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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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술사
작품등록일 :
2017.01.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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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0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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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3. 습격 - 4

DUMMY

하얀 빛에 휩싸이고 난 후, 눈을 뜨니 푸른 하늘이 보였다.

아까 전의 회색 하늘과는 다르게 푸른 하늘이 보여 몸을 급하게 일으키니, 초록색의 잔디가 보였다.

잔디에 놀라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이 초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주변을 약간 둘러보다가, 잔디 외에는 이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내 다리로 고개를 옮겼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으로 생각했을 때, 아마 리헨이 내 다리 위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머리는 내 다리 위에 놓여 있는 상태였고, 고개가 내 얼굴 쪽으로 돌려진 상태로 자고 있었다.

분명 아까 전에 기절했었던 것 같지만, 어느새 잠을 자고 있는 리헨의 모습을 보니 떨어뜨려놓을 생각도 싹 사라졌다.

리헨의 얼굴이 평화롭기 때문인 걸까.


아마 나도 기분 좋게 자면 저런 얼굴을 하고 있겠지.


리헨의 갈색 머리가 얼굴을 따라 흘러내려 한쪽은 초원의 잔디에, 그리고 다른 한쪽은 입에 물려있······.

왠지 저렇게 놔두면 리헨의 머리가 침에 젖을 것 같다는 생각에 머리카락을 빼내어 주니, 리헨의 얼굴이 약간 나빠진다.


꿈을 꾸는 걸까.

아마 기분 좋은 꿈이겠지.


몸을 일으키고 있으니 약간 힘이 들어 다시 초원에 누웠다.

잔디에 몸을 맡긴 채 있다 보니, 오랜만에 상념에 빠져드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굳이 상념을 걷어 찰 필요는 없기에, 상념을 쫓아내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꿈을 꾸지 않은 지 얼마나 오래 됐었던가.

잠을 자고 일어나면, 꿈을 꿨는지 안 꿨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꾼 꿈은······ 그때의 처형인가.


아마 내가 되살아나고 나서 꿨었던 꿈이 바로 그 처형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교황은 왜 굳이 그런 식으로 처형을 시켰던 걸까.

어차피 이렇게 몸을 복구시킬 거면 그럴 필요는 없었을 텐데.


역시 신의 신도라는 족속은 어떤 놈들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문득 아까 전의 싸움이 떠올랐다.


나를 쫓아온 용과, 그림자에서 나타난 용.

은빛 비늘의 용은 그림자에서 나타난 본 드래곤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왔다고 했다.

아마 원래대로 되돌린다는 것은, 자연의 품으로 보낸다는 것을 의미할 테고, 그것은 언데드의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목적이 아니라고 했고, 나중에 나를 상대하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무슨 뜻일까.

결국에는 나 역시 용이 쫓을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의 부활이, 용들에게 무슨 영향을 끼친 걸까.


······아마 라벤이 이 일에 관련되어 있겠지.

이런 부분에서는 약간 원망스럽기는 하지만, 여전히 고맙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 부활은 결국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고, 라벤은 단지 보험을 들어뒀을 뿐이다.

그 보험이라는 게, 무려 본 드래곤이라는 엄청난 생명체였지만.


어쩌면, 다른 많고 많은 네크로맨서들과, 이때까지의 수장들이 나를 되살리지 못하고 라벤의 대가 되서야 이루어졌다는 것은 나에게도 좋은 소식일지 모르겠다.

라벤은 나를 도와주기는 하지만, 많은 참견을 하지 않고, 나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으니까.

물론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거기다가 본 드래곤 말고도 다른 언데드들까지 준비해뒀으니.

아마 그들의 능력으로 봤을 때 언데드들 중에서도 최상급이 아닐까 싶다.

거기다가, 스켈레톤은 만드는 것이 어렵기까지 하다.

다른 언데드들에 비해 뼈만 있는 스켈레톤은 뼈만 있다는 특성 때문에 만들기가 어렵고, 좀 더 강한 편에 속하니까.


역시, 다음에 꼭 라벤의 저택을 들러줘야겠다.

받기만 해서는, 내 마음이 불편하니까.

원치 않은 부활이기는 했으나, 잠깐 동안의 여행으로 생각이 어느 정도 바뀌었고, 앞으로의 여행 동안에도 조금씩 내 생각은 바뀔 것이다.

여행의 끝에서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에도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할 것이다.


상념이 거의 끝나간다고 생각되었을 때, 다리에서 느껴지는 무게가 약간 덜어졌다.

확인해보니, 리헨이 눈을 비비며 일어난 상태였다.


"일어났어?"


"네. 그보다 제가 왜 여기서 이렇게 자고 있었던······."


말을 이어나가던 리헨은 아까 전, 숲에서의 용을 기억했는지, 눈에 약간의 공포가 담겼다.

아마 리헨에게 있어서 용은 두려운 존재였을 것이다.

피어도 그대로 맞고, 그 전에는 계속해서 공격을 해왔으니까.


약간의 한숨을 쉰 후, 나는 리헨의 머리카락을 만져주며 천천히 달랬다.

다행히도 효과가 있는 것인지, 점차 리헨은 안정되었고, 마침내 완전히 공포를 떨쳐버릴 수 있었다.


"아까 전 그 용은······ 어떻게 됐어요?"


"······도망쳤어."


"그럼, 쫓아올 수도 있는 거예요?"


"······응."


아마 무서울 것이다.

그 흉포한 용이, 자신을 쫓아올 것이라는 사실이.


