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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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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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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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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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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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문을 열고 나온 것은 두 명의 길드원이었다.

문에서 기웃거리던 남자가 화들짝 놀라 뒤로 벌렁 넘어졌다. 분명 우스꽝스러운 장면인데 아무도 웃지 않았다. 아니 웃지 못했다.


“씨발! 이런 씨발!”


여전히 도끼를 손에 쥔 나무꾼이 계속 쌍욕을 했다.

옆에서 해머를 든 광부는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었다.

그럴 거다. 대장장이 동료가 오크 전사에게 한 방에 목숨을 잃었으니까.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보고 수군거렸다.


“귀환자라며? 길드 아냐?”

“귀환자는 맞아요. 그런데 약한 거지.”

“마트 쪽은 출신 직업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계약한 거야?”

“얼마나 약한 거야?”

“그만 해. 동료가 죽었잖아.”

“약하니까 죽었지.”


한애솔이 듣기에도 민망한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게다가 소곤거린다고 하지만 누구나 다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씨발 닥쳐!”


결국 참지 못하고 나무꾼이 소리를 질렀다.

거기에 분을 이기지 못해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려 했다. 그의 앞을 한애솔이 막아섰다.


“그만하죠.”

“씨발 뭘 그만해!”

“체포되고 싶어요?”

“체포? 흥. 경찰 따위가 귀환자를 건드려? 전부 다 죽여줄까?”


나무꾼이 도끼를 든 손을 치켜들었다.

사람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한애솔은 그대로 서 있었다. 나무꾼의 눈을 피하지도 않았다.


“안에 혼자 있는 당신 오빠! 죽을 거야!”

“뭐?”


나무꾼이 비릿하게 웃었다. 오히려 광부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도 어쩌지 못하는 놈들을 혼자서 상대한다고? 웃기고 있네. 아주 처참하게 갈기갈기 찢겨서 죽을 거야.”


독설도 이런 독설이 없었다.


“네 잘난 오빠의 시신이나 수습할 준비 해. 아니지, 곧 오크 전사가 저 문을 열고 뛰쳐나올 거야. 그러니까 다들 모가지 닦고 죽을 각오들이나 하셔!”


순간 한애솔이 나무꾼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뻑!


“억!”


나무꾼의 코에서 피가 퍽 터져 나왔다.


“꺼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무꾼 씨!”


순간 나무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그걸 어떻게?”

“오빠가 알려주던데? 딱 보면 수준이 보인다고. 왜? 당신들은 그런 거 못 하나 봐?”

“이런 씨발······”


하지만 이번엔 마트에서 나온 사람들이 우르르 한애솔의 뒤로 다가갔다.

일반인이지만 수십 명이나 된다.

나무꾼이나 광부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아는지 물러났다.

게다가 한애솔의 상대를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도 한몫했다.


“여러분들은 빨리 피해요.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한애솔이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마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어! 안 돼요!”


사람들이 한애솔을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리고 말았다.


마트 안으로 들어온 한애솔이 주변을 살폈다.

마트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차곡차곡 진열되어 있던 물건들은 사람들이 대피하는 데 휩쓸려 사방에 나뒹굴고 있었다.

허리춤으로 손을 뻗은 한애솔은 그러나 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휴가를 얻어 오빠를 데리러 온 것이기에 총은 반납한 상태였다.


한애솔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마트 안은 고요했다.

멀리 게이트의 일렁임이 보였다. 그곳에 오빠가 있을 것이다.

한애솔은 서서히 다가갔다.


***


인상을 썼다.

분명 밖으로 나갔던 한애솔이 다시 들어왔다. 도대체 왜? 놓친 사람이라도 있나?

하지만 마트 안에 사람의 기척은 없다.

그렇다면 나 때문에 다시 온 것이 분명했다. 여기에 온다고 도움이 되지 않는데 말이다.


“빨리 끝내야겠다.”


내 말에 오크 전사들이 움찔했다.


“놈을 본 적이 있나?”


오크 전사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후- 이름도 모르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얼굴도 모른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그의 말을 따르는 거고.”

-크르르르르

“그러니까. 압도적인 힘이라면 나에게서도 느껴질 텐데. 아직 모르는 건가?”


