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왕이 공무원이 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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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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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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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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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이게······ 가능해?”


김인성 국장은 질문한 게 아니었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에 불과했다.

물론 질문이었다고 해도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솔직히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오크 전사 한 마리 전체가 맞습니다.”


연구 요원의 설명이었다.


“저 두 녀석 사인은 뭐야?”


두 마리의 오크 전사가 멀쩡한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 있다.

당장 일어나 포효해도 될 정도로 외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연구 요원들도 처음에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그게······ 외상은 없습니다. 전혀.”

“전혀?”

“네. 단층 촬영했는데 심장이 파열되어 있는 걸 찾았습니다.”

“심장 파열? 갑자기?”

“역시 원인은 모릅니다. 그냥 펑 하고 터진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어이없는 설명이다.

김인성 국장은 헛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여기서 확실한 건 머리 터져 죽은 저놈밖에 없네.”


조금 떨어진 곳에 머리가 터져 죽은 길드원 대장장이의 모습이 보였다.


“우선 연구소로 옮겨서 더 자세히 살펴보자고.”

“이미 연락해서 옮길 장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비가 들어와 압축된 오크 전사를 옮겼다. 나머지 오크 전사도, 그리고 머리가 터진 길드원의 시신도 옮겨졌다.


“국장님! 국장님!”


그때 허겁지겁 연구 요원 하나가 태블릿을 들고 달려왔다.


“뛰지 마! 인마! 여기 현장이야!”

“이미 다 쓸어갔잖아요. 이거 보세요. 이거. 대박입니다.”

“대박? 뭐가 대박인데?”


요원이 내미는 태블릿에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영상을 보는 내내 김인성 국장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드디어 영상이 끝났다.


“대박이죠?”


연구 요원이 신이 나서 말했다.


“넌 이게 신나냐?”

“아! 신나는 건 아닌데······ 신기하잖아요.”

“신기하긴 하네. 이 영상 복사해서 박대철 팀장에게 넘겨줘.”

“알겠습니다.”


연구 요원이 다시 멀어졌다.


“후- 이게 다 뭔 일이냐? 뭔 일이 일어나는 거야?”


김인성 국장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


바리케이드 밖으로 나온 박대철 팀장은 목격자 진술을 받은 부하에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힌 여성이 주도적으로 피난을 도왔다고 합니다.”

“몬스터를 저렇게 만든 게 누군지는 들었어?”

“그걸 본 사람은 없습니다.”

“없어?”

“다들 도망치느라······”


박대철 팀장도 답답했다. 바리케이드 안의 상황도 이해가 안 되지만 밖에서도 별 소득이 없었다.

그때 팀원들에 두 명이 붙잡혀 오는 게 보였다.


“뭐야?”


박대철 팀장이 물었다.


“원래 여기 경비하기로 계약했던 길드 소속 경비원이랍니다.”

“그러네. 유니폼이 같네.”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잡아 오는 거요?”


나무꾼이 화를 내며 특경 대원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나무꾼의 옷깃을 꽉 잡은 특경 대원의 손은 놓을 생각이 없었다.


“기다려. 니들이 도망치니까 잡은 거잖아. 왜 도망치는 건데?”

“그게······”


나무꾼이 인상을 쓰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누군가를 찾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다 이내 어두웠던 표정이 밝아졌다.


“누구 찾아? 찾는 사람이 없어?”


박대철 팀장의 물음에 나무꾼이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런데 너희들 소속이 어디냐?”


박대철 팀장이 나무꾼을 보며 물었다.


“A&K 길드 소속······”

“아! 악앤깡 길드?”

“아이 씨- 악앤깡이 아니라······”

“됐고. 본 거나 얘기해 봐. 너희들 뭔가 봤지?”

“그게 사실은······”


나무꾼을 포함해 길드원들은 자신이 본 것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은 박대철 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귀환자 혼자서 저 오크 전사들을 모두 처리했다는 거야?”

“처리한 걸 본 건 아닙니다. 우리도 도망치느라.”

“아하! 그런데 오크 전사 하나 처리 못 하는 실력으로 무슨 길드야? 그냥 다른 직장 찾아. 그러다 당신네들 죽어.”


