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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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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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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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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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애솔이······ 애솔이를······ 네 동생을 지켜야 한다.


내가 여덟 살 때 부모님이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 부모님이 나에게 남긴 유언이었다.

동생과 둘만 살아가는 세상은 험난했다. 그나마 몇 없는 친척도 우릴 외면했다. 그래도 악착같이 버텼다.

죽어라 노력해 나는 목표로 하던 경찰이 되었고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 동생을 지키지 못하고 이세계로 건너갔다. 그것도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서.


이세계에서 500년을 보낸 후 다시 돌아왔다.

이젠 동생을 지킬 새로운 기회다. 이 기회를 다시 놓칠 수는 없다.


주택가를 지나 언덕을 5분쯤 오르자, 야산의 입구가 나타났다.

동네 주민들이 오가며 약수도 떠먹고, 산책이나 운동도 하는 그런 야트막한 산이다.


산길로 들어섰다.

트레이닝복이라 산에 오르기에는 최적의 복장이기도 했다.

평일 낮이어서 그런지 산에는 사람들의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약수터가 있는 공터의 벤치에는 장기를 두는 노인들이 전부였다.

굉장히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장기를 두는 노인들에게 다가갔다.

노인들은 누가 다가오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장기에만 몰두했다.


“어르신들! 장기 그만두고 내려가시죠?”


장기를 두던 노인들이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뭔 소리야? 내려가라니?”

“그러게. 지금 아주 잘 되고 있는데 그만두라니. 안 되지.”

“잘되긴 뭐가 잘 돼? 내가 이기고 있구만.”

“흥! 차(車)랑 포(包)랑 나가떨어져 놓곤 잘 되긴.”

“이 친구야. 장기의 핵심은 마(馬)야 마. 마가 없으면 끝이야.”


장기를 두는 노인들끼리 실랑이가 붙었다.


“왜 내려가라는 거여? 젊은 친구가 버릇없이 어른에게 이래라 저래랴야? 여기 전세라도 냈어?”


심판을 보던 노인이 따지듯 물었다.


“위험하니까요.”

“위험?”

“네. 어서 내려가세요.”

“위험은 무슨 위험?”

“그러게. 제일 위험한 건 우리 나이야. 언제 훅 갈지 모르거든.”

“클클클, 그렇지 그래.”


노인들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경고했습니다.”


괜한 희생자가 나오는 것은 원치 않는다. 경찰로 복직할 테고, 동생도 경찰이니까. 경찰은 사람을 지켜야 하니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의 생명까지 전부 신경 쓰면서 동생을 지킬 수 없다. 내 우선순위는 철저하게 동생 한애솔이 먼저다.


노인들에게 경고한 후 공터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장기를 두던 노인들의 나를 향한 시선이 느껴졌다.

도대체 뭐 하는 놈이기에 위험하다고 하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공터 중앙에 섰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햇볕이 좋았다.


“뭐가 위험하다는 거여?”

“미친놈 아녀?”

“근디 저 옷······ 어서 본 거 같지 않어?”


노인들은 나름 자신들만의 기억력과 논리를 가지고 추론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추리닝이잖어.”

“저거 귀환자들 옷 아니냐고.”

“귀환자 옷? 아! 그 귀환센터인지 지원센터인지 뭐시기에서 주는?”

“그렇지. 그런디 귀환자 말 들어야 하는 거 아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정작 노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역시 노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묘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하늘뿐이다.

그런데 왠지 뭐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묘한 느낌에 집중할 수 없었다.

주변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노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여? 뭐여? 저기 뭐여?”

“와! 난 처음 보는디?”

“누군 본 적 있냐? 근디 저게 말로만 듣던 게이트라는 거 아녀?”


말 그대로 내 앞에 게이트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스파크가 튀고, 공간이 일그러졌다.

게이트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서로 다른 공간을 이어주는 것이니까 공간을 일그러트려 붙이는 거다.


“진짜네. 진짜야. 여기에 다 게이트가 나타나네. 그런데 저 청년은 왜 저기 서 있는 거여?”

“아 귀환자잖어.”

“귀환자면 뭐 저런 거 처리하라는 의무라도 있는 거여?”

“그건 아니어도 뭔가 하려는 거겠지.”

“그런데 옷은 좀 아니다. 너무 촌스러.”

“그러게. 나쁜 놈들 옷 좀 이쁜 거 주지.”


