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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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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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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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6. 재발 - 3

DUMMY

피가 튀었다.

내 앞에서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아, 내 얼굴에 묻은 피를 손가락으로 훑어보았다.


"······."


그래, 이것은 피가 맞다.

붉디 붉은,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 주인이 살아있었음을 증명하는 온기가 남아있는 새빨간 피.


이게 왜 튀었지?

왜?


내 앞으로 용의 다리가 보인다.

그 다리가 있는 곳은 아까 전까지만 해도 리헨이 나에게 손을 뻗어오며, 서 있었던 자리.


거기에 왜 이 거대한 다리와, 발이 있는 거지?

왜?

어째서?


리헨은?

리헨은 어떻게 된 거지?


현실을 인식하기 싫어하는 듯이 본능적으로 떨려오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간신히 부여잡은 채, 내 앞에 있는 용의 발에 양손을 함께 뻗었다.


제발 내 착각이라고.

내 눈이, 잘못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용의 발이 내 앞에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니라고.

머릿속에서 마구 요동치는 생각의 소용돌이에 허둥대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양손이 결국 '그것'에 닿았다.


그러나······.


······용의 발의 감촉이 내 손을 통해서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비늘 때문에 약간 거칠어보이지만, 실제로는 밖을 둘러싸고 있는 막 때문에 매끈매끈한 피부의 감촉이.


순간적으로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이미 말라버려서, 나오지 않을 줄로만 알았던 눈물이, 기어코 눈물샘을 터트리고 눈에서 볼을, 그리고 턱을 거쳐서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왜 눈물이 나오는 걸까.

그때의 배신으로, 내 눈물은 다 말라버린 게 아니었던 건가?


······왜일까.

살아온 인생의 길이를 생각했을 때 그 일부에 속할 뿐인 시간 동안만 지내왔던 리헨을 잃어버린 것이, 왜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 걸까.

어째서 상실감이 이토록 큰 것일까.


······역시 그런 건가.

나는, 나는······.


그동안은 계속 인식되려고 하는 사실로부터 도망치려고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리헨이 죽은 이 순간, 그 사실로부터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나는······.


나는 리헨을 분명히······.


- 내 발을 만질 생각을 하다니, 배짱 한 번 좋구나.


뇌를 파고 들어오는 용의 음성에 정신이 깨어났다.


지금 내가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멍하니 정신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 리헨을 밟은 이 용을······.


"쓰러트려야겠지요."


뒤에서 거친 음성이 들려왔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달려 숨이 차오른 듯, 내가 알고 있는 목소리보다 약간 거친 소리가······.


잠깐, 내가 알고 있는 목소리?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목소리라고 해봤자, 현재에 들려올 수 있는 목소리는······.


"라······벤······?"


설마.

정말로 라벤일까 싶어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천······천······히······.


그리고······.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었군요."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보이는 라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어떻게,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왼손에 주던 힘이 풀리면서, 다시 오른손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왜, 왜 라벤이 나타난 거지?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여자는 또 누구고?

아니, 그보다 라벤은 왜 이제야 나타난 거지?


머릿속이 이전보다 더 복잡해졌다.

다시 한 번 나를 휩쓸어가려고 하는 생각의 파도에 휘말렸다.

점점 수렁텅이로 빠져만 가는 생각의 흐름을 따라, 내 생각에만 빠져들던 나는 라벤의 대답에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용이 습격했다고 했으니까요."


"누가······?"


물론 누군지 예상은 갔다.

다만, 내가 정말로 묻고 싶은 것은.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알려주었지요."


"그런데."


"네."


라벤이 조용히 대답했다.

그것은 마치,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답하는 것으로 들려 나를 화나게 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지금 속에서 화가 올라오는 것인지, 그는 이미 알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그 '무엇'을 미리 막지 않은 이유는 또 무엇일까.


"왜 미리 오지 않은 거야······?"


조용히 중얼거리듯 물었고, 라벤 역시 조용히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


난 뭐라고 답해야 하는 걸까.

리헨을 왜 지켜주지 않았냐고, 왜 알면서도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연락을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거냐고 원망하듯 말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리헨을 나처럼 부활시켜달라고?


······아니다.

리헨은 과연 부활하는 것을 괜찮게 생각할까?

나도 언데드가 된 것에 순응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거부감이 드는데, 과연 리헨은 괜찮을까?


······알 수 없다.

알 수 없기에 두렵다.

리헨이 부활하고 난 후에, 뭐라고 할지 모르기에.


거기다가, 난 라벤을 원망할 자격이 없다.

용으로부터 리헨을 지키지 못한 것은, 바로 앞에 있던 나였기에.