나는 기운을 아주 조금 더 끌어냈다.

동시에 오크 전사들이 휘청거렸다. 내 기운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나를 화나지 않게 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오크 전사를 향해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놈들은 아는 게 없다.

나는 오히려 게이트를 향해 말했다.


“너도 내 존재를 알기에 이러는 거겠지. 네가 뭘 하든 내 주변에 피해만 가지 않게 해. 그러면 간섭하지 않을게. 하지만 나와 내 주변을 건드린다면 내가 직접 나서게 될 거야.”


알아들었을 거다. 그것도 충분히.

나는 손을 횡으로 그었다. 그와 동시에 게이트가 콰직 깨져버렸다.

이제 오크 전사들은 돌아갈 곳도 없다. 그리고 세상에 풀어놓을 수도 없다.


“나 또한 너희들에게 별다른 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본능에 충실하다는 것도 알아. 나 또한 너희들과 같았으니까.”

-크르르르르

“애석하게도 이젠 나도 너희를 도울 수 없다.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주마.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약속이다.”

-크르르르르


나는 오크 전사들에게 다가갔다.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안 돼!”


고개를 돌려보니 한애솔이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안에 들어온 것은 알았는데 이렇게 가까이 왔다니 나도 몰랐다.


오크 전사 하나가 고개를 돌려 한애솔을 봤다.


-크르르르르


오크 전사가 이를 드러냈다. 적대적인 감정이 피어올랐다.


“하지 마.”


경고했다. 하지만 오크 전사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딱 봐도 외부의 기운에 의한 변화였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이를 드러낸 오크 전사가 탁한 눈빛으로 한애솔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한애솔은 얼어붙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도대체 왜 여길 들어온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내가 걱정돼서? 아무래도 내 정체를 말해줘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크어어어어


오크 전사가 소리를 지르며 한애솔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손에 든 거대하고 투박한 검을 휘두르려 했다.

한애솔이 눈을 질끈 감는 것이 보였다.

거대한 검이 한애솔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갑자기 한애솔을 공격하던 오크 전사의 몸이 허공에서 멈췄다.


“분명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젠 경고로 끝낼 순 없다. 내 동생을 노렸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거야.”


우두둑!


내 말이 끝나자마자 오크 전사의 팔이 꺾였다.

허공에서 팔이 전혀 다른 각도로 꺾이는 것은 나 스스로도 볼 때마다 충격이다.

내 기술이지만 그런 이유로 잘 쓰지 않았다. 정말 화가 날 때만 썼다. 상대에게 제대로 먹히는 기술이니까.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때다.


우두둑! 우둑! 콰직! 빠득!


허공에 멈춰 있던 오크 전사의 몸이 여기저기 뒤틀리고 꺾였다.

팔이 꺾어 등 뒤로 돌아가고, 다리가 꺾이며 가슴 쪽으로 파고들었다.

심지어 몸 밖으로 배출되던 피조차 몸 안으로 다시 흡수되어 버렸다.

오크 전사의 몸은 신체 구조상 불가능한 각도로 꺾이고 접히고, 압축되었다.

이미 원래의 형체를 벗어난 오크 전사는 육면체의 덩어리가 되어 바닥에 쿵 떨어졌다.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했잖아.”


나는 나머지 오크 전사들로 시선을 던졌다.

겁에 질린 표정이 보였다.


“너희들에게 결정권이 없었다는 건 이해한다.”

-크르르르르

“그래. 알아. 하지만 그게 용서의 이유가 되지는 못해.”


나는 살짝 발을 굴렀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다. 그와 동시에 내 앞에 겁먹은 채 서 있던 오크 전사 두 마리는 마치 무언가가 끊어진 듯 무너져 쓰러졌다.

최대한의 예우, 최대한의 고통 없는 죽음이다.


한애솔이 조심스럽게 내 옆으로 다가왔다.


“어, 어떻게 된 거야?”


한애솔이 오크 전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옆에서 다 봤으면서 왜 묻는 걸까?


“본 그대로야.”

“이, 이걸 오빠가 한 거야?”

“옆에서 다 봤잖아.”

“내가 봐 놓고도 못 믿겠으니까 그렇지.”


