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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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술사
작품등록일 :
2017.01.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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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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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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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5. 제국 - 5

DUMMY

한참을 긴 시장거리를 둘러본 리헨은, 나와 함께 여관으로 돌아왔다.

때는 달이 밝게 빛나고, 별들이 반짝거리는 늦은 저녁.


나와 리헨은 여관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예쁘네요."


"그러게."


"사실, 이렇게 별이 많은 풍경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어요."


"핀스터니스 제국에서는?"


"네."


"왜?"


"그곳은 밤에도 마법으로 빛을 켜놓으니까요. 덕분에 하늘에 있는 별이 잘 보이지 않더라고요."


"······."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보면 그 밝은 곳이 더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어두운 지상에서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 그 별이 잘 보이게 된다.


하지만 지상이 오히려 밝다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하늘이 반대로 지상보다 어두운 편이 될 것이고, 자연적으로 별들이 어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게 된다.


핀스터니스 제국은 전 국민이 흑마법사라는, 전쟁이나 발전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강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에 반비례하듯, 자연의 아름다움을 점점 잃고 있다.

지금은 하늘의 아름다움을 점점 구경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으로 끝이 날 뿐이지만, 과연 나중에도 그럴까?

점차 흑마법이 발전하고, 다양한 세부 분야의 전문가 흑마법사들이 나타난다면, 자연은 점점 희생될 것이다.


그것이 흑마법의 세부 분야들 중 하나에 속하는 연금 흑마법 같은 자연의 재료를 필요로 하는 것이든, 흑마법이 전쟁 병기로 사용되어 자연이 파괴되든.


리헨은, 그런 중간과정의 피해자 중 한 명인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핀스터니스 제국을 나와, 다른 지역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이 그렇게 예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리헨의 눈에는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이 내 눈에 비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게 비치겠지.


그것이 리헨에게는 어떻게 보이는지, 리헨의 시야로 보고 싶지만, 그런 편하고 좋은 흑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리헨의 감정과 생각에 의해 모습이 그렇게 보이는 것이니, 정신에도 간섭해야 할 테고, 그것으로 시야를 재구성해야겠지.

······그런 것이 쉬울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대략적인 상상은 가니 이 정도로 만족할까.

나에겐 나의 풍경이 있듯, 리헨에게도 리헨의 풍경이 있으니까.


쏟아지는 별빛을 받으며, 나와 리헨은 천천히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

······


아침이 되었다.

창밖을 지나가는 참새들의 울음소리와 약간 떠올라 있어, 약하게 햇빛을 내비치는 태양으로 지금이 이른 아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이곳에는 닭이 없는지, 닭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더욱 익숙한 느낌이 든다.

애초에, 나는 아침에 참새와 까마귀가 우는 것 정도만 들어봤지, 닭이 울어서 깨우는 건 이제야 몇 번 경험한 거니까.


리헨은 이번에도 역시나 잠을 자고 있었다.

늘 하던 자세 그대로.


생각해보면, 이 상태에서 이불을 뺐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실험해본 적이 없다.

예상되는 반응은 대충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라면, 이불을 되찾으려고 바둥바둥대다가 자는 것이 있겠다.


사실, 처음에는 이불을 되찾으려는 과정에서 깨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지만, 가만히 리헨이 자는 모습을 지켜보다보니 그런 생각이 싹 날아갔다.

애초에 어디서나 잘 자는 녀석이니까.

물론 자놓고 일어나서는 불편했다고 투덜거리기는 하지만.


어쨌든, 리헨으로부터 이불을 떼어놓으려고 하니 처음부터 거대한 절벽과 버금가는 장애물과 충돌하게 되었다.


일단 어떻게든 이불을 떼어놓기 위해서는 리헨이 더 이상 이불을 끌어안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만약 그것이 손이나 발뿐이라면 어떻게든 떼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손발만이 아닌, 온몸이라면······.


"포기할까······."


생각이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건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떼어내는 과정에서 깰 것이 너무나도 뻔한······.


아, 아니지.


리헨은 쉽게 깨어나지 않는 아이라는 것을 잊을 뻔했다.

그러한 점을 생각했을 때, 조금 고생을 하는 것으로, 리헨을 깨우지 않고 이불을 떼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포기하지 말고 한 번 시도해볼까.

약간이지만, 도전의지가 상승했다.


처음은 우선 잘 느껴지지 않을 법한 곳들부터 떼어내는 것이 시작이다.

주로 살짝 붙어있는 손끝, 또는 발끝 정도나, 얼굴 정도가 그런 부분에 속한다.

그런 곳들은 금방 떼어낸다.

물론 떼어내도 곧 있으면 이불을 꼭 다시 찾아내서 잡는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만.


두 번째는 리헨의 자세를 고치는 것이다.

현재 리헨은 옆으로 누운 상태로 두 다리가 이불을 사이에 두고 교차한다.

이렇게 되면 이불을 빼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손이나 발에서 이불을 뺐으니, 안심하고 몸의 정면이 천장으로 오도록 굴려주자.


세 번째이자 마지막 단계는 이불을 크게 품고 있는 부위들을 풀어내거나, 아니면 이불을 빼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팔을 반대쪽 어깨를 잡듯 교차하여 이불을 품는 것과, 다리를 모아 이불을 잡고 있는 것을 포함한다.

