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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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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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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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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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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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처음에는 농담이거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이런 식의 보이스피싱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었기 때문이다.


-한애솔 씨? 듣고 계신 거죠?


하지만 한애솔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네. 듣고 있습니다.”

-지원센터 2층 대기실로 오전 11시까지 오셔서 만나시면 됩니다.


이건 보이스피싱 따위가 아니다.

지원센터에서 직접 연락한 거다.

오빠를 찾았다. 오빠가 돌아왔다. 5년 만에.


“아,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그녀의 심각한 분위기에 최인철 팀장이 인상을 쓰며 다가왔다.


“뭐야? 한 경장. 뭔데 그렇게 심각해?”

“그게······ 지원센터에서 연락이 왔는데······ 오빠가 돌아왔답니다.”


순간 내부가 조용해졌다.

최인철 팀장부터가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치우? 치우가?”

“저한테 오빠는 한치우뿐이니까 맞겠죠.”


다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중 최인철 팀장이 제일 그랬다.

한치우가 자신의 밑에 있을 때 한치우가 실종되었다.

그때 이후로 한치우의 동생인 한애솔을 볼 때마다 빚을 진 기분이었다.

그녀가 경찰이 되고 나서도 자신이 계속 돌봐준 이유이기도 했다.


“그······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11시까지 지원센터로 오랍니다.”

“그래? 잘됐네. 오늘 반차······ 아니다. 반차가 아니지. 휴가 내. 휴가계 쓰고······ 아냐. 그거 내가 써줄 테니까 넌 그냥 빨리 가. 빨리 가서 치우 만나. 알았지?”

“그, 그래도 됩니까?”

“됩니까가 뭐야? 당연히 그래야지. 빨리 가. 빨리 가서 만나.”


한애솔은 쫓겨나듯 경찰서를 나왔다.

운전대를 잡고 나서도 곧바로 출발하지 못했다.

믿을 수 없었다.

그토록 간절하게 찾아다녔는데 이렇게 나타나다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스스로 화들짝 놀라며 눈물을 손으로 훔쳐냈다.

아무리 실종됐던 오빠라고 해도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는 없다. 그런 나약한 모습은 절대 안 된다고 다짐하며 한애솔은 차를 몰아 귀환자 지원센터로 향했다.


지원센터에 차를 주차하고 안내 데스크로 갔다.

한애솔이 나타나자, 로비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늘씬한 키와 균형 잡힌 몸매, 그리고 보이시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단발머리까지.

누가 봐도 매력 넘치는 아름다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애솔은 주변의 시선 따위는 개나 주라는 듯 외면하며 곧바로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가족분이 돌아오신 거예요? 축하드려요!”


지원센터의 안내 데스크를 지키는 귀여워 보이는 여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줬다.


“2층 대기실로 가셔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지금 아마 영상 시청각 자료를 보고 있을 겁니다. 곧 끝나니까 조금만 기다리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한애솔은 감사 인사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꽤 넓은 대기실이었다.

소파가 군데군데 놓여 있는 쾌적한 분위기였다.

한애솔 외에도 몇 명이 더 대기하고 있었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가족을 기다리는 그들 역시 들뜬 표정이었다.


한애솔이 구석 소파에 앉았다.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와서 닿았다.

한애솔은 주머니에서 경찰 신분증을 꺼내 목에 걸었다. 그제야 자신을 향하던 시선들이 슬금슬금 사라졌다.


왠지 기다리는 동안 점점 초조해지며 갈증이 났다.

동전을 꺼내 자판기 커피를 뽑아 들어 한 모금 마시려 했다.

그때였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나타났다.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촌스러운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그중 한 남자의 모습이 유독 한애솔의 눈에 띄었다.


5년 전 모습 그대로의 한치우였다.

한치우도 성큼성큼 한애솔을 향해 다가왔다.


“오······”


한애솔이 울먹이며 한치우를 부르려 했다. 드디어 한치우가 다가와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의 손은 정확하게 한애솔의 손에 들린 자판기 커피를 빼앗아 갔다.


“와! 이거 먹고 싶었어. 얼마 만에 먹어보는 커피인지 모르겠다.”


한치우가 커피를 한 모금 음미했다.

다른 가족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등 난리가 났다. 하지만 한치우와 한애솔은 그들 사이에 마치 고립된 섬 같았다.


“캬! 한 잔 더 먹을 수 있을까?”