나무꾼은 자존심이 상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박대철 팀장의 말이 맞다.

죽을 수도 있다. 전투 계열 능력자도 아닌 그들이었다.


“그리고 피난을 주도했던 여성이 하나 있었어요.”

“여성?”

“네. 경찰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빠가 안에 있다는 걸 알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곤 못 봐서······”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고?”


박대철 팀장은 물론 대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다른 목격자들도 여경찰이 대피를 도왔고, 마트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하지만 정작 그들도 그 이후 여경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피해자 흔적 찾은 거 있어?”

“아뇨. 마트 전체를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현장 주변은 더더욱 깨끗하고요.”


오크 전사들이 죽은 현장은 깨끗했다.

피해자는 아무리 봐도 길드원 하나뿐이다.

그런데 여경이 사라졌다.

게다가 오크 전사들과 맞섰던 여경의 오빠라고 하는 귀환자도 사라졌다.


“여! 대철아! 오랜만이다!”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경찰들이 우르르 다가왔다. 경찰 신분증이 아니었으면 조폭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비주얼이라 위압적이기까지 했다.

물론 그들은 특경 대원들에게 막혀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다.


박대철이 인상을 쓰며 손가락 하나를 세운 후 까딱거렸다. 한 명만 들여보내라는 신호였다.

결국 경찰 한 명이 안으로 들어가 박대철 앞에 섰다. 박대철 팀장을 살갑게 불렀던 형사였다.


“오랜만이다. 대철아.”

“오랜만입니다. 최인철 경위님. 그런데 경찰이 여긴 무슨 일입니까?”

“안에 어때? 괜찮아?”


최인철 경위가 바리케이드 쪽을 보며 물었다.

물론 바리케이드 안쪽은 보이지 않았다.


“잘 통제하고 있습니다.”

“누구 다친 사람은 없고?”

“한 명 사망.”

“한 명? 그게 누군데?”


최인철 경위가 인상을 쓴 채 물었다.


“남자입니다. 경찰은 아니니까 걱정 안 해도 됩니다.”

“후- 남자란 말이지.”

“뭔 일 있는지는 내가 물어야 할 것 같은데요.”


박대철 팀장의 물음에 최인철 경위가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 새끼 하나가 여기서 지원 요청을 했어. 그리고 지금은 연락이 안 돼.”

“연락이 안 돼요?”

“우리가 여길 왜 왔겠어? 몬스터 나타난 데를. 우리 새끼 때문에 왔지.”


박대철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거 혹시······ 여자입니까?”

“야 인마! 내가 여자에 한눈팔고 그러는 사람으로······”

“아니, 그게 아니라······ 여경이냐고.”

“어? 맞아. 한애솔 경사.”


나무꾼의 진술은 물론 현장 목격자들의 진술이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그녀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왜? 무슨 일 있어? 안에 죽은 거 남자 맞아?”


박대철의 심각한 얼굴을 보며 이상함을 눈치챈 최인철 경위가 물었다.


“남자 맞아요. 지금 여경이랑 그 오빠라는 사람의 목격담은 나오는데 행방을 아무도 몰라요.”

“몰라? 아무도?”

“네. 여경이 사람들 대피를 도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는데 다시 몬스터가 나온 마트 안으로 들어간 후 목격한 사람이 없어요. 오빠라는 사람도.”


모두의 표정이 굳었다.


“희생된 건 아니에요. 몬스터에게 희생됐으면 흔적이 남아요. 그런데 흔적이 없어요. 무사할 겁니다.”


하지만 박대철의 자신 없는 위로는 오히려 최인철 경위의 불안감을 키웠다.

그때였다.

바리케이드 밖으로 나온 연구 요원 하나가 USB를 박대철에게 건넸다.


“이게 뭐야?”

“CCTV 영상입니다. 확인해 보셔야 할 거 같아서요.”


박대철 팀장이 태블릿에 연결해 영상 파일을 재생했다.

오크 전사 세 마리와 대치하는 남자를 찍은 것이었다.

영상이 재생되면서 박대철은 물론 뒤에서 슬쩍 보고 있던 최인철 경위도 경악하고 말았다.