한애솔은 무엇보다 상자처럼 육면체가 되어버린 오크 전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발로 살짝 건드렸다.

그 거대한 오크 전사가 고작 아이스크림 케이크 상자 크기가 된 것에 확실히 동생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도대체 정체가 뭐야?”


한애솔이 동그랗게 눈을 뜨며 물었다.

역시 물어볼 줄 알았다.


“네 오빠.”

“그거 말고.”

“귀환자.”

“그냥 귀환자야?”

“밥 먹고 얘기해줄게.”


상황은 끝났다. 희생자는 경비로 고용되었던 길드원 하나였다.


“넌 괜찮냐? 다친 덴 없어?”

“어. 괜찮아. 그냥 좀 놀란 것뿐이야.”


한애솔이 진이 빠진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럼 챙길 거 챙겨 가자. 배고프다.”


엉망이 된 마트 안에서 나는 재료들을 카트에 담기 시작했다.


***


“모두 물러나세요! 모두 비켜요!”


마트 안에 바리케이드가 쳐졌다.

특경이 쳐 놓은 바리케이드는 마력으로 내부를 볼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사람들은 물론 기자들도 웅성거리며 다가왔지만 정작 바리케이드 내부는 볼 수도, 촬영할 수도 없었다.

특경에서 만든 나름의 자랑이기도 했다.


바리케이드 안에는 오크 전사 두 구의 사체와 정체 모를 육면체 덩어리, 그리고 머리가 깨진 남성의 시체 한 구가 있었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검은색 무장 강화 수트를 입은 특경의 박대철 팀장이 물었다.

오크 전사의 사체를 조사하던 하얀 가운을 입은 특경 연구소 요원이 잠깐 바라보다가 다시 사체로 시선을 던졌다.


“물어봤으면 대답을······”


불만 섞인 표정으로 말하던 박대철의 뒤통수를 누군가 쳤다. 그 바람에 박대철의 말이 끊겼다.

박대철이 인상을 쓰며 뒤를 돌아봤다.


“어쭈! 인상을 써?”


박대철의 뒤통수를 친 사람은 특경 연구소의 조사국장인 김인성이었다.

국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 나오는 현장파이기도 했다.


“앗! 국장님! 직접 오신 겁니까?”


박대철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특경 안에서 어느 누구도 김인성 국장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 특경 대장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인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세계에서 의사였으며 몬스터 연구로 이름을 날렸던 경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왜? 내가 현장에 오면 안 되냐?”

“그게 아니라······ 이젠 연세도 있으시고······”

“지랄한다. 난 백 살까지 해 먹을 거다. 그리고 인마. 딱 보면 지금 조사하고 있는 거 안 보여? 니가 안 물어봐도 결과 나오면 얘기하지 않겠냐?”

“그렇죠. 죄송합니다.”

“내가 이름처럼 인성이 좋으니까 참는 거야.”

“그럼요. 맞습니다.”

“현장 오염시키지 말고 꺼져! 나가!”


결국 박대철 팀장도 김인성 국장의 축객령에 바리케이드 밖으로 쫓겨났다.

그렇게 박대철을 쫓아냈지만, 김인성도 현장의 모습을 보며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상자처럼 찌그러진 형제의 정체가 뭔지 궁금했다.

때마침 상자처럼 찌그러진 물체의 조사를 마친 연구 요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네. 이게 가능한가?”

“뭔데 그래?”

“아! 국장님! 나오셨습니까!”

“누가 인사하래? 이게 그러니까 뭐냐고?”


김인성 국장도 답답했다. 그 역시 이런 현장은 처음이었으니까.


“이거 오크 전사입니다.”

“이게 오크 전사라고?”

“네!”

“어느 부윈데?”

“네?”

“오크 전사의 어느 부위냐고? 나머진 어디에 있는 거야?”


김인성 국장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그게······ 오크 전사의 부위가 아니라 전쳅니다.”

“전체라니? 소 한 마리 뭐 그런 느낌인 거야?”

“아뇨. 그냥 이게 오크 전사 전체입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상자 정도 되는 크기에 불과한 크기가 오크 전사 자체라니. 김인성 국장은 어이가 없었다.


“이게······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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