한 대만 맞아도 아니, 살짝만 쳐도 죽을 것이 분명한데, 용이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자신은 얼마나 쉽게 죽을 것인가.


아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정상적인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다.


"그, 그럼 어떻게 해요? 또 쫓아오면······."


"어떻게 하긴······. 그냥 다시 도망쳐야지."


리헨 앞이라서 이렇게 말하기는 했으나, 정말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를 놓아주면, 본 드래곤 역시 내 그림자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이제 알아차렸을 테니, 아마 나는 보내주지 않겠지.

하지만······ 아무런 관련이 없는 리헨이라면 보내주지 않을까.

아니, 아예 다시 돌아가라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이미 고향을 버리고 온 리헨에게, 내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다름 아닌 내가.

바로 내가 리헨에게 여행을 같이 떠나자고 제안했으니까.

용의 습격이라는 이유로, 무책임하게 리헨을 떠나보낼 수는 없다.

최소한, 리헨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게, 사회에 아무런 문제없이 스며들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헨."


"으, 응!"


"오늘부터 흑마법 수련은 평소보다 훨씬 힘들 거야."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지금 흑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니까 조금 힘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르칠 수는 있으니까. 너를 좀 더 높은 경지까지 올리지 않으면 안 되겠어."


"왜, 왜?"


리헨이 말을 더듬으며 묻는다.

무슨 말에 대해서 '왜?'라고 묻는 걸까.


내가 흑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


리헨 자신이 더 높은 경지까지 올라야 하는 이유?


······그것이 무엇이 됐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리헨이 반드시 흑마법에 대한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이끌어 내서, 더 높은 경지에 올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리헨의 흑마법이 일반적인 마법과 거의 똑같은 모습이 되고, 대륙에서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래야, 리헨에 대한 내 걱정이 많이 해소될 테니까.

그래야. 리헨을 내 위험한 여행에 끌고 온 것에 대한 내 죄책감도 덜어질 테니까.


리헨은 나의 침묵에 똑같이 침묵으로 응답했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게."


리헨은 말하기 매우 꺼려지는 눈치였다.

무엇을 묻고 싶어 저런 표정을 하고 있는 걸까.


왜 용이 나를 쫓아오는지?


어떻게 내 그림자에서 언데드들이 나타났는지?


아까 전에 내 입으로 말했던, 흑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사실의 이유?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누구인지?


"아까 용이 언니를 보고 말했었잖아."


용이 나를 보며 말했었다······라.

용이 나에게 한 말이 워낙 많기에 어떤 말을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 많고 많은 말 중에서, 리헨이 가리키는 말은 무엇일까.


"······."


리헨은 다시 뜸을 들였다.

정말로, 정말로 말하기 싫은 눈치였다.


내가 직접 입을 열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기에, 리헨이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바람이 불어 초원의 잔디와 여러 종류의 식물들의 새싹들이 갈대처럼 허리를 숙였을 때, 리헨은 마침내 그 입을 열었다.


"용이 언니한테 말했었지. 이제는 인간도 아니라고."


"······."


아아, 그 말이었던 건가.

용은 왜 굳이 그런 말을 한 걸까.

왜 굳이 그런 말을 해서, 리헨을 걱정스럽게 만든 걸까.


아니다, 어쩌면 걱정으로는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신들과는 다른 종에 대해 배척하고, 불신하는 일반적인 특성이 있으므로.

리헨도, 그러한 일반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까?

어쩌면 순수하디 순수한 면을 가졌기에, 더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그것이 인간의 순수한 본능 중 하나이기에.


"말해줘. 그 용의 말이 사실이야? 언니는······ 인간이 아닌 거야?"


바람이 다시 한 번 불었다.


허리를 세운 채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리헨의 짧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의해 파도치듯이 흔들렸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색 머리카락에 내 시선을 옮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리헨의 눈은, 떨리면서도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기에.


리헨의 눈은, 단순히 걱정되거나 상대를 불신하거나, 상대를 경멸하는 그런 눈과는 달랐다. 많이 달랐다.

그래, 이런 눈은······ 정말로 상대를 좋아하고 사랑하기에. 배려하고 아끼고 싶기에 걱정을 표하는 눈이다.


살짝 웃음이 나왔다.

나는 무엇을 걱정한 걸까.

리헨은, 그런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무엇을 걱정한 걸까.


리헨은, 내가 사실을 말해주면 더 좋아할 아이다.

그런 아이한테 사실을 말해주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니.

나도 참 바보 같았다.


마음속으로 결심이 내려진 나는, 리헨에게 그녀가 그토록 알고 싶어 하던 대답을 말해주었다.


"그래, 나는 인간이 아니야."


"······그렇구나, 응. 어쩐지 약간 이상한 것 같았지."


"리헨······."


"괜찮아. 부모님이 떠나신 이후로 나한테 다가와준 사람은 언니가 처음인걸. 언니가 사람이 아니더라도, 괜찮아."


"······."


"사람이 아니고 뭔지는 물어보지 않을게. 그냥······ 계속 나하고 같이 있어줘, 그래줄 거지?"


"하지만 용이······."


"괜찮아."


"······."


리헨은, 무척이나 순수하고 올곧으면서도, 마음만은 여린 아이였다.

나는, 이런 리헨을 꼭 지켜주고 싶다.

하지만, 리헨과 끝까지 같이 있어줄 수 있을까.

그것만은, 그것만은 정말로 걱정되었다.


작가의말

이때는 백합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되어갑니다...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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