영상에는 오크 전사가 꺾이고 접히면서 상자처럼 찌그러지고 압축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오크 전사들 앞에는 트레이닝복의 한 남자가,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여성의 뒷모습도 보였다.


“어? 한 경장?”


뒤에서 슬쩍 영상을 보던 최인철 경위가 내뱉었다.

박대철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보려고 본 건 아닌데······ 미안. 궁금해서.”

“이 여자가 한 경장 맞아요? 지원 요청한?”

“그래. 맞아. 그런데 이거 뭐야? 조작 아냐? 이게 가능해?”


최인철 경위의 질문에 박대철 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바리케이드 안에서 발견된 것들을 종합해 보면 영상 속의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 맞는 것 같았다.

아쉽게도 영상에 남자의 얼굴이 찍히지 않았다.


“영상 가져가서 정밀 분석해!”

“알겠습니다!”


이내 태블릿을 가지고 특경 요원이 현장에서 떠났다.

박대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이 상황을 보고해야 했다.


***


예상외다. 동생이 끓여준 된장찌개는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아니면 이런 음식을 오랜만에 먹어서 내 입맛이 변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오랜만에 먹는 쌀밥과 된장찌개, 김치 등으로 밥을 세 그릇째 해치우고 있었고, 동생은 그런 나를 굉장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세 그릇을 모두 싹싹 비웠다.


“후- 잘 먹었다! 진짜 배부르네.”


그 많던 된장찌개가 사라졌고, 반찬들도 사라졌다.

정말 흡입하듯 먹었다.

생각해 봐라. 500년 만의 된장찌개다. 마왕이라고 해도 이성을 잃을 수 있다.

앞으로 먹게 될 모든 식사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한애솔은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이세계에선 이런 거 못 먹었거든.”

“얼마 만에 먹은 건데?”

“들으면 놀랄걸.”

“좀 놀라보고 싶네. 도대체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거기서 뭘 했는지, 내가 본 게 뭔지.”


역시 동생은 내가 밥 먹는 게 신기해서 바라보고 있던 게 아니었다.

나는 천천히 옆을 봤다.

동생도 나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캡슐 커피 머신이 있었다.


“아 진짜!”


한애솔이 버럭 짜증을 냈다.


“커피 정도는 있어야 할 거야. 꽤 긴 이야기니까.”

“후- 알았어.”


결국 한애솔은 캡슐 커피를 내려 내 앞에 대령했다.


“땡큐!”


커피잔을 들어 향을 음미했다. 역시 500년 만에 처음이다. 믹스 커피와는 전혀 다른 매력이 전해졌다.


“이것도 그리웠어. 이세계에는 없거든.”


비슷한 거라도 찾으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결국 커피는 찾지 못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맛과 향을 깊이 음미했다.

그 모습을 한애솔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봤다.

커피를 마신 후 잔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이제 얘기할 마음이 생겼어?”

“진짜 알고 싶어?”


나는 다시 물었다. 확신이 필요했다.


“응. 알고 싶어.”

“이야기를 듣고 나면 넌 날 다르게 볼 거야. 어쩌면 날 멀리하게 될지도 몰라.”

“아 진짜!”


한애솔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얘기해! 얘기 안 하면 다르게 볼 거야. 아니 아예 안 볼 거야. 쫓아낼 거니까.”


아무래도 제대로 화난 모양이다.


“좋아. 약속해. 내 얘기를 듣고 나서도 처음과 똑같을 거라고.”

“도대체 뭐길래 이래? 사람이라도 왕창 죽였어?”


틀리진 않았지.


“아니면 뭐 악당이었어?”


그것도 어떤 면에서 보면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약속해.”

“젠장. 알았어. 약속해.”


한애솔이 약속했다. 이 녀석이 성격은 엉망이어도 약속은 지킨다.


“두 가지를 말할게.”

“두 가지?”

“첫째, 나는 이세계에서 500년을 살았어.”

“뭐?”


한애솔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500년? 원래 이세계로 가면 다들 그렇게 살아?”

“아니. 나만 특이한 케이스야.”

“그러면 밥을 그렇게 먹은 게······?”

“500년 만이라서.”


한애솔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는?”

“두 번째는······ 나는 이세계에서······ 마왕이었어.”


한애솔이 나를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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