을 개의치 않고 움직인 결과였다.


“마왕이 경찰이라니 웃기지도 않아.”

“원희야! 그만 해!”

“그렇잖아. 무슨 경찰이야. 마왕이면 마왕답게 세계 정복이라도 나서보지?”

“원희야!”


여전히 나를 앞에 두고 둘은 다투는 중이다.


“아처가 지원센터 센터장인 것도 썩 그렇게 어울리지는 않는데. 인테리어도 그렇고.”

“뭐? 야!”


정원희가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몸에서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아처였을 때의 기운이었다.

물론 그녀의 기운이 나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용사 유나리가 막아주기도 했으니까.


“그만 해!

“아 젠장! 재수 없어.”


정원희가 기운을 거둬들였다.

조금 더 긁어볼까?


“아니면 세계 정복······ 해볼까? 해도 되나?”


나는 오롯이 내 기운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순간 유나리와 정원희의 표정이 굳어졌다.

기운의 전부를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위협적이었을 테니까.


“농담이야.”


농담이라는 내 말에 안도하는 유나리였다. 정원희는 굳은 표정 그대로였다.


“하하! 미안! 내가 부르면 안 올 거 같아서 여기로 불렀는데 그게 실수였네.”

“괜찮아. 그리고 네가 불렀어도 갔을 거다.”

“하하! 그건 고맙네.”


곧이어 비서가 커피를 들고 들어와 앞에 내려놓고 나갔다.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정원희와 여유로는 내 표정을 잠시 힐긋 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아마도 온갖 상상을 하겠지.


“나에 대해선 다 알고 있는 것 같고.”

“흥! 당연히 알지. 그렇게 사고를 치고 다니는데 어떻게 몰라?”


정원희는 여전히 퉁명스러웠다.


“사고? 무슨 사고? 아! 마트에서의 사람들 구하고 오크 전사들 처리한 거? 야산에 나타난 웬디고가 근처를 빙하기로 만들기 전에 제거한 거? 어젯밤 도로에 나타난 자이언트 고블린이 교통을 마비시키기 전에 정리한 거?”


유나리와 정원희는 입을 다물었다.


“원한다면 그냥 놔두지. 그러면 된 거겠지?”

“누가 그냥 놔두래?”

“사고 치고 다닌다며? 사고 치지 말라고 부른 거 아냐?”

“아아악! 짜증 나!”


정원희가 이빨을 드러내며 씩씩댔다. 그나마 내가 자꾸 긁어서 굳었던 표정은 풀어졌다.


“아니면 저쪽에서의 은원을 해결해 보자고 부른 건가?”

“그래. 잘됐네. 한 판 붙자!”


정원희가 소매를 걷으며 들썩거렸다.

정읜희의 몸에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어느새 더 강한 기운이 정원희의 기운을 눌러버렸다.


“원희야. 이제 그만.”


그것은 유나리의 기운이었다.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유나리의 목소리다. 조금 전 장난스럽던 모습은 사라지고 무겁게 가라앉은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내가 아닌 정원희를 향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원희도 쉽게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말하는 걸 봐. 열받게 하잖아.”

“그만 해. 우리가 불렀어. 우린 아직 용건도 얘기하지 않았고.”

“우리가 아니라 네가 불렀지.”


하지만 정원희의 이 대답은 유나리의 눈총을 사기만 했다.


“젠장. 알았어!”


유나리의 변화 때문인지 정원희가 기운을 거둬들였다.

물론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변화가 없지만.


“다 끝났어? 나도 일하러 가야 해. 이젠 제대로 용건을 듣고 싶은데?”


둘의 다툼을 보기 위해 온 게 아니다. 오랜만의 만남에 회포를 풀기 위해 온 것도 아니고.


“좋아. 본론부터 말할게. 한치우······ 특경으로 들어와.”


순간 나는 잘못 들었나 했다.

놀란 것은 나만이 아니다. 정원희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유나리를 봤다.


“특경 제안? 웃긴다? 나한테는 같이 특경하자고 제안 한 번 안 하더니?”

“넌 지원센터 센터장이잖아.”

“그래도 제안 정도는 해볼 수 있잖아.”

“그러면 이참에 너도 들어올래? 센터장에서 내 밑으로 오면 좌천인데? 급여도 깎이고, 인센티브도 줄고, 휴가도 줄어들고. 괜찮아?”

“아! 그게 그렇게 되나?”


정원희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포기가 빠르다.

하지만 놀란 표정은 그대로였다.


“어째서 나지? 다른 용사들도 많을 텐데?”

“용사들은 길드니 뭐니 돈 많이 버는 데로 다 빠져나갔거든. 그래서 네가 왔다는 걸 알고 생각했지. 전 마왕만큼 큰 전력이 어디에 있겠냐고.”


유나리가 미소를 지었다. 왠지 용사답지 않은, 사악해 보이는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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