문득 내 옷이 정말 이상한가 싶었다.

다들 촌스럽다고 하니 말이다. 내 눈엔 좋아 보이는데.


“안 내려갈 겁니까?”


나는 다시 노인들을 슬쩍 보며 물었다.


“어차피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재밌는 구경거리 났는데 봐야지.”


아무래도 노인들은 안 내려갈 모양이다.

어느새 공원 이름이 적힌 큰 바위 뒤에 숨어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영상 촬영도 잊지 않았고.


“왜? 찍게?”

“방송국에라도 보내면 대박 날 걸?”

“하긴. 그나저나 저 청년 죽으면 어쩌냐?”

“설마······ 죽으려나? 귀환잔디?”

“에이, 괜찮겄지. 자신 있으니까 나섰겄지.”


노인들의 걱정인지 오지랖인지 확인 안 되는 관심을 뒤로 하고 점점 형태를 잡아가는 게이트를 바라봤다.

마트에서 본 게이트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게이트였다. 마력량도, 그리고 크기도.


드디어 게이트가 완성되었다. 동시에 안에서 엄청난 냉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은 마치 모든 것을 얼려 버리려는 듯이 게이트 밖으로 휘몰아쳤다.


게이트를 중심으로 주변의 바닥이 하얗게 얼기 시작했다.

이대로 놔두면 노인들이 숨어있는 곳까지 퍼질 거고, 노인들은 그대로 얼어버릴 것이다.

게다가 야산 전체를 얼려 버릴 수도 있었다. 그만큼 차가운 냉기였다.


물론 이 정도 냉기는 나를 어쩌지는 못한다. 그리고 냉기를 통해 안에서 뭐가 나올지도 대충 짐작이 됐다.

드디어 게이트 안에서 몬스터가 걸어 나왔다.

내 예상이 맞았다. 웬디고였다.


키는 5미터 정도.

하얀 순백의 동공, 새하얀 피부와 털은 마치 얼음 칼날을 보는 듯했다.

웬디고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하아아아아


웬디고의 입에서 새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와 나를 덮쳤다.

내 몸이 조금씩 얼어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얼음으로는 나를 어쩌지 못한다.

나를 덮었던 얼음은 순식간에 가루처럼 깨져나갔다.


“얼마나 됐다고 벌써 나란 존재를 잊은 걸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널 보낸 게 누구지?”


웬디고를 보며 물었다.

하지만 웬디고는 크게 포효했다. 동시에 한 손을 들어 그대로 나를 향해 휘둘렀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것은 웬디고의 팔이었다.

웬디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왜 자신이 팔이 떨어진 것인지 이유를 모르는 듯했다.

게다가 자신이 공격했던 나는 멀쩡하게 서 있으니 더욱 이상하겠지.


웬디고는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팔을 주워들어 잘린 단면에 붙였다.

얼음이 얼면서 팔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움직이기까지 했다.


-하아아아아


웬디고는 화가 난 듯 인상을 쓰며 나를 노려봤다.


“넌 안 되겠다.”


대화를 하려 했다.

마왕 출신이다 보니 몬스터와 대화가 가능했다.

물론 몬스터가 솔직히 달변가는 아니다. 기본적인 대화일 뿐이다. 그래도 대화를 해보려 했다.

하지만 웬디고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면서도 대화하려 하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다. 자신을 보낸 존재가 더 강하다고 여기는 거다.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500년을 살아온 마왕이었는데 고작 웬디고에게 평가받다니.


나는 기운을 끌어 올렸다.

동시에 나를 노려보던 웬디고의 표정이 굳어지는 게 보였다.


***


한애솔은 식탁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좁은 집이라 편하게 기댈 소파를 놓을 공간도 없다.

좁고 긴 주방과 거실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공간, 거기에 화장실과 방 두 개가 전부인 집이다.

이제 이곳에서 오빠와 살아야 한다.


불편하냐고?

당연히 불편하다. 하지만 오빠라는 존재가 불편한 것은 아니다. 그저 좁은 집에서 둘이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판 불편함일 뿐이다.


오빠를 위해서였다.

대기업을 포기하고 경찰이 된 것도, 사람들의 실종에 관심을 갖고 파헤치기 시작한 것도 오로지 오빠를 위해서였다.

오빠는 언론에 나온 것처럼 집단 실종자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절대로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어느 날 첫 귀환자가 나왔다.