조금만 머리를 써서 상황을 파악했더라면 리헨을 바로 옆에 두고 지켜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텐데, 방심하고 있던 것은 나였으며, 그 대신 죽은 것은 리헨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


눈물을 흘려주는 것밖에 없었다.


나에게는 용에게 복수할 힘이 없기 때문에.

아니, 용을 버틸 힘 마저도 없기 때문에.


그러니까······.


"라벤······."


"네."


"저 용, 쓰러트릴 수 있어?"


이런 빚으로 나에게 족쇄가 생긴다 하더라도, 리헨을 위해서 복수를 해주자.

나에게 안정과 평화를 선물해준 존재가 바로 리헨이기에.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은인과도 같은 존재이기에.


"제가 하는 것은 힘듭니다."


그렇다는 것은 라벤 자신이 아니라면 용을 쓰러트릴 수 있다는 뜻인가.


"원래는 제 옆에 있는 힐프와 함께 용을 도발하고 그 사이에 느와르 님을 대피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용을 죽이고 싶으시다면······."


라벤이 말을 흐렸다.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일까.


대가라도 있는 건가?

그래, 네크로맨서는 악마의 피를 이은 인간이기 때문에 사자소생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지.

악마는 대가를 받고 일을 해주고, 그 대가로 인해 상대가 타락한다고 하니까.

내 눈앞의 네크로맨서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상대는 라벤, 무려 새벽까마귀의 왕이라고 불리는 자이니까.

일반적인 네크로맨서와는 궤를 달리하는, 그 시대 최고의 네크로맨서이니까.

거기다가, 오랜 네크로맨서의 숙원을, 그동안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것을 이루어낸 자가 바로, 내 눈앞에 서있는 라벤이니까.


"내가 뭘 해야 하는데? 대가라도 바쳐야 해? 흔하게 나오는, 악마들이 달라는 영혼이라도 줘야 하는 거야?"


"아뇨, 그런 것은 아닙니다. 느와르 님, 왜 용들이 느와르 님을 쫓아오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갑자기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거지?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 용을 만난 이후에는 가끔씩 그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린 결론은 내가 혼자서 알아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 이유를 생각하는 것은 그만두게 되었다.


그런데.

왜 그 이유에 대한 얘기가 지금 나오려고 하는 거지?


"몰라."


"느와르 님, 제가 느와르 님에게 저택에서 떠나실 때 했던 말을 기억하시나요?"


"······한 말이 많아서 잘 모르겠는데."


내 대답에 라벤이 쓴웃음을 지으며 그 대답을 알려주었다.


"제가 죽어도 다음 대의 네크로맨서의 수장을 뵈어달라 했었지요."


"그걸 말하는 거였어?"


"예."


그 얘기가 왜 나오는 것일까.

지금의 이 상황과 무슨 연관점이 있는 걸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서부터 일이 꼬인 걸까.


이 꼬인 실타래와도 같은 문제를, 내가 과연 풀어낼 수 있을까.

······정말로 가능할까······?


···

······


라벤에게 모든 일의 내막을 들었다.

약간 오랜 시간 동안 설명이 이어졌지만, 용은 가만히 지켜만 볼 뿐, 별다른 일은 하지 않았다.

그것은 용 자신의 힘에 대한 자신감에서 온 태도일까, 아니면 단지 오만일 뿐일까.

그것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덕분에 난 모든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불사조의 깃털, 용의 심장, 용의 비늘······?"


헛웃음이 나온다.

그래, 난 왜 라벤의 그 말로부터 유추해내지 못한 걸까.


아무리 네크로맨서에 대한 것이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약간이라도 알려져 있는 정보를 종합해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아니, 설령 예외일 수 있었더라도, 어느 정도 의심은 해봤어야 했다.


네크로맨서가 부활시킨 존재의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은, 네크로맨서가 사용한 마기 또는 특정한 기운.

그렇기 때문에 네크로맨서가 죽으면 네크로맨서가 마기로 하여금 이루도록 했던 그 존재에 담긴 마기의 억제력이 풀려, 존재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네크로맨서가 죽으면 모든 언데드들이 일순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이유이며, 언데드들을 제쳐두고 네크로맨서를 먼저 죽이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라벤은 나에게 자신이 죽은 후가 되더라도 다음 대의 네크로맨서의 수장을 만나달라 했다.

그것은, 라벤 자신이 죽더라도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며,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 이유는 불사조의 깃털에 있었으며, 그 깃털을 보조함과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용의 심장이었다.

또한, 그 둘이 바로 내가 쫓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론은, 일반적인 부활이 아니었다는 것 때문에, 리헨이 죽었다는 것.


······내가 되살아나지 말았어야 하는 걸까.

그때, 깨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걸까.


······.


작가의말

불쌍한 느와르...

쨌든, 다들 즐감하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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