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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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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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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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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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투박하게 생긴 기계장치를 보며 순간 고민했다.

내 능력이 측정될까? 측정된다면 얼마나 나올까?


“이제까지 측정된 최고 능력치가 얼마나 됐죠?”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혹시 최고를 노리세요?”

“그건 아닌데······ 궁금해서요.”

“900이 조금 넘었던 것 같은데······ 자세한 건 기억이 잘 안 나네요.”


900이라. 그게 가장 높은 거라니 높은 거겠지.


“그러면 기계가 측정할 수 있는 최고치가 얼맙니까?”

“999까지 측정할 수 있어요.”

“그러면 거기까지 갔던 적은 없는 거군요.”

“네. 없어요. 정말 도전하는 거 아니에요?”


간호사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눈웃음도 잊지 않았다.


“하하하. 아뇨. 아닙니다.”

“어머! 성공하면 데이트해 드리려고 했는데.”


아주 꼬리치는 스킬이 장난 아닌 간호사다.

하지만 솔직히 걱정되긴 했다.

내가 최고 수치가 나와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 말이다.

물론 이 모든 걸 다 팽개치고 뛰쳐나갈 수도 있다. 그 정도의 능력은 된다.

하지만 기껏 지구로 돌아온 게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앞으로 평범하게 살아갈 기회가 날아가 버리는 셈이니까.


“말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정중하고도 완곡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힌 후 기계 장치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는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다.

왠지 올바른 주문을 외우지 않으면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 같은 문이 서서히 닫혔다.


서서 받는 MRI 같은 기분이었다.

사방이 막힌 원통에 갇힌 기분이 묘했다.

이런 기분 때문에 폐소공포증이라는 게 생길 수도 있겠다는 게 이해됐다. 확실히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원통의 안쪽에서 내 몸을 향해 빛이 사방에서 쏘아졌다.

몸의 이곳저곳을 빛이 관통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10분쯤 지나자, 측정이 마무리되었는지 원통이 열렸다.

간호사는 미소를 머금은 채 기다리고 서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이제 곧 수치가 나올 거예요.”


모니터가 보였고, [loading]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모니터에 내용이 바뀌었다.


삐삐삐-


그런데 나온 것은 수치가 아니었다.


[error]


모니터에 선명하게 적인 것은 수치가 아닌 에러라는 단어였다.

나도 모르게 안도했다. 하지만 간호사는 당황한 게 역력했다.


“어머! 이게 왜 이러지? 갑자기?”


간호사가 기계를 이리저리 살폈다. 하지만 그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했다.


“이런 적이 또 있었나요?”

“아뇨. 처음이에요.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간호사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측정 장치가 좀 이상해요. 와서 좀 보셔야겠어요. ······ 네? 언제요? ······ 어쩔 수 없죠. 알겠습니다.”


간호사가 전화를 끊고는 나를 보며 예의 미소를 지었다.


“죄송해요. 기계가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손보는 데 며칠 걸릴 것 같다니까 나중에 다시 와서 측정하시면 될 거 같아요.”

“아! 그런가요?”


다행이다. 며칠 걸린다니. 또 금방 되는 줄 알고 긴장했잖아.


“그러면 마지막 면담 장소로 가시죠.”


나는 간호사를 따라 다시 이동했다.

이번엔 검사복이 아닌 다른 옷을 받아 입었다.

녹색 트레이닝복이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삼선 줄무늬가 있는.


간호사가 안내하는 방은 작은 취조실처럼 보였다.

하얀색 철제 탁자에 역시 하얀색 철제 의자가 전부였다.


“여기 계시면 곧 상담사가 올 겁니다.”


간호사는 떠나갔다. 방 안에 덩그러니 나 혼자 남았다.

다시 생각해 봐도 측정 장치가 에러가 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런데 이제껏 에러가 한 번도 안 난 장치가 왜 에러가 난 걸까?


조금 있다가 한 남자가 들어왔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였고, 그의 손에는 서류철이 들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몸은 좀 어떠십니까?”

“괜찮습니다.”


확실히 막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지럽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다행이네요.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남자가 서류철을 슬쩍 보며 물었다.