마법진과 함께 나타난 사람은 자신이 이세계에 있었다고 했다.

당연히 처음에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귀환자들이 늘어나면서 그의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때 알게 되었다.

실종된 수많은 사람들이 이세계로 갔다고, 그곳에서 용사로, 전사로, 마법사로 마물들과 싸웠다고.

그런데 그곳에서 죽었다는 사람이 귀환한 것이다. 이세계에서의 죽음이 곧 지구로의 귀환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때부터 오빠를 기다렸다.

돌아올 수 있다고 믿었다.

사람들은 계속 돌아왔다. 전 세계에서.

한 용사가 돌아와 마왕과의 본격적인 전투에 대해 말해줬다.

그러고 나서 실종 5년째 되는 어느 날 드디어 오빠가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세계에서 500년을 살았다고 했다. 거기에 마왕이었다고 했다.

수많은 마족과 몬스터가 자신의 부하였다고 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몬스터를 해치우는 걸 한애솔은 처음부터 다 봤다.

압도적이었다.

경찰로서 몇 번 게이트를 나온 몬스터를 처리하는 귀환자를 본 적이 있다.

그때는 강하다는 느낌은 들어도 오빠에게서 느꼈던 압도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오빠는 복직한다고 했다. 경찰로. 마왕으로 살다가 경찰로 살 수 있을까?

마왕의 본성이 튀어나오는 것은 아닐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앞으로 자신의 삶이 무척 크게 바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마왕의 여동생으로서.


“마왕의 동생? 마왕의 여동생? 으으으- 무슨 삼류 소설 제목 같아.”


한애솔이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빠는 세상에 알리지 말라고 했지만, 알리라고 해도 절대적으로 반대다. 죽었다 깨어나도 알리지 않을 거다.


한애솔은 주머니의 핸드폰을 꺼냈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도 이상하지 않은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핸드폰을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배터리가 다 되었는지 꺼져 있었기 때문이다.

한애솔은 서둘러 핸드폰 충전기를 연결했다.

핸드폰이 켜지며 수많은 메시지 신호음이 울렸다.


[인마! 왜 연락이 안 돼? 살아 있는 거냐?]

[현장에선 너 못 찾았어. 무슨 일 있냐?]

[뒈졌어? 너 뒈졌으면 내 손에 죽는다! 연락 빨리 안 하냐?]

[정말 뭔 일 있는 거야?]


이러다 큰일이 날 것 같아 한애솔은 충전기를 끼워놓은 채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울리자마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야! 인마! 연락이 왜 안 돼?


최인철 경위의 화난 목소리가 수화기 안에서 터져 나왔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너 뒤진 줄 알았잖아.

“괜찮습니다.”

-후- 식겁했네. 치우는 만난 거야?

“네. 만났습니다.”

-그런데 마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특경 애들이 들이닥쳐서 우린 상황을 몰라. 다친 사람은 없다고 하니까 너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락이 안 되니 답답해서 원. 갑자기 화나네.

“죄송합니다. 배터리가 방전되는 바람에······ 그리고 오빠는······”


문득 한애솔은 말을 멈췄다.

오빠의 정체를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지금 통화하는 최인철 경위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경찰이었던 오빠의 사수이기도 했던 사람이니까.

그래도 오빠가 마왕이었다는 말을 하는 것은 꺼려졌다.


“건강합니다. 아! 오빠 복직 신청했답니다.”

-뭐? 복직? 치우가?


화제를 돌리기에 이보다 더 적당한 게 없고, 성공했다.


“네. 요즘엔 복직 처리가 바로 되니까 아마 서에서도······”

-야! 확인해 봐! 한치우 복직!


갑자기 최인철 경위의 목소리가 멀리 들린다.

그러더니 고요하다. 그리고 뭔가 놀란 목소리들이 들렸다.


-진짜네! 치우 이 녀석 복직 신청했어. 이세계에서 왔으면 다른 거 해도 되잖아. 그 녀석 이세계에서 뭐 했었대?

“그건 저도 잘······”


한애솔을 모르는 척했다.


-뭐, 복직하면 알 수 있겠지. 어쨌든 괜찮은 거 맞지?

“네. 맞습니다.”

-알았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보자.

“네!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졌다.

한애솔이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문득 산책한다며 나간 오빠가 어디에 있을지 궁금했다.


한애솔이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그녀의 시야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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