비어버린 종이컵을 손으로 구기며 한치우가 해맑게 말했다. 물론 한애솔의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야 이 새끼야!”


한애솔의 외침이 대기실에 울렸다.

다른 귀환자와 가족들의 시선이 한치우와 한애솔을 향했다.


“5년 만에 나타나서 한다는 얘기가 자판기 커피 맛있다고? 니가 사람이야?”

“한 번도 못 먹어봤단 말이야. 이런 걸 어디서 먹어.”

“그래도 그렇지. 5년 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이 쓰레기 만난다고 긴장했던 내가 한심하다.”

“쓰레기라니? 오빠한테.”

“맞아. 오빠한테 쓰레기라니. 쓰레기는 재활용이라도 되는데. 넌 그냥 폐기물이야.”


사람들은 한치우와 한애솔이 남매 사이인 걸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인이 아닌 남매라면 저렇게 싸울 수 있다는 암묵적인 인정의 고갯짓이었다.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찾아다니고······ 그런데 고작······”


한애솔이 감정에 복받친 듯 울먹였다. 그런 그녀에게 한치우가 다가가 그대로 와락 끌어안았다.


“놔! 놔! 이 새끼야!”


한애솔이 버둥거렸다.


“다녀왔어.”


버둥거리던 한애솔의 팔다리가 서서히 멈췄다. 그러더니 한치우의 옷을 붙잡았다.

그녀의 어깨가 떨렸다.


한치우가 동생을 품에서 떼어낸 후 머리를 쓰다듬었다.


“늦어서 미안.”

“하지 마.”


한애솔이 인상을 썼다. 그렇다고 오빠의 손길을 피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런데······”


한치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 고쳤냐?”


순간 한애솔의 얼굴이 다시 와락 일그러졌다.


“화장한 거다. 죽고 싶냐?”


그렇게 남매 사이는 다시 불이 붙었다.


“화장술이 엄청나네.”

“네가 진짜 죽고 싶구나.”


둘의 티격태격은 대기실을 나갈 때까지 이어졌다.


***


익숙한 풍경이 차창 밖으로 빠르게 흘러갔다.

동생인 한애솔이 운전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 표정은 굳어 있었다.

한동안 놀려댔더니 어느새 이런 표정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다.

그녀에겐 5년이지만 나에게는 500년이다.

그만큼의 시간을 뛰어넘기 위해서 내가 선택한 것은 장난이었다. 그 장난에 동생은 삐친 것 같지만.


“미안해. 장난이야.”

“나 얼굴 안 고쳤거든.”


아! 그 부분이었나.


“그냥 농담한 거야. 몰라보게 예뻐져서 그런 거지. 오랫동안 못 봤으니까.”


내 말에 조금 풀인 인상을 하며 동생이 나를 봤다.


“고작 5년이잖아.”

“이세계에선 시간이 달라. 나한텐 5년이 아냐.”

“얼마나 있었는데? 이세계에?”

“그냥······ 좀 오래.”


대충 얼버무렸다. 500년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언젠간 동생에게 진실을 말할 거다.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하지만 만나자마자 충격에 빠트리고 싶지는 않았다.


“짜증 나! 이세계에 오래 있었다면서 늙지도 않았어.”


그러고 보니 나는 나이를 먹지 않았다.

용사들도 몇십 년을 살면서 전혀 늙지 않았다.


“넌······ 좀 늙었구나.”

“죽을래?”


다시 장난기가 발동했다.


“이젠 누나가 되어버렸어.”

“그래. 잘됐네. 이참에 누나한테 좀 맞자.”


한애솔이 손을 뻗었고, 나는 요리조리 피했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어다가 이내 다시 차 안은 조용해졌다.


그저 따로 떨어져 지냈던 삶이 아니다.

실종이라는 이름으로 분리되어 지냈었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에게 아물지 못하는 상처가 되어 남았다.

동생을 지켜주라는 부모님의 유언을 지키지 못했던 나에게도, 말은 안 하지만 내가 실종되던 날 나에게 마지막으로 퍼부었던 동생의 독설도.


“내가 했던 말······”


동생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날의 기억을.

500년 전의 기억을. 그럼에도 생생하고 선명한 아픔을.


“경찰 오빠 따윈 필요 없으니까 꺼지라고 했던 말······”


그래. 그렇게 말했지.


“미안해. 그런 말 해서.”