“한치우 씨······ 본인 맞죠? 지문으로 알아낸 겁니다.”

“네! 맞습니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하니까······ 몇 가지 질문을 좀 하겠습니다. 이세계로 떠나기 전 살던 집 주소 기억합니까?”

“동작구 노량진······”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집 주소를 말해줬다.

노량진의 작은 반지하. 그곳에서 꿈을 키웠고 그 꿈을 이뤘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갑자기 이세계로 끌려갔다.

마왕으로 무려 500년을 보냈지만, 이세계로 갔을 때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했다.


“주민등록번호는요?”

“가족 관계는?”

“이세계로 가기 전의 직업은?”


남자는 여러 질문을 했고, 모든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했다.


“확인됐습니다. 한치우 씨. 설명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2030년입니다. 한치우 씨는 5년 동안 실종 상태였습니다. 이세계에 가셨던 거지만.”

“특경 사람이 말해줬습니다. 2030년이라고.”

“그래요? 그러면 설명이 좀 쉬워지겠군요. 이세계와 지구의 시간 흐름이 다르다는 건 아시겠죠? 덕분에 적응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몇 가지 달라진 건 있지만 아마 괜찮을 겁니다.”


당연히 알고 있다. 이세계에서 500년이지만 지구에서 고작 5년이었으니까. 괜찮을 거라는 뒷말이 약간 걸렸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문서를 좀 작성해 주세요. 시간은 넉넉하니까 서둘지 않아도 됩니다.”


남자가 서류철을 내밀었다.

그런데 서류철이 아니었다. 이제껏 서류철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태블릿이었다.

정말 서류철처럼 얇은 것이 확실히 기술의 발전이 보였다.


남자가 내민 태블릿에 있는 것은 이세게에서의 나에 관한 질문이었다.

즉, 이세계에서의 내 직업, 능력, 시간 등 질문이 많지는 않았지만 핵심적이었다.


[이세계에서 직업이 뭐였습니까?]

[이세계에서 몇 년이나 생활했습니까?]

[이세계에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습니까?]

[이세계에서 자신을 죽인 존재를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다면 무엇이고 누구입니까?]

[이세계에서 어느 시대에 살았습니까?]

[이세계에서 살던 지역은 어딥니까?]

[이세계에서 사용한 주요 능력은 무엇입니까?]


그야말로 이세계에서의 내 모든 것을 까발려야 하는 질문들이었다.

문득 생각했다.

사실대로 적어야 할까?

아니면 거짓으로 적을까?

다행하게도 능력 측정 장치가 에러가 나는 바람에 아무도 내 능력 수치를 모른다는 거다.

이건 기회다.


“여기 적은 내용이 일반에게 공개되나요?”

“아뇨. 내부용입니다. 이런 내용은 민감한 부분이니까요.”


그렇지. 민감한 부분이지. 누가 더 강한지 서로 싸우기 딱 좋은 정보니까.

그렇다면 장치의 에러를 빌미로 나도 대충 적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왕이었다고 적었다간 난리가 날 것 같으니 말이다.


태블릿 사용법은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아 나도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대충 평범해 보이는 삶을 적어 넣은 후 남자에게 건넸다.

남자가 서류를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셨네요.”


다행히 별다른 의심은 받지 않았다.


“그게 평범한 삶인지는 어떻게 압니까?”

“상당수 다른 귀환자들도 비슷했거든요.”

“다른 귀환자들? 아! 제가 처음이 아니군요. 하긴 귀환자 지원센터라는 것도 만들어졌는데······ 제가 처음일 리가 없죠.”


조금은 어리숙하게 보이도록 연기까지 슬쩍 추가했다.


“하하하. 그럼요. 오늘만 전국적으로 100명이 넘게 귀환했는데요.”


의외의 숫자다. 하루에 100명이라니.


“한국에서만 15만 명이 넘게 실종됐었어요.”

“실종이요?”

“네. 아! 모르시겠구나. 지구에선 대실종의 날이라고 부릅니다.”


대실종의 날이라니.


“이 조사 끝나고 시청각 영상 교육이 있을 겁니다. 거기에 자세히 설명이 나와 있어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대실종의 날, 하루에 귀환자 수가 100명 이상 등은 확실히 충격적인 정보였다.