그래도 두 번째 과정을 거치면서 전보다 많이 풀어졌으니, 약간 신경써서 이불을 빼도록 하자.


이 세 단계를 모두 거치면······ 완벽하게 끝이다.


세 단계를 모두 거친 나는, 리헨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하며 리헨을 조심히 관찰했다.

원래부터 조금씩 꼼지락거리던 리헨은, 이불이 완전히 사라지자 손과 팔, 그리고 다리를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이불 같은 걸 찾는 거겠지.

하지만 지금 침대 위에는 잡을만한 것이 없으니 걱정은 없다.


그리고······ 멈췄다.

꼼지락 끝에는 정지가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춥지도 않으니, 그냥 자자는 생각인 건가.


이제 실험을 모두 마쳤으니, 깨우자는 생각에 리헨에게 다가갔을 때였다.


리헨이 갑자기 손을 빠르게 뻗더니-- 내 치마를 움켜쥐었다.

원피스 형태의 옷의 아래쪽 부분을 손으로 꽉 움켜쥔 리헨은······ 그대로 손을 잡아당겼고, 그 손은 자연스럽게 원래의 위치, 리헨의 앞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아슬아슬했나······."


잘못하면 뒤로 넘어질 위기였지만, 자연스럽게 대처해내서 침대 위로 넘어질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 얼굴이 리헨의 얼굴 앞까지 끌려갔다는 점과, 침대가 크게 요동쳤다는 점만 뺀다면 모두 괜찮았다.

침대가 크게 요동치자 리헨 역시 이제 일어날 때라는 걸 깨달았는 듯, 눈을 떴고······.


"에······?"


입밖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일어났어?"


이럴 때에는 자연스럽게 넘어가줘야겠지.


"에에······ 네, 네!"


리헨은 할 말을 찾는 것 같더니, 결국 빠르게 일어나며 응답을 해왔다.

음······ 살짝 부끄러운 건가.

하긴, 내가 항상 깨울 때에는 조금 색다르게 깨우지만, 최소한 이렇게 얼굴을 바로 정면으로, 가까이에서 비추지는 않았으니까.


"오늘이 야시장인 거 기억하지?"


"다, 당연하죠!"


"그나저나, 일찍 일어나서 뭐하려고 일찍 일어나겠다 했어?"


"그냥 뭐, 마음의 준비랄까, 그런 거요."


"흐음······. 그래?"


"네, 그렇죠."


일단 그렇다고 치고······ 낮에는 무얼 하고 시간을 보낼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냥 잘 수도 없고,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했으면 하는데······.


"일단은 적당히 배 채우고 돌아다녀보자."


"네에······."


리헨이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돌아다니는 게 그렇게 싫은 건가······.


나 역시 한숨을 푹- 내쉬며 리헨을 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를 채웠다.


···

······


"오늘따라 왠지 요리가 다른 때보다 훨씬 나았던 것 같네."


"그러게 말이에요. 음식 종류는 똑같은데 재료만 살짝 더 좋아진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흐음······. 나름 야시장 열린다고 호응해주는 건가······."


"네?"


"아무것도. 자, 돌아다녀보자."


"네에······."


평소보다 좋았던 음식 맛에 약간 얼굴이 펴져있던 리헨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역시 돌아다니자는 말의 위력은 리헨에게 있어 굉장한 것 같다.


어쨌든, 일단 돌아다닐만한 방향은······.


"적당히 길거리에서 배를 살짝씩만 채워주고 야시장 때 이것저것 먹으면 되겠네."


"음, 확실히 그게 좋겠네요."


"그럼,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멀리 가볼까."


"더 멀리요?"


물론 그래봤자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돌아다녔던 범위보다는 조금 더 멀리 가보고자 한다.

늘 주위를 동그랗게 돌며 돌아다니다가 노을이 질 낌새가 보이면 바로 돌아오곤 했으니, 딱히 멀리까지 갈 기회가 없었다는 게 옳을 것이다.


"어차피 시장 거리가 영지의 왼쪽하고 오른쪽에 하나씩 있고, 위쪽으로 이어져 있잖아."


"그렇죠."


"그러면 어디서 구경을 시작하든 상관없지 않겠어? 그냥 오른쪽 끝에서부터 여관이 있는 쪽까지 구경하면서 오면 되지."


"아!"


리헨은 명쾌한 해결책이라며 주먹으로 손바닥을 살짝 내리쳤다.

확실히, 리헨도 괜찮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차피 여관에 돌아오기는 해야 할 텐데, 여관이 있는 왼쪽 거리에서부터 오른쪽 방면의 시장까지 가버리면, 돌아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여관으로 향하면서 야시장을 구경한다는 것에, 리헨은 딱히 불만을 내보일 리가 없다.


"그나저나, 야시장 때에는 정말로 시장만 열리려나."


"글쎄요. 혹시 모르죠, 마법사 한 명 불러서 불꽃놀이를 할지도."


"마법사 인력이 부족한데 무슨······. 그런 마법사 한 명 부를 시간에 영지를 조금 더 늘리겠다."


"하긴, 그것도 그런가요?"


"당연하지."


노을이 지기 위해 해가 점점 떠오른다.

시간이 흘러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면, 슬슬 야시장이 시작될 것이다.


천천히 걸어가볼까······.


작가의말

다들 즐감하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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