한애솔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마도 5년 동안 내내 저 말을 품고 살았을 거다.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라며.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보내고 혈육이라고는 둘만 남았다. 그때부터였을까, 사이가 안 좋아진 것이.


“이미 오래전 얘기야.”


오래전 얘기다. 나에게는. 무려 500년 전의 얘기니까.

한애솔이 나를 봤다.


“앞에 봐. 운전하는 녀석이.”


동생의 눈가가 촉촉하다.


“나이를 먹더니 울보가 됐네.”

“놀리지 마.”

“그런데 넌 왜 경찰이 된 거야? 대기업 가겠다고 했잖아.”


궁금한 걸 물었다.

경찰 따위는 급여도 쥐꼬리라며 나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던 동생이었다.

그런 그녀가 귀환해 보니 경찰이 되어 있었다.


“세상이 변했잖아.”


더 이상 동생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멀리 검문을 하는 경찰의 모습이 보였다.

동생의 차가 부드럽게 검문 차량 앞에 멈춰 섰다.


“어? 한 경장님?”

“무슨 일이야?”


꽤 익숙하게 들렸다. 경장이라는 동생의 직위도 의외다.


“수배범이 나타났다는 신고가 들어와서요.”

“수배범?”

“그 왜······ 연쇄······”

“아! 그래. 수고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옆에는 애인이십니까?”


경찰이 빙긋 웃으며 물었다.


“야! 죽고 싶냐?”

“죄송합니다!”


죽고 싶냐는 말이 동생의 시그니처 대사인 모양이다. 다른 경찰에게도 사용하는 걸 보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몇몇 경찰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임시 검문소를 지나쳤다.

하지만 검문소를 보면서 내 기억은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


“후- 부세요. 더- 더- 더-”


늦은 밤, 도로 가운데를 막고 세워진 바리케이드 앞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음주 운전 검사를 할 때마다 벌어지는 광경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더 난리가 난다.

한 번만 봐달라는 사람은 오히려 양반이다. 자신이 누군지 알고 있냐며 따지는 사람, 검사랑 판사랑 친하다며 거들먹거리는 사람, 무조건 도망치려는 사람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만날 수 있다.

지금도 대통령 이름을 들먹이며 진상을 부리던 사람 하나를 붙잡아 경찰차에 태워 보낸 참이다.


“힘들지? 한 순경!”


선배 경찰이 다가와 물었다. 최인철 경사였다. 나한테는 사수이기도 했다.


“할만합니다.”

“할만은······ 아무리 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이거야. 음주 단속. 도대체 왜들 하는지 몰라.”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나저나 미안하다. 오늘 근무 1년인데 축하도 못 해주고 이런데 끌려 나오게 해서.”

“괜찮습니다. 1년이 뭐가 중요합니까.”


오늘이 내가 경찰이 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햇병아리가 그래도 1년이라는 시간을 버티고 제법 경찰 티를 내던 때가 바로 지금이었다.


“그래도 새벽에 여는 집이 있으니까, 일 마무리 하고 한잔하고 들어가는 거야.”

“괜찮습니다.”

“괜찮긴 인마. 너 핑계 대고 우리라도 좀 마시자는 거야. 그러니까 넌 잠자코 따라오기나 해.”

“아! 그런 겁니까?”

“넌 어째 1년이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신입 같냐?”

“초심입니다. 초심.”

“웃기고 있네.”


최인철 경사는 물론 한치우도 킥킥 웃었다.

그때였다. 불길한 소리가 들린 것이.

요란한 배기음 소리와 함께 고급 스포츠카가 달려오고 있었다. 문제는 속도였다.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그대로 뚫고 지나갈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다.


“한 순경! 피해!”


최인철 경사의 외침이 들렸다.

하지만 당시 나에게 선배의 목소리는 멀리 꿈속에서 들리는 몽환적인 울림에 지나지 않았다.


강렬한 헤드라이트 불빛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내 몸이 허공에 떠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죽음을 생각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왜 집을 나올 때 들었던 동생의 마지막 말이 떠오르는지는 알 수 없었다.


“고작 경찰 따위로 뭘 하겠다는 거야? 우리 엄마 아빠 죽인 범인이라도 잡으시려고? 꿈 깨! 이미 끝난 일이야. 너나 잘하라고, 너나.”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의식이 끊어졌다.

그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세계였다.

첫인상은 황량함이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이 나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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