하긴, 생각해 보면 인간들이 너무 많이 이세계에 소환된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지금 지구로 돌아온 사람들 숫자가 대략 구만 명 정도 됩니다.”

“구만······”

“엄청나죠? 앞으로도 만 명이 더 와야 해요.”


한국인만 십만 명이나 이세계로 넘어갔단 말인가? 전세계에서 도대체 얼마나 이세계로 넘어갔다는 건가?

왠지 어이가 없는 수치가 나올 것만 같다.


“놀라셨죠? 전 세계적으로는 오백만이 넘어요.”

“오백만······ 하하. 정말 놀랍네요.”


놀랍다. 오백만이라니.

그러니 용사들이 떼거리로 덤벼들지.


“이세계에서 죽었을 때 지구로 귀환하는 시스템이죠. 귀환자들의 인터뷰가 이런 사실을 파악하는 데 꽤 큰 도움이 됐어요.”


나도 죽었다. 용사들에게. 그래서 지구로 돌아왔다.

그 말은 내 손에 죽은 자들도 지구로 돌아왔다는 말이다. 수많은 용사들이 말이다.

이거 비밀 유지가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겠다.


남자는 내 앞에서 태블릿을 작동시켰다.

문서 종류가 바뀌었다.


“기본 사항만 입력하시면 실종 절차가 해제되고 복원된 신원으로 신분증이 발급될 겁니다.”


나는 서류를 작성했다. 말 그대로 기본 정보들만 입력하고 완료되었다.


“이건 지금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복직 신청서인데······

“복직이요?”


조금 놀랐다. 복직? 원래대로 경찰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네. 뭐 이세계에서 왔으니 다른 직업을 알아봐도 됩니다. 하지만 원한다면 우선적으로 복직할 수 있습니다.”


복직이라.

경찰이 되는 것은 내 꿈이었다.

부모님이 음주 운전 차량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 범인은 끝내 잡지 못했다.

경찰이 되고자 했던 이유였다. 그리고 힘들게 경찰이 되었을 때 정말 기뻤다.

불과 1년 만에 이세계로 가게 되었지만.


“대부분 길드에 소속되거나 대기업에 직접 소속되어 경비 등의 일을 합니다. 일반 경비는 아니고 몬스터에 대비하는 경비라 대우도 좋죠.”


그렇단다. 대우가 좋단다.

문제는 귀환자들이 중심이라는 것이고, 그들 중에는 정말 나에게 목숨을 잃은 자들이 있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기껏 감춘 마왕이라는 사실이 공개될 수도 있었다.

내 정체를 감추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복직 신청을 하겠습니다.”

“네.”


남자는 복직 신청 서류를 태블릿에 띄웠다.

이 역시 무척 간단했다.

그 외에 금융 거래 확인서 등의 몇 가지 서류를 더 작성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절차가 모두 끝났다. 신분증이 오늘 나온다고 했고, 그걸 받으면 계좌 개설도 가능하다고 했다.

복직에 대한 공식 문서도 오늘 받아볼 수 있다고 했다.


“시청각 교육실로 안내될 겁니다. 끝나고 대기실로 가면 가족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가족······ 이요?”

“네. 연락했으니까 아마 오고 있을 겁니다.”


나에게 가족은 동생뿐이다. 동생이 오고 있다는 말일까?


“그러면 제 동생이······?”

“네. 맞아요. 동생분도 지금 경찰이더라고요.”


뭐? 경찰? 대기업에 당당히 들어가겠다고 했던 녀석이 왜 갑자기 경찰을?

나는 의문을 뒤로하고 시청각 교육실로 안내되었다. 여기가 마지막 절차라고 했다. 나 외에도 몇 명이 더 시청각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곳에서 약 30분가량의 시청각 자료를 봤다.

대실종이 있고 지구가 어떻게 변했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돌아왔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을 설명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자료였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건 참 잘 만든다.


그리고 귀환자로서 저지르는 범죄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었다.

내가 경찰이어서 그런지 귀환자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들의 잔인함이 더 신경이 쓰였다.


시청각 교육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 대기실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